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콜렉터 30
아르노 슈트로벨 지음, 전은경 옮김 / 북로드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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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기업의 상속녀인 에바는 어느 날부터 잠자리에 들면 끔찍한 악몽을 꿉니다. 관 속에 누워 살려달라고 발버둥 치다가 꿈에서 깨어나면 실제로도 팔꿈치나 손에 상처가 남아있었습니다. 더욱 끔찍한 것은 그녀가 살고 있는 도시에 여자를 관에 넣어산 채로 암매장하는 살인마가 등장했다는 사실이지요. 에바의 이복 여동생 잉에마저도 희생자 중 한 명이 되었습니다. 이상하게도 에바의 꿈과 여자들의 죽음은 묘하게 닮아있었습니다. 그녀는 어째서 그런 꿈을 꾸는 걸까요? 

이 소설의 주요 등장인물 중 하나인 브리타는 어릴 적 학대받은 경험이 있습니다. 경험이라고 말할 수 업을 정도로 끔찍한 일들을 겪었지요. 그 학대의 크기가 너무나 커서 어른이 된 이후에도 가끔씩 떠오르는 기억 때문에 두려움에 사로잡힙니다. 

사건 담당 형사인 베른트와 유타는 피해자 잉에의 주변 인물들을 수사하다가 에바가 어린 시절에 새어머니로부터 학대를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에바에게는 잉에 외에도 마누엘이라는 이복동생이 있었는데요. 그 아이도 학대를 당했으며 어느날 물에 빠져 죽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에바는 마누엘이 어딘가에 살아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었지요. 자신이 그 조그만 아이를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마누엘이 죽을 때 에바 역시 어린아이였기 때문에 지켜 낼 수 없었을 겁니다. 어린 에바는 멍투성이의 몸으로 마누엘을 안아서 위로해주곤 했거든요. 가해자였던 새어머니는 에바가 10대때 암으로 죽었고, 지켜주지 않았던 무능한 아버지 역시 돌아가셨지만 에바의 상처는 여전해서 사람들과 엮이는 것을 원하지 않았습니다. 아동학대란 그런 깊은 상처를 남기는 법이니까요.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끔찍한 아동학대 사건들이 연일 보도되고 있습니다. 어쩜 인간의 탈을 쓰고 저럴 수 있을까 싶은 일들이 말이지요.

우리 어린 시절에는 그런 일들이 없었을까요? 아니요. 더 많았습니다. 다만 당하는 쪽도 가하는 쪽도 그것이 학대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뿐입니다. 아동학대는 어린시절의 일로 국한되지 않습니다. 어른이 되어서도 계속되는 고통 속에서 살아야 합니다. 어른이 되어서도 그런 걸 스스로의 의지로 극복하지 못하냐며 이죽거리는 사람도 있겠습니다만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만큼의 상실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모두 회복하며 산다는 건 정말이지 힘든 일입니다. 아무리 꿰매고 약을 발라도 커다란 흉터가 가슴에 남아 지워지지 않습니다. 방임, 언어폭력 정도는 당연하게 생각하는 부모들도 많고, 신체 폭력, 성폭력, 심리적 폭력, 혹은 복합적인 폭력들이 아이들을 죽이고 있습니다. 


보건복지부의 2011년 아동 학대 실태 조사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중앙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신고된 아동 학대 건수는 총 2만 9,381건으로 집계되었다. 또한 가해자의 79.7%가 부모로 조사되었으며, 아동 학대 유형으로는 복합적 학대가 41.40%로 가장 많고, 방치 33.30%, 심리적 학대 13.88%, 신체적 학대 6.93%, 성적 학대 4.50%로 나타났다.

미국에서는 2010년에 대략 69만 5000건의 아동 학대가 입증되었고, 이중 78.3%가 방치였다. 2010년 미국의 전체 아동 중 학대받고 있는 아동의 비율은 1% 미만으로 나타났다. 또한 2008년에 미국에서 아동 학대로 사망한 아동은 1730명이었다.

[네이버 지식백과] 아동 학대 [child abuse] (심리학용어사전, 2014. 4., 한국심리학회)


이 책의 등장인물들도 그렇게 하루하루 죽어갔습니다. 간신히 어른이 되긴 했지만, 그들은 관에 눕는 존재가 되었고, 관에 눕히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누가 그들을 그 관에서 꺼내어 구해 줄 수 있을까요.


빠른 전개와 호흡, 탁월한 심리 묘사, 소설에 깔려있는 수많은 복선들이 저를 끝까지 끌고 간, 그런 소설입니다. <스크립트>와 더불어 북유럽 특유의 군더더기, 오지랖 등이 없어서 읽기 편했던 책이었습니다. 내용은 상당히 슬프고 끔찍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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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6-02-20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봐야겠어요. 장르소설 좋아함!^^
잘 읽고 가요.^^

포니 2016-02-21 22:05   좋아요 1 | URL
네^^ 감사합니다.
 
