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하고 어두우며 심장을 옥죄는 미스터리 혹은 호러를 기대하고 읽었다면 분명 실망했을 책입니다. 스티븐 킹이라는 작가의 작품이라 하면 어떤 특정한 장소에 고립되다시피 갇혀있는 주인공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예상하고 시작하기 마련이지요.
조이랜드도 화끈하게 열려있는 공간은 아닙니다. 여름방학 동안만 아르바이트를 하러 조이랜드에 오게 된 스물한 살의 대학생 데빈 존스도 여름을 만끽할 만한 시원하고 쾌청한 기분은 아니었습니다. 맥주 한 잔 들이켜고 해변을 뛰어놀았으면 좋으려만, 여자친구의 뜬금없는 결별 선언에다가 조이랜드 외엔 딱히 갈 곳도 없고, 그곳에서 사귄 친구들과 재미있게 지내긴 하지만, 남들이 보기엔 실연남 그 자체. 갈수록 초췌해져만 갑니다. 젊은이 힘을 내라구.
친절하게 대해주는 아저씨나 선배들도 있지만, 어쩐지 얄밉게 구는 상관도 있는 법. 어딜 가나 그건 변함없네요. 그나마 데빈은 성실하고 착한 친구라 돌봐주려고 하는 어르신들이 많아서 다행입니다. 하지만, 일의 강도가 낮아지는 것은 아니니까.. 조이랜드의 마스코트 개 (하위) 털옷을 입고서 37도를 오르내리는 더위에 춤도 추고, 각종 잡일에 시달리는 갑갑한 상황이니, 시원스레 열려있지는 않은 상황. 데빈은 스스로를 조이랜드에 가둔 셈입니다.
또 갇혀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공포의 집에서 문을 찾이 못해 나가지 못하는 린다 그레이의 유령. 그녀는 동행하던 남자친구에 의해 놀이기구 안에서 살해당해 모노레일 선로 밖으로 던져졌고 범인은 잡지 못 했습니다. 그녀의 유령은 일부 영감이 강한 사람에게는 목격되었지만, 주인공 데빈 앞에는 나타나지 않습니다. 나타났는데, 못 봤을 겁니다. 데빈에게는 영감이 없거든요. 친구인 톰은 그녀를 보고 사색이 되어 다시는 공포의 집 근처에도 얼씬하지 않지만, 데빈은 그녀의 사연을 파헤치고 범인을 찾길 원했습니다.
또 한 명, 갇혀진 사람이 있습니다. 이야기에서 중요한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중반쯤에야 등장하는 마이크라는 어린아이입니다. 마이크는 뒤센근이영양증이라는 희귀병을 앓고 있어 근육 위축으로 점점 죽어가고 있지만, 무척 밝은 아이입니다. 보조 기구를 착용하고서도 걷는 것이 힘든 아이는 하늘의 연처럼 둥실 떠오르고 싶습니다. 그리고 죽기 전에 조이랜드에서 신 나게 놀아보는 것이 소원입니다. 아이는 병든 육체 안에 가두어져 있지만 사려 깊고, 밝습니다. 게다가 심안도 갖추고 있어 가끔은 남들이 볼 수 없는 것, 모르는 것들도 알고 있습니다.
즐거움이 가득 찬 조이랜드에서 현실도피를 하고 있는 셈. 그만큼 실연의 상처가 컸나 봅니다. 하지만, 마냥 도피만 한 것은 아닙니다. 그의 일을 즐겼고, 하임리히 구급법이 존재하지 않았던 그때, 어린 여자아이를 하임리히법으로 살려내기도 했으며, 기분 나쁜 아저씨(입이 걸고 사람을 막 부리는)를 심폐 소생술로 살려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그곳에서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폭풍우 치던 밤, 공포의 집의 유령을 살해한 범인과 맞닥뜨리기 전까지는.
결국 데빈, 린다 그리고 마이크는 모두 세상 밖으로 나옵니다. 마이크와 함께 남들과의 접촉을 거부하며 살던 그 아이의 엄마까지도요.
책을 읽는 도중과 읽고 난 후 가슴 깊은 곳에서 잔잔한 물결 같은 것을 느꼈습니다. 어쩐지 누군가의 인생의 강렬한 한때를 엿본 것 같은 기분도 들었고, 나 역시 조이랜드를 꿈꾸는 한 명의 갇힌 영혼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알고 보면 조이랜드는 여기저기 삐걱거리고 있는 괴물일지도 모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