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 채집가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25
로이스 로리 지음, 김옥수 옮김 / 비룡소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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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토피아. 핵전쟁으로 문명이 파괴된 후 살아남은 자들끼리 새로이 사회를 만들어 살아갑니다. 이러한 기본 설정은 <기억전달자>에서와 같습니다. 하지만  마을이 적어도 겉으로는 평안한 마을이고 감정을 없애므로서 사람들끼리의 충돌과 싸움, 파괴를 막고 늙은이나 미숙아, 장애아들은 조용히 소멸시켰던 것과는 달리 <파랑채집가>에서의 마을은 지나칠 정도로 감정적입니다.

 

사냥갔던 아버지가 죽고 엄마 혼자 아이를 낳았지만, 한쪽다리가 제 기능을 못해 야수가 있다는 들판에 버려질 뻔 했던 키라는 자수에 대한 빛나는 재능이 있었지만, 엄마가 죽자 마을에서 버려질 위기에 처합니다. 그러나 수호자 협의회에서 그녀의 능력을 인정받아 풍족한 음식과 잠자리를 제공받으며 좋은 환경에서 수놓는 일을 할 수 있게됩니다. 키라의 업무는 이 세상의 창조와 멸망, 그리고 그 후에 일어난 일을 노래하는 가수의 의상을 손보는 것인데요. 빛바랜 자수는 깨끗하게 염색된 실로 다시 수놓습니다. 아직 염색 기술을 익히지 못했던 키라는 지혜로운 할머니이자 염색장인인 애너벨러 할머니에게 가르침을 받습니다. 가수의 의상에는 그의 노래 - 태초, 멸망, 현재- 가 수놓아져있었습니다. 가수의 지팡이를 조각하는 소년 토마와 친구가 되고 미래에 가수가 될 소녀와도 알게 됩니다. 엄마랑 움막에서 살 때 친하게 지냈던 맷은 키라를 위해 파랑을 찾아다주기 위해 길을 떠납니다. 파랑은 그녀가 원하는 아름다운 하늘의 색이자 희망의 색이니까요. 그리고 놀라운 선물을 들고옵니다.

 

이 책 <파랑 채집가>는 <기억 전달자>의 후속편입니다. <기억전달자>에서 주인공의 마을은 앞서 말한 것 처럼 감정이 통제되어있었습니다. 모두가 행복하고 평등하게 살고 있었지요. 그러다보니 삶과 죽음, 가족 구성, 직업까지 통제적이었고, 예의바른 말투와 단정함을 필요로 했습니다. 심지어 피부색, 복장,머리색까지 통일이었으니 얼마나 통제되어있는 삶이었는지. 색깔마저 느낄 수 없는 무채색의 세계. 모든 진실은 <기억전달자>만이 알고 있었고, 이 기억에 대한 것은 비밀이며 후세에 알려야 할 의무가 있었습니다.

 

<파랑 채집가>는 <기억 전달자>에서의 설정과 거의 모든 것이 정반대였습니다. 감정이 지나치게 풍부해서 욕설과 폭력이 난무하며 원시적이었습니다. 남자는 사냥과 술주정, 가부장적인 성향이 강했고, 여자는 억척스러우며 글을 배울 수 없었습니다. 제 역할을 할 수 없는 사람은 내다버렸지요. 모두가 색깔을 알고 있었고, 일년에 한 번 열리는 연례 모임에서 가수가 긴 시간을 들여 부르는 노래를 통해 '기억전달자'에서 철저히 비밀로 했던 역사를 마을 사람 모두가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곳 역시 통제와 감시는 있었지요. 자신들의 사회 유지를 위해서는 감금도 있었고, 권력에 대한 욕심도, 살인도 있었습니다. 무채색의 '기억전달자'와 색채 가득한 '파랑 채집가'중 어느 쪽이 더 나은 것인가를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양쪽 모두 극단적입니다.

<기억전달자>를 읽고 나서 뭔가 허무한 기분이 들었었는데, <파랑 채집가>역시 결말을 열어두었습니다. 통제된 삶을 따르기 싫어서 아이를 안고 새로운 세상을 찾아서 자신의 사회를 떠났던 '기억전달자'와는 반대로 키라는 통제되고 가두어진 세상을 자신의 손으로 바꾸고자 그 마을에 남습니다.

