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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일 고양이 일력 (스프링) - 1일 1고양이를 선물합니다, 스프링 일일 달력
이용한 지음 / 예담 / 2017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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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강아지나 고양이 같은 동물을 무척 좋아합니다. 물론 햄스터 친구까지도요. 이 다음에 어른이 되면 고양이랑 강아지랑 키워야겠다고 어렸을 때 결심했지만, 막상 어른이 되니 쉬운 일이 아니더군요. 나이를 먹을수록 생명의 무게를 깊이 느끼게 되고, 책임감이라는 것이 저에게 동물을 키우지 말라고 이야기하더군요. 어렸을 때 키우다 하늘로 보낸 여러 마리의 고양이들을 떠올리게 했어요. 제가 한 생명을 '저 스스로 납득할 수 있을 만큼' 책임지고 키울 자신이 없어요. 그래서 지금은 집에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아요.
그렇게 마음을 닫은 것 같지만,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니에요. 우리 동네의 길냥이를 만나면 미소를 짓지만, 불편해할까 봐 눈을 쳐다보지는 않아요. 고양이는 눈 마주치는 걸 싸우자는 뜻으로 생각한대요. 몰래 지켜보며 그들이 잘 지내길 바라요. 저희 동네엔 너른 마당에 고양이들이 뛰어노는 촌집이 있어요. 집 주인은 젊은 분인데요, 마당가의 텃밭에서 수확하고 있을 때 고양이가 해바라기를 하는 모습이 정말 부러웠어요. 고양이들이 워낙 자유로워서 그 댁의 고양이인지 길냥이인지 모르겠어요. 담 넘어 여쭤보기엔 제가 좀 부끄러워서 멀찍이서 바라보기만 하죠.
고양이가 다리에 부빗거리는 느낌, 발바닥의 모찌모찌함... 그런 걸 느끼고 싶지만 그럴 수 없으니 가끔은 안타까움을 느낍니다. 이렇게 사랑하는데, 멀리서 보기만 해야 한다니. 흑.
그런데, 저도 이젠 고양이가 생겼어요.
.... 그림의 떡과 비슷한 일력 속의 고양이이지만.
만질 수는 없어도 볼 수 있으니 70%의 행복은 챙길 수 있을 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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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365일 682마리 고양이라니.
달력도 아니고 일력이라 매일매일 페이지를 넘기며 만나는 고양이가 내 방에서, 내 책상에서 나와 함께 하는 거예요.
멀리서 길냥이나 남의 고양이를 바라보는 것을 못하는 날도 염려 없어요. 내 방에도 고양이가 있으니까요. 그것도 682마리나.
1일 1 식은 못해도 1일 1 고양이는 할 수 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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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흑, 기쁘다.
<인간은 바쁘니까 고양이가 알아서 할게>, <어쩌지, 고양이라서 할 일이 너무 많은데>의 작가 이용한이 전의 책에서 공개하지 않았던 고양이의 사진과 SNS에서 반응이 좋았던 고양이 사진을 모아 탁상형 일력을 내놓았는데요. 사이즈도 그렇고, 정말 마음에 쏙 들어요.
제가 달력을 무지 싫어하거든요. 특히 벽에 거는 커다란 달력은 질색이에요. 왜 그런지는 모르겠어요. 집에 놀러 오는 사람마다 의아하게 생각해요. 벽시계와 벽걸이 달력이 없는 집은 드물 테니까요. 달력이 아무리 싫어도 한두 개는 있어야 하잖아요. 전 탁상용이 딱 맞아요. 그런데 고양이가 잔뜩 들어있는 일력은 정말 제 취향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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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중심이 되는 일력이라서 제가 사진을 찍어서 블로그에 올리는 것 자체가 저작권 위배가 될 것 같아서 많은 사진을 찍지는 않았어요. 혹시 문제가 생기면 내릴 수도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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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쏙 드는 한두 마리 고양이의 사진과 더불어서 위트 있는 문장이나 마음에 쏙 드는 문구들이 한 줄씩 매일 들어 있어요. 저는 처음 딱 편 페이지가 '다이어트는 내일부터'였지 뭐예요. 역시 마음에 쏙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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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예쁜 일력을 한 해만 사용하고 못 쓰게 된다면 속상하겠죠. 그런데 케이스에 '만년 일력'이라는 문구가 있더라고요. 무슨 소린가 했는데, 일력에 요일이 표시되어 있지 않아요.
오옷. 그렇다면 올해가 끝나도 내년에도 쓸 수 있겠고, 후년에도... 아니 2018년 일력으로 착각하지 말고 지금부터 당장 사용해도 되는 거 아니겠어요? 이런 점까지 사랑스러워요. ㅠㅠ
원래 달력이나 일력에 표시를 해두는 타입이 아니라서 계속 깔끔하게 사용할 수 있는데요. 그러고 보니 생일 같은 건 동그라미를 쳐두어도 매년 잊지 않고 챙길 수 있겠네요.(알림 어플을 쓰는 편이 나을지도 모르지만 전 역시 아날로그 파라서...)
근로자의 날 같은 인간들의 특별한 날은 일력에 표시되어있는데요. 고양이에게 특별한 날도 표시되어있대요. 그게 뭘까? 사용하면서 알아가는 재미도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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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먹지 말고 1일 1고양이.
매일 함께 할 수 있다는 생각에 행복하고 기분이 좋아요.
내 고양이, 내 귀여운 고양이
야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