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괜찮아요, 천국이 말했다
미치 앨봄 지음, 공경희 옮김 / 살림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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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오면서 '그때 그런 일은 하지 말았어야 해.'라고 후회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요?


아마도 사람들은 부러 드러내지 않고, 입으로 내어 말하지 않더라도, 그 인생이 길건 짧건 몇 가지의 후회를 안고 살 겁니다. 만일 내가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더라면, 그때 그곳에 가지 않았더라면, 그런 말을 하지 않았더라면 하고 말이죠.


저에게도 커다란 일이 몇 가지, 작은 일이 몇 가지 있습니다. 그중 인생의 갈림길에서 이쪽 방향으로 오지 말고 다른 방향으로 갔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을 가끔 하지만, <다 괜찮아요, 천국이 말했다>의 주인공 애니의 엄마가 상상했던 것처럼 가장 소중한 것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을 만나게 되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지금의 삶이 그리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하며 살아갑니다.



<다 괜찮아요, 천국이 말했다>의 주인공 애니는 어렸을 때부터 - 스스로 생각하기에 - 많은 실수를 하며 살았습니다. 그중 가장 큰 하나가 루비 가든이라는 놀이공원에서 일어난 사고로 왼손을 잃을 뻔했던 일이었는데, 사고 당시 꼬마였던 애니를 밀어내고 시설 관리인 노인이 사망하였지만 애니 역시 왼손이 절단되었습니다. 의료진들이 긴급 수술로 살려내기는 했지만 완전한 기능을 찾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렸죠. 애니는 그 사고에 대해 세세한 것이 기억나지 않습니다. 애니의 인생이 달라진 두 번째 사건이었음에도 불구하고요. 사고였을 뿐이지만 애니는 자신의 실수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우여곡절 끝에 학창 시절 좋아했던 남자 파울로를 다시 만나 사랑하고 동거하다 드디어 작은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허니문 카를 타고 가다가 곤경에 처한 남자 톨버트를 도와주고 다음날 충동적으로 톨버트가 운영하는 열기구를 타러 갑니다. 그리고 큰 사고가 납니다. 애니는 타박상에 그쳤지만 파울로는 중상을 입습니다. 애니는 폐 손상을 입은 파울로에게 자신의 폐 한쪽을 나누어 주길 원했고, 수술에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눈을 뜨니 낯 선 곳이었습니다. 여기는 어딜까요.




톨버트가 트럭을 몰고 나왔다면 이 이야기는 달라졌을 것이다. 애니와 파울로가 마지막 사진 촬영을 위해 도중에 서지 않았더라면 이 이야기는 달라졌을 것이다. 리무진 운전기사가 아파트 문 옆에 놓아둔 가방을 잊지 않고 챙겼다면 이 이야기는 달라졌을 것이다. 인생사는 연필과 지우개가 휙휙 지나가면서 시시각각 쓰인다.


-p.23




완전하지 못한 몸으로 깨어난 그곳은 천국이었습니다. 애니는 첫 번째의 사람, 사미르를 만납니다.


애니는 처음에 그를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그럴 만도 해요. 사미르는 완벽한 잘린 팔 접합 수술의 첫 번째 수혜자이자 애니의 왼손 접합 수술을 해준 의사였거든요.


미치 앨봄의 천국, 그곳에서는 인생에 영향을 준 다섯 사람을 만나게 됩니다. 죽은 이가 기억하든 기억하지 못하든 다섯 사람이 나타나 스스로의 과거를 보여주며 죽은 이와의 접점도 보여줍니다. 상대방의 눈으로 보고 감정으로 기억하는 세상은 자신이 알고 있던, 때로는 오해하고 있던 세상과는 조금 다릅니다.



이걸 기억해요, 애니. 우리가 뭔가 세울 때는 앞서간 이들의 어깨 위에서 세우는 겁니다. 우리가 산산이 부서지면 앞서간 이들이 우리를 다시 붙여줍니다.


나를 알든 모르든 우린 서로의 일부입니다.


-p.78



애니는 이곳에서 사랑했던 이들과 만나며 과거의 상처를 치유해갑니다.


자신 때문에 죽었다고 생각한 놀이공원 시설 관리인 에디도 만납니다.


그는 미치 앨봄의 전작 <천국에서 만난 다섯 사람>의 주인공입니다. 그 소설에서 에디가 살리고 죽은 그 여자아이를 이곳에서 다시 만났습니다. 에디는 자신이 애니 때문에 죽은 것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작은 친구도 말합니다.



보잘것없는 사람 같은 건 없어. 실수 같은 건 없다고.


-p.221



책을 덮고 나니 마음이 참 그렇습니다.


나도 실수하지 않았었구나... 모든 일엔 다 의미가 있는 것이었구나... 하면서도 어떻게 그렇게 온화하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인가 하며 반발심도 들었습니다.아직 내가 부족한 탓입니다.


나는 모르는 사이에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주고, 그리고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괴로울 정도의 일이라도 어쩌면 그들의 마음을 다 알지 못해 생기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내가 누군가의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친다면, 부디 선한 영향력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살림 출판사에서 보내주신 책을 읽고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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