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국가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다나카 가쓰히코 지음, 김수희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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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는 대표적인 예로 프랑스를 들면서 언어의 사용에 국가가 개입하여 통제하고, 메인으로 사용되는 말 즐, 국가가 정하는 '올바른 말'이 아닌 경우 제재를 가하고 무시하거나 배척하는 식으로 자신들이 생각하는 말만이 옳은 것으로 다룬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일본 역시 남방지역의 말은 상당히 다른데, 그것을 열등한 것으로 취급하여 억지로 교정하려 든 적이 있다는 이야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문득 일제 강점기 때 우리의 학교를 떠올렸습니다. 그때도 우리 언어를 일본어로 교정하려 들었으니까요. 그리고 어쩌면 일본이 전쟁에서 패망하고 우리 땅에서 떠날 때, 마지막 수업의 아멜 선생님처럼 눈물을 머금고 애끓는 마음으로 마지막 수업을 하고 떠난 선생님도 있었겠지. 이 올바른 언어를 이 아이들에게 다 가르치지 못하고 떠난다는 아쉬움을 안고서.

언어학자가 생각하는 올바른 글은 국가가 학교라는 제도를 통해 '문법'이라는 이름으로 교육되어 왔습니다. 저 역시 학창 시절 여러 가지 언어를 배웠었는데 늘 부딪히는 건 문법이었죠. 말이 아니라 글로 다가오면 더 이상 앞으로 나가지 못하는 것이었습니다. 앙드레 마르티네라는 프랑스 언어학자는 '문법가들이 말을 죽인다'라는 논문을 쓰기도 했는데요. 프랑스어를 배울 때를 떠올리니 그 말에 격하게 공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속어가 국가에 의해 국어로 변해가는 과정에서 창출된 문법은, 말을 다루면서도 그와는 별개의 존재인 규범이나 의례를 취급한 쪽으로 변질되어갔다. 자연스럽게 생겨나 안으로부터 용솟음치는 말이 "말하는 사람의 개입을 허락하지 않는" "이마 완성된" "국가의 말"로서 "문법에 의해 부여된 것"으로 변질된다. 문법 교육이란, 권위적으로 모어를 겁박하고 자신의 솔직한 마음을 그대로 표현할 수 없게 만든다. 문법 교육에서 글을 쓴다는 것은 정해진 틀을 벗어날 수 없다는 생각을 주입시키는 훈육을 말한다.

-p.85

문법에 전혀 맞지 않는 엉망진창인 글을 만나면 화가 나지만, 문법에 얽매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글을 보면 그것 역시 답답합니다. <말과 국가>라는 타이틀에서 말보다는 '글'에 대해 먼저 이야기하게 되었는데, 이 책에서는 사람이 사용하는 말, 즉 모어(母語)에 대해 이야기하며 그것이 어떻게 문법이라는 틀에 매이게 되었으며 국가에서 통제하는 가에 대해서 다루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글에 관한 이야기도 나오게 된 것입니다.

모어는 모국어와 달라서 모국어가 자신의 출신 국가의 언어라면, 모어는 자신의 주 양육자로부터 자연스레 이어받은 언어를 이야기합니다. 이를테면 아프리카에서 백인의 인간 사냥꾼에 의해 붙잡힌 노예를 농업 노동력으로 신대륙에서 이용할 때 백인 농장주들은 그들과의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 그리고 반란을 막기 위해 서로 다른 부족으로 조를 짜서 일을 시켰기 때문에 통제를 위한 새로운 언어 피진어가 생겨납니다. 노예 입장에서는 이제껏 사용하지 않았던 새로운 언어이지만 그들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는 피진어가 모어가 됩니다. 언어학에서는 크레올어라고 부르고 있다고 합니다.

그 누구도 태어나기 전 자신의 어머니를 고를 수 없듯이, 이 세상에 태어난 아이들에게 말을 선택할 권리는 주어지지 않는다.

-p.35

이 책 <말과 국가>에서는 주 양육자로부터 이어받은 소중한 모어가 때로는 품위 없는 방언으로 취급받아 교정되기를 강제 당하기도 하고, 때로는 중요하며 교양 있는 국가의 권위적인 언어로 취급받기도 하는 이유에 대해 고찰하고 설명합니다. 국가 어의 성립은 자연스러운 것으로 느껴지지만 결코 그런 것이 아니며 정치적 이유에서 국가에서 정하는 표준어만이 바른 언어인 것처럼 생각하는, 또는 생각하게 만드는 과정과 역사 등에 대해서도 짚어나가는 흥미로운 책입니다.

언어라는 것은 결국 머릿속에서만 존재하는 허상이다. 다른 표현으로 말하자면 언어는 방언을 전제로 하고 방언으로만 존재한다. 이에 반해 방언은 언어에 선행하여 존재하는, 곁길로 샐 수 없고 몸에서 벗겨낼 수 없는 구체적이고 토착적인 말이다. 그것은 관념 속에서만 존재하는 말이 아니라는 의미에서, 각국 수도에서 사용되고 있는 일상의 말들은 엄밀히 표현하면 관념 속의 표준형에 극도로 가까워진 '수도 방언'이라고 할 수 있다.

-p.2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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