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토 다카시의 교육력 -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19
사이토 다카시 지음, 남지연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7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사이토 다카시. 어디서 봤던 이름인가 했더니, 최근 4년 사이에 문학 작품 100권과 교양서 50권을 읽어야 '독서력'이 있는 거라고 했던 사람이었습니다. 아, 추리 소설은 빼고요. 역사 소설은 경계에 있다고 했다던가. 그래서 제가 삐져있던 그 저자로서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이 글을 어디서 봤냐면, 리뷰 생태계가 오염되었다며, '이 책도 좋고 저 책도 좋다'라는 블로그 서평을 지적하는 바람에 저를 삐지게 한 - 그렇다면 더블 삐짐인가- 한 소설가의 SNS에서였습니다. 물론 기사를 끝까지 읽고 나서는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 이해하고 삐짐을 풀었고, 사이토 다카시의 '독서력'을 읽지도 않고서 삐지는 건 도에 어긋나는 것이라 생각, 마음을 열고 현재 메이지 대학 문학부 교수로 재직 중인 사이토 다카시의 교육력은 무얼 말함인지 제대로 톺아보기로 했습니다.

이 책은 열자마자 망했다. 어쩌면 좋지. 오가타 고안이라거나 후쿠자와 유키치라는 사람에 대해 나오고 '회독' 학습법 같은 것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벌써 포기하고 싶어. 하지만 톺아보겠다는 다짐은 어쩔 건데. 그래서 계속 읽기로 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후쿠자와 유키치, 어디서 들어본 인물인데... 아, 만 엔 인물이었지. 계몽사상가, 교육자였다고. 
저를 당황시켰던 건 서장이었는데요. 서장이 이 정도면, 본문은 어쩔 거야 싶었지만, 의외로 본문부터는 머리에 쏙쏙 들어옵니다. 그러고 보면 서장의 내용은 저만 어려웠을지도 모릅니다. 일본인에게는 상식일지도 모르죠. 

 이 책의 본문에선 가르치는 사람, 즉 교육자가 갖춰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교육자의 범위는 넓어서 학교의 교사 일수도 있고, 유치원의 선생님이나 학원 선생님, 그렇지 않으면 강사일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방과 후 교사로서 입시와 무관한 무언가를 가르치는 사람일 수도 있지요. 아무튼 누군가를 가르치는 사람이라면 이렇게.라는 자세를 알려주는 책입니다. 
내가 하라면 해! 라거나 내가 말하는 건 무조건 외워. 나를 무조건 따라야 해!라는 강압적이고 씨알도 안 먹히는 방식의 교육이 아니라 배우는 자를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하여 즐거운 마음으로 수업에 참여하게 하여 향학심을 고취시킬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언제나 부드러운 카리스마만으로 이끌 수는 없겠지만, 존경 혹은 동경 받을만한 교사가 된다면 학생은 자연스레 따라올 것입니다. 어둡고 음침한 입시나 각종 시험을 대비시키는 사람이라는 관점에서 벗어나 진정한 스승이 될 수 있는 길을 내보여줍니다. 

저는 밑줄을 긋거나 표시하지 않는 타입이라 책을 읽다가 '하이라이트'라는 앱을 이용, 사진에 밑줄을 긋고 태그를 달아 보관하고 페이스북에 올립니다. -라고 하지만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습니다. 처음엔 몰랐는데 무척 편리한 앱이더군요. - 이 책을 읽다 보니 마음에 와닿는 구절이 많아, 이러다가 책을 스캔할 기세라 다소 자제하였습니다. - 4~5컷 이상 페이스북에 올리는 건 좋지 않은 일이라고 스스로 그렇게 결정했습니다. - 읽는 내내 밑줄 긋고 간직하고 싶은 부분들이 참 많았습니다. 
이 책은 교육을 하는 사람이 꼭 읽어보았으면 좋겠습니다. 현장의 사람이 아니라 학부모의 입장에서 읽었는데 교육자들이 모두 이렇다면 학교 다닐 맛 나겠다, 공부할 맛 나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전에 적용하기엔 입시나 현교육 시스템에 맞지 않는 방식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과거에 비추어, 그리고 아이에게 전해 듣는 학교생활로 현재를 상상할 수밖에 없는데요. 과연 어떨까요. 각종 서류에 치여 보고서를 많이 많이 작성해야 하는 선생님께서 자기 계발을 하고 독서를 하며, 창의적인 방법을 연구하여 아이들과 함께 하는 건 힘든 일일까요. 

아이가 그런 말을 했습니다. 이다음에 담임 선생님께서 내 제자 중에 이런 녀석이 있었다고 자랑스럽게 말씀할 수 있는 제자가 되고 싶다고요. 그 한마디로, 엄하고 까칠하고 무뚝뚝한 선생님이지만, 존경할 만한 교육자일 거라는 믿음이 생겼습니다. 존경받는 선생님이 드문 요즘 세상에 살고 있지만. 그런 선생님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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