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 비즈니스 Untact Business - 100년의 비즈니스가 무너지다
박경수 지음 / 포르체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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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코로나 이전과 코로나 이후로 나뉠 것이다.


- 토머스 프리드먼, <뉴욕타임스>칼럼니스트




코로나19는 우리의 일상을 완전히 뒤바꾸어 놓았습니다. 20세기 소녀였던 제가 막연히 상상했던 21세기의 모습에 더 가까워졌을지도 모릅니다. 


긍정적인 측면으로는 학교에 가지 않고 화상 수업을 받을 것이라는 것, 집에서 전화로 주문만 하면 모든 상품이 집으로 배달이 될 것 - 당시에는 컴퓨터라는 것이 있다는 걸 몰랐을뿐더러 시험지조차 학교 등사실에서 찍어내던 시절이었으므로 인터넷 쇼핑몰 같은 건 아예 상상도 못했습니다. 그리고 엄밀히 말하자면 배달이 아니라 순간 이동 장치 같은 것으로, 마치 팩스처럼 전달되는 걸 상상했습니다. 


부정적인 측면으로는 21세기에는 환경 오염이 심해져서 사람들이 방독면을 쓰고 다닐지도 모른다고, 중동 사람들처럼 물도 사 먹을지 모른다고 상상했었는데요. 대기 오염으로 인한 방독면은 아니지만, 전염병의 감염 방지를 위해 마스크를 쓰지 않고서는 공공장소에 갈 수 없고,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관광지인 저희 동네에서 불가피하게 마트를 가면서도 혹시 확진임을 숨기는 관광객이 다녀간 건 아닐까 막연히 불안해질 때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보다는 온라인 쇼핑몰의 이용이 늘었습니다. 제주라는 지역적 특성(이라고 스고 배송료라고 읽는) 때문에 온라인 쇼핑을 그다지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쿠팡의 로켓 배송을 이용하면 배송료의 부담 없이 집에서 물건을 받아 볼 수 있어서 편리합니다. 언택트(비대면)로 배송 사원과 얼굴을 마주할 일이 없습니다. 배달의 민족이나 요기요 같은 배달 어플을 사용해 음식을 주문하면서도 네이버 페이로 결제하고 '문 앞에 두고 벨 눌러주세요(비대면)'라고 글을 남겨두면 음식을 전해주는 분과 마주치지 않아도 됩니다. 



결국 얼굴을 마주 대고 소통하지 않아도 집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는 데 불편한 것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쓰레기를 버린다거나 병원에 간다거나 하는 일이 아니라면 집안에서 거의 대부분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집에 콕 박혀서 일하고 쉬기도 하는 저는 어쩐지 히키코모리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하고, 이러다 영화 네트(1995년, 어윈 윙클러 감독, 산드라 블록 주연)의 주인공처럼 무슨 일이 생기면 내 존재를 아무도 몰라서 큰일 나는 거 아닌가 하는 엉뚱한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요즘은 외롭지 않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저와 비슷한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이죠.



<언택트 비즈니스>는 이렇게 변화하는 세상의 트렌드를 분석하여 낱낱이 알려줍니다. 


코로나 이전과는 달라진 소비 패턴에 적응하지 못하고 기존 방식을 고수한다면 앞으로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할 수 있습니다. 세상은 천천히 변화하며 그때마다 제대로 분석하며 방법을 모색, 남들보다 한발 앞선 마케팅으로 전진한 이들이 현재 승기를 잡고 나아가고 있습니다. 



20세기 소녀가 상상했던 비대면 세상은 분명 언젠가 다가올 미래였지만, 어느 날 갑자기. 코로나19로 한꺼번에 이렇게 도래할 줄은 몰랐습니다. 비대면 세상에 천천히 대비하고 있던 기업들뿐만 아니라 별로 대비하지 않았던 기업들 역시 당황스러운 때입니다. 코로나19는 소비패턴뿐만 아니라 고용형태도 바꾸어 놓았습니다. 실직하는 이들도 많아지고 새로운 직업에 도전하는 이들도 생겼습니다. 


