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10 연설문 - 딕테이션.쉐도잉으로 영어독해.영어듣기 잘하는법
Mike Hwang.장위 지음 / 마이클리시(Miklish)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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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리시 출판사의 신간 <TOP 10 연설문>. 시간을 들여 천천히 살펴보았어요. 
그새 벌써 입소문이 났는지 영어 명언 다이어리와 더불어서 인터넷 여기저기에서 등장하더군요. 아주 솔직히 말해서 마이클리시 출판사의 기존 책들보다 훨씬 나아진 퀄리티의 교재였어요. 표지부터 내지까지 종이 질이며 편집 방법과 줄 간격까지 불편함이 없이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기존의 시리즈는 꽉꽉 들이차있는 방식이어서 약간 답답해 보였거든요. 저는 어느 정도의 여유 공간이 있는 책을 좋아합니다. 상부나 하부, 그것도 아니면 줄 간격 같은 공간이라도. 이번 책은 그런 면에서는 일단 합격입니다. 맘에 들어요.



top 10 연설문이라고 했으니 과연 누구의 명연설이 들어있길래 탑 10으로 뽑았는가 궁금했는데요. 보시다시피, 에이브러햄 링컨의 연설부터 예수 그리스도에 이르기까지 유명하고 감동적인 연설을 책에 수록했습니다. 목차의 뒤쪽으로는 이 책의 사용법 및, 직독 직해를 위한 가장 기본적인 문법이 소개되어 있는데요. 문법 바보인 저는 그냥 넘어갑니다. 책에서도 완전히 익히고 넘어가라고 하지는 않아요. 모름지기 어학은 무조건 부딪혀보고 문제를 찾아가는 것이다~라는 것이 제 주장이거든요.



맨 처음 만난 건, 에이브러햄 링컨의 게티스버그 연설이었습니다. 어이쿠 난이도가 별 세 개네요. 그렇지만 개의치 않습니다. 재미는 별 하나라니... 윤동주도 아니면서. 게티스버그 연설의 전문을 모르시는 분은 많아도 
of the people, by the people, for the people 
이란 문구는 다들 아실 거예요. 무척 유명하니까요. 저도 전문을 들은 건, 읽은 건 이번이 처음이었어요.
책에서는 에이브러햄 링컨의 일생을 간략히 소개합니다. 게티스버그 연설을 하게 된 이유도 알려주지요. 수많은 사람이 전쟁에서 죽어 남은 자들을 위로함과 동시에 희망을 주어야 했던 링컨은 과연 어떤 연설을 했기에 사람의 가슴에 남아 지금까지도 가장 뛰어나다고 평을 받고 있을까요.
페이지 상단의 큐알 코드를 찍어봅니다. 




이건 그냥 노파심에서 하는 말인데, 설마 QR코드 찍을 줄 모르는 분이 계실까 싶지만.... 그래도 혹시 계실 수도 있으니 팁으로 알려드리려고요.네이버 기준으로 말하자면, 네이버 앱에 스마트한 기능이 생겼어요. 검색창 우측에 보면 음표랑 카메라 모양이 있는데요. 음표는 현재 들리는 음악을(정식 출시된 음반만) 인식하는 기능이에요. 음표를 누르고 조용히 음악을 들려주면 그 음악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죠. 카메라 모양을 누르고 원하는 것을 카메라에 비추면 이름 모를 식물서부터 각종 유사한 정보까지 다 물어다 줘요. 이미 촬영해 둔 것도 괜찮아요. 이 스마트렌즈에다 QR코드를 비추면 빠르게 인식해서 코드가 지정한 장소로 안내해주죠. 
에이브러햄 링컨의 QR코드를 찍으면 이렇게 페이지가 넘어갑니다. 휘리릭!




와우. 게티스버그 연설 전문을 직접 들을 수 있군요. 직접 들어보실 분은 아래를 링크를 클릭하시면 돼요. 위의 사진은 제가 어디로 이동하는가를 보여드리기 위해 캡처한 거거든요. 마이클리시 블로그에서 직접 들으실 수 있답니다. 




자... 그럼 이제 두근거리는 시간을 맞아야죠.
게티스버그 연설문을 들으며 즉석에서 받아쓰기를 합니다. 
으아악!



