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카르테 1 - 이상한 의사 아르테 오리지널 6
나쓰카와 소스케 지음, 채숙향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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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의학 만화를 좋아합니다. 물론 요리만화라거나 추리 만화 같은 것도 무척 좋아하는데요. 의학 만화에서는 다른 만화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생명의 소중함이라거나 삶의 의미 같은 것이 담겨있어 참 좋습니다. <신의 카르테>는 당연히 만화가 아닙니다만, 읽다 보니 과거에 읽었던 여러 의학 만화들이 생각나더군요. 
<신의 카르테>는 의학 만화로 치면 데츠카 오사무의 <블랙잭>이나 마후네 카즈오의 <닥터 K> 같은 액션물도 아니고, 노기자카 타로의 <의룡>같은 의국 내 암투와 문제점이 드러난, 약간의 정치코드가 들어있는 것도 아니고, 그래요. 야마다 타카토시의 <Dr. 고토 진료소> 같은 분위기에 가깝겠군요. 

주인공인 구리하라 이치토는 의사로서의 능력은 괜찮은 편이라 대학 병원에서도 함께 하길 원하는 의사이지만, 정신없고 힘겹더라도 환자와의 유대와 공감을 우선시하는 시골의 병원을 더 좋아합니다. 그 유대감 때문에 환자의 죽음이 자신의 아픔이 되기도 하지만, 그래도 환자와 함께하고 느끼는 것을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문학과 환자를 사랑하는 이치토를 단단히 붙들어 주는 건 별과 산을 사랑하는 아내 하루나인데요. 이치토가 내과의로서 사람들을 치료하는 의사라면, 하루나는 그의 마음을 치유하는 신기하고 다정한 존재입니다. 상냥하고 명랑하며 밝은 그녀는 가냘픈 체구의 산악 사진작가인데요. 말 그대로 외유내강 형입니다.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있어요. 이치토가 어둠 속을 헤매더라도 반짝이는 이정표로서 항상 그 자리에 있어줄 것 같은 타입입니다.

소설의 작가인 나쓰카와 소스케가 나쓰메 소세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팬이라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구리하라 이치토역시 나쓰메 소세키의 풀베개나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톱니바퀴 같은 소설을 끼고 삽니다. 수면시간도 부족한 내과의인데다가 며칠에 한 번씩 응급식 당직을 서야 하는 의사가 책을 사랑하니 괴짜로 보일 수 밖에요. 하지만 '책을 지키려는 고양이'의 작가가 그의 창조주이니 어쩔 수 없죠. 

지방의 작은 도시의 병원에서 맞이하는 환자들, 그리고 이치토의 주변 인물들과 함께하며 따뜻한 정과 잔잔한 울림을 얻었습니다. 긴박한 의료현장과 위트 있는 대화, 게다가 감동까지. 조금 찡하다가 눈물이 나기도 합니다. 닥터의 사정, 환자의 사정 같은 것이 어우러지며 마음 한 켠을 두들깁니다. 그래요. 그들 모두가 인간인걸요. 

