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이라 불린 남자 스토리콜렉터 58
데이비드 발다치 지음, 김지선 옮김 / 북로드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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짓지도 않은 죄 때문에 20년을 복역하고 드디어 사형 집행이 있던 날, 타인의 자백으로 기적적으로 형 집행이 멈춰졌다면 그 걸 행운이라 불러야 할까요. 불운이라 불러야 할까요. <괴물이라 불린 남자>의 괴물 마스가 바로 그 행운과 불운을 모두 가진 남자입니다. 

어제 희대의 살인마 찰스 맨슨이 종신형으로 복역 중 자연사했습니다. 본디 사형 선고를 받았었으나 사형제 폐지로 종신형을 살게 되었던 것인데요. 어느 누구도 타인을 죽일 권리가 없다는 것에 동의합니다만 가끔은 그냥 세금조차 아까우니 사형을 시켜도 좋지 않은가 싶은 사람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찰스 맨슨이었습니다. 그는 너무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어요. 마치 악마 교 교주 같단 말입니다. 오죽했으면 할리우드 스타들도 그의 죽음에 안도하며 영화로서 그를 미화하지 않길 바란다는 말을 했을까요. 사형제 폐지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만 - 제가 앞서 이야기한 타인을 죽일 권리 같은 - 억울하게 사형당하는 사람이 없어야 한다는 취지도 있습니다. 수전 헤이워드 주연의 영화 <나는 살고 싶다(1958)>를 보면 사형제도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되죠. 

<괴물이라 불린 남자>의 멜빈 마스는 자신의 부모를 산탄총으로 살해하고 집에 불을 질러 증거인멸을 하려 한 죄로 체포된 후 20년간 사형수로서 복역 중이었습니다. 부모를 죽인 것도 모자라 그가 주장한 알리바이가 맞지 않는데도 계속 범행을 부인하고 반성의 여지가 없으니 판결이 뒤집힐 이유가 없지요. 당시 그는 미식축구의 유망주로서 신체조건과 재능을 모두 갖춘 20대 초반의 청년이었습니다. 백인 아버지와 흑인 어머니 사이에서 자라난 그는 외모로서는 어머니 쪽에 가까웠기에 약간의 차별을 받았을지는 모르지만 그의 재능은 그런 것을 덮고도 남을 정도였습니다. 만일 프로로 전향했더라면 그는 지금쯤 은퇴하여 막대한 부를 누리고 있었을 텐데 현실은 이렇습니다. 게다가 교도관도 쓰레기 같은 자라서 멜빈을 괴롭히지 못해 안달입니다. 실제로 그의 석방이 결정되자 마지막으로 어찌해보려고 했던 건지, 사형수동에서 일반수동으로 옮기며 죄수들과 짜고 그를 죽이려고, 혹은 반 정도 죽이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근육 만들기를 취미로 삼고 있던 그에게는 통하지 않았죠. 결국 그는 석방되고 자유의 몸이 됩니다.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과잉기억 증후군이라서 한 번 본 것은 결코 잊을 수 없는 남자 에이머스 데커는 마스의 사건에 관심을 갖습니다. 언뜻 그의 능력이 부러울 수도 있지만, 망각이라는 것이 존재하기 때문에 인간은 살아갈 수 있는 겁니다. 그게 없으면 일단 아이를 하나 이상 낳는 엄마는 무척 드물 거예요. <단 한 번의 시선>의 주인공 그레이스도 슬개골이 부서지는 고통보다는 아이를 낳던 기억이 더 강렬했다는 걸 되새기고 고통을 참아내거든요. 데커의 경우엔 가족이 모두 살해된 현장을 보았다는 거, 그건 정말 파란(blue) 기억입니다. 멜빈 마스의 사건이 어쩐지 남 같지 않아서라고 한다면 납득이 갈지. 데커의 과잉기억 증후군은 미식축구 경기 중 머리를 심하게 다친 사고의 후유증으로 얻어졌거든요. 과거에 한 차례 경기에서 만났던 괴물 같은 선수 마스를 잊지 않고 있던 (당시엔 정상적인 기억력이었음에도) 데커는 석방된 그를 만나러 갑니다. FBI 요원, 동료들과 함께요. 깜빡하고 이야기를 안 했군요. 데커는 자신의 능력을 알아 본 FBI의 요청으로 그들과 함께하기로 했거든요.

데커와 FBI 요원, 동료는 마스를 만나고 사건의 진범이라고 자백하고 사형 날짜를 받아 둔 남자의 진술이 이상하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어차피 그는 다른 사건 때문에 사형 당할 처지였는데 죽기 전에 양심의 가책이라도 느꼈는지 마스의 부모를 죽인 것은 자기라고 자백했다지만 데커의 분석에 의하면 앞뒤가 맞지 않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과연 어떻게 된 걸까요. 결국 남자는 사형 당하지만, 책은 300 페이지가 남았습니다. 아직 뭔가가 잔뜩 남아있다는 말이죠. 데커와 마스는 진실 찾기에 나서면서 여러 가지 위험과 마주합니다. 서서히 드러나는 진실들, 뜻밖의 이유와 결과.
마스는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입니다. 

이 책에서는 일본의 사회파 소설처럼 대놓고 제도의 불합리함을 설파하지 않습니다.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스스로 생각하게 합니다. 사형 제도뿐만 아니라 여타 다른 제도의 불합리함과 나아가서 인종차별에 대해서도 생각게 합니다. 그런 점이 마음에 듭니다.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사회적, 정치적 비리와 문제에 대해 마스와 데커를 통해 이야기하고 있던 데이비드 발다치의 다른 소설들도 읽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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