한 번에 쭉 받아썼으면 좋겠는데, 그렇지 못해요. 
말이 빨라서 글을 쓰고 있는데 진도가 나가요. 학생 때도 그랬잖아요? 선생님 말씀하시는 거 메모 다 못했는데, 그냥 지나가버리시는 거. 그때는 따라잡지 못했지만 지금은 시대가 달라졌어요. 연설문을 되돌려 들으면 돼요. 몇 번이고~
스톱 버튼을 한 열 번은 누른 거 같아요. 되도록 스쳐 지나가는 말을 주우려고 노력했거든요.
난 아직 녹슬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누구에게?)



그렇게 숨을 헐떡이며 받아쓰기를 계속해 나갔죠. 
책에서 제시한 받아쓰기 예시에서는 스펠링을 잘 모르면 한글로라도 받아쓰라고 해요. 
'리버리티' 처럼요.
다행히 그 정도는 아니어서 아무튼 마구마구 썼어요.




그럼 그렇지....
어쨌거나 칸은 다 채웠는데 부끄럽게도 스펠링이 엉망이었어요.
세상에 farther가 뭐냐고요. 아버지를 아버지라고 쓰지 못하다니 내가 홍길동인가.

아이가 옆 페이지에 있는 정답을 보면서 채점 해줬어요. 
전, 제 자신을 속일지도 모르니까요.




채점이 끝난 후 변명도 할 겸 아이에게 게티스버그 연설문 전문을 들려줬거든요?
그랬더니 다행히(?) 놀랐어요.
이걸 알아듣느냐며!!
간신히 체면은 차렸지요. 하하핫.



게티스버그 연설문은 별 세 개의 난이도였기에 조금 어려웠을지도 몰라요. 만약 책의 내용이 어려우면 쉬운 순서대로 공부할 수 있도록 친절히 안내가 되어있었어요.
저는 왔다 갔다 하는 걸 싫어해서, 아무리 어려워도 진격하리.



실은 단어 공부부터 하고서, 그리고 약간의 문법을 익히고서 받아쓰기를 해야 하는 건데요.
제가 아이에게 공부를 가르칠 때도 그랬고, 고등학생 때도 이용했던 방법인데,
단어보다는 문장과 먼저 만나요. 가능하다면 듣기를 먼저 하는 방법도 좋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는데... 그러다가 자신감이 떨어질 수도 있으니까. 하던 대로 문장부터 만났어요. 문장을 만나고 듣기를 하면서 받아쓰기도 하고 그런 와중에 전체적인 부분을 느끼는 거예요. 모르는 단어는 모르는 대로 머릿속에서 빈칸으로 두면서 나머지 부분으로 흐름을 잡는 거죠. 아, 대략 이런 내용이겠구나. 
받아쓰기 후, 잘 못된 부분을 고치 고서 처음부터 두 번 정도 연설문을 다시 들었어요. 눈으로는 글을 쫓으면서요. 
그리고선 소리 내어 서너 번 읽어보았어요. 그럼 아까보다 더 가닥이 잘 잡혀요. 그런 다음 단어들을 챙깁니다. 책에서 앞서 소개해주는 단어 외에도 제가 모르는 단어들이 좀 있어요. 그럼 그것도 함께 챙기는 겁니다. 한 번에 다 못 외워요. 외우다가 잊다가 다시 외우다가 잊다가 기억하는 거죠. 연상하며 외우기도 하고, 머리나 꼬리를 떼어서 의미 부여하며 외우기도 해요. 오늘 외웠지만 내일은 잊을 거예요. 어제 외운 거, 오늘 잊었거든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전문을 필사했어요. 
받아쓰기 한 글씨를 보고서 정말 영어 글씨 못쓴다!!라고 오해하는 걸 풀기 위해 쓴 건 아니에요. 오옷. 정말로.
이렇게 필사한 노트는 책의 중반쯤까지 공부하고선 처음으로 돌아올 때 사용할 거예요. 아무것도 표시 안 되어 있지만, 공부했던 자취만 남아있는 노트를 보면서 다시 한 번 독해를 하려고요. 
저는 직독직해를 선호하는 편이어서 번역가처럼 깔끔한 번역은 못해요. 글을 보면서 흐름대로 이해하는 거거든요. 