교육의 혼란으로 온라인 강의 사이트의 가입자도 늘고, TV나 영화 감상 방식도 달라져 넷플릭스나 웨이브 같은 OTT 가입자도 늘었습니다. 



트렌드 분석가이자 경영 컨설턴트인 저자 박경수는 현재의 상황을 국내외 자료를 분석하여 '홈 블랙홀', 핑거 클릭’, ‘취향 콘텐츠’, ‘생산성 포커스’라는 키워드로 뉴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합니다. 도태되는 기업들과 성장하는 기업들의 실례를 들어 앞으로 어떻게 변화해야 좋은 지도 이야기합니다. 



막연히 변화하는 세상을 그냥 몸으로 느끼고만 있었을 뿐, 이렇게 체계적으로 분석해 놓은 비즈니스 서적을 읽으니 정말 과거와는 다른 세상이라는 것이 확실히 느껴집니다. 


게다가 네이버 인플루언서 검색 도서 분야에서 활동 중이면서도 포스트 코로나의 변화된 비즈니스의 물결을 직접 타고 있다고 생각하지 못했었는데, 이 책에서 짚어주는 부분을 보며 인플루언서란 이런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구나 하는 것을 새롭게 알게 되었습니다. 뭔가 좀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좀 더 힘내서 미래로 나아갈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저와는 별로 상관이 없는 것 같았지만 호기심에 읽기 시작했던 비즈니스 서적 <언택트 비즈니스>입니다만, 읽는 내내 흥미로워 눈을 떼기 어려웠습니다. 비즈니스 현장에서 근무하는 분들뿐만 아니라 그 비즈니스의 산물을 이용하는 소비자로서도 이 책은 충분히 읽을만한 가치가 있었습니다. 



* 포르체에서 제공받은 책을 읽고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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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마 인턴
나카야마 유지로 지음, 오승민 옮김 / 미래지향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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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종방한 <슬기로운 의사 생활>이라는 드라마를 종방 직전부터 내처 달렸습니다. 삼 일 만에 드라마 정주행을 끝내고 많은 감정을 느꼈었는데요. 미도와 파라솔의 멤버 의사 선생님들도 매력적이었지만 김준한 배우가 연기한 안치홍 선생님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열심히 하려고 하지만 아직 미숙한 그는 여러 상황을 겪으며 성장해나갑니다. 그의 사랑이 보답을 받았던 그렇지 않던 그는 착실히 전문의로서의 길을 차곡차곡 걸어갑니다.



<울지 마 인턴>의 류지 선생님을 보면서 안치홍 선생님이 떠올랐습니다. 환자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그 모습이 안치홍을 닮았습니다. 그렇지만 류지는 여러 면에서 더 많이 미숙합니다.


의대에서 배운 지식을 사용하려고 해도 아직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없습니다. 채혈하는 데에서 진땀을 흘립니다. 온몸이 땀에 젖어가면서도 환자가 아프지 않게 채혈하려 애를 씁니다.



교통사고로 실려온 다섯 살 난 아이 다쿠마를 보며 자기가 그만할 때 죽어버린 형을 떠올립니다. 가고시마의 명물인 고구마, 그 고구마튀김집이 무척 바쁘던 날, 튀김집 아들. 그러니까 류지의 형이 갑자기 발작을 일으키더니 죽어버렸습니다. 자신은 형을 위해 한 일이 없었습니다. 할 수도 없었습니다. 엉엉 울며 엄마를 부르러 가는 일 밖에 할 수 없었습니다.



류지는 매일 다쿠마의 병실을 찾습니다. 교통사고로 엉망이 되어버린 작은 몸이 회복하여 다른 병동에서 치료받고 있는 엄마와 만날 수 있기를 기원하고 또 기원했습니다.


하지만 병원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다쿠마에게만 신경을 쓸 수는 없습니다.



한심하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나는 아무것도 몰랐고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p.105



다른 환자들이 몰려들고 미숙한 류지는 제대로 된 처치를 할 수 없습니다.