'기억전달자'가 아이를 안고 도착했던 그 마을에서 몇 대가 흐른 후의 세상인건가.. 하고 조심스레 추측해보는데, 파랑이 가득한 곳으로 떠난 맷이 주인공인 <메신저>를 읽고 나면 알수 있을까요. 과연 이 소설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어린이 도서 연구회 권장 도서인 로이스 로우리의 SF 삼부작 시리즈인 이 이야기들은 어른인 저에겐, 너무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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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마켓, 인체를 팝니다 - 파는 사람 사는 사람 훔치는 사람
스콧 카니 지음, 전이주 옮김 / 골든타임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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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말문이 막힙니다. 소설 속의 잔혹한 일들은 현실에서 벌어지는 일들과 비교하면 귀여운 메르헨이었습니다. <레드 마켓>이라는 책은 스콧 카니라는 탐사 저널리스트가 5년 간 '레드 마켓'이라 부르는 인간, 인체 혹은 그 일부를 거래하는 지하경제를 파헤친 리포트입니다. 10년간 인도에 거주해 온 그는 인도에서 학점교류로 공부하는 미국 학생들을 가르치는 단기 강사로 일한 적이 있었는데, 그 중 한 여학생이 투신 자살, 그녀의 시신 곁에서 3일간 머무르며 삶과 죽음에 대해 느낄 새도 없이 모든 시신에는 이해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레드 마켓을 파헤치기 시작했습니다. 남아시아의 신장 매매, 해골 절도 (도굴),혈액 도둑(혹은 농장), 아동 납치, 대리모, 난자거래등 인도의 이야기 뿐만 아니라 유럽과 미국을 돌며 자료를 수집했습니다.

 

 

뼈 표본으로 이용되기 위해 미국 등지로 밀반출 되는 사후처리된(도굴된) 시신들은 고가에 팔린다고 합니다. 심지어 정강이 뼈는 악기의 마우스피스로 사용 된다고 하는데 이런 시신및 유골의 도굴은 부를 위해 이용되며 이를 위해서 뼈 공장을 운영하는 일도 비밀스러운 지하의 일이 아니었습니다.

 

신장 이식 문제에서는 우리나라 고속도로 휴게소의 화장실에 종종 '신장 팝니다' 같은 문구가 붙어 있었던 것처럼 인도에서도 공공연한 광고 혹은 브로커를 통해 거래가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하지만, 대분의 거래에서 신장을 팔고자 하는 자는 사기를 당하며, 육체적, 정신적 고통과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적합한 도너와 환자를 연결시키는게 아니라 - 생체 감성따위는 없이, 신장을 적출 당하는 것입니다. 현재 국제적으로 장기의 거래는 불법입니다. 2006년 데이비드 메이터스와 데이비드 킬고어의 <피로 물든 수확 :중국 파룬궁 수련생의 장기 적출 혐의에 대한 보고서>는 더욱 끔찍한데, 사형 대상자를 심정지 시킨 후 각막을 추출하고 장기를 모두 적출하는데 때로는 수감자들이 여전히 살아있는 상태에서 적출당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뼈나 신장 이외에도 상업적 난자 적출 및 유통시장, 감금되어 출산을 기다리는 대리모 센터등 비윤리적 행위로 인해 생명이 위태로운 상태의 사람들과 그들을 이용하는 사기꾼 같은 의사들의 이야기도 알 수 있었습니다.

<허삼관 매혈기(위화)>의 허삼관 처럼 돈을 위해 자발적으로 혈액을 파는 행위도 얼마나 안타깝고 가슴아픈 일이라는 것은 책을 읽어본 분이나 겪어 보신 분들 모두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나라도 과거에는 매혈을 했었습니다.)그런데, 혈액을 팔아 돈을 챙기기 위해 사람을 납치, 감금하여 몇 년이나 일주일에 2번씩 혈액을 채취해 판매하다 적발된 지역 유지의 사건은 무척 충격적이었습니다.

