안 느끼한 산문집 - 밤과 개와 술과 키스를 씀
강이슬 지음 / 웨일북 / 2019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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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다.

대학생때는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 봄이었는데

지금은 가을이 제일 좋다.

가을의 파란 하늘과 맑음과 시원함!

습하지 않은 시원한 바람이 참 좋다.

에코백에 책이랑 커피랑 주전부리 덜렁덜렁 싸들고,

돗자리 하나 챙겨서 잔디밭에 털썩 드러눕고싶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뭔가 산뜻하고 가벼운 기분에 비해 챙겨야할 게 굉장히 많은 느낌?

이 사랑스러운 계절에

제목 그대로, 부담없이 들고다니며 읽을 수 있는 책이라고 소개할려고 했는데.

사람 많은데서 읽었으면 큰일 날 뻔 했다.

집에서 아주 눈물 콧물 쏙 뺀 ㅠ_ㅠ

작가의 담백하고 솔직한 글에 무장해제당한 것인지.

아주 마음에 가깝게, 그렇게 읽었다.

안 느끼한 산문집

강이슬 지음, 웨일북



표지부터 벌써 격없어! ㅋㅋㅋㅋㅋ

목욕탕에 같이 앉아있는 이 느낌 무엇이냐,

벌써 친해진것 같아,, 너무 마음에 들어

누가 표지 디자인 한 사람 상 좀 주세요.

이미 마음의 경계는 다 풀어 던지고 읽기 시작했다.

이건 200% 표지의 힘이얏!




이 책의 저자 강이슬님은 방송작가로 일하고 있는데

무려, <SNL>과 <인생술집>, <놀라운 토요일>에 참여했다.

(며칠 전 유세윤 인스타에 이 책을 읽고 있는 피드가 올라왔는데, 아마도 그런 인연인듯.ㅎㅎ)

세상에 마상에

놀라운 토요일은 잘 안봐서 모르는데,

SNL과 인생술집은 진짜 잘 챙겨봤다.

특히 인생술집은 완전히 좋아하는 프로그램이었는데

개편되면서 뭔가 수위도 낮아지고 일반 토크쇼같은 느낌이,,ㅎㅎ

처음 했던 그 버전이 좋았다. 조진웅님 나왔던!

진짜 술집 분위기.

'아 저런 술집 있으면 나도 가고싶다....' 했었다.







여행사에서 일하는 우리 동생은

늘상 퇴사를 꿈꾼다.

자신의 인턴생활기를 출판한다면 욕밖에 없을 것 같아서 출판이 거부될거라고 했는데 요즘은 원문의 느낌을 위해 욕을 살려둔다는 이 소식을 전해줘야짓.ㅎㅎㅎ


어쩌면 욕만 가득한 너의 인턴생활기가 출간될 수도 있겠다고,ㅋㅋㅋㅋㅋ






책을 쓰는 동안 나와 자신을 이루는 모든 것을 살뜰하게 살피며 내가 행복에 집착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나는 정말로 행복에 집착한다. 행복을 향한 집착만큼 건강한 정신병은 또 없을 거라고 정신 승리까지 해가며 강박적으로 행복을 탐한다.

p.6

정말이다.

행복을 향한 집착만큼 건강한 정신병도 없을 것이다.

그런 집착이라면!

나를 행복하게 해주기위한 노력들을 할 것이고,

그 이전에 내가 어떨 때 행복할 것인지 알아야 할 것이다.

그런 탐구할 때 조차 행복할 것 같다.

내가 이럴 때 행복하구나, 나를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 이렇게 해야겠다 하는 것들.ㅎㅎ

작가가 밝은 사람임을 짐작케 하는 구절이었다.

기쁨을 잘 표현하는 사람일 것 같았다.





길고 까만 속눈썹도 눈물에 젖어 뭉쳐 있었다. 이실직고하기를 우리가 연인이라는 사실이 새삼 감격스러웠고 그러다 보니 내가 너무 보고 싶어져 눈물이 났는데 우는 모습을 들키면 놀림받을까 봐 불을 껏다고 했다.

p.25

우리가 연인이라는 사실이 새삼 감격스러워 눈물이 나다니요

보고싶어서 눈물이 나다니요,,

뭐랄까

굉장히 생경한 감정이 아닐 수 없다.