아아, 이 책 참 좋습니다. <책을 지키려는 고양이>가 미야자와 겐지의 동화 느낌이 있다면, 이 소설은 의사인 작가의 경험이 풍부히 녹아있는 잔잔한 느낌의 글입니다. 이 소설이 레지던트 시절에 써낸 첫 작품이라니 정말 놀랍습니다. 솔직히 <책을 지키려는 고양이>보다도 이 소설이 더 와닿았거든요. <신의 카르테 1>을 읽었을 뿐인데, 나머지 이야기들도 궁금합니다. 읽고 싶어요. 게다가 사쿠라이 쇼 주연의 드라마도 보고 싶군요. 
참 매력적인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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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에 갇힌 여자 스토리콜렉터 63
로버트 브린자 지음, 서지희 옮김 / 북로드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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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진 그룹 조양호 일가의 갑질로 시끌시끌합니다. 어떻게 사람이 사람을 대할 때 저런 태도를 보일 수 있을까, 중2병이 덜 나아서 그런 걸까 싶을 정도로 당최 이해가 가지 않는 행동을 하는 그들을 보며 나라면, 내가 만일 저렇게 돈이 많은 사람이라면 아주 우아하고 매너 있는 행동으로 사람을 대할 텐데.. 그게 더 멋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해보았습니다. 과거 유럽의 생활을 잠시 들여다보면, 귀족들의 행동이 마치 그들 같았다고 해요. 우리가 생각하는 매너 있고, 교양 있는 행동은 귀족이 아니라 시민층의 모습이라고 하더라구요. 그렇다면 조양호 일가의 행동은 스스로를 귀족같이 생각하는 데에서 나온 걸까요? 저는 그런 귀족이 되고 싶지 않습니다만.
이런 부유층, 기득권층의 갑질 행동은(갑질 문화라고 하고 싶지 않아요.) 비단 우리나라만의 것은 아닌가 봅니다. 혹자는 갑질 문화가 만연한 건 우리나라와 일본의 특징이라고 하던데, 서양권이라고 다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이번에 읽은 <얼음에 갇힌 여자>를 읽으면서 한진 그룹 조양호 일가의 모습이 떠올랐거든요. 소설 속의 일가는 조양호 일가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았습니다. 
겉으로야 지역 최고의 유지로서 우아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보였을는지 모르겠지만, 알고 보면 엉망 그 자체였거든요. 자신들의 부와 우아함을 유지하기 위해 자식들을 내버려 둔 결과가 어떤 건지 마지막까지 깨닫지 못한 것 같았습니다.

<얼음에 갇힌 여자> 앤드리아는 소위 말하는 셀럽입니다만, 무척이나 방탕한 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폭력적인 섹스, 마약 같은 것에 스스로를 물들이면서 게을러빠진 행동과 안하무인격인 태도로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소문이 나지 않았던 건 집안의 힘과 돈 때문이었을 거예요. 그런 그녀가 어느 날 누군가에게 습격당하고 꽁꽁 얼어붙은 호수 아래 시신으로 발견됩니다. 성폭력의 흔적도 없고, 돈도 그대로 있는 걸 보면 원한 살인이나 보복 살해 같은 걸 의심할 수 있는데요. 보통 골치 아픈 사건이 아닐 수 없습니다. 뒤를 캐야 하는 상대가 상대니만큼 경찰 측에서도 상당히 주의를 기울여야 할 일이니까요. 이에 한동안 휴직 중이던 에리카 경감을 소환합니다. 그녀라면 믿고 맡길 수 있기 때문에 불렀다고 생각하고 싶지만, 그런 게 아닌가 봅니다. 마음의 준비가 완전히 되지도 않은 에리카 경감을 소환해 굳이 사건을 맡겨놓고는 어찌나 비협조적인지. 일단 맡은 사건에는 최선을 다하는 그녀에게 도움을 주기는커녕 자꾸만 시비를 놓습니다. 그럴 거면 왜 부른 건지. 만일의 경우 잘못되면 덤터기를 쓸 사람이 필요했던 걸까요? 끝까지 읽다 보면 딱히 그런 것 같지도 않은데.

에리카 경감은 작전 중 동료였던 남편을 잃은 충격에서 아직 벗어나지도 못했지만, 경찰로서 열심히 사건을 수사합니다. 단서를 찾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비협조적인 건 경찰 내부뿐만이 아니라 피해자의 가족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상하죠. 적극적으로 협조해서 범인을 반드시 밝혀내어 중형을 받게 해달라고 해도 모자랄 판에 딸의 죽음을 빨리 마무리 짓고 싶어 하는 것 같습니다. 한편으로 이해가 되는 게, 밝고 명랑하며 어딜 가나 빛을 발하던 앤드리아의 이미지가 사건을 파헤칠수록 점점 더러워져갔거든요. 에리카 경감이 더럽힌 게 아니라 숨겨졌던 앤드리아의 모습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던 것뿐인데, 마치 얼음이 녹아 그 안의 것이 흘러나오는 것처럼요. 앤드리아의 부모와 약혼자는 그녀의 사생활이 까발려지는 걸 끔찍하게 싫어했습니다. 부모니까 당연한 일이겠죠. 그래도 범인은 잡아야 하지 않겠어요? 웬만하면 협조 좀 하지.

