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도할 수 있을까?
다카기 나오코 지음, 윤지은 옮김 / artePOP(아르테팝)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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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기 나오코의 <효도할 수 있을까?>라는 책을 두근 거리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을 때까지만 해도 부모님과 한국 여행을 왔던 작가의 여행기 쯤으로 생각했었습니다. 언젠간 엄마와 딸 그리고 저, 이렇게 셋이서 일본 여행을 가보고 싶다고 상상하고 있던 저였기에 일본 사람의 한국 여행기를 보면 내가 엄마와 일본으로 여행을 가는 것에 대한 상상을 할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요. 책을 펼치자 제 생각과는 조금 다른 이야기가 펼쳐져 있었습니다.
 
몇 년 전 길거리에서 만난 벼룩시장에서 이것 저것 소품을 판매하고 있던 판매자분께 산 <150Cm 라이프>의 저자인 다카기 나오코의 부모님과의 이야기 인데요. 그녀의 데뷰작인 <150Cm 라이프>는 일러스트 집과 비슷했었는데, 그 책도 참 재미있게 읽었었습니다. 키 작은 사람들은 이런 저런 불편한 점도 있고, 장점도 있구나 하는 것을 제대로 체험 할 수 있었는데요. 이번의 <효도할 수 있을까?> 역시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해주었습니다.
 

표지에서 보이는 여행 장면은 이 책의 일부일 뿐, 이 책은 과연 어떤 것이 부모님을 기쁘게 하는 일인가에 대한 생각을 하게 해주었습니다. 자식이 생각하는 효도와 부모님이 느끼는 즐거움에 대한 차이 같은 것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를테면 멋진 음식을 대접하고픈 딸의 마음과는 달리 갑자기 카레가 먹고 싶다고 하시곤 무척 맛있게 드시고, 다음에 또 맛있게 드셨던 카레를 기억해 두었다가 멋진 카레 가게에 모시고 가면 오히려 시큰둥 해지시고, 도대체 어떻게 해야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그런 것에 대한 시행착오를 겪는 과정이 이 책에 드러나 있었습니다. 

효도라는 건 정말 어렵습니다. 어떻게 하는 것이 정답이라는 게 없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정말 특수한 경우가 아닌 다음에야 부모님 마음 편하게 해드리는게 정말 효도인 것 같습니다. 뭘 어떻게 해야하는게 아니라, 받았으니 돌려드리는 안갚음의 개념이 아니라 불편하지 않게, 편안하면서도 기쁘게 해드리는게 그래도 정답에 가까운 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저도 엄마와 딸과 함께 여행을 가보려고 합니다. 올해 초 남동생의 기획으로 제주 일주를 했었을 때 엄마께서 무척 기뻐하셨었습니다. 그 때 엄마의 모습을 보니 좋은 걸 드시고, 좋은 걸 보는 그 것도 좋지만, 이렇게 함께 모여 무언가를 한다는 것 자체를 기뻐하셨습니다. 그러니, 언제가 되던지 간에, 혹은 어디로 가던지 간에 엄마가 재미있어 하실 곳으로 함께 여행을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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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그리기 - 숨어 있던 예술적 재능을 찾아주는
퀜틴 블레이크 지음, 최다인 옮김 / artePOP(아르테팝)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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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테에서 나온 새로운 책. <그림그리기>입니다.

숨어있던 예술적 재능을 찾아 준다는데, 과연 저의 재능도 찾아 줄 수 있을까요? 정말 궁금했어요.

솔직히 말하자면, 저의 예술적 재능을 깨운다기 보다는 <찰리와 초컬릿 공장>원서의 삽화를 그린 퀜틴 블레이크의 그림으로 알려주는 그림 그리는 방법에 대한 책이라는 말에 더 혹했어요.

소장가치가 있는것 같아~라고 생각했거든요.

간결한 선으로 쓱쓱 그리면서도 표현력도 대단하고 그림에 생동감이 있는 그의 그림 비결을 엿보고 싶기도 했구요.

 

가끔 그림을 그리기도 하는 저는 그리고 싶은 것이 딱 떠오르지 않으면 그림을 그리고 싶지도 않고, 그리려고 하지도 않기 때문에 뭔가 동기부여가 필요했답니다. 복잡하고 세밀한 그림은 저에겐 무리다...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런 풍의 그림도 한 번 따라해 보고 싶었어요.