처음엔 문장이 너무 어려우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일단 부딪히고 나니까 자신감이 생겼어요.
별 세 개 난이도인 게티스버그 연설문 정도라면 영어 기초가 탄탄한 중학교 3학년부터 영어에 관심이 조금 있는 고등학생 이상이라면 잘 흡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저처럼 영어에 관심이 많았지만 지금은 다 잊어버려서 혼수상태인 사람에게 제세동하기 안성맞춤인 교재에요. 




유명인의 명연설도 챙기면서 지식도 습득하고, 지혜와 자신감은 덤으로 얻는 거겠죠?

에이브라함 링컨의 연설문을 학습하는 데 약 일주일 정도 걸렸는데요. 집중 학습하는 분들은 더 빨리 익히실 수 있을 거예요. 저는 이제야 심폐 소생 단계라서.
지금부터 익혀나갈 연설문이 궁금하네요. 찰리 채플린의 연설도, 스티브 잡스 연설도. 

무엇보다 이 책을 통해서 즐거웠던 건요.
제가 영어 공부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다는 거예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나 영어 잘하는구나!! 하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앞으로 이 책 <TOP 10 연설문>을 중심으로 공부하고, <영어 명언 다이어리>로 하루 한 문장씩 익혀나가다 보면 새살이 솔솔 돋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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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이라 불린 남자 스토리콜렉터 58
데이비드 발다치 지음, 김지선 옮김 / 북로드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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짓지도 않은 죄 때문에 20년을 복역하고 드디어 사형 집행이 있던 날, 타인의 자백으로 기적적으로 형 집행이 멈춰졌다면 그 걸 행운이라 불러야 할까요. 불운이라 불러야 할까요. <괴물이라 불린 남자>의 괴물 마스가 바로 그 행운과 불운을 모두 가진 남자입니다. 

어제 희대의 살인마 찰스 맨슨이 종신형으로 복역 중 자연사했습니다. 본디 사형 선고를 받았었으나 사형제 폐지로 종신형을 살게 되었던 것인데요. 어느 누구도 타인을 죽일 권리가 없다는 것에 동의합니다만 가끔은 그냥 세금조차 아까우니 사형을 시켜도 좋지 않은가 싶은 사람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찰스 맨슨이었습니다. 그는 너무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어요. 마치 악마 교 교주 같단 말입니다. 오죽했으면 할리우드 스타들도 그의 죽음에 안도하며 영화로서 그를 미화하지 않길 바란다는 말을 했을까요. 사형제 폐지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만 - 제가 앞서 이야기한 타인을 죽일 권리 같은 - 억울하게 사형당하는 사람이 없어야 한다는 취지도 있습니다. 수전 헤이워드 주연의 영화 <나는 살고 싶다(1958)>를 보면 사형제도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되죠. 

<괴물이라 불린 남자>의 멜빈 마스는 자신의 부모를 산탄총으로 살해하고 집에 불을 질러 증거인멸을 하려 한 죄로 체포된 후 20년간 사형수로서 복역 중이었습니다. 부모를 죽인 것도 모자라 그가 주장한 알리바이가 맞지 않는데도 계속 범행을 부인하고 반성의 여지가 없으니 판결이 뒤집힐 이유가 없지요. 당시 그는 미식축구의 유망주로서 신체조건과 재능을 모두 갖춘 20대 초반의 청년이었습니다. 백인 아버지와 흑인 어머니 사이에서 자라난 그는 외모로서는 어머니 쪽에 가까웠기에 약간의 차별을 받았을지는 모르지만 그의 재능은 그런 것을 덮고도 남을 정도였습니다. 만일 프로로 전향했더라면 그는 지금쯤 은퇴하여 막대한 부를 누리고 있었을 텐데 현실은 이렇습니다. 게다가 교도관도 쓰레기 같은 자라서 멜빈을 괴롭히지 못해 안달입니다. 실제로 그의 석방이 결정되자 마지막으로 어찌해보려고 했던 건지, 사형수동에서 일반수동으로 옮기며 죄수들과 짜고 그를 죽이려고, 혹은 반 정도 죽이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근육 만들기를 취미로 삼고 있던 그에게는 통하지 않았죠. 결국 그는 석방되고 자유의 몸이 됩니다.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과잉기억 증후군이라서 한 번 본 것은 결코 잊을 수 없는 남자 에이머스 데커는 마스의 사건에 관심을 갖습니다. 언뜻 그의 능력이 부러울 수도 있지만, 망각이라는 것이 존재하기 때문에 인간은 살아갈 수 있는 겁니다. 그게 없으면 일단 아이를 하나 이상 낳는 엄마는 무척 드물 거예요. <단 한 번의 시선>의 주인공 그레이스도 슬개골이 부서지는 고통보다는 아이를 낳던 기억이 더 강렬했다는 걸 되새기고 고통을 참아내거든요. 데커의 경우엔 가족이 모두 살해된 현장을 보았다는 거, 그건 정말 파란(blue) 기억입니다. 멜빈 마스의 사건이 어쩐지 남 같지 않아서라고 한다면 납득이 갈지. 데커의 과잉기억 증후군은 미식축구 경기 중 머리를 심하게 다친 사고의 후유증으로 얻어졌거든요. 과거에 한 차례 경기에서 만났던 괴물 같은 선수 마스를 잊지 않고 있던 (당시엔 정상적인 기억력이었음에도) 데커는 석방된 그를 만나러 갑니다. FBI 요원, 동료들과 함께요. 깜빡하고 이야기를 안 했군요. 데커는 자신의 능력을 알아 본 FBI의 요청으로 그들과 함께하기로 했거든요.