에리카 경감이 사건을 추적하는 사이 몇 명의 희생자가 더 발생합니다. 범인은 사건을 파고드는 에리카 경감 역시 공격하는데요. 몇 번의 접근과 공격으로 에리카 경감은 위험에 처하고 맙니다. 예리한 직관력과 행동력, 혼자 있을 때면 상실감에 괴로워하지만, 일할 때만큼은 누구보다도 적극적이고 열심인 그녀를 응원하다 보면 비협조적인 경찰 내부인들 때문에 답답한 일이 한두 번이 아니지만, 그래도 한 팀인 부하들이 경감을 신뢰하고 잘 따라서 정말 다행입니다. 그들 덕분에 수사가 진행될 수 있었거든요. 

범인은 뜻밖의 인물입니다. 일반적인 스릴러물처럼 작품에 거의 드러나지 않았던 인물이 범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었는데요. 의외로 작품 내에 잘 드러나있었습니다. 이건 일종의 스포일러가 될까요? 소설 내에 등장하던 인물이 범인이고, 결국 수사 끝에 밝혀낸다는 부분은 추리 소설 같습니다. 게다가 스릴러의 요소도 충분히 갖추고 있어요. 미국 아마존 킨들 1위에 오른 것도 당연합니다. 가독성도 좋아서 술술 잘 읽히거든요. 영국에서는 종합 베스트셀러 2위를 차지했다고 합니다. 참 재미있어요. 데뷔작이 이 정도로 완성도가 높다는 건 주목할만 일이죠. 앞으로가 더 기대됩니다. 에리카 경감 시리즈라고 하니 출판사에서 계속 출판할 것 같습니다. 그러니 다음 작품도 손꼽아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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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과거를 지워드립니다
비프케 로렌츠 지음, 서유리 옮김 / 레드박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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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누구나 흑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저만하더라도 친구에게 못된 소리를 했던 여러 건의 기억과 말도 안 되는 남자를 만났던 것, 내 신념에 반하는 직장을 잠시라도 다녔던 것, 크고 작은 실수들... 하지만, 반성은 하되 그 기억을 지우거나 없었던 일로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시행착오를 겪은 결과 지금의 제가 있는 거니까요. 다만 흑역사를 기억하는 이들이 저를 놀려대는 일은 없길 바랄 뿐입니다. 더불어 제 말로 인해 마음 상했을 친구에겐 사과하고 싶습니다.
만약 제 인생에서 어느 시점을 수정할 수 있다면 언제가 좋을까요? 엄마께선 제 인생의 이 부분에서 이렇게 선택했더라면... 하고 후회하시지만, 엄마의 결정 때문에 제 인생이 힘들어졌다고 말씀하시지만 그 점에 대해선 원망하지 않습니다. 인생이 잘 풀려나갔더라면 사랑하는 제 딸을 못 만났을지도 모르니까요. 딸의 말로는, 제가 어떤 인생을 살았더라도 엄마의 딸로 저를 찾아와 만났을 거라고 하니 고마울 따름이지만, 실제로는 어떻게 되었을지 아무도 모릅니다. 그러니 과거의 어느 순간도 함부로 수정해서는 안됩니다. 매일 자살을 꿈꾸던 어린 시절을 이겨내고 나니, 여전히 힘겹긴 해도 웬만한 일엔 충격받지 않는 뻔뻔한 어른으로 살고 있잖아요.