 

 

 

두근두근.

책이 품 안에 들어오자마자 얼른 해보고 싶었어요.

책을 열었죠.

신난다. 설명은 아주 재미있게 되어있었어요. 아니, 아니지. 처음엔 아예 설명이 없었던거 같기도?

그림을 그리는데 있어서 틀을 만들기보다는 제일 먼저 자유로운 생각을 발휘하도록 했습니다. 뭘 했냐고요?

뭘 가르쳐 주지도 않고, 그리래요. 그려보래요. ^^

 

바로 이렇게요.

 

 

그래서 그렸지요. 어때요~ 제가 그린 털보가 1위 할 만 한가요?^^

 

 

 

그리고 이번엔.....

빗자루, 갈퀴, 대걸레, 먼지떨이를 그려보래요. 청소도구 총 집합~!

 

음.. 어떤 청소도구가 있을까요? 열심히 그려보았어요. 헤헷.

리틀포니와 함께 그렸죠.

 

 

짜자잔.

갈퀴를 그리랬더니.. 후크 선장의 갈퀴를 그렸네요. 이녀석, 창의적이야...(청소도구라는 대전제를 잊었어.)

밑그림 같은건 필요 없어요. 생각 나는대로 쓱쓱.

못 그리면 어때요. 그냥 생각하는 것 자체가 재미있던걸요~​


 

이번엔 오늘의 날씨와 딱 어울리는 미션.

비오는 날 우산을 그려보래요.​

 

 

펜과 수채색연필을 믹스해서 사용했더니만,

이야... 그럴싸한데요?

접혀져 있는 우산도 여러개 그려보았어요. 이런저런 모양들이 있었을텐데, 생각나는 건 저정도 밖에 없더군요.

 

이번에는 각종 양동이 그려보기.

오오.. 어떤 양동이가 있을까요? 

 

 

이런 양동이들을 그려봤어요. 히힛.

이런 저런 상상을 하면서 그려보니 틀에 박힌 양동이 말고 이런저런 양동이들이 떠올라서 무척 재미있었어요.

 

 

이러다가 오늘 밤새 이 책 한 권을 다 그려버릴 것 같아서 잠시 쉬기로 했어요.

너무 재미있어서 펜을 놓기 힘들었어요.^^

 

아직 못한 뒷쪽을 훑어보니 원근법, 그림자 처리, 표정그리기 등등 배우면서 재미를 느낄거리들이 무척 많았습니다. 이 책과 함께 할 시간들이 기대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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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친구
마리 유키코 지음, 김은모 옮김 / 엘릭시르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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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보고 싶은 것만 본다... 그리고 생각하고 싶은 방향으로 생각하기 시작하면, 그 외의 것은 잘 보이지 않는 모양입니다. 미스터리 소설을 좋아하는 저이기에 많은 소설이나 관련 서적들을 읽어보았지만, 대개 작가가 오해하도록 깔아놓은 노선을 따라 끌려가게 됩니다. 중간 중간 몰래 복선을 깔아 놓았음에도 불구하고 마음속에서 이 쪽 길이야! 라고 정하고 나면 다른 것을 생각할 여지를 잘 두지 않게됩니다. 복선이 복선인 줄 모르게 되는 것이지요. 글을 쓰는 작가의 경우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자신이 끌고 나가려는 방향이 확고한 나머지 약간의 억지를 쓰면서 끌고 가고 있다는 것을 모른 채 글을 계속 쓰고 있을 때가 있습니다. 이런 저런 헛점이 드러나는 게 독자의 눈에 뻔히 보이는데도요. 이 책의 작가가 그렇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마리 유키코의 이번 책은 약간의 서술 트릭이 보이고 있었거든요. 중간 중간 일부러 하지 않는 이야기, 혼돈을 줄 수 있는 부분들을 삽입해서 독자로 하여금 뭐지, 이 이상한 링크는... 하게 여기는 그런 책이었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것들에 대한 것은 오히려 이 <여자친구>라는 책을 지배하고 있는 잡지의 연속 기사와 사건을 위한 재판부, 특히 검사측의 이야기였습니다. 만일 이것이 실제 사건이었다고 한다면 우리는 그런 사건에 대한 내용을 짧게는 뉴스를 통해, 길게는 그것이 알고 싶다 같은 방송에서나 혹은 잡지를 통해 알게 될겁니다. 그런 상황 더하기 기자의 취재하는 모습을 함께 보고 있다고 생각하면 이 책을 따라 갈 수 있습니다.

