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 마켓, 인체를 팝니다 - 파는 사람 사는 사람 훔치는 사람
스콧 카니 지음, 전이주 옮김 / 골든타임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세상에, 말문이 막힙니다. 소설 속의 잔혹한 일들은 현실에서 벌어지는 일들과 비교하면 귀여운 메르헨이었습니다. <레드 마켓>이라는 책은 스콧 카니라는 탐사 저널리스트가 5년 간 '레드 마켓'이라 부르는 인간, 인체 혹은 그 일부를 거래하는 지하경제를 파헤친 리포트입니다. 10년간 인도에 거주해 온 그는 인도에서 학점교류로 공부하는 미국 학생들을 가르치는 단기 강사로 일한 적이 있었는데, 그 중 한 여학생이 투신 자살, 그녀의 시신 곁에서 3일간 머무르며 삶과 죽음에 대해 느낄 새도 없이 모든 시신에는 이해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레드 마켓을 파헤치기 시작했습니다. 남아시아의 신장 매매, 해골 절도 (도굴),혈액 도둑(혹은 농장), 아동 납치, 대리모, 난자거래등 인도의 이야기 뿐만 아니라 유럽과 미국을 돌며 자료를 수집했습니다.

 

 

뼈 표본으로 이용되기 위해 미국 등지로 밀반출 되는 사후처리된(도굴된) 시신들은 고가에 팔린다고 합니다. 심지어 정강이 뼈는 악기의 마우스피스로 사용 된다고 하는데 이런 시신및 유골의 도굴은 부를 위해 이용되며 이를 위해서 뼈 공장을 운영하는 일도 비밀스러운 지하의 일이 아니었습니다.

 

신장 이식 문제에서는 우리나라 고속도로 휴게소의 화장실에 종종 '신장 팝니다' 같은 문구가 붙어 있었던 것처럼 인도에서도 공공연한 광고 혹은 브로커를 통해 거래가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하지만, 대분의 거래에서 신장을 팔고자 하는 자는 사기를 당하며, 육체적, 정신적 고통과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적합한 도너와 환자를 연결시키는게 아니라 - 생체 감성따위는 없이, 신장을 적출 당하는 것입니다. 현재 국제적으로 장기의 거래는 불법입니다. 2006년 데이비드 메이터스와 데이비드 킬고어의 <피로 물든 수확 :중국 파룬궁 수련생의 장기 적출 혐의에 대한 보고서>는 더욱 끔찍한데, 사형 대상자를 심정지 시킨 후 각막을 추출하고 장기를 모두 적출하는데 때로는 수감자들이 여전히 살아있는 상태에서 적출당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뼈나 신장 이외에도 상업적 난자 적출 및 유통시장, 감금되어 출산을 기다리는 대리모 센터등 비윤리적 행위로 인해 생명이 위태로운 상태의 사람들과 그들을 이용하는 사기꾼 같은 의사들의 이야기도 알 수 있었습니다.

<허삼관 매혈기(위화)>의 허삼관 처럼 돈을 위해 자발적으로 혈액을 파는 행위도 얼마나 안타깝고 가슴아픈 일이라는 것은 책을 읽어본 분이나 겪어 보신 분들 모두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나라도 과거에는 매혈을 했었습니다.)그런데, 혈액을 팔아 돈을 챙기기 위해 사람을 납치, 감금하여 몇 년이나 일주일에 2번씩 혈액을 채취해 판매하다 적발된 지역 유지의 사건은 무척 충격적이었습니다.

 

이런 비윤리적이고 공포스럽기까지 한 레드 마켓이 존재한다는 것은 수요가 있으니 공급이 있는 법. 원래는 그 수요를 뇌사 - 장기기증자에게서 받거나 자발적인 순수한 마음의 도너에게서 받아야하지만,  그로서는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므로 이런 시장이 생겨나고, 그들을 찾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것일겁니다. 중세 시대엔 20대 중반에 지나지 않았던 기대수명이 이제는 80, 머지않아 100세가 되니 의료적인 문제들이 더욱 심각하고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며 수요- 공급의 곡선도 더욱 진하게 그려져만 갈것 같습니다. 줄기세포가 하루 빨리 의료 개혁을 일으켜 혁명이라고 할 수 있는 - 그렇다고 불사를 원하는 것은 아닙니다 - 새로운 방법을 모색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나아가서 이렇게 장기나 신체의 일부를 팔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는 이들에 대한 방안도 생겨났으면 좋겠습니다. 어쩐지 우울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합니다.

이런 어두운 일면을 전혀 알지 못하고 내 자신의 문제만으로 힘들다, 어렵다라고 생각했던 제 자신이 부끄러워집니다.

 

** 최근에 읽었던 책들 중 가장 충격적인 책이었습니다.

세계 보건 기구 (WHO)에 따르면 전 세계 장기 이식의 약 10퍼센트가

불법 암시장에서 얻는 장기를 사용한다고 한다.

-p.284




레드마켓이란 개념은


레드마켓이라는 개념은 그저 부품으로 인체를 사용한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부적절한 이타주의와 프라이버시 개념이 섞여 장례 산업과 입양 산업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인체의 경우에는 공급망이 무서우리만큼 한결 같다.

p.41


레드 마켓은 불가피하게 육체를 사회계층의 아래쪽이 아닌 위쪽으로 이동시키는 고약한 사회적 부작용을 낳는다. 범죄 요소가 없더라도 통제 없는 자유 시장은 빈민가의 가난한 기증자에게서 마치 흡혈귀처럼 건강과 힘을 빼앗아 부유한 이들에게 운반한다.

p.29



인도의 늘어나는 부를 결코 공평하게 나눠 가질 수 없는 셀밤과 수천명의 가난한 타밀 주 사람들에게는 장기 판매가 종종 힘든 시기에 선택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처럼 여겨진다.

p. 93

사이클로스포란 같은 면역억제제를 사용하기 시작한 후로 국제 의사 단체와 부패한 윤리위원회는 이집트와 남아프리카, 브라질, 필리핀의 빈민가를 서서히 장기 농장으로 바꿔 놓았다. 장기 사업의 지저분한 비밀은 바로 자발적으로 장기를 판매하려는 사람이 끊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p.94



장기 적출 산업은 전 세계 불우한 사람들의 몸을 착취한다. 이윤을 추구하는 시장에서는 가난한 사람이 착취당하고 인체를 떼어주며, 정부 운영 체제하에서는 정부가 인체를 통제하고 자유의지라는 환상을 앗아간다.

p.118

인도 고라크푸르의 한 혈액 은행에 있는 혈액 전체. 이 얼마 안되는 혈액은 그 도시 병원으로 밀려오는 환자를 치료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공급의 간극을 메우기 위해 낙농업을 하던 농부가 이끄는 범죄 집단이 버스 정류장에서 사람들을 납치해 피를 억지로 뽑기 시작했다 일부 억류자들은 3년 이상 그 곳에 갇혀 지내면서 일주일에 한 번 이상 피를 뽑혔다.



p. 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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