데커와 FBI 요원, 동료는 마스를 만나고 사건의 진범이라고 자백하고 사형 날짜를 받아 둔 남자의 진술이 이상하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어차피 그는 다른 사건 때문에 사형 당할 처지였는데 죽기 전에 양심의 가책이라도 느꼈는지 마스의 부모를 죽인 것은 자기라고 자백했다지만 데커의 분석에 의하면 앞뒤가 맞지 않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과연 어떻게 된 걸까요. 결국 남자는 사형 당하지만, 책은 300 페이지가 남았습니다. 아직 뭔가가 잔뜩 남아있다는 말이죠. 데커와 마스는 진실 찾기에 나서면서 여러 가지 위험과 마주합니다. 서서히 드러나는 진실들, 뜻밖의 이유와 결과.
마스는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입니다. 

이 책에서는 일본의 사회파 소설처럼 대놓고 제도의 불합리함을 설파하지 않습니다.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스스로 생각하게 합니다. 사형 제도뿐만 아니라 여타 다른 제도의 불합리함과 나아가서 인종차별에 대해서도 생각게 합니다. 그런 점이 마음에 듭니다.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사회적, 정치적 비리와 문제에 대해 마스와 데커를 통해 이야기하고 있던 데이비드 발다치의 다른 소설들도 읽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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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일 고양이 일력 (스프링) - 1일 1고양이를 선물합니다, 스프링 일일 달력
이용한 지음 / 예담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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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강아지나 고양이 같은 동물을 무척 좋아합니다. 물론 햄스터 친구까지도요. 이 다음에 어른이 되면 고양이랑 강아지랑 키워야겠다고 어렸을 때 결심했지만, 막상 어른이 되니 쉬운 일이 아니더군요. 나이를 먹을수록 생명의 무게를 깊이 느끼게 되고, 책임감이라는 것이 저에게 동물을 키우지 말라고 이야기하더군요. 어렸을 때 키우다 하늘로 보낸 여러 마리의 고양이들을 떠올리게 했어요. 제가 한 생명을 '저 스스로 납득할 수 있을 만큼' 책임지고 키울 자신이 없어요. 그래서 지금은 집에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아요. 
그렇게 마음을 닫은 것 같지만,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니에요. 우리 동네의 길냥이를 만나면 미소를 짓지만, 불편해할까 봐 눈을 쳐다보지는 않아요. 고양이는 눈 마주치는 걸 싸우자는 뜻으로 생각한대요. 몰래 지켜보며 그들이 잘 지내길 바라요. 저희 동네엔 너른 마당에 고양이들이 뛰어노는 촌집이 있어요. 집 주인은 젊은 분인데요, 마당가의 텃밭에서 수확하고 있을 때 고양이가 해바라기를 하는 모습이 정말 부러웠어요. 고양이들이 워낙 자유로워서 그 댁의 고양이인지 길냥이인지 모르겠어요. 담 넘어 여쭤보기엔 제가 좀 부끄러워서 멀찍이서 바라보기만 하죠. 
고양이가 다리에 부빗거리는 느낌, 발바닥의 모찌모찌함... 그런 걸 느끼고 싶지만 그럴 수 없으니 가끔은 안타까움을 느낍니다. 이렇게 사랑하는데, 멀리서 보기만 해야 한다니. 흑.