나도 저런 감정을 느낀 적이 있던가?

보고싶긴 했어도 눈물이 나진 않았던 것 같은데.

보고싶어 눈물이 나는 사랑을 받았다는게 부럽기도,

그런 그를 사랑한 그녀도 비슷한 결을 가진 사람이라 짐작해보면

그녀도 이런 사랑을 했겠구나 싶어서 더 부러웠다.

마음이 찡긋찡긋했다.ㅎㅎ

무슨 표현인지 정확히 모르겠는데

말 그대로 찡긋찡긋

달달함과 애틋함에,,ㅎㅎ




어떤 일이 있어도 너를 탓하거나 미워하는 일은 없기를 바란다. 네가 하는 모든 후회와 아쉬움과 미움과 욕은 단 하나도 빼놓지 않고 온전히 그 애의 몫이다. 너 자신을 향한 적의는 하나도 없어야 한다.

p.81

이별 후 밤 늦도록 훌쩍이는 자신의 동생에게 해주는 이야기.

입 밖으로 꺼내진 않았어도 충분히 전해졌을 말이다.

한 달 전 쯤, 나의 막내동생도 이별을 했다.

본인의 말로는 첫 장기연애였다고 했다.

동생의 연애를 그다지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탓에

어떤 사람인지 얼마나 만났는지 잘 몰랐는데 1년을 넘게 만났다고 한다.

남자는 동생의 같은 과 선배이며 군대를 다녀왔고, 학교 활동을 잘 하지 않는다고 했다.

반면에 동생은 학부 학생회를 거쳐 총학생회까지 할 정도로 활동력이 넘쳤다.

그런 면에서 다툼이 잦았다고 했다.

화나거나 불편한 일이 있어도 그 때 그 때 이야기하지 못하고 참다가

정말 어쩔 수 없을 때 말하는 동생의 성격을 싫어했다고,

늦은 밤, 30분만 자신과 통화를 해 달라던 동생은 한참을 울었다.

그런 동생에게 나는 달려갈 수도 없었다.

그저 "아니야, 그냥 안맞은거야"라는 말을 반복할 뿐이었다.

난 그 때 저 말을 해줬어야 했다.

그 부분을 읽는 순간 무릎을 쳤다.

아!! 이건데!

내가 해주고 싶은 말은 이거였는데!

동생은 이제 소개팅을 해야겠다는 말을 할 정도로 괜찮아졌다.

다음 연애는 더 좋은 사람과, '더 귀하고 좋은 모양의 사랑을'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다음 이별이 있을 때,

(이별을 바라는 건 아니지만?)

그 땐, 저 말을 들려줘야지.

아니면 이 책을 줘야지!!










화장실 불을 안 껐다고 버럭 화내는 엄마가 구질구질하다고 생각하면서 사실은 그런 엄마가 더는 적은 돈에 목매지 않게 할 능력이 없는 내가 한심해 엄마한테 화를 낸다. ··· (중략) ··· 절대 닮고 싶지 않은 엄마의 인생을 내가 주최했다는 사실이 복잡하게 와 닿는다.··· (중략) ··· 100원, 200원을 아껴가며 부어온 적금들을 오직 나를 위해서 깨뜨릴 때 기대했던 미래는 뭐였을까. 분명 이런 건 아니었을 것이다.

p.161

이 책을 읽으며 설레기도, 웃기도 했는데

울게 될 줄은 정말이지 몰랐다.

사실은 카페에 가고 싶었는데,

사다 놓은 더치커피가 있는데 카페에 가는게 괜히 낭비인 것 같아 집에서 카페 분위기를 냈다.

정말 현명한 선택이었다.

