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밥상 위의 자산어보 - 개정판 한창훈 자산어보
한창훈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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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제주입니다. 그러니 바다를 늘상 보면서 살 것 같지만, 천만에.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봅니다. 아니, 그저 시야에 들어오는 것 뿐이니 보인다고 해야겠습니다.그렇게 바다를 잘 느끼지 않고 삽니다. 그래서, 행복합니다.

 

육지의 생활을 할 때 한 번씩 지독한 바다 앓이를 했습니다. 바다가 보고 싶어 우울감에 빠져드는, 바다를 향한 상사병이라고나 할까요? 그러다가 지금은 제주에 살고 있어 바다를 그리워하지 않아도 되게 되었습니다. 언제나 곁에 있기 때문에. 차를 타고 30분 이내의 거리에 발을 담글 수 있는 바다가 있기 때문에. 그러니, 느끼지 않아도 행복 할 수 밖에요. 사랑하는 것은 지척에 있는 것 만으로도, 그 존재가 느껴지지 않다하더라도 행복한 것 아닌가요.

바다를 사랑하는건 코아세르베이트 시절에 대한 향수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저희 엄마는 돌아가시면 화장해 바다에 뿌리는게 어떻겠냐고 물으셨는데, 저는 결사 반대했습니다. 딸내미 평생 생선 못 먹게 할거냐고, 내가 무슨 강가에 무덤 쓴 청개구리도 아니고, 바다보며 우는 건 사양하고 싶다고, 비빌 언덕은 있어야한다며 입술을 비죽였습니다. 엄마도 바다로 돌아가고 싶으신걸까요? 해녀도, 인어도 아니면서.

 

거문도에는 저보다 더 바다를 사랑하는 남자가 있습니다. 아니, 비교하는 것 자체가 이상합니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인데. 솔직히 그의 책은 <내 밥상위의 자산어보>가 처음입니다. 도서관 어린이 열람실에서 읽을까 말까 망설였던 <제주 선비 구사일생 표류기>의 작가 한창훈의 이야기인데, 지적인 바다사나이, 화이트와 블루칼라를 한짝씩 달고 있는 작가의 이미지가 느껴졌습니다. 그 좋아하는 바다에서 그 좋아하는 낚시를 하는데 어째서 우수에 젖어있을까요. 사진마다 심각합니다. 이런, 심각하게 좋아하시는건가.

 

 

 심각해도 좋습니다. 책을 펴고 있으면 바람결에 바다 내음이 실려오는 것만 같습니다. 대구에 산다고 모든 사과 품종 감별하는 건 아닌 것 처럼 제 눈에 생선은, 생선입니다. 이 녀석은 등푸르니 DHA많은 놈. 이녀석은.... 흰살이니 담백한 놈.... 얜... 뭐냐?... 해초도 마찬가지인게, 미역, 청각, 파래, 톳은 알아봅니다. 나머진, 모릅니다.

 

제주어를 쓸 줄 아는 호구인셈이니 수산 시장에는 구경하러만 갑니다.

주부도 아닌 정약전 성생도 관찰과 섭취를 하며 <자산어보>라는 책을 만드셨는데, 저는... 잘 모르니 아는 사람에게 빌붙는 수밖에요.

작가는 <자산어보>를 인용하며 매 편의 도입부를 장식합니다. 자산어보도 경험에 기초한 것 처럼 <내 밥상위의 자산어보>도 경험한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바다냄새 듬뿍나는 에세이죠. 잔잔한 재미가 소금기에 실려옵니다. 생선도 모르고 낚시는 더더욱 모르는데다가, 딸내미의 이념으로 활어회는 먹을 수 없으므로 중간중간의 사진들은 풍경만 감상하였음에도 이 책,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식도락 책은 아닙니다.

바다와.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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