사건은 그렇습니다. 거품경제 당시에 인기를 끌었지만 지금은 채무, 혹은 다중채무를 지게 만드는 초고층 호화 아파트에서 혼자 살던 여자 두명이 같은 날 살해당한 시신으로 발견됩니다. 한 사람은 요새 청소년 말로 연덕(연예인 덕후)이었는데, 자신이 좋아하는 배우 꽁무니를 따라다니느라 돈이 항상 부족했습니다. 직장생활로 벌어들인 돈으로는 감당이 되지 않았지요. 그래서, 인터넷을 통해 속옷을 팔고, 매춘도 했습니다. 그리고 결국, 매춘 상대인 남자에게 살해당한 시체로 발견되는데요. 시신은 끔찍하게도 성기를 포함한 자궁이 도려내 진 상태였습니다. 게다가 그런 잔인한 짓을 한 흉기인 과도는 또 다른 피해자의 집에서 발견되는데요. 그녀의 목도 동일한 흉기로 그어져 있었습니다. 따라서 검찰은 택배기사였던 매춘상대의 그 남자를 범인으로 지목, 체포하고 재판은 몇 개월에 걸쳐 열립니다.

 

잔인하지만, 단순하게 보였던 치정살인, 혹은 변태살인은 재판이 거듭될 수록, 그리고 취재를 하면 할 수록 심리적 원인이 있었던 것이 드러나며, 피해자들과 그리고 주변인물들의 가슴속에 검고 붉은 핏덩이 같은 것들이 엉겨 있었음을 알게 됩니다.

 

지난 번의 <살인귀 후지코의 충동>을 읽었을 때는, 아아아아....진짜...라는 말이 나올 정도의 불쾌감이 머리를 짓눌렀는데요. 이번에는 그렇게까지 불쾌하지는 않았습니다. 아, 그런거였나! 하며 인간들은 역시 자기가 유리한 방향으로 말하는 군...하는 생각과 내가 상상했던 검사의 모습보다 실제 묘사와 다르다는 것 정도를 깨달았을 뿐이었습니다. 그러나, 책을 덮고 사진을 찍으며 제목이 왜 여자친구인가...무슨 관계가 있지? 하며 생각해보니 갑자기 두통과 함께 씁쓸함이 밀려왔습니다.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말이 있지요. 원시시대부터 여자들은 아이를 낳고 무리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주변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했기에 대부분은 주변의 여자들과 잘 동화하는 편입니다. 그렇지 않은 - 저처럼 낯을 가리는 사람도 있겠지만 - 적어도 겉으로는 필요에 따라 그럴 수 있습니다. 남자와 비교한다면 조금 더 그렇죠. (모두가 그런게 아니라, 보통은 그렇다는 말입니다.)그렇게 무리를 잘 짓는 특징이 있는가하면, 무리 속에서도 질투하거나 미워합니다. 사랑과 미움이 함께하는 기묘한 형태를 취하는데요. 남자들의 따돌림이 폭력적이라면 여자들의 따돌림은 무리 중에서 은연중에 은밀히 일어나는 형태로 정신공격을 하지요. 그러니 길에서 우연히 친구를 만나면 새된 소리를 지르며 팔짝팔짝 뛰며 반갑다고 하다가도 뒤돌아서면 이러쿵저러쿵 뒷 말 할 수 있습니다..........라는 것이 이 책에 들어있는 숨은 의미인 것 같습니다.  고정관념이야! 성차별적 발언이라고! 다 그렇지는 않다니까!! 네네, 알고 있습니다. 저도 여자니까요. 그렇지 않은 사람도 많다는 걸 압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 그런 고정관념에 대해서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부정 할 수 없네요.

 

 

그것이 이 책이 저에게 준 쓴맛이었습니다.

역시. 이야미스로군요.

 

     
 

인간은 자유롭도록 저주받았다.