눈물이 줄줄 흐르다 못해 콧물도 났다 ㅠ_ㅠ

내가 느끼는 마음과 너무 비슷해서,

나는 한 번도 그 감정을 입 밖으로, 아니 세상밖으로 내어 본 적이 없는데

이렇게 솔직한 문장으로 맞닥뜨리니 엄청난 비밀을 들킨 것만 같았다.

크게 숨을 들이켰고 아주 아주 천천히 내쉬었다.

내 솔직한 마음을 다른 사람의 글로 느닺없이 만나서 놀랐고 창피햇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엄마의 상황을 단 1만큼도 나아지게 할 수 없는 내가 너무도 오롯이 보였다.

그러면서 동시에 1만큼이라도 나아지게 하고 싶다는 욕망도 차올랐다.

눈물 펑펑 흘리다가도 힘이나는 묘한 글이었다.




속에서 곪아가던 이야기들을 세 장짜리 A4용지에 뱉어내니 후련했다. 아무도 읽어주지 않을 것 같은 글들을 아무도 읽지 않기를 바라며 썼다. 때문에 각기 다른 마음으로 쓴 대부분의 글은 '제목 없음'이라는 똑같은 제목을 가지고 이름도 없는 폴더에 버려지듯 저장되었다.

(중략)

때로는 우스운 글을, 때로는 욕이 가득한 글을, 때로는 미래를, 때로는 과거를 A4용지 세 장만큼 썼다. 쓰고 난 뒤엔 딱 A4용지 세 장만큼 회복되어 조금 튼튼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p.207

나는 꾸준히 글을 쓰지 않는다.

작가의 표현대로 '속에서 곪아'갈 때야 비로소 글을 쓰는 것 같다.

아무도 읽어주지 않은 것 같은 글을 아무도 읽지 못하도록.

비공개로 쓴다.ㅎㅎㅎ

모르는 누군가 볼 수 있다는 사실조차 부담스러워서,

그러면 솔직하게 마구마구 풀어내지 못할 것 같아서.

그렇게 쓰는 글은 쓰지 않고는 못 배기겠어서 쓴다.

조금 거창하게 들릴지라도, 정말 살기 위해서 쓰는 글이다.

그렇게 쓰고나면 마음도 조금 후련해지고 뭔가 회복되는 느낌이 든다.

딱 그 느낌을 표현한 글인 것 같다.

반가웠다.

동시에 '내 글도 언제가는?'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정말 언젠가는?ㅎㅎㅎ









가만히 있어도 나를 까고 밟아대는 세상에서 나까지 자신을 코너로 모는 것은 너무 가혹하니까. 나라도 제대로 각 잡고 서서 내 편이 되어주는 것이 정신 건강에 이롭다. 사랑했던 연인에게 헌신하고 헌신짝이 되어버린 날, 꼰대들의 비위를 맞추느라 혓바닥이 너덜너덜해진 날, 믿었던 친구가 내 뒷담화를 하는 장면을 포착한 날, 몇 달간 고생한 프로젝트가 엎어진 날. 아무튼 그런 종료의 날이면 어두운 방에서 자책하며 굴을 파는 대신 세상 비장한 얼굴로 "나는 존나 짱이다!"를 되뇌자. 왜냐하면 그럼에도 나는 틀림없는 존나 짱이기 때문이다.

p. 239

이 작가님,, 존나 짱이다.

끝까지 이렇게 멋지기 있나.

부적처럼 지니고 다닐 목걸이를 구매할 때,

(비마이셀프, 마이메이드목걸이)

목걸이에 새길 문구를 엄청 고민했었다.

그러다 열린 문구상담을 가장한 고민상담 코너에서 내가 받은 문구는

"That's right, I'm right" 이었다.

지금 이 순간이 맞아, 내가 옳아!

어쩌면 '나는 존나 짱이다'랑 통하는 부분이 있는 듯 하다.

부적 목걸이까지 착용하고, 세상 비장한 얼굴로

아주 다부지게 되뇌어야지

'나는 존나 짱이다'





진짜 하나도 안 느끼했다.

작가가 의도한 게 이런거라면 완전 성공이다.

하나도 안 느끼하고, 시원했다.

작가님 브런치 구독하러가야지!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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