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역설의 역설이다 - 당신은 지금의 슬픔에 연연해할 필요가 없습니다, 개정판
한근태 지음 / 클라우드나인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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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아 작성한 솔직한 후기입니다>

인생은 역설의 역설이다

- 당신은 지금의 슬픔에 연연해할 필요가 없습니다

저자 한근태

출판 클라우드나인

발행 2023.2.21.

이 책은 역설에 관한 책이다. 역설은 글자 그대로 의도와는 반대로 말하는 것이다.

뒤집어 말함으로써 전하고자 하는 걸 명쾌하게 하는 방법이다.

대표는 노자의 『도덕경』이다. 『도덕경』은 역설을 통해 진리를 전달한다.

-

진리는 역설 속에 존재한다.

홍수 때 가장 귀한 것은 생수이고 정보 시대에 가장 찾기 어려운 것은 진짜 정보이다.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지는 것이 이기고 밑지는 것이 남는 것이다.

단기적으로 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시간이 흐르면

그런 사람이 잘살게 된다는 말인데

이 역시 역설적이다.

군중 속 고독 역시 역설적이다.

혼자 있을 때는 사실 외롭지 않다.

근데 사람들 속에 있으면서 그들과 섞이지 못할 때 사람은 외로움을 느낀다.

역설은 수많은 속담과 격언 속에서 발견할 수 있다.

인생은 역설의 역설이다. 과연 어떤 뜻일까 하니 주어진 명제를 뒤집어 생각하고 다시 뒤집으면 그것이 원래 의도한 것을 비로소 이해하여 성찰할 수 있다는 뜻이 되겠다. 그러니까, 무엇이든 의문을 가지고 질문하고 관습처럼, 습관처럼 해왔던 방식이 아닌 관점의 변화를 적용한다면 본질을 받아들여 내재화할 수 있음을 이른다.

또한,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건너지 못할 연못에 징검다리를 놓듯 하나하나 꼼꼼하게 설명하고 이해에 다다르게 하며 우리가 무엇을 놓치며 살아가고 있는지를 자각하고 각성하게 한다.

서울대 공대 - 미국 유학 박사 학위 - 대기업 최연소 이사로 이어지는 엘리트 코스를 밟아 대기업 최연소 임원 타이틀을 가졌음에도 다시 스스로의 삶을 재정비하여 전과 다른 방향으로 들어선 이후 꾸준한 강의와 출간 활동을 통해 대중과 가까이에서 소통하고 있는 작가는 이번 신간에서 이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한다.

책에는 다양한 명문장과 격언, 싯구들의 인용, 유명인들의 에피소드를 인용하여 하나하나 해석하고 의미를 분석하여 제대로 된 의도와 핵심 진리 설명을 통해 지적인 성찰에 이르도록 돕는다. 친절한 선생님처럼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를 짧은 챕터 구성으로 독자들이 부담스럽지 않은 호흡으로 정독할 수 있도록 구성한 것 또한 책의 이해에 도움이 된다.

작가가 설명하는 역설에서는 절대라는 것이 없다. 나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장점도 절대성을 가지는 것은 아니며 다른 관점, 다른 각도에서는 단점으로 작용할 수 있고 장애가 되기도 하고 단점이라 여겼던 취약한 부분 또한 같은 맥락에서 어떻게 바라보고 활용하느냐에 따라 나만의 고유한 무기가 될 수 있음을 설파한다. 사고의 전환이 얼마나 큰 다른 결과를 가져오는지 책을 따라가다 보면 뇌가 시원해 지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열등감을 없애는 최선의 방법을 알고 있는가?

바로 드러내는 것이다. 드러내면 사라진다.

반대로 열등감을 평생 갖고 사는 방법은 이를 감추기 위해 애를 쓰는 것이다.