한 여학생의 충수염 수술을 집도해도 좋다는 허락을 받은 날, 안치홍 선생이 잔뜩 긴장한 채 미도 선생님의 지도를 받으며 수술했던 것처럼, 류지도 사토 선생님의 지도를 받으며 수술을 해냅니다.



류지는 겨우 스물다섯 살의 초보 인턴입니다.


그러나 실수도 미숙함도 용납되지 않는 세계에 서 있습니다.


생명을 살려야 하는 그 현장에서 류지는 아직 너무나 감정에 솔직합니다.


환자의 병증에 따라 울고 웃습니다. 아직은 우는 날이 너무 많습니다.


류지가 울지 않는 날이 오길. 모두가 행복한 얼굴을 하고 집으로 갈 수 있기를.



울지 마. 인턴.



나는 지금 의사로 일하고 있다. 틀림없이 난 이 심야의 도시를, 지친 몸으로 쓰러지듯 잠들어벌니 어른들을, 아무것도 모른 채 잠자고 있는 아이들을 지키고 있다. 과연 잘 해내고 있는지 확신할 수 없지만 말이다. 지금은 아무것도 못 하고 아는 것도 없지만 더 열심히 공부하고 더 많이 배워서 인턴 생활을 잘 완수해내고 말겠다. 아무리 힘들어도 상관없다. 사토 선배에게 뒤지지 않는 실력을 갖춘 더 친절한 의사가 되고 말 것이다.


-p.118



** 미래지향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책을 읽고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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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말하지 않을 것
캐서린 맥켄지 지음, 공민희 옮김 / 미래지향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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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라는 이름으로, 그리고 가족이기에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덮어 둘 때가 있습니다. 우리끼리는 이야기할 수 있지만 절대 밖에 나가서는 이야기하면 안 되는 것, 이야기할 수 없는 것. 그것이 사소한 비밀일 수도 있지만 때로는 아주 커다란 일일 수도 있습니다.



유명한 캠프장을 운영하던 맥알리스터 가족은 각자의 비밀을 안은 채 20년이라는 세월을 보냈습니다.


여행을 떠났던 부모님이 열차 탈선 사고로 사망한 후, 미리 작성해 두었던 유언장이 공개되던 날, 꾹꾹 눌러두었던 그들의 비밀이 터져 나와 각자의 말과 행동을 의심하게 됩니다.


20년 전 그들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난 내 삶이 물 위에서 시작될 거라고 생각했지 끝날 거라고 예상하지 않았다. 난 몰랐다.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인생 마지막으로 보트에 오르게 될 줄을. 힘없이 팔다리를 늘어뜨리고 등을 대고 바닥에 누운 채로. 조류가 날 해변으로 데려가 그곳에 붙잡아 두었고 난 그 상태로 누군가가 발견해 주기만을 기다렸다.


그렇게 되기까지 영원한 시간이 흐른 것 같았다.


-p.85, 아만다



그들 이야기의 중심에는 아만다 홈즈라는 소녀가 있었습니다.


라이언 맥알리스터를 좋아하던 아만다는 풍등을 올리던 밤, 그와 만나기로 하고 한밤중에 해변으로 나갔지만 다음 날 새벽, 둔기에 맞아 피를 흘려 축 늘어진 채 보트 안에서 발견됩니다. 라이언이 용의자로 지목되었지만 결국 사건은 미제로 남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모두들 라이언을 의심했습니다. 10년 전 한 소녀가 라이언 때문에 죽은 사건으로 의혹은 믿음으로 바뀌었습니다.


오죽했으면, 아버지는 유언장에서 라이언이 유죄인가 무죄인가 - 라이언의 동생들이 투표해서 그 결과에 따라 유산 지급을 결정하라고 했을까요.