- 샤르트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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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밟기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최고은 옮김 / 검은숲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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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는 항상 광원의 반대쪽에 생깁니다. 광원의 숫자에 따라 그 수 만큼의 그림자가 그 반대편에 생기는데요. 그렇다면 화려한 도시의 수 많은 빛이 어두움을 낳았다고 보아도 좋을까요? 시골이라고 해서 그림자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만, 어쩐지 도시에는 더 많은 그림자가 존재하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사람의 발 아래 드리우는 그림자도 그렇지만, 검고 어두운 분위기, 범죄, 인간의 내면도 한 몫하는 것 같습니다. 마음에 드리운 그림자들은 밝은 빛으로 치유 할 수 있을런지.

그림자는 어두움을 말하기도 하지만, 보이지 않는곳에서 따르며 도움을 주는 존재도 그림자라고 하지요.

 

정확히 나와 같은 존재이면서 나와 언제나 함께하며 나를 도와주는 존재가 있다면, 친근함과 두려움을 함께 갖게 될까요? 요코야마 히데오의 <그림자 밟기>에서는 그런 존재로 15년 전에 이미 죽은 쌍동이 동생이 나옵니다. 탁월한 수재로 법조인을 꿈꾸던 마카베 슈이치는 동생의 일탈로 우울증을 앓게된 어머니가 방화 및 분신 자살을 꾀하는 바람에 동생과 어머니, 심지어 둘을 구하려던 아버지까지 함께 잃게 된 후 방황의 길을 걷습니다. 동생의 일탈이었던 좀도둑질을 자신이 하게 되는데요. 절대 잡히지 않아 철벽 미카베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그의 머리속에는 동생인 게이지가 살고 있었습니다. 그 화재사건 이후 게이지는 하늘로 올라가지 않고 태내에서 함께 살아가며 하나였던 존재인 형에게 붙어있는 모양입니다. 형은 그렇게 죽은 동생의 목소리와 대화를 하며 일상을 한밤중에 침입해 현금만을 털어가는 도둑으로 살아가는데, 어느 날 침입한 이니무라 부부의집에서 강도의 누명을 쓰고 체포, 복역하게 됩니다. 2년 후 출소한 그는 그 때의 사건을 찾아 조사합니다. 분명, 아내가 남편을 죽이려 하던 현장에 자신이 들이닥쳤었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사건을 조사하던 중 또 하나의 살인사건이 벌어지고, 이 여자, 이니무라는 팜므파탈인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치명적인 매력의 여자.

 

<그림자 밟기>는 피카레스크 소설 (악당이나 악한이 주인공인 소설, 혹은 연작 단편)입니다. 솔직히 자수하자면, 피카레스크라는 용어를 이 책의 말미에 있는 옮긴이의 말에서 처음 보았습니다. 뭐. 이제라도 알았으면 됐지요. 아무튼 도둑이 주인공이면서 연작 단편이니 어느 쪽으로 해석해도 좋을 피카레스크 소설인 그림자 밟기는 기존의 경찰이나 검시관이 주인공인 요코야마 히데오의 소설과는 조금 달라서 실망한 분들도 있었다고 하는데요. 저는 <64> 같은 소설을 읽기가 힘들었기 때문에 이 소설쪽이 오히려 잘 맞았습니다. 다만, 출소 직후의 첫 번째 사건은 제가 피곤해서 그런건지.. 뭔지 잘 모르겠는데 좀 지루한 감이 없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읽을수록 캐릭터에 몰입하게 되었고, 처음의 될대로 되라지..하는 자세로 살아가던 마카베가 뒤로 갈 수록 점점 덜 나쁜 사람이 되어가는 - 역시 피카레스크의 전형인가 봅니다 - 모습을 지켜보는 과정도 쏠쏠했습니다. 심지어 어린 소녀에게 산타가 되어주는 '사도'편에선 코 끝이 찡해왔습니다.