매일을 바쁘게 살아가는 듯 하지만 그럼에도 단조롭고 지루하단 느낌을 받는 이들이 필독해 보길 추천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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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나 - TRACK 2. 내가 알고 있는 나를 뛰어넘기 위한 달리기 마스터피스 시리즈 (사파리) 13
제이슨 레이놀즈 지음, 김영옥 옮김 / 사파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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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나

- TRACK 2. 내가 알고 있는 나를 뛰어넘기 위한 달리기

저자 제이슨 레이놀즈

역자 김영옥

출판 사파리

발행 2023.2.15.

언뜻 자기계발서와 혼동되는 타이틀을 가졌지만 ‘파티나’는 10대 소녀의 성장 이야기가 가득 차 있는 멋진 소설입니다. 미국 출신의 작가 제이슨 레이놀즈는 화려한 수상 이력을 가진 베스트셀러 작가답게 독자와 호흡하며 이야기를 써 내려 가는 것이 어떤 것인가를 파티나에서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파티나는 주인공 소녀의 이름입니다. 파티나 존스가 소녀의 풀네임입니다. 스스로를 지극히 평범했다고 여겼던 파티나는 일곱 살이 되었을 때 자신의 의지와는 다르게 일상이 송두리째 바뀌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아빠와 엄마, 가족들과 행복한 컵케이크 파티를 마치고 굿나잇 키스를 하고 잠자리에 들었을 때 다음 날 아빠가 영원히 깨어나지 않게 되면서입니다. 그리고 2년 뒤 엄마는 당뇨병 합병증으로 인해 발가락과 발을 차례로 절단하게 되며 엄마의 몸은 망가져 갔고 동생 매디와 함께 삼촌에게로 입양을 가게 됩니다. 인생은 일곱 살 소녀가 전혀 예측하지 못하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인가 봅니다.

시간이 흘러 이제 중학생이 된 파티나. 파티나는 과연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을까요.

나는 바나비 초등학교를 거쳐 올해까지 바나비 중학교에 다녔다.

두 군데 모두 내가 살던 동네에 있는 공립 학교다.

엄마는 내가 모든 친구들, 브리아나, 디나, 특히 모두가 코튼이란 부르는

내 단짝 애슐 리가 있는 그 평범한 학교에 계속 다니면서 엄마랑 떨어져 사는 삶으로 ‘자연스럽게 이동’하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했다.

-

그렇게 나는 바나비 테라스에서 부르주아 테라스로 옮겨 왔다.

우리 학교 체스터 아카데미는 확실히 부자들이 다니는 부르주아 학교다.

전학을 가고 적응을 하고 복잡한 과정에서 순응적인 삶의 태도를 가지고 있기 보다 조금은 시니컬하고 조금은 비관적이며 냉소적인 모습을 보이는 파티나가 저는 참 좋았습니다. 세상이 핑크빛으로 가득 차 있는 것은 아님을 알아가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아빠는 네가 달리기 시작했을 땐…, 진짜 정신을 못 차렸어.

네가 방을 왔다 갔다 하는 영상을 이틀이 멀다 하고 보냈지.

작고 통통한 다리를 움직이는 영상 말이야!

아빠의 행동만 보면, 너한테 날개가 돋아서 날기 시작했나 싶을 정도였다니까.”

삼촌은 컵케이크의 분홍색 크림을 핥아 먹으며 말을 이었다.

“네 움직임을 보는 게 어떤 의미였는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아빠는 너무너무 좋아했어.

너는 아빠의 팬케이크이자 어린 단거리 주자였단다.”

나는 그 말을 듣기 전까지 한 번도 달리기에 대해 생각해 본적이 없었다. 심지어 스치듯 떠올린 적도 없었다.

삼촌을 통해 사랑하는 아빠가 남긴 유산 같은 회상은 파티마에게 큰 의미가 됩니다. 아빠를 잃고 엄마와 이별을 하며 동생과 다른 곳에 맡겨지는 가혹한 운명 안에서도 파티마가 속한 세상은 여유를 주지 않습니다. ‘파티나’는 작가의 연작 시리즈 중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 총 4권의 이야기는 같은 육상팀에 속한 네 명의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서로의 접점과 각자가 가진, 또는 처한 배경을 통해 10대 주인공들의 성장을 향한 이야기를 펼쳐 놓습니다.