라이언은 동업자가 횡령, 도주하는 바람에 자금 사정이 어렵습니다. 캠프장에 대한 지분을 받아서 돈을 챙겨야 합니다. 그렇게 다시 일어서고 싶습니다. 그런 희망을 가지고 있었지만, 추도식 이틀 전 캠프장에서 듣게 된 유언장의 내용은 충격적이었습니다. 자신이 그런 것이 아니라고 주장해보지만 여동생들은 20년 동안 자신을 꾸준히 의심해 왔습니다.


라이언의 동생이자 자매 중 첫째인 마고를 제외하고 말이죠.



아만다의 절친이었기에 가장 큰 충격을 받았을 마고는 라이언이 그런 것이 아니라고 믿고 있지만, 그렇다면 누가 그랬을까에 대한 답은 내지 못합니다. 쌍둥이 리디와 케이트는 그날 새벽에 본 남자에 대해, 그리고 오빠가 부탁했던 말을 기억합니다. 그래서 라이언을 의심하고 있습니다. 막내 메리로 말하자면, 그때도 지금도 여전히 겉돌고 있습니다. 어릴 때부터 좋아했던 '비밀의 화원' 같은 일은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나 봅니다. 비밀스러운 정원의 문을 열면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을 소년. 메리는 여전히 그 소년을 기다립니다. 손에 열쇠를 쥐고.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며 서로가 감추어 왔던 퍼즐을 한 조각씩 꺼내어 화이트보드에 붙여나갑니다.


마침내 그들의 비밀이 모두 열리고 진실을 알게 되지만 그들은 또 다른 비밀을 지니게 됩니다. 이번에는 조각나지 않은 완전한 비밀.


그들은 이번에야말로 '절대 말하지 않을 것'입니다.






* 미래지향 출판사에서 보내주신 책을 읽고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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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괜찮아요, 천국이 말했다
미치 앨봄 지음, 공경희 옮김 / 살림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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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오면서 '그때 그런 일은 하지 말았어야 해.'라고 후회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요?


아마도 사람들은 부러 드러내지 않고, 입으로 내어 말하지 않더라도, 그 인생이 길건 짧건 몇 가지의 후회를 안고 살 겁니다. 만일 내가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더라면, 그때 그곳에 가지 않았더라면, 그런 말을 하지 않았더라면 하고 말이죠.


저에게도 커다란 일이 몇 가지, 작은 일이 몇 가지 있습니다. 그중 인생의 갈림길에서 이쪽 방향으로 오지 말고 다른 방향으로 갔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을 가끔 하지만, <다 괜찮아요, 천국이 말했다>의 주인공 애니의 엄마가 상상했던 것처럼 가장 소중한 것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을 만나게 되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지금의 삶이 그리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하며 살아갑니다.



<다 괜찮아요, 천국이 말했다>의 주인공 애니는 어렸을 때부터 - 스스로 생각하기에 - 많은 실수를 하며 살았습니다. 그중 가장 큰 하나가 루비 가든이라는 놀이공원에서 일어난 사고로 왼손을 잃을 뻔했던 일이었는데, 사고 당시 꼬마였던 애니를 밀어내고 시설 관리인 노인이 사망하였지만 애니 역시 왼손이 절단되었습니다. 의료진들이 긴급 수술로 살려내기는 했지만 완전한 기능을 찾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렸죠. 애니는 그 사고에 대해 세세한 것이 기억나지 않습니다. 애니의 인생이 달라진 두 번째 사건이었음에도 불구하고요. 사고였을 뿐이지만 애니는 자신의 실수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우여곡절 끝에 학창 시절 좋아했던 남자 파울로를 다시 만나 사랑하고 동거하다 드디어 작은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허니문 카를 타고 가다가 곤경에 처한 남자 톨버트를 도와주고 다음날 충동적으로 톨버트가 운영하는 열기구를 타러 갑니다. 그리고 큰 사고가 납니다. 애니는 타박상에 그쳤지만 파울로는 중상을 입습니다. 애니는 폐 손상을 입은 파울로에게 자신의 폐 한쪽을 나누어 주길 원했고, 수술에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눈을 뜨니 낯 선 곳이었습니다. 여기는 어딜까요.