 

이런 비윤리적이고 공포스럽기까지 한 레드 마켓이 존재한다는 것은 수요가 있으니 공급이 있는 법. 원래는 그 수요를 뇌사 - 장기기증자에게서 받거나 자발적인 순수한 마음의 도너에게서 받아야하지만,  그로서는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므로 이런 시장이 생겨나고, 그들을 찾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것일겁니다. 중세 시대엔 20대 중반에 지나지 않았던 기대수명이 이제는 80, 머지않아 100세가 되니 의료적인 문제들이 더욱 심각하고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며 수요- 공급의 곡선도 더욱 진하게 그려져만 갈것 같습니다. 줄기세포가 하루 빨리 의료 개혁을 일으켜 혁명이라고 할 수 있는 - 그렇다고 불사를 원하는 것은 아닙니다 - 새로운 방법을 모색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나아가서 이렇게 장기나 신체의 일부를 팔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는 이들에 대한 방안도 생겨났으면 좋겠습니다. 어쩐지 우울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합니다.

이런 어두운 일면을 전혀 알지 못하고 내 자신의 문제만으로 힘들다, 어렵다라고 생각했던 제 자신이 부끄러워집니다.

 

** 최근에 읽었던 책들 중 가장 충격적인 책이었습니다.

세계 보건 기구 (WHO)에 따르면 전 세계 장기 이식의 약 10퍼센트가

불법 암시장에서 얻는 장기를 사용한다고 한다.

-p.284




레드마켓이란 개념은


레드마켓이라는 개념은 그저 부품으로 인체를 사용한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부적절한 이타주의와 프라이버시 개념이 섞여 장례 산업과 입양 산업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인체의 경우에는 공급망이 무서우리만큼 한결 같다.

p.41


레드 마켓은 불가피하게 육체를 사회계층의 아래쪽이 아닌 위쪽으로 이동시키는 고약한 사회적 부작용을 낳는다. 범죄 요소가 없더라도 통제 없는 자유 시장은 빈민가의 가난한 기증자에게서 마치 흡혈귀처럼 건강과 힘을 빼앗아 부유한 이들에게 운반한다.

p.29



인도의 늘어나는 부를 결코 공평하게 나눠 가질 수 없는 셀밤과 수천명의 가난한 타밀 주 사람들에게는 장기 판매가 종종 힘든 시기에 선택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처럼 여겨진다.

p. 93

사이클로스포란 같은 면역억제제를 사용하기 시작한 후로 국제 의사 단체와 부패한 윤리위원회는 이집트와 남아프리카, 브라질, 필리핀의 빈민가를 서서히 장기 농장으로 바꿔 놓았다. 장기 사업의 지저분한 비밀은 바로 자발적으로 장기를 판매하려는 사람이 끊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p.94



장기 적출 산업은 전 세계 불우한 사람들의 몸을 착취한다. 이윤을 추구하는 시장에서는 가난한 사람이 착취당하고 인체를 떼어주며, 정부 운영 체제하에서는 정부가 인체를 통제하고 자유의지라는 환상을 앗아간다.

p.118

인도 고라크푸르의 한 혈액 은행에 있는 혈액 전체. 이 얼마 안되는 혈액은 그 도시 병원으로 밀려오는 환자를 치료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공급의 간극을 메우기 위해 낙농업을 하던 농부가 이끄는 범죄 집단이 버스 정류장에서 사람들을 납치해 피를 억지로 뽑기 시작했다 일부 억류자들은 3년 이상 그 곳에 갇혀 지내면서 일주일에 한 번 이상 피를 뽑혔다.



p. 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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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밥상 위의 자산어보 - 개정판 한창훈 자산어보
한창훈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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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제주입니다. 그러니 바다를 늘상 보면서 살 것 같지만, 천만에.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봅니다. 아니, 그저 시야에 들어오는 것 뿐이니 보인다고 해야겠습니다.그렇게 바다를 잘 느끼지 않고 삽니다. 그래서, 행복합니다.

 

육지의 생활을 할 때 한 번씩 지독한 바다 앓이를 했습니다. 바다가 보고 싶어 우울감에 빠져드는, 바다를 향한 상사병이라고나 할까요? 그러다가 지금은 제주에 살고 있어 바다를 그리워하지 않아도 되게 되었습니다. 언제나 곁에 있기 때문에. 차를 타고 30분 이내의 거리에 발을 담글 수 있는 바다가 있기 때문에. 그러니, 느끼지 않아도 행복 할 수 밖에요. 사랑하는 것은 지척에 있는 것 만으로도, 그 존재가 느껴지지 않다하더라도 행복한 것 아닌가요.