소중한 것을 잃었음에도 삶은 계속되고, 스스로 삶의 동기와 목표, 최선의 삶을 만들어가는 아이들의 이야기가 궁금한 이들이 필독하길 추천해 봅니다. 그 시절을 지나왔으나 세월의 흔적만 남아 나의 아이의 세계를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어른들에게도 추천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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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정 티미 6 - 보물찾기 소동 456 Book 클럽
스테판 파스티스 지음, 지혜연 옮김 / 시공주니어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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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정 티미 6: 보물찾기 소동

저자 스테판 파스티스

역자 지혜연

출판 시공주니어

발행 2023.1.20.

누구나 가끔 기발한 상상력이 떠오르곤 한다. 대체로 성냥에 불이 붙듯 화륵 떠올랐다 그것처럼 쉽게 꺼지고 사그라든다. 그러나 그것에 길게 이야기를 덧붙이고 또 덧붙이며 하나의 큰 줄기를 이뤄 결국 커다란 이야기를 완성해 내는 이는 드물다.

미국의 인기 만화가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스테판 파스티스는 유쾌하고 발랄하며 천재적인 기발한 상상력으로 ‘명탐정 티미’ 시리즈를 완성했다. 상상력이 더하고 더해져 세상에 나온 명탐정 티미는 첫 페이지부터 범상치 않은 필력과 흡입력을 가지고 독자를 기대로 이끈다.

명탐정 티미 여섯 번째 이야기 보물찾기 소동은 엄마의 재혼으로 새아빠와 함께 헤밍웨이가 살았던 키웨스트 섬으로 떠나는 신혼여행에 티미 또한 동행하며 생기는 좌충우돌 에피소드를 다루고 있다. 시작부터 정장을 입히려는 엄마와 발가락이 여섯 개인 고양이가 정장 바지를 훔쳐갔다며 능청을 떠는 엄마와 티미의 얼렁뚱땅, 속 터지는 대화는 최근 사춘기가 시작된 우리 아들과의 대화를 떠올리게 한다. 사람 사는 게 어디나 다 똑같다.

모든 문장 하나하나가 유머러스함을 잃지 않고 있지만 그 기저에 있는 배경은 어쩐지 조금은 슬프게도 읽힌다. 부모의 이혼으로 아빠와는 떨어져 지내며 엄마의 재혼을 경험하였으며 엄마의 결혼식장에서 기절하여 의식이 없었으므로 그 불행한 사건을 단 한 순간도 직접 목격하지 않았다는 타미의 독백에 그의 외로움이 느껴져 꼬옥 안아 토닥여 주고 싶었다.

아직 꼬꼬마 타미가 탐정역할에 푹 빠진 것은 어쩌면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을 잊기 위해서 일까? 아무튼 타미는 열심히 스스로의 역할에 몰두하고 진지하게 임한다. 사랑스럽고 애틋한 이 책에서 눈여겨 볼 것은 타미가 좌충우돌하며 자신에게 주어진 미스테리한 사건들을 그만의 방식으로 바라보고 풀어가며 해결해 가는 모습이다. 순리대로, 순차적으로 풀어가는 것이 아닌 새로운 방식의 패러다임과 통통 튀는 재기 넘치는 과정은 평범한 편안함과 기존 방식을 고수하며 안주하던 우리의 뇌를 깨우며 흥미로운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미국식 유머가 녹아든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아이들이라면 읽는 내내 푹 빠져 읽을 수 있을 만큼 멋진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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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쓰기를 머뭇거리는 당신에게 - 책 쓰기에 푹 빠진 일곱 작가의 삶 속 책 출간 이야기
이삼현 외 지음 / 봄풀출판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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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쓰기를 머뭇거리는 당신에게

- 책 쓰기에 푹 빠진 일곱 작가의 삶 속 책 출간 이야기

저자 이삼현(이진국), 김승환 외

출판 봄풀

발행 2023.2.10.