비프케 로렌츠의 <당신의 과거를 지워드립니다>의 찰리는 지난 시간을 수정하길 원했습니다. 자신이 아르바이트하는 주점의 사장이자 친구인 팀의 주머니에서 '당신의 인생을 바꿔드립니다'라는 명함을 발견하기 전엔 그런 생각을 하지도 않았으면서. 인생이라는 게 그리 쉽게 변화되는 것은 아닐 텐데... 오죽했으면 인생역전이란 말이 다 있겠어요.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는 마음으로 학교도 그만두고 세상에 나섰지만, 결국 자신이 원하는 방향이 아닌 삶을 살다 보니 동창회에 나갈만한 모습이 아니게 된 그녀였지만 첫사랑 모리츠가 등장하지만 않았어도 콧방귀 뀌고 말 것을, 좋은 집안 출신에 뭔가 한가락 하는 그들 틈에 섹시한 캣슈트를 입고 끼어듭니다. 그러나 모리츠가 애인인 이자벨의 질투 유발 작전에 찰리를 이용했음을 깨닫고는 분노하고 부끄러워합니다.
인생을 바꿀 수 있는 헤드헌팅사에서도 자신의 이력으로는 좋은 곳에 취업이 어렵다는 당연한 사실을 듣고 짜증 내며 돌아서는 순가, 옆 사무실의 엘리자라는 사람이 찰리를 불러 수상한 제의를 합니다. 과거의 기억을 지워준다는 그 제의는, 내 기억에는 남아있지만 타인의 기억에서는 모두 지워진다는 건데, 그냥 그 사실만 소멸하면 좋겠지만 세상도 녹녹치 않고 소설도 만만치 않습니다.
고민 끝에 제의를 받아들이고 이상한 장치를 통해 기억 출력, 삭제를 하고 사무실에서 나온 찰리는 자신이 기억하고 있던 그 세상이 아님을 깨닫습니다. 어린 시절 모리츠와의 첫 경험을 없었던 일로 하는 바람에, 세상에 내일이 그 모리츠와의 결혼식이랍니다. 느닷없이 셀럽!
청바지에 '헤픈 여자' 티셔츠를 즐겨 입던 빨간 머리 그녀는 그야말로 금발의 우아하고 고상한 미인이 되어 있었습니다. 이럴 수가!!
하지만 마냥 좋은 건 아니었습니다. 10년 전에 담배를 끊었다니. 내 머리는 니코틴을 기억하고 있는데. 심지어 채식만 하는 데다 맥주도 안 마신다고? 수정된 기억과 현재의 그녀에겐 큰 갭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제일 마음에 걸리는 건 주점 주인이자 친구였던 팀이 없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걸까요. 이대로 신데렐라의 기분으로 살아가면 좋은 걸까요?

실은 1년하고도 2개월 전에 이미 이 소설을 읽었드랬습니다. 이 소설 <당신의 기억을 지워드립니다>는 동명 소설의 개정판으로 전보다 더 예쁜 표지로 재출간되었습니다. 책의 굿즈화는 좋지 않다고 모 출판사에서 이야기했지만 반 정도만 인정합니다. 책이 인테리어 소품으로 사용되는 것엔 동의할 수는 없지만 비판하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표지가 예쁜 책에 끌리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니까요. 
아무튼 이 소설은 한 편의 로맨틱 코미디를 보는 듯합니다. 배경음악이 꽤 많이 수록(?) 되어 있는데, 핑크(Pink : 미국의 가수, 싱어송라이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저로서는 노래 가사가 와닿을 리 없지만 취향 문제이니 상관없습니다. 

작년에 읽었을 때와 개정판을 읽은 요번의 느낌이 달랐습니다. 그때는 재미있긴 해도 주인공이 너무 마음에 안 들었습니다. 자신의 현재가 마음이 들지 않는다며 부모님 몰래 학교도 그만두고 주점에서 일하며 아무 남자하고 자고 - 심지어 절친의 남자친구와도! - 그렇게 막 살다가 동창회에서도 허세 떨고 객기 부리다가 개망신당하고, 과거를 지워 새 인생을 살게 되었는데도 그 삶에서도 적응하지 않고 -못한 게 아니라 안 합니다. 멋대로입니다. 제멋대로 사는 건 이때나 저 때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에 싫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다시 만난 찰리는 그렇게까지 나쁘다고 생각되지 않았습니다. 다카가키 츄이치로의 <어쨌거나 괜찮아>를 읽었기 때문일까요? 찰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그녀도 이 책을 읽었으면 좋았을걸. 엉망진창 흑역사 과거라도 모두 인정하고 자신을 사랑한다면 고통받을 필요가 없다는 걸 좀 더 빨리 깨달을 수 있었을 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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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토 다카시의 교육력 -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19
사이토 다카시 지음, 남지연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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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토 다카시. 어디서 봤던 이름인가 했더니, 최근 4년 사이에 문학 작품 100권과 교양서 50권을 읽어야 '독서력'이 있는 거라고 했던 사람이었습니다. 아, 추리 소설은 빼고요. 역사 소설은 경계에 있다고 했다던가. 그래서 제가 삐져있던 그 저자로서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이 글을 어디서 봤냐면, 리뷰 생태계가 오염되었다며, '이 책도 좋고 저 책도 좋다'라는 블로그 서평을 지적하는 바람에 저를 삐지게 한 - 그렇다면 더블 삐짐인가- 한 소설가의 SNS에서였습니다. 물론 기사를 끝까지 읽고 나서는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 이해하고 삐짐을 풀었고, 사이토 다카시의 '독서력'을 읽지도 않고서 삐지는 건 도에 어긋나는 것이라 생각, 마음을 열고 현재 메이지 대학 문학부 교수로 재직 중인 사이토 다카시의 교육력은 무얼 말함인지 제대로 톺아보기로 했습니다.