바다를 사랑하는건 코아세르베이트 시절에 대한 향수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저희 엄마는 돌아가시면 화장해 바다에 뿌리는게 어떻겠냐고 물으셨는데, 저는 결사 반대했습니다. 딸내미 평생 생선 못 먹게 할거냐고, 내가 무슨 강가에 무덤 쓴 청개구리도 아니고, 바다보며 우는 건 사양하고 싶다고, 비빌 언덕은 있어야한다며 입술을 비죽였습니다. 엄마도 바다로 돌아가고 싶으신걸까요? 해녀도, 인어도 아니면서.

 

거문도에는 저보다 더 바다를 사랑하는 남자가 있습니다. 아니, 비교하는 것 자체가 이상합니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인데. 솔직히 그의 책은 <내 밥상위의 자산어보>가 처음입니다. 도서관 어린이 열람실에서 읽을까 말까 망설였던 <제주 선비 구사일생 표류기>의 작가 한창훈의 이야기인데, 지적인 바다사나이, 화이트와 블루칼라를 한짝씩 달고 있는 작가의 이미지가 느껴졌습니다. 그 좋아하는 바다에서 그 좋아하는 낚시를 하는데 어째서 우수에 젖어있을까요. 사진마다 심각합니다. 이런, 심각하게 좋아하시는건가.

 

 

 심각해도 좋습니다. 책을 펴고 있으면 바람결에 바다 내음이 실려오는 것만 같습니다. 대구에 산다고 모든 사과 품종 감별하는 건 아닌 것 처럼 제 눈에 생선은, 생선입니다. 이 녀석은 등푸르니 DHA많은 놈. 이녀석은.... 흰살이니 담백한 놈.... 얜... 뭐냐?... 해초도 마찬가지인게, 미역, 청각, 파래, 톳은 알아봅니다. 나머진, 모릅니다.

 

제주어를 쓸 줄 아는 호구인셈이니 수산 시장에는 구경하러만 갑니다.

주부도 아닌 정약전 성생도 관찰과 섭취를 하며 <자산어보>라는 책을 만드셨는데, 저는... 잘 모르니 아는 사람에게 빌붙는 수밖에요.

작가는 <자산어보>를 인용하며 매 편의 도입부를 장식합니다. 자산어보도 경험에 기초한 것 처럼 <내 밥상위의 자산어보>도 경험한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바다냄새 듬뿍나는 에세이죠. 잔잔한 재미가 소금기에 실려옵니다. 생선도 모르고 낚시는 더더욱 모르는데다가, 딸내미의 이념으로 활어회는 먹을 수 없으므로 중간중간의 사진들은 풍경만 감상하였음에도 이 책,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식도락 책은 아닙니다.

바다와.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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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계량스푼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정경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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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에는 힘이 있다고 합니다. 우리 말에도 말이 씨가 된다는 표현도 있고, 일본 만화를 보면 언령을 다루는 소재가 많습니다. 아마도 말을 조심히 가려서 하라는 의미에서 나온 것들일 겁니다. 말의 힘이라는 것이 실제하는 것 같은게, 생각없이 뱉은 말이 들은 이의 가습에 콕 박혀버리는 경우도 있고, 염원을 담아 말을 하면 이루어지기도 하는 경우, 겪어보셨잖아요.

<나의 계량 스푼>의 주인공 ... 나이, 이름이 뭐였지? 그러고보니 이름을 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1인칭 시점이므로 계속 '나'라고 이야기하고 주변에서는 이름을 부르지 않습니다. <노인과 바다>에서의 노인도 이름은 있었는데... 아무튼, 주인공 '나'는 초등학교 4학년이고 '만약 니가 ...하지 않으면, ...하게 될거야.'라는 영어시간에 들어본 가정법 같은 이야기를 사용하면 언어의 주박으로 상대방에게 저주를 내릴수 있는 특수능력을 지녔습니다.