그랬다. 나는 그동안 외적 원인에 의한 삶을 살았다.

한 달에 몇 번씩 쓰나미처럼 밀려왔던 허망함과 불안감의 이유였으리라.

글을 잘 쓰고 못 쓰고는 중요하지 않았다.

매일 새로움을 생산해 내는 그 자체가 뿌듯하고 신비로웠다.

이것은 분명 외적 의지가 아닌 내적 의지에 의한 기쁨이었다.

통장 잔액은 여전히 부족했지만,

일이 없어도 마음은 편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런 만족감이었다.

새로움을 생성(창조) 한다는 게 이렇게 좋을 줄 몰랐다. 하여, 나는 함께하고 싶어졌다.

이러한 만족감과 충만함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 펜을 들었다.

김승환

평범한 이에게서 의외성을 발견할 때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어, 이 사람 글 참 잘 쓴다.’라는 느낌을 받았을 때이다. SNS나 블로그 등 자신을 드러내는 일련의 것들에서 한 줄을 쓰더라도 남다름을 보이는 사람은 이전과 달리 보였다. 즉시성을 가진 말 표현보다 좀 더 깊이 내려가는 내면을 드러내는 것을 글이라 한다면 어쩐지 남다른 글 감각이 있는 사람과 내적 친밀감을 더 형성되는 경험을 하고 한다.

글을 잘 쓰는 사람이 달리 보이는 건 아마도 나 또한 글을 잘 쓰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글을 왜 잘 쓰고 싶냐고 한다면 때로는 부끄럽고, 때로는 감정에 복받쳐, 또 때로는 열에 받쳐 말로써 다하지 못해 닿지 못하고 전하지 못한 것을 글을 통해 조곤조곤 다정하게도, 신랄하게도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하고 싶다.

전하고자 하는 마음을 글로 표현하고 싶은 것 외에도 어쩌면 나도 문학이랄까, 작품이랄까 이런 반열에 오를 수 있는 그런 글을 써 보고 싶다는 욕망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나 이것이 항상 밍숭맹숭 마음속의 구호로만 외치다 끝나게 되는데 용기가 없어서가 아닌 잘 쓸 줄 몰라서다. ‘책 쓰기를 머뭇거리는 당신에게’는 이런 나에게 작품이 아니더라도 글을 쓰고 써야만 하는 당위와 의미에 관한 차분한 이야기를 전달한다.

전문 작가는 아니지만 각 분야에서 전문성을 가진 생활인이자 글을 쓰고 책으로 엮어낸 경험이 있는 7명의 작가가 협업하여 꾸려낸 ‘책 쓰기를 머뭇거리는 당신에게’는 읽고 쓰는 행위의 근간에 관해 고민하고 함께 전달하며 결국 인간은 무엇을 얻고 무엇을 남길 것인가에 대한 숙명적 고찰을 이어가게 한다.

작가 한 명 한 명이 전하는 가치는 나의 동기가 되고 누군가의 용기가 될 것이다. 내가 주도하는 세계관을 책을 써 보고 싶은 계획을 이제 막 꿈꾸기 시작한 이라면 7인의 작가가 건네는 아주 구체적인 기법과 기술 또한 막역함을 구체화 시켜 나가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런 원대한 꿈이 아니더라도 글을 쓴다는 행위에 몰두하고 싶은 이들을 안내하는 조언이 담긴 이 책을 필독하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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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전쟁을 몰라요 - 우크라이나에서 온 열두 살 소녀, 예바의 일기
예바 스칼레츠카 지음, 손원평 옮김 / 생각의힘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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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전쟁을 몰라요

- 우크라이나에서 온 열두 살 소녀, 예바의 일기

저자 예바 스칼레츠카

역자 손원평

출판 생각의힘

발행 2023.2.24.

