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카르테 1 - 이상한 의사 아르테 오리지널 6
나쓰카와 소스케 지음, 채숙향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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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의학 만화를 좋아합니다. 물론 요리만화라거나 추리 만화 같은 것도 무척 좋아하는데요. 의학 만화에서는 다른 만화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생명의 소중함이라거나 삶의 의미 같은 것이 담겨있어 참 좋습니다. <신의 카르테>는 당연히 만화가 아닙니다만, 읽다 보니 과거에 읽었던 여러 의학 만화들이 생각나더군요. 
<신의 카르테>는 의학 만화로 치면 데츠카 오사무의 <블랙잭>이나 마후네 카즈오의 <닥터 K> 같은 액션물도 아니고, 노기자카 타로의 <의룡>같은 의국 내 암투와 문제점이 드러난, 약간의 정치코드가 들어있는 것도 아니고, 그래요. 야마다 타카토시의 <Dr. 고토 진료소> 같은 분위기에 가깝겠군요. 

주인공인 구리하라 이치토는 의사로서의 능력은 괜찮은 편이라 대학 병원에서도 함께 하길 원하는 의사이지만, 정신없고 힘겹더라도 환자와의 유대와 공감을 우선시하는 시골의 병원을 더 좋아합니다. 그 유대감 때문에 환자의 죽음이 자신의 아픔이 되기도 하지만, 그래도 환자와 함께하고 느끼는 것을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문학과 환자를 사랑하는 이치토를 단단히 붙들어 주는 건 별과 산을 사랑하는 아내 하루나인데요. 이치토가 내과의로서 사람들을 치료하는 의사라면, 하루나는 그의 마음을 치유하는 신기하고 다정한 존재입니다. 상냥하고 명랑하며 밝은 그녀는 가냘픈 체구의 산악 사진작가인데요. 말 그대로 외유내강 형입니다.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있어요. 이치토가 어둠 속을 헤매더라도 반짝이는 이정표로서 항상 그 자리에 있어줄 것 같은 타입입니다.

소설의 작가인 나쓰카와 소스케가 나쓰메 소세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팬이라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구리하라 이치토역시 나쓰메 소세키의 풀베개나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톱니바퀴 같은 소설을 끼고 삽니다. 수면시간도 부족한 내과의인데다가 며칠에 한 번씩 응급식 당직을 서야 하는 의사가 책을 사랑하니 괴짜로 보일 수 밖에요. 하지만 '책을 지키려는 고양이'의 작가가 그의 창조주이니 어쩔 수 없죠. 

지방의 작은 도시의 병원에서 맞이하는 환자들, 그리고 이치토의 주변 인물들과 함께하며 따뜻한 정과 잔잔한 울림을 얻었습니다. 긴박한 의료현장과 위트 있는 대화, 게다가 감동까지. 조금 찡하다가 눈물이 나기도 합니다. 닥터의 사정, 환자의 사정 같은 것이 어우러지며 마음 한 켠을 두들깁니다. 그래요. 그들 모두가 인간인걸요. 

아아, 이 책 참 좋습니다. <책을 지키려는 고양이>가 미야자와 겐지의 동화 느낌이 있다면, 이 소설은 의사인 작가의 경험이 풍부히 녹아있는 잔잔한 느낌의 글입니다. 이 소설이 레지던트 시절에 써낸 첫 작품이라니 정말 놀랍습니다. 솔직히 <책을 지키려는 고양이>보다도 이 소설이 더 와닿았거든요. <신의 카르테 1>을 읽었을 뿐인데, 나머지 이야기들도 궁금합니다. 읽고 싶어요. 게다가 사쿠라이 쇼 주연의 드라마도 보고 싶군요. 
참 매력적인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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