처음으로 그 능력을 알게 된 것은 단짝 친구 후미의 피아노 연주회 날이었습니다. 잔뜩 긴장해 있는 그 친구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서 지금 연주를 하지 않으면 너는 후회하게 될거야라는 말을 하고 후미는 용감하게 연주하러 가지요. 엄마는 경악합니다. 그 집안에는 언령을 지닌 아이가 가끔씩 태어나는데, 그것이 자신의 아들이라는 것에 충격을 받고 아이에게 그 능력을 사용하지 않기로 신신당부합니다. 그러나, 2년후 학교에서는 끔찍한 사건이 발생합니다. 근시에 치아교정까지 하고 있던, 마음씨 착한 후미는 친구들에게 이용당하기는 하지만, 진짜 친구는 거의 없습니다. 자신의 다정한 마음을 토끼 돌보는 곳에 쏟아붓고 있었는데, 어느 날 침입자에 의해 토끼들은 난도질 당해 죽고, 아픈 '나'를 대신해 토끼를 돌보기로 한 후미는 학교에 일찍 등교했다가 범인도 만나고 토끼의 죽음을 제일 처음 목격한 목격자가 되어버리지요.

그리고, 후미는 충격으로 마음을 심하게 다칩니다. 범인은 의외로 쉽게 잡혔습니다. 그러나 그의 죄목은 겨우 재물손괴죄. 죄없는 토끼들이 몰살당한데다가 후미의 마음은 자폐라고 해도 좋을 만큼 심하게 다쳐 학교에 나올 수 없을 정도인데, 범인에 대한 처벌은 너무 가볍습니다. '나'는 범인을 직접 만나 사과를 받으려 합니다. 사실은 사과를 받으려하는게 아니라 후미의 복수를 하려고 합니다. '내'가 가진 능력으로. 7일 후.

숙부이자 아동심리학과 교수인 아키야마는 주인공과 같은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그의 표현으로는 '조건게임제시능력.'. 이 능력이 어떤 것인가에 대해 7일간 이야기를 나누는데, 아키야마를 만나기 전까지는 이 능력이 사람을 죽게 할 수 있을 정도의 힘이 있다는 것을 몰랐지만, 능력에 대해 알면 알 수록 점점 두려워집니다. 처음에는 능력 설명서 같던 내용이 인간의 본질과 복수, 습성 및 철학적인 의미까지 짚어보게 합니다. 자기 중심적인 인간의 모습. 인간은 남을 위해 울지 않는 존재이며 모든 것은 자신을 만족시키기 위한 행동이라는 견해에 반대하고 싶지만, 한편으로는 납득하고 있습니다. 결국 '나'도 후미를 구하고 싶다는 마음이 진짜 후미를 위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위해서라는 것을 깨달은 아이의 마음은 얼마나 아팠을까요

 

소설은 <츠나구>의 따뜻함과 철학적인 분위기를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한 아이의 영혼을 다치게 할 정도의 큰 사건이 (한 아이가 아니라 학교 전체 아이들인지도 모릅니다) 겨우 재물손괴죄에 해당한다는 것을 그들은, 우리는 납득할 수 있을까요. 책을 읽으며 죽음과 삶, 그리고 어느편에서 생각하느냐에 따라 인간은 이기적일수도 있다는.. 그런 것에 대한 고민마저 하게 만듭니다. 소설의 주인공은 교수와의 대화를 통해 범인에게 내릴 벌을 결심합니다. 그리고, 실행에 옮깁니다. 결말은 해피엔딩. 그렇지만, 그 아이들의 영혼 역시 행복해지긴 한 걸까요.

소설은 그 안에 담고 있는 메시지들을 넌지시 건네줍니다.

하지만, 주인공의 나이에 비해 대화나 생각이 무척 심오합니다. 초등학교 4학년이 아니라 대학교 4학년쯤 되어보입니다. 특수능력자라서 그런가요? 아닙니다. 토끼를 돌보던 후미는 이 아이보다 속이 더 깊습니다. 이런 아이가 있지 않다는 보장도 없지만, 그렇다고 해도 너무 성숙합니다. 미야베 미유키의 <솔로몬의 위증>을 읽을 때도 중학생들 레벨이 너무 높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번의 아이들은 그들보다 더 높습니다. 그래서 ...뭐...?.... 아뇨. 그냥, 그렇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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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랜드
스티븐 킹 지음, 나동하 옮김 / 황금가지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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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하고 어두우며 심장을 옥죄는 미스터리 혹은 호러를 기대하고 읽었다면 분명 실망했을 책입니다. 스티븐 킹이라는 작가의 작품이라 하면 어떤 특정한 장소에 고립되다시피 갇혀있는 주인공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예상하고 시작하기 마련이지요.