누구에게나 부러움을 사는 번쩍번쩍한 삶을 살고 있지는 않지만 매일 규칙적으로 정해진 일터로 출근할 수 있고, 학교가 있는 이런 평범하고 평온한 우리 가족의 삶을 사랑한다. 이런 보통의 균형이 깨지는 것이 두렵다.

‘당신은 전쟁을 몰라요’는 우리와 같이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살던 열두 살 소녀 예바 스칼레츠카가 써 내려간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의 잔혹한 레포트이자 보통의 삶이 전쟁으로 인해 어떻게 파괴되고 황폐해 가는지에 관한 참담한 실화를 그려내는 책이다.

우크라이나-러시아간의 전쟁은 실시간으로 전해지는 지금 현재 일어나고 있는 비극의 순간들이다. 두 나라간의 전쟁으로 우리나라가 입는 피해는 어떤 것이 있는지를 먼저 살피는 것이 어쩌면 당연할 수 있지만 예바 스칼레츠카의 일기에서 그것조차 얼마나 잔인한 행태인지 깨닫게 된다. 전쟁은 이것을 일으킨 당사자에게는 일상의 일부처럼 아무런 타격감도 느껴지지 않는다는데 그 위험이 더 크게 존재함을 느끼게 된다. 미디어를 통해 말쑥한 모습으로 전쟁의 성과를 영웅에 빙의된 듯 나열하는 모습은 그들의 판단으로 무고한 국민들의 희생과 무너진 삶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여진다. 어쩌면 그것이 악마의 모습일지도.

두근거리며 12살 생일을 맞이하고, 생일 파티를 기대하며, 친구들과 볼링을 치러 가며, 행복한 학교 생활을 하고, 아름다운 도시에서 일상을 만끽하던 예바에게 불행은 순식간에 들이닥친다.

할머니의 아파트에는 이탈리아제 가구로 가득 찬 커다란 부엌이 있다.

부엌 한구석에 놓인 화분 안에서는 키 큰 야자나무가 자란다(우리 집엔 식물이 많다).

나는 마사지 기능을 갖춘 커다란 욕조에서 따뜻한 물로 목욕을 하는 걸 즐긴다.

우리 집은 하르키우 북동쪽 외곽의 멋진 동네에 있는 예쁜 집이다.

숙제가 많은 날이 많다.

숙제를 다 하고 나면 나는 TV를 틀고 편안한 잠에 빠져든다.

그리고 이게 바로 내 삶이다.

그렇다. 러시아에 대한 소문과 속삭임이 있긴 했지만 그뿐이다.

그냥 말 일 뿐인 것이다.

2월 14일의 내 삶은 평범하다.

그리고 15일, 16일, 17일이 지나

2022년 2월 24일 이른 오전까지도 내 삶은 평화롭다.

이 작은 열두 살 소녀의 일상을 무너뜨릴 자격이 대체 어디에 있는 것일까. 공포와 두려움으로 급작스럽게 시작된 전쟁, 대비도 어떤 준비도 하지 못한 상태에서 맞은 폭격은 모두를 패닉에 빠지게 하며 삶을 빠르게 망가뜨린다. 실시간으로 전해지는 불운하고 불행한 소식들 속에서 힘겹게 버티며 포기하지 않고 삶을 꾸려가며 소녀의 일기는 극악한 현실에서도 결코 나약하지 않은 미래의 희망을 품고 새로운 터전을 찾아 전진하는 소녀에게 평화가 깃들기를 기도해 본다.

2022년 3월 18일

열두 살 우크라이나 소녀 예바는

러시아의 공격으로 난민이 된 수백만 명 중 하나다.

예바는 긴 여정에 대한 일기를 써 왔고

지금은 아일랜드에서 안전하게 머물고 있다.

채널4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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