그런데, 저도 이젠 고양이가 생겼어요.
.... 그림의 떡과 비슷한 일력 속의 고양이이지만.

만질 수는 없어도 볼 수 있으니 70%의 행복은 챙길 수 있을 테죠.




1년 365일 682마리 고양이라니. 
달력도 아니고 일력이라 매일매일 페이지를 넘기며 만나는 고양이가 내 방에서, 내 책상에서 나와 함께 하는 거예요.
멀리서 길냥이나 남의 고양이를 바라보는 것을 못하는 날도 염려 없어요. 내 방에도 고양이가 있으니까요. 그것도 682마리나. 

1일 1 식은 못해도 1일 1 고양이는 할 수 있잖아요.




아흑, 기쁘다.
<인간은 바쁘니까 고양이가 알아서 할게>, <어쩌지, 고양이라서 할 일이 너무 많은데>의 작가 이용한이 전의 책에서 공개하지 않았던 고양이의 사진과 SNS에서 반응이 좋았던 고양이 사진을 모아 탁상형 일력을 내놓았는데요. 사이즈도 그렇고, 정말 마음에 쏙 들어요.

제가 달력을 무지 싫어하거든요. 특히 벽에 거는 커다란 달력은 질색이에요. 왜 그런지는 모르겠어요. 집에 놀러 오는 사람마다 의아하게 생각해요. 벽시계와 벽걸이 달력이 없는 집은 드물 테니까요. 달력이 아무리 싫어도 한두 개는 있어야 하잖아요. 전 탁상용이 딱 맞아요. 그런데 고양이가 잔뜩 들어있는 일력은 정말 제 취향이죠. 




사진이 중심이 되는 일력이라서 제가 사진을 찍어서 블로그에 올리는 것 자체가 저작권 위배가 될 것 같아서 많은 사진을 찍지는 않았어요. 혹시 문제가 생기면 내릴 수도 있거든요. 




마음에 쏙 드는 한두 마리 고양이의 사진과 더불어서 위트 있는 문장이나 마음에 쏙 드는 문구들이 한 줄씩 매일 들어 있어요. 저는 처음 딱 편 페이지가 '다이어트는 내일부터'였지 뭐예요. 역시 마음에 쏙 들어요. 




이렇게 예쁜 일력을 한 해만 사용하고 못 쓰게 된다면 속상하겠죠. 그런데 케이스에 '만년 일력'이라는 문구가 있더라고요. 무슨 소린가 했는데, 일력에 요일이 표시되어 있지 않아요.
오옷. 그렇다면 올해가 끝나도 내년에도 쓸 수 있겠고, 후년에도... 아니 2018년 일력으로 착각하지 말고 지금부터 당장 사용해도 되는 거 아니겠어요? 이런 점까지 사랑스러워요. ㅠㅠ
원래 달력이나 일력에 표시를 해두는 타입이 아니라서 계속 깔끔하게 사용할 수 있는데요. 그러고 보니 생일 같은 건 동그라미를 쳐두어도 매년 잊지 않고 챙길 수 있겠네요.(알림 어플을 쓰는 편이 나을지도 모르지만 전 역시 아날로그 파라서...)

근로자의 날 같은 인간들의 특별한 날은 일력에 표시되어있는데요. 고양이에게 특별한 날도 표시되어있대요. 그게 뭘까? 사용하면서 알아가는 재미도 있을 것 같아요.




빼먹지 말고 1일 1고양이.
매일 함께 할 수 있다는 생각에 행복하고 기분이 좋아요.
내 고양이, 내 귀여운 고양이

야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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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머니 밀리언셀러 클럽 148
로스 맥도날드 지음, 박미영 옮김 / 황금가지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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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시작은 치정이었습니다. 자신의 약혼녀가 다른 남자를 만나고 있는데 아무래도 수상하다며 조사를 부탁했습니다. 참 이상하죠. 남자들은 왜 나랑 헤어지는 건 괜찮지만 그놈만은 안된다고 말하는지. 어느 정도의 자존심을 지키며 그녀가 떠나는 걸 막고 싶어서 그런 대사를 하는 건가 싶지만, 피터 제이미슨에겐 어느 정도 근거가 있는 것 같습니다. 아무렴 어때요. 탐정 루 아처의 입장에서는 피터의 약혼녀 버지니아를 유혹한 마텔이라는 자칭 프랑스인의 뒷조사를 하고 그의 정체에 관한 것만 알려주면 되는걸요. 


