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지마 인턴
나카야마 유지로 지음, 오승민 옮김 / 미래지향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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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종방한 <슬기로운 의사 생활>이라는 드라마를 종방 직전부터 내처 달렸습니다. 삼 일 만에 드라마 정주행을 끝내고 많은 감정을 느꼈었는데요. 미도와 파라솔의 멤버 의사 선생님들도 매력적이었지만 김준한 배우가 연기한 안치홍 선생님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열심히 하려고 하지만 아직 미숙한 그는 여러 상황을 겪으며 성장해나갑니다. 그의 사랑이 보답을 받았던 그렇지 않던 그는 착실히 전문의로서의 길을 차곡차곡 걸어갑니다.



<울지 마 인턴>의 류지 선생님을 보면서 안치홍 선생님이 떠올랐습니다. 환자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그 모습이 안치홍을 닮았습니다. 그렇지만 류지는 여러 면에서 더 많이 미숙합니다.


의대에서 배운 지식을 사용하려고 해도 아직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없습니다. 채혈하는 데에서 진땀을 흘립니다. 온몸이 땀에 젖어가면서도 환자가 아프지 않게 채혈하려 애를 씁니다.



교통사고로 실려온 다섯 살 난 아이 다쿠마를 보며 자기가 그만할 때 죽어버린 형을 떠올립니다. 가고시마의 명물인 고구마, 그 고구마튀김집이 무척 바쁘던 날, 튀김집 아들. 그러니까 류지의 형이 갑자기 발작을 일으키더니 죽어버렸습니다. 자신은 형을 위해 한 일이 없었습니다. 할 수도 없었습니다. 엉엉 울며 엄마를 부르러 가는 일 밖에 할 수 없었습니다.



류지는 매일 다쿠마의 병실을 찾습니다. 교통사고로 엉망이 되어버린 작은 몸이 회복하여 다른 병동에서 치료받고 있는 엄마와 만날 수 있기를 기원하고 또 기원했습니다.


하지만 병원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다쿠마에게만 신경을 쓸 수는 없습니다.



한심하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나는 아무것도 몰랐고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p.105



다른 환자들이 몰려들고 미숙한 류지는 제대로 된 처치를 할 수 없습니다.


한 여학생의 충수염 수술을 집도해도 좋다는 허락을 받은 날, 안치홍 선생이 잔뜩 긴장한 채 미도 선생님의 지도를 받으며 수술했던 것처럼, 류지도 사토 선생님의 지도를 받으며 수술을 해냅니다.



류지는 겨우 스물다섯 살의 초보 인턴입니다.


그러나 실수도 미숙함도 용납되지 않는 세계에 서 있습니다.


생명을 살려야 하는 그 현장에서 류지는 아직 너무나 감정에 솔직합니다.


환자의 병증에 따라 울고 웃습니다. 아직은 우는 날이 너무 많습니다.


류지가 울지 않는 날이 오길. 모두가 행복한 얼굴을 하고 집으로 갈 수 있기를.



울지 마. 인턴.



나는 지금 의사로 일하고 있다. 틀림없이 난 이 심야의 도시를, 지친 몸으로 쓰러지듯 잠들어벌니 어른들을, 아무것도 모른 채 잠자고 있는 아이들을 지키고 있다. 과연 잘 해내고 있는지 확신할 수 없지만 말이다. 지금은 아무것도 못 하고 아는 것도 없지만 더 열심히 공부하고 더 많이 배워서 인턴 생활을 잘 완수해내고 말겠다. 아무리 힘들어도 상관없다. 사토 선배에게 뒤지지 않는 실력을 갖춘 더 친절한 의사가 되고 말 것이다.


-p.118



** 미래지향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책을 읽고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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