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성어를 알면 중국사가 보인다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25
이나미 리쓰코 지음, 이동철 외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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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너무 어릴 때부터 한자 공부를 강요 당하다 보니 한자와는 담을 쌓았습니다. 어릴 때 소원 중 하나는 신문에서 한자가 사라지는 것이었습니다. 어른이 되어서 '...는 ..하여 ...라고 한다.'라고 신문을 읽는 건 창피한 일이라고 생각했었던 것 같습니다. 한자 공부 때문에 쫓겨날 뻔한 적도 있는 저인데요. 어쩔 수 없습니다. 싫은 건 싫은 거니까요. 
아무튼 고등학생 때도 한문이 필요한 과목 - 아마도 거의 모든 과목이 그렇지 싶은데 - 시간에는 눈이 스르르 감겼습니다. 물론 숫자가 많이 들어간 과목에도요. 그러나, 사대부 종손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실제로 무슨 김 씨 종손인 성균관대 한문학과를 나온 젊은 한문 선생님 시간에는 저절로 눈이 초롱초롱 해졌습니다. 한문 선생님께서는 수업시간마다 고사성어 이야기를 해주셨거든요. 오자서, 부차, 장왕 같은 인물의 이야기도 재미있었고, 경국지색의 이야기도 흥미로웠습니다. 한시 같은 것이 나오면, 배경이 되는 이야기도 해주셨는데, 당시 김용의 무협지도 종종 읽던 시절이라 선생님 수업시간에는 졸 수가 없었어요. 저는 윤승운 화백의 <맹꽁이 서당>에 나오는 학동 마냥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 주시는 시간에만 정신 차리고 수업을 들었었지요. 
저는 고사성어에 얽힌 이야기를 무척 좋아해요. 그러니 <고사성어를 알면 중국사가 보인다>를 좋아하지 않을 수 없지요.

이와나미 신서는 얇지만 내용은 알차서, 읽는데 시간이 좀 걸리는 편입니다. 이 책도 예외는 아니었는데요. 읽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깨달았어요. 너무나 재미있는 책이라는 사실을 말이에요. 이 책 한 권이면 중국사의 큰 흐름을 알 수 있습니다. 쉽고, 재미있게 알기 쉬운 문체로 풀어놓은 것이 특징입니다. 책을 쓴 이나미 리쓰코의 이야기 구성력뿐만 아니라 옮긴이인 이동철, 박은희의 노력도 있었겠다는 게 느껴졌습니다. 어려울 수 있는 내용을 쉽게 전달하는 건 무척 어려운 일이거든요. 이와나미 신서는 전문가가 아닌 사람도 읽을 수 있는, 전문적인 내용을 담은 책을 모토로 하고 있는데요. 그 점이 참 마음에 들어요. 가벼워서 가방에 넣고 다니며,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혹은 누군가를 기다리는 카페에서 읽을 만한 책입니다. 이번의 책 <고사성어를 알면 중국사가 보인다>가 마음에 들어 그랬는지, 그야말로 이와나미 신서의 목적에 딱 맞는 책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이 책안에서 신농씨, 요순의 오제 시대부터 와신상담의 오와 월의 이야기, 진시황의 이야기, 초한지의 이야기를 거쳐 마침내 청나라에 이르기까지의 역사가 흘러갑니다. 우리가 잘 아는 초한지, 삼국지, 수호전의 배경과 사건이 들어있는데요. 고사성어에 따른 중국사라기보다는 중국사에 나타난 고사성어 이야기라고 해야 맞을 것 같습니다. 아쉬운 것은 뒤쪽으로, 그러니까 현대에 가까워질수록 고사성어보다 역사에 치중된 경향이 조금 있습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강희제를 발견했거든요. 녹정기에서 좋은 인상이었던 황제라 반가웠습니다. 

역사 과목에 약한 사람도 읽을 수 있습니다. 제가 읽었으니 확실합니다. 맹꽁이 서당 학동처럼 훈장님이 해주시는 말씀이라 여기며 책을 읽다 보면 파란만장한 중국사의 흐름을 타고 여행할 수 있습니다. 책을 읽으며 한문 선생님을 추억했습니다. 



**모처럼 성인뿐만 아니라 청소년도 읽을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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