톨버트가 트럭을 몰고 나왔다면 이 이야기는 달라졌을 것이다. 애니와 파울로가 마지막 사진 촬영을 위해 도중에 서지 않았더라면 이 이야기는 달라졌을 것이다. 리무진 운전기사가 아파트 문 옆에 놓아둔 가방을 잊지 않고 챙겼다면 이 이야기는 달라졌을 것이다. 인생사는 연필과 지우개가 휙휙 지나가면서 시시각각 쓰인다.


-p.23




완전하지 못한 몸으로 깨어난 그곳은 천국이었습니다. 애니는 첫 번째의 사람, 사미르를 만납니다.


애니는 처음에 그를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그럴 만도 해요. 사미르는 완벽한 잘린 팔 접합 수술의 첫 번째 수혜자이자 애니의 왼손 접합 수술을 해준 의사였거든요.


미치 앨봄의 천국, 그곳에서는 인생에 영향을 준 다섯 사람을 만나게 됩니다. 죽은 이가 기억하든 기억하지 못하든 다섯 사람이 나타나 스스로의 과거를 보여주며 죽은 이와의 접점도 보여줍니다. 상대방의 눈으로 보고 감정으로 기억하는 세상은 자신이 알고 있던, 때로는 오해하고 있던 세상과는 조금 다릅니다.



이걸 기억해요, 애니. 우리가 뭔가 세울 때는 앞서간 이들의 어깨 위에서 세우는 겁니다. 우리가 산산이 부서지면 앞서간 이들이 우리를 다시 붙여줍니다.


나를 알든 모르든 우린 서로의 일부입니다.


-p.78



애니는 이곳에서 사랑했던 이들과 만나며 과거의 상처를 치유해갑니다.


자신 때문에 죽었다고 생각한 놀이공원 시설 관리인 에디도 만납니다.


그는 미치 앨봄의 전작 <천국에서 만난 다섯 사람>의 주인공입니다. 그 소설에서 에디가 살리고 죽은 그 여자아이를 이곳에서 다시 만났습니다. 에디는 자신이 애니 때문에 죽은 것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작은 친구도 말합니다.



보잘것없는 사람 같은 건 없어. 실수 같은 건 없다고.


-p.221



책을 덮고 나니 마음이 참 그렇습니다.


나도 실수하지 않았었구나... 모든 일엔 다 의미가 있는 것이었구나... 하면서도 어떻게 그렇게 온화하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인가 하며 반발심도 들었습니다.아직 내가 부족한 탓입니다.


나는 모르는 사이에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주고, 그리고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괴로울 정도의 일이라도 어쩌면 그들의 마음을 다 알지 못해 생기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내가 누군가의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친다면, 부디 선한 영향력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살림 출판사에서 보내주신 책을 읽고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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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과 국가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다나카 가쓰히코 지음, 김수희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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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는 대표적인 예로 프랑스를 들면서 언어의 사용에 국가가 개입하여 통제하고, 메인으로 사용되는 말 즐, 국가가 정하는 '올바른 말'이 아닌 경우 제재를 가하고 무시하거나 배척하는 식으로 자신들이 생각하는 말만이 옳은 것으로 다룬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일본 역시 남방지역의 말은 상당히 다른데, 그것을 열등한 것으로 취급하여 억지로 교정하려 든 적이 있다는 이야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문득 일제 강점기 때 우리의 학교를 떠올렸습니다. 그때도 우리 언어를 일본어로 교정하려 들었으니까요. 그리고 어쩌면 일본이 전쟁에서 패망하고 우리 땅에서 떠날 때, 마지막 수업의 아멜 선생님처럼 눈물을 머금고 애끓는 마음으로 마지막 수업을 하고 떠난 선생님도 있었겠지. 이 올바른 언어를 이 아이들에게 다 가르치지 못하고 떠난다는 아쉬움을 안고서.

