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아 작성한 솔직한 후기입나다>
그냥 내버려 둬
저자 전민식
출판 파람북
발행 2024.4.25.
거대한 기계 궤도가 일상을 지배하는 세계.
그곳에서 빠져나오고 싶다면 잊지 말아야 해.
네 곁에 내가 있다는 사실을….
세계문학상 수상 작가 전민식의 신작인 ‘그냥 내버려 둬’는 인간의 존엄과 노동의 가치가 거세된 어떤 미래의 디스토피아의 공간을 배경으로 인간의 삶이란 무엇인가에 관한 이야기를 펼쳐냅니다.
영화적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궤도라는 거대한 구조물은 인간이 페달을 돌려 움직이며 도시가 사용한 에너지를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탁수’라는 인물입니다. 그는 1212라고 명명되는 궤도에서 페달을 돌리는 페달러로서의 삶을 살고 있지만 이 일에 어떤 동기도, 목표도, 일에 따른 희망도 모른 채 언제나 앞 사람의 뒷모습만 보며 반복적인 노동을 수행할 뿐입니다.
정교하게 설계된 도시에서 최우수 페달러로서 재생과 멈춤이 반복되는 시간을 살던 탁수는 순간순간 망상처럼 각성 되는 기억과 무의식을 지배하는 어떤 소리에 잠식당하며 자신을 둘러싼 일상에 의심을 가지기 시작합니다.
49분 23초, 타이머의 숫자가 깜빡거리기 시작했다.
불과 1,2분 사이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그리고 지금껏 먹구름 너머의 하늘에 대해 궁금해하지 않았는데 갑자기 궁금해졌으며
사실은 처음부터 몹시 궁금해했던 인간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세상에는 궤도의 도시 말고는 없는지,
왜 노동자들은 페달을 밟아야만 하는지,
페달을 밟아 생성시킨 에너지는 어디로 가는지,
검은 구름 너머에 진짜 하늘은 존재하는지…….
작가는 탁수의 심리를 쫓아가는 독자들에게 무언가에 프로그래밍 되어진 듯 짜여진 틀에 박힌 삶은 어둡고 음울한 디스토피아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닌 어쩌면 지금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의 현실과 전혀 다르지 않다는 자각하게 합니다.
디스토피아의 세계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드러나지 않는 세력과의 싸움입니다. 그들이 설계한 도시는 거짓과 위선으로 만들어져 있으며 계층 간의 단절을 불러일으키고 엄격한 규칙으로 사람들을 지배하며 군림합니다.
결론적으로 작가는 순응이 아닌 왜?라는 끊임없는 의문과 경계를 갖지 못한다면 세상이 정해 놓은대로 흘러가는 수동적인 삶을 살 수밖에 없음을 상기시키고 있습니다. 거세된 삶을 살지 않기 위해 어떤 태도를 가지고 각성된 삶을 살아야 하는지 그 여정이 궁금한 독자들을 모이게 하는 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