이 책은 열자마자 망했다. 어쩌면 좋지. 오가타 고안이라거나 후쿠자와 유키치라는 사람에 대해 나오고 '회독' 학습법 같은 것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벌써 포기하고 싶어. 하지만 톺아보겠다는 다짐은 어쩔 건데. 그래서 계속 읽기로 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후쿠자와 유키치, 어디서 들어본 인물인데... 아, 만 엔 인물이었지. 계몽사상가, 교육자였다고. 
저를 당황시켰던 건 서장이었는데요. 서장이 이 정도면, 본문은 어쩔 거야 싶었지만, 의외로 본문부터는 머리에 쏙쏙 들어옵니다. 그러고 보면 서장의 내용은 저만 어려웠을지도 모릅니다. 일본인에게는 상식일지도 모르죠. 

 이 책의 본문에선 가르치는 사람, 즉 교육자가 갖춰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교육자의 범위는 넓어서 학교의 교사 일수도 있고, 유치원의 선생님이나 학원 선생님, 그렇지 않으면 강사일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방과 후 교사로서 입시와 무관한 무언가를 가르치는 사람일 수도 있지요. 아무튼 누군가를 가르치는 사람이라면 이렇게.라는 자세를 알려주는 책입니다. 
내가 하라면 해! 라거나 내가 말하는 건 무조건 외워. 나를 무조건 따라야 해!라는 강압적이고 씨알도 안 먹히는 방식의 교육이 아니라 배우는 자를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하여 즐거운 마음으로 수업에 참여하게 하여 향학심을 고취시킬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언제나 부드러운 카리스마만으로 이끌 수는 없겠지만, 존경 혹은 동경 받을만한 교사가 된다면 학생은 자연스레 따라올 것입니다. 어둡고 음침한 입시나 각종 시험을 대비시키는 사람이라는 관점에서 벗어나 진정한 스승이 될 수 있는 길을 내보여줍니다. 

저는 밑줄을 긋거나 표시하지 않는 타입이라 책을 읽다가 '하이라이트'라는 앱을 이용, 사진에 밑줄을 긋고 태그를 달아 보관하고 페이스북에 올립니다. -라고 하지만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습니다. 처음엔 몰랐는데 무척 편리한 앱이더군요. - 이 책을 읽다 보니 마음에 와닿는 구절이 많아, 이러다가 책을 스캔할 기세라 다소 자제하였습니다. - 4~5컷 이상 페이스북에 올리는 건 좋지 않은 일이라고 스스로 그렇게 결정했습니다. - 읽는 내내 밑줄 긋고 간직하고 싶은 부분들이 참 많았습니다. 
이 책은 교육을 하는 사람이 꼭 읽어보았으면 좋겠습니다. 현장의 사람이 아니라 학부모의 입장에서 읽었는데 교육자들이 모두 이렇다면 학교 다닐 맛 나겠다, 공부할 맛 나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전에 적용하기엔 입시나 현교육 시스템에 맞지 않는 방식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과거에 비추어, 그리고 아이에게 전해 듣는 학교생활로 현재를 상상할 수밖에 없는데요. 과연 어떨까요. 각종 서류에 치여 보고서를 많이 많이 작성해야 하는 선생님께서 자기 계발을 하고 독서를 하며, 창의적인 방법을 연구하여 아이들과 함께 하는 건 힘든 일일까요. 