지적인데다가 매력적일 뿐만 아니라 돈도 많은 마텔이 뭐가 부족해서 (사실은) 부유하지도 않은 버지니아를 꾀어 낼까요. 물론 그 지역 최고의 미인이라는 것만은 확실하지만 말입니다. 이런 경우엔 오히려 반대가 아닌가요? 미모를 무기로. 반드시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담배연기 뿜어내는 하드보일드 소설에서는, 특히 좀 오래전 배경의 스토리에서는 그럴 것 같은데요. 모든 건 잘 조사하고 캐어내 보아야 알 수 있는 법. <블랙 머니>의 루 아처는 마텔의 정체를 캐기 위해 여러 사람과 접촉합니다. 심지어 그가 정말로 지적인 프랑스인인가를 알아보기 위해 그 방면의 권위자인 대학교수에게 기출문제까지 부탁했는데요. 마텔은 테스트를 가볍게 통과합니다. 그렇다면 이 문제는 피터의 질투심으로 인한 것이었을지도 모르지요. 그런데 뭔가 석연찮은 점이 있습니다. 희한하게 7년 전에 바다로 걸어들어가 자살해버린 버지니아의 아버지 로이 문제랑 자주 마주치더란 말입니다. 마텔의 정체를 캐는 것도 중요하지만 - 아처의 생계가 달렸으니까요 - 자꾸만 따라붙은  로이의 죽음도 밝혀야 할 것 같습니다. 사건에 깊숙이 발을 들여놓아 무언가 손에 잡힐 것 같은 순간, 마텔을 추적하던 또 한 명 헨리가 부상당한 채로 발견되고, 버지니아의 엄마가 살해당합니다. 도대체 이들 사이에 얽히고설킨 게 무엇이기에 평범한 애정문제인 줄 알았던 사건이 이렇게 커져버렸을까요. 마텔이 들고 있던 바로 그 '돈'때문이었을까요.