조이랜드도 화끈하게 열려있는 공간은 아닙니다. 여름방학 동안만 아르바이트를 하러 조이랜드에 오게 된 스물한 살의 대학생 데빈 존스도 여름을 만끽할 만한 시원하고 쾌청한 기분은 아니었습니다. 맥주 한 잔 들이켜고 해변을 뛰어놀았으면 좋으려만, 여자친구의 뜬금없는 결별 선언에다가 조이랜드 외엔 딱히 갈 곳도 없고, 그곳에서 사귄 친구들과 재미있게 지내긴 하지만, 남들이 보기엔 실연남 그 자체. 갈수록 초췌해져만 갑니다. 젊은이 힘을 내라구.

친절하게 대해주는 아저씨나 선배들도 있지만, 어쩐지 얄밉게 구는 상관도 있는 법. 어딜 가나 그건 변함없네요. 그나마 데빈은 성실하고 착한 친구라 돌봐주려고 하는 어르신들이 많아서 다행입니다. 하지만, 일의 강도가 낮아지는 것은 아니니까.. 조이랜드의 마스코트 개 (하위) 털옷을 입고서 37도를 오르내리는 더위에 춤도 추고, 각종 잡일에 시달리는 갑갑한 상황이니, 시원스레 열려있지는 않은 상황. 데빈은 스스로를 조이랜드에 가둔 셈입니다.

또 갇혀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공포의 집에서 문을 찾이 못해 나가지 못하는 린다 그레이의 유령. 그녀는 동행하던 남자친구에 의해 놀이기구 안에서 살해당해 모노레일 선로 밖으로 던져졌고 범인은 잡지 못 했습니다. 그녀의 유령은 일부 영감이 강한 사람에게는 목격되었지만, 주인공 데빈 앞에는 나타나지 않습니다. 나타났는데, 못 봤을 겁니다. 데빈에게는 영감이 없거든요. 친구인 톰은 그녀를 보고 사색이 되어 다시는 공포의 집 근처에도 얼씬하지 않지만, 데빈은 그녀의 사연을 파헤치고 범인을 찾길 원했습니다.

또 한 명, 갇혀진 사람이 있습니다. 이야기에서 중요한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중반쯤에야 등장하는 마이크라는 어린아이입니다. 마이크는 뒤센근이영양증이라는 희귀병을 앓고 있어 근육 위축으로 점점 죽어가고 있지만, 무척 밝은 아이입니다. 보조 기구를 착용하고서도 걷는 것이 힘든 아이는 하늘의 연처럼 둥실 떠오르고 싶습니다. 그리고 죽기 전에 조이랜드에서 신 나게 놀아보는 것이 소원입니다. 아이는 병든 육체 안에 가두어져 있지만 사려 깊고, 밝습니다. 게다가 심안도 갖추고 있어 가끔은 남들이 볼 수 없는 것, 모르는 것들도 알고 있습니다.

데빈의 주변인들은 자유롭습니다. 전 여자친구 웬디도 다른 남자에게 날아가 버렸고, 함께 아르바이트를 했던 친구들도 방학이 끝나자 조이랜드를 떠났습니다. 하지만, 데빈은 조이랜드로 도피하여 그곳에 남은 것이었지요.

즐거움이 가득 찬 조이랜드에서 현실도피를 하고 있는 셈. 그만큼 실연의 상처가 컸나 봅니다. 하지만, 마냥 도피만 한 것은 아닙니다. 그의 일을 즐겼고, 하임리히 구급법이 존재하지 않았던 그때, 어린 여자아이를 하임리히법으로 살려내기도 했으며, 기분 나쁜 아저씨(입이 걸고 사람을 막 부리는)를 심폐 소생술로 살려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그곳에서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폭풍우 치던 밤, 공포의 집의 유령을 살해한 범인과 맞닥뜨리기 전까지는.

결국 데빈, 린다 그리고 마이크는 모두 세상 밖으로 나옵니다. 마이크와 함께 남들과의 접촉을 거부하며 살던 그 아이의 엄마까지도요.

책을 읽는 도중과 읽고 난 후 가슴 깊은 곳에서 잔잔한 물결 같은 것을 느꼈습니다. 어쩐지 누군가의 인생의 강렬한 한때를 엿본 것 같은 기분도 들었고, 나 역시 조이랜드를 꿈꾸는 한 명의 갇힌 영혼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알고 보면 조이랜드는 여기저기 삐걱거리고 있는 괴물일지도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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