아이가 그런 말을 했습니다. 이다음에 담임 선생님께서 내 제자 중에 이런 녀석이 있었다고 자랑스럽게 말씀할 수 있는 제자가 되고 싶다고요. 그 한마디로, 엄하고 까칠하고 무뚝뚝한 선생님이지만, 존경할 만한 교육자일 거라는 믿음이 생겼습니다. 존경받는 선생님이 드문 요즘 세상에 살고 있지만. 그런 선생님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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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성어를 알면 중국사가 보인다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25
이나미 리쓰코 지음, 이동철 외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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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어릴 때부터 한자 공부를 강요 당하다 보니 한자와는 담을 쌓았습니다. 어릴 때 소원 중 하나는 신문에서 한자가 사라지는 것이었습니다. 어른이 되어서 '...는 ..하여 ...라고 한다.'라고 신문을 읽는 건 창피한 일이라고 생각했었던 것 같습니다. 한자 공부 때문에 쫓겨날 뻔한 적도 있는 저인데요. 어쩔 수 없습니다. 싫은 건 싫은 거니까요. 
아무튼 고등학생 때도 한문이 필요한 과목 - 아마도 거의 모든 과목이 그렇지 싶은데 - 시간에는 눈이 스르르 감겼습니다. 물론 숫자가 많이 들어간 과목에도요. 그러나, 사대부 종손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실제로 무슨 김 씨 종손인 성균관대 한문학과를 나온 젊은 한문 선생님 시간에는 저절로 눈이 초롱초롱 해졌습니다. 한문 선생님께서는 수업시간마다 고사성어 이야기를 해주셨거든요. 오자서, 부차, 장왕 같은 인물의 이야기도 재미있었고, 경국지색의 이야기도 흥미로웠습니다. 한시 같은 것이 나오면, 배경이 되는 이야기도 해주셨는데, 당시 김용의 무협지도 종종 읽던 시절이라 선생님 수업시간에는 졸 수가 없었어요. 저는 윤승운 화백의 <맹꽁이 서당>에 나오는 학동 마냥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 주시는 시간에만 정신 차리고 수업을 들었었지요. 
저는 고사성어에 얽힌 이야기를 무척 좋아해요. 그러니 <고사성어를 알면 중국사가 보인다>를 좋아하지 않을 수 없지요.

이와나미 신서는 얇지만 내용은 알차서, 읽는데 시간이 좀 걸리는 편입니다. 이 책도 예외는 아니었는데요. 읽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깨달았어요. 너무나 재미있는 책이라는 사실을 말이에요. 이 책 한 권이면 중국사의 큰 흐름을 알 수 있습니다. 쉽고, 재미있게 알기 쉬운 문체로 풀어놓은 것이 특징입니다. 책을 쓴 이나미 리쓰코의 이야기 구성력뿐만 아니라 옮긴이인 이동철, 박은희의 노력도 있었겠다는 게 느껴졌습니다. 어려울 수 있는 내용을 쉽게 전달하는 건 무척 어려운 일이거든요. 이와나미 신서는 전문가가 아닌 사람도 읽을 수 있는, 전문적인 내용을 담은 책을 모토로 하고 있는데요. 그 점이 참 마음에 들어요. 가벼워서 가방에 넣고 다니며,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혹은 누군가를 기다리는 카페에서 읽을 만한 책입니다. 이번의 책 <고사성어를 알면 중국사가 보인다>가 마음에 들어 그랬는지, 그야말로 이와나미 신서의 목적에 딱 맞는 책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이 책안에서 신농씨, 요순의 오제 시대부터 와신상담의 오와 월의 이야기, 진시황의 이야기, 초한지의 이야기를 거쳐 마침내 청나라에 이르기까지의 역사가 흘러갑니다. 우리가 잘 아는 초한지, 삼국지, 수호전의 배경과 사건이 들어있는데요. 고사성어에 따른 중국사라기보다는 중국사에 나타난 고사성어 이야기라고 해야 맞을 것 같습니다. 아쉬운 것은 뒤쪽으로, 그러니까 현대에 가까워질수록 고사성어보다 역사에 치중된 경향이 조금 있습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강희제를 발견했거든요. 녹정기에서 좋은 인상이었던 황제라 반가웠습니다. 

역사 과목에 약한 사람도 읽을 수 있습니다. 제가 읽었으니 확실합니다. 맹꽁이 서당 학동처럼 훈장님이 해주시는 말씀이라 여기며 책을 읽다 보면 파란만장한 중국사의 흐름을 타고 여행할 수 있습니다. 책을 읽으며 한문 선생님을 추억했습니다. 



**모처럼 성인뿐만 아니라 청소년도 읽을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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