아마 돈 문제가 맞을 겁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제목이 <블랙 머니>일리 가요. 아시겠지만 블랙 머니는 음성적으로 유통되는 돈을 말하는데요. 금융 실명제를 하고 있음에도 본인 명의가 아닌 통장 개설을 할 수 있다는 걸 얼마 전에 확실히 알게 되었습니다. 뭘 위한 금융 실명제인가 싶어요. 우리 같은 일반인은 통장 하나 만들려면  근거 자료를 가지고 가야 개설할 수 있는 거 아시나요? 관리비 이체용이면 고지서, 스쿨뱅킹 용이 면 고지서, 청구서 이런 걸 가지고 가야 해요. 그렇지만 뭔가 뒷배가 있는 사람은, 만들더군요. 지점장하고 호형호제하는 사이면 발급되나 봅니다. 뉴스에서 비슷한 이야기가 들려올 땐 남의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지금도 그런데 1960년대에는 어땠을까요.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미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에서도 블랙머니가 잘 돌아다니고 있었겠죠. 돈 세탁을 거치면서 말이에요. 우리나라가 보통 정치 경제 비자금이나 금융범죄자금을 합법 자금으로 변형시키기 위해서라면, 서구에서는 무기, 마약 밀매 자금 같은 것이 세탁된다고 하는데요. 그 규모가 보통이 아닐 것 같습니다. 돈 세탁이라는 말은 재미있게도 알 카포네의 범죄 자금을 세탁소에서 합법 자금으로 전환시켰다는 데에서 왔다고 하는데요. 이 소설에서는 과연 블랙 머니를 어디서 세탁했을까요. 1920년대 알 카포네의 시대가 아니니 세탁소는 아니겠죠. 힌트를 드릴까요? 버지니아의 아버지 로이는 마텔 등장 7년 전에 도박으로 전 재산을 탕진하고 속 빈 강정으로 잠시 세상에 머무르다 죽었는데, 로이의 아내이자 버지니아의 엄마인 마리에타의 말을 빌리자면, 친척이 물려준 유산이나 팔 수 있는 집이나 땅이 예전엔 있었지만 18년 결혼 생활 동안 거의 100만 달러를 날려먹고 - 600만 불에 사이보그를 만들 수 있던 시대였는데!- 셋집에다가 더 이상 죽을 친척도 없게 되었다지요. 그리고 결국 로이 스스로가 죽었다는데요.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불행이라고 해야 할지, 집안에 도박하는 사람이 없으니까 더 이상의 하강은 막을 수 있었지만 근근이 살아가야 했습니다. 마리에타의 근근이 와 제 근근이에는 큰 차이가 있겠지만 저라면 부유한 동네에서 체면치레하느라 고생하느니 그냥 평범한 동네에서 평범하게 사는 걸 선택하겠습니다. 마리에타를 만날 수 있었다면 그렇게 권유해 봤을 텐데. 자신의 딸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으며, 어째서 마텔을 따라 떠난 건지 - 동네에서 제법 잘 사는 피터를 버리고 말이에요 - 알았더라면 죽지 않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블랙 머니>는 하드보일드 미스터리 3대 거장 중 한 명인 로스 맥도널드의 '루 아처' 시리즈 중 하나인데요. 대실 해밋이나 레이먼드 챈들러와는 달리 우리나라에는 많은 작품이 소개되어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제가 알기론 그렇습니다.) 저 역시 엘릭시르의 <소름>에서 만나보지 않았더라면 그를 몰랐을 겁니다. 사실 저는 레이먼드 챈들러의 필립 말로하고는 잘 안 맞아요. 눈이 따가울 정도로 매캐하달까요. 솔직히 말하자면 대부분의 하드보일드와는 잘 안 맞죠. 데니스 루헤인의 <살인자들의 섬>은 좋아하지만 커글린 가문 3부작은 좀 힘들었어요. 그렇지만 로스 맥도널드의 '루 아처'는 저랑 잘 맞는 것 같습니다. 절대로 명탐정 코난 단행본 39권 표지 안쪽 날개 '코난이 찾은 명탐정 시리즈'에 루 아처(료 아처)가 소개되어있었기 때문은 아니에요. 네, 절대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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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터의 요리사들
후카미도리 노와키 지음, 권영주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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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동기들 중엔 해병대 취사병 출신이 많습니다. 동기가 열 명이라고 한다면 그중 일곱은 그러한데요. 첫 남자친구도 역시 그렇습니다. 다른 남자들이 군대에서 축구한 이야기를 해 줄 때, 그는 취사와 축구 이야기를 했습니다. 거짓말 같은 대규모의 조리나 말도 안 되는 양의 김장 이야기를 하며 솜씨 좋게 닭을 해체했고, 저는 그 뒷이야기를 들으며 닭볶음탕을 만들었습니다. 그가 해주던 이야기는 수방사 운전병이었던 선배가 해주는 이야기보다, 막 해군 신병으로 휴가 나온 동기가 해주는 이야기보다 더 재미있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전쟁터의 요리사들>을 읽는데 옛 남자친구와 동기들의 얼굴이 겹치더군요. 그들은 미군인데도. 특히 취사병이 무시당하는 장면에서는 그들도 그랬다던데... 하는 생각에 남 이야기 같지 않았어요. 그들 역시 저에게 남이었음에도.

<전쟁터의 요리사들>의 주인공 티모시는 요리사 할머니를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2차 세계대전 홍보물의 유혹이 아니었다면 결코 할머니 곁을 떠날 생각을 하지 않았을 거예요. 캡틴 아메리카가 그랬듯이 티모시 역시 전쟁터에 나가 멋진 남자가 되고 싶었습니다. 할머니의 레시피북을 소중하게 안고 영웅이 되기 위해 훈련병이 된 티모시였지만 인생은 실전이라고, 운동 능력이 타 병사에 못 미친다는 걸 깨닫습니다. '키드'라는 별명까지 얻었습니다만, 아직 포기하고 싶지 않았기에 무시당할 걸 알면서도 조리병에 지원, 훈련을 이어나갑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평생 잊지 못할 전우들을 만납니다. 특히 안경잡이 에드는 티모시에게 각별히, 의지할 수 있을 정도의 친구가 되는데 노르망디 상륙작전에 투입된 후엔 더욱 빛을 발하지요. 에드는 관찰력과 추리력이 뛰어난 친구였거든요.
메르스가 유행이어도 일상의 감기가 존재하는 것처럼, 세계가 전쟁 속에 있어도 이러저러한 미스터리는 있게 마련입니다. 이를테면 라이너스는 왜 사용했던 낙하산을 모으는 걸까 하는 사소한 것 같으면서도 실은 사소하지 않은 사건 같은 건데요. 찰스 슐츠의 <피너츠>의 라이너스는 담요를 끌고 다니던데, <전쟁터의 요리사들>의 라이너스도 혹시 '라이너스 증후군'이 있는 건가 하는 엉뚱한 상상을 잠시 했습니다만, 그의 기이한 행동에는 무척 중요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이건 좀 더 큰 문제인데, 아무리 배고파도 먹기 싫을 정도로 맛이 없는 분말 달걀이 600 상자나 없어져버린 사건도 발생합니다. 어쨌거나 군수물자인데 대량으로 사라지다니 보통 문제가 아닙니다. 너무 맛없어서 갖다 버리려고 훔쳤나 하는 발상도 해보지만 진실은 뜻밖이었습니다. 
참, 군대와 학교에서 빠지면 안 되는 유령 괴담도 있습니다. 전쟁터를 배회하는 유령이라니. 적군보다 무섭지 않나요. 