미카베 슈이치에게 있어서의 그림자 밟기란, 도시의 어두움을 밟으며 살아가는 초라한 모습이기도 했고, 그 자신 내면의 어두움과 함께 가는 것이기도 했으며, 자신 안에 살아가고 있는 동생과 함께 나아가는 것이기도 했습니다. 과연 그 동생은 자신의 내면의 외침이었을까요, 아니면 진짜 동생의 영혼이 함께 있었던 것일까요? 어느 쪽이라도 어두움을 떨쳐 낼 수 있는 것은 슈이치. 그 자신 뿐일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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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동실에 숨긴 엄마 꿈꾸는돌 13
얀 더 레이우 지음, 이유림 옮김 / 돌베개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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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뢰딩거의 고양이는 너무나도 유명한 이야기여서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실 겁니다. 원래는 물리학자인 슈뢰딩거가 양자역학을 설명하는 이론으로 내놓은 것인데요. 양자역학의 세계가 거시적인 세계까지 확장된다면 어떻게 되는가 하는 취지에서 고양이의 이야기를 합니다. 말년에 과학철학을 공부했기 때문인지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양자역학뿐만 아니라 철학이나 심리학 분야에서도 많이 거론되는데, 밀폐된 공간(상자안)에 고양이와 독극물을 넣어 놓았을때, 상자 뚜껑을 열어서 안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고양이는 죽어있을 수도 있고 살아있을 수도 있으므로 고양이는 살아있으면서 동시에 죽어있는 상태라는 이론인데요. 뚜껑을 여는 순간 동시에 존재하던 두 가지의 상이 하나로 결정됩니다. 즉, 관측하는 행위가 그 물질의 상태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죠. 실제적으로 생각한다면 뚜껑을 열지 않았어도 고양이는 죽었거나, 살았거나 둘 중 하나이겠지만, 양자물리학자의 입장에서는 고양이가 살아있으면서 동시에 죽어있는, 즉 두 가지 상태 모두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관찰하는 행위가 있기 전까지는요.

 

청소년 소설인 <냉동실에 숨긴 엄마>의 주인공 요나스가 키우는 고양이 이름은 슈뢰딩거입니다. 동생이 키티라고 부르거나 말거나 어쨌든 요나스는 고양이를 슈뢰딩거라고 부릅니다. 운명의 장난인지 아니면 작가의 장난인지, 요나스는 자신의 엄마를 슈뢰딩거의 고양이로 만들어야만 했습니다. 왜냐하면, 엄마가 방에서 죽어있었거든요. 하얀 약병이 옆에서 딩굴고 있었고요. 푸주한이었던 아빠는 옆집 할머니를 습격하려다가 경찰에 체포되어 지금은 정신병원에 있는데, 자신들을 제대로 돌봐주지 않았던 엄마마저 죽어버렸습니다. 이젠 동생과 자신은 뿔뿔이 흩어져 고아원에 가야겠지요. 아니, 그것보담도 자신의 복잡한 가정환경이 다 드러나 버릴 겁니다. 엄마는 아이들을 방치에 가까운 상태로 내버려 둔 주제에 신문의 상담 칼럼 담당자였습니다. 예전에 제가 좋아했던 디어 애비(폴린 필립스)처럼요. 요나스는 동생에게 엄마의 죽음을 알리지 않고 시체를 지금은 방치되어있는 푸줏간의 대형 냉장고 안에 숨깁니다. 모두에게 비밀입니다. 심지어 엄마의 칼럼 독자들에게 오는 메일에도 자신이 직접 답을 하지요. 그러다가 원치 않는 방향의 답을 들은 독자 소녀 헬렌이 집에까지 찾아오는 불상사가 벌어집니다.

요나스의 엄마는 슈뢰딩거의 고양이입니다. 사람들은 그녀가 죽은 줄 모릅니다. 요나스는 엄마가 스페인에 가 계시다고 거짓말했거든요. 이로써 엄마는 죽어있으면서 동시에 살아있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모두가 엄마의 죽음을 알게 되기 전까지는요. 그리고 소설은 가정의 비밀을 까발리지 않으면서도 엄마의 시신을 처리하고 엄마의 죽음을 자연스레 - 되도록 아름답게 알리는 방향으로 진행됩니다.

 

그런데, 제가 타이틀과 추천사에 낚였나봅니다. 이 책이 벨기에와 독일의 언론으로부터 호평을 받았고 독일 파르카우에 극장에서 연극으로도 상연된 작품이라고도 하고.... 그러니 웃기고 감동도 있고, 감탄할 요소도 있을거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괜히 기대를 크게 가졌나봐요. 그정도는 아니었거든요. 아이의 눈으로 본 세상이라고 했는데.... 제가 어른이기에 아이의 눈으로 본 세상을 이해 못했을지도 모르겠어요. 청소년들은 재미있게 읽었을까요? 궁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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