언어학자가 생각하는 올바른 글은 국가가 학교라는 제도를 통해 '문법'이라는 이름으로 교육되어 왔습니다. 저 역시 학창 시절 여러 가지 언어를 배웠었는데 늘 부딪히는 건 문법이었죠. 말이 아니라 글로 다가오면 더 이상 앞으로 나가지 못하는 것이었습니다. 앙드레 마르티네라는 프랑스 언어학자는 '문법가들이 말을 죽인다'라는 논문을 쓰기도 했는데요. 프랑스어를 배울 때를 떠올리니 그 말에 격하게 공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속어가 국가에 의해 국어로 변해가는 과정에서 창출된 문법은, 말을 다루면서도 그와는 별개의 존재인 규범이나 의례를 취급한 쪽으로 변질되어갔다. 자연스럽게 생겨나 안으로부터 용솟음치는 말이 "말하는 사람의 개입을 허락하지 않는" "이마 완성된" "국가의 말"로서 "문법에 의해 부여된 것"으로 변질된다. 문법 교육이란, 권위적으로 모어를 겁박하고 자신의 솔직한 마음을 그대로 표현할 수 없게 만든다. 문법 교육에서 글을 쓴다는 것은 정해진 틀을 벗어날 수 없다는 생각을 주입시키는 훈육을 말한다.

-p.85

문법에 전혀 맞지 않는 엉망진창인 글을 만나면 화가 나지만, 문법에 얽매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글을 보면 그것 역시 답답합니다. <말과 국가>라는 타이틀에서 말보다는 '글'에 대해 먼저 이야기하게 되었는데, 이 책에서는 사람이 사용하는 말, 즉 모어(母語)에 대해 이야기하며 그것이 어떻게 문법이라는 틀에 매이게 되었으며 국가에서 통제하는 가에 대해서 다루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글에 관한 이야기도 나오게 된 것입니다.

모어는 모국어와 달라서 모국어가 자신의 출신 국가의 언어라면, 모어는 자신의 주 양육자로부터 자연스레 이어받은 언어를 이야기합니다. 이를테면 아프리카에서 백인의 인간 사냥꾼에 의해 붙잡힌 노예를 농업 노동력으로 신대륙에서 이용할 때 백인 농장주들은 그들과의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 그리고 반란을 막기 위해 서로 다른 부족으로 조를 짜서 일을 시켰기 때문에 통제를 위한 새로운 언어 피진어가 생겨납니다. 노예 입장에서는 이제껏 사용하지 않았던 새로운 언어이지만 그들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는 피진어가 모어가 됩니다. 언어학에서는 크레올어라고 부르고 있다고 합니다.

그 누구도 태어나기 전 자신의 어머니를 고를 수 없듯이, 이 세상에 태어난 아이들에게 말을 선택할 권리는 주어지지 않는다.

-p.35

이 책 <말과 국가>에서는 주 양육자로부터 이어받은 소중한 모어가 때로는 품위 없는 방언으로 취급받아 교정되기를 강제 당하기도 하고, 때로는 중요하며 교양 있는 국가의 권위적인 언어로 취급받기도 하는 이유에 대해 고찰하고 설명합니다. 국가 어의 성립은 자연스러운 것으로 느껴지지만 결코 그런 것이 아니며 정치적 이유에서 국가에서 정하는 표준어만이 바른 언어인 것처럼 생각하는, 또는 생각하게 만드는 과정과 역사 등에 대해서도 짚어나가는 흥미로운 책입니다.

언어라는 것은 결국 머릿속에서만 존재하는 허상이다. 다른 표현으로 말하자면 언어는 방언을 전제로 하고 방언으로만 존재한다. 이에 반해 방언은 언어에 선행하여 존재하는, 곁길로 샐 수 없고 몸에서 벗겨낼 수 없는 구체적이고 토착적인 말이다. 그것은 관념 속에서만 존재하는 말이 아니라는 의미에서, 각국 수도에서 사용되고 있는 일상의 말들은 엄밀히 표현하면 관념 속의 표준형에 극도로 가까워진 '수도 방언'이라고 할 수 있다.

-p.2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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