<전쟁터의 요리사들>에는 서양인(미국인)들이 등장하는데 묘하게 일본 소설이나 일본 만화의 느낌이 풍깁니다. 일본 작가가 쓴 미군의 이야기라서 그런 거겠죠. 싫지 않은 퓨전의 느낌이 있습니다. 미나가와 히로코의 <열게 되어 영광입니다>에서도 느꼈던 감각입니다. 대사나 행동 방식이 일본의 느낌인데 괜찮습니다. 전 일본 만화를 많이 봤거든요. 게다가 작가가 글을 참 잘 씁니다. 상세한 묘사에 장면에 눈에 그려집니다. 그러면서도 피곤해지지 않을 정도의 깔끔함이라 자연스레 작가의 배려를 삼킬 수 있습니다. 주요 등장인물들이 친근하게 느껴졌던 건 제 과거의 인물들과 겹쳐져서만 은 아니었을 겁니다. 아, 그러고 보니 생각보다 조리 장면이 적습니다. 전장에서 조리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니까 당연하겠죠. 맛없는 전투 식량으로 끼니를 때우다가 여유가 생기면 비로소 지역 주민의 도움을 받기도 하며 조리를 합니다. 조리병은 전투도 하고, 너희들이 쉴 때 조리도 하는데 무시하지 말라고!라고 화를 내고 싶은데 들어 줄 사람이 없군요. 지금의 전투는 어떨까요. 조리병의 위치는 괜찮을까요. 전투가 치열한 지역이나 작전 중만 아니라면 괜찮을까요. 



나를 걱정해준다면 바깥세상에서 열심히 살아라. 앞으로 더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우리가 전쟁터에 가지 않아도 되도록. - p.367

전쟁터에 가면 영웅이 되는 줄 알고 지원했던 많은 청년들이 상상과 다른 전쟁의 참혹함을 깨닫고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지만 그럴 수 없습니다. 돌아가는 방법은 세 가지. 전쟁이 끝나거나 치명적인 부상을 입거나, 아니면 인식표에 영혼을 실어 상자에 담기거나. 

그런 게 전쟁입니다. 



"아, 그런데......"
"뭐?"
"네 손, 좋은 냄새가 난다."
"좋은 냄새? 그래?"
"응, 치즈랑 야채랑 우유. 어머니 손 같아서 안심되는데."
궁금해져서 내 오른손 냄새를 맡아보았다. 정말 어딘지 모르게 음식 냄새가 났다. 아까 로테에게 음식을 해줘서일까. 조리병이 되고 나서 어느새 나도 할머니 손을 닮았는지도 모르겠다.
"야, 눈 뜨라니까."
오하라가 또 눈을 감았기에 뺨을 탁탁 때렸다. 그런데 오하라는 움직이지 않았다. 흔들어도 몸이 마치 짐짝처럼 그냥 흔들렸다.
"야, 오하라!"
자세히 보니 눈꺼풀이 완전히 덮여있지 않았다. 나는 몸을 내밀고 녀석의 코와 입에 손을 대어 숨을 쉬는지 보려고 했다. 그러나 10초가 지나도 1분이 지나도 손바닥에 아무 느낌이 없었다. 붉은 머리 보급병, 포목점 집 아들이고 수다를 좋아하는 오하라는 입가에 살짝 미소를 띤 채 숨을 거두었다.
-p.286~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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