에도가와 란포 결정판 1 에도가와 란포 결정판 시리즈 1
에도가와 란포 지음, 권일영 옮김 / 검은숲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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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도가와 란포의 소설들은 독특함이 있습니다. 20세기 초기에 쓰인 작품들이니 현대의 문체와는 많이 다르기에 독특하다 느끼는 것일 수도 있겠는데요. 만일 번역자가 현대인들의 입맛에 맞게 상당 부분을 현대적으로 고친다면 제대로 맛을 느낄 수 없을 겁니다. 그렇다고 해서 정말 20세기 초기 스타일로 번역한다면 너무 예스러워지기에 광범위한 독자들에게 호응을 얻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이 <에도가와 란포 결정판 1>은 그 텐션을 잘 조절한 것 같습니다. 적절한 용어와 문장의 길이 조절로 읽어나가는데 조금도 부담 없이 앞으로 스르륵 미끄러져 나갈 수 있었습니다. 누드사철본이라 혹시 책이 이 부분에서 쪼개지면 어쩌지... 하는 불안감도 잠시, 손에 들고 읽지 않고 책상에 두고 읽으니 아주 편안하게 즐길 수 있었지요. 종이의 질도 참 마음에 듭니다. 미색의 부드러운 종이가 노안이 될까 말까 망설이는 저의 눈을 편안하게 해주었지요. 물론 내용은 편안하지 않았지만요. 

에도가와 란포의 소설은 에로티시즘과 그로테스크가 절묘하게 버무려져 있기에 마냥 신나게 읽기에는 부담스럽습니다. 그 기괴함은 스티븐 킹의 호러물과는 다릅니다. 동양적인 기괴함이지요. 


앞서 문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는데요. 에도가와 란포의 소설의 독특함은 서술기법에서도 드러납니다. 작가는 서술을 하다 말고 독자를 향해 이야기를 합니다. 넌지시 독자에게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그냥 말을 걸어버립니다. 독자 여러분 여기를 주목해주세요. 이 부분이 중요한 부분입니다...라는 식으로요. 독자 여러분은 눈치채셨겠지요?라는 말을 들을 때 나도 모르게,뭘? 하고 대답하고 마는데, 소리 내어 대답하고선 민망함에 웃음 지으며 다음 장을 넘깁니다. 그러니 소설을 읽으면서도 목소리 걸쭉한 전기수나 변사가 해주는 이야기를 듣고 있는 듯하여 더 신나게 이야기의 흐름을 타고 달립니다. 


<에도가와 란포 결정판 1>은 세 권으로 분권되어 있는데요. 첫 번째 권은 '오시에와 여행하는 남자','애벌레','천장 위의 산책자'의 세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고, 둘째권과 셋째권은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되는 '거미남' 입니다. 사실 저는 에도가와 란포의탐정소설보다는 괴기 소설을 좋아합니다. 그가 일본 추리소설의 아버지라고 불린다고 하더라도요. 란포의 탐정소설은 그렇습니다. 이러저러한 사건이 벌어지고. 왁!! 놀랐지? 이건 몰랐지? 하는 놀라움을 주고자 하는 면이 참 재미있습니다. 아, 제가 탐정소설을 싫어한다고 한 것이 아니라 괴기 소설을 더 좋아한다고 했던 건데, 혹시 오해하신 분은 없으시겠지요? -라고 란포의스타일을 흉내 내 보았습니다. 


'오시에와 여행하는 남자'는 기괴하면서도 애틋한 것이 사랑이란 이렇게 별스럽기도 하고, 쓸쓸하게 만들기도 하는구나 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오시에 기법으로 만들어진 그림의 액자와 함께 여행하는 이 남자의 사연이란 어쩐지 그 끝을 알 것 같은 기분에 추욱 가라앉고 맙니다. '애벌레'는 앞서 흑림귀인단의 소책자로 읽고 리뷰한 일이 있기에 간략하게  이야기합니다만, 저는 란포의 소설들 중 인간 의자 다음으로 애벌레가 마음에 듭니다. 그리고 이 책에 소개되지 않은 '거울 지옥'까지가 제가 꼽는 란포 3대 기괴 환상입니다. 애벌레는 그로테스크한 에로티시즘의 집약체이지요. 장면은, 상상하지 마시길. '천장 위의 산책자'는 범죄 이야기에 심취했던 한 남자가 천장 위의 통로를 발견하고 범죄를 저지르기로 결심하고 실행하는 이야기입니다. 단순한 것 같지만, 두근두근. 함께 조마조마 해집니다. 


'거미남'은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되는 소설입니다만 어쩐지 어디선가 부분부분 보았던 것 같은 데자뷔가 느껴집니다. 어쩌면 다른 소설에서 그 트릭을 차용했었을지도 모르겠는데요. 아니면 탐정 만화에서 그랬을는지도 모르지요. 아무튼, 이 '거미남'은영화와 드라마로 만들어졌었다고 합니다. 자신만의 미학으로 엽기적인 살인을 벌이는 괴이한 살인마를 쫓는 탐정 소설인데요. 당시에는 이름 지어지지 않았던, 요샛말로 하면 사이코패스가 등장합니다. 거미남이라는 이름으로요. 이 살인마를 쫓는 탐정은 구로야나기 박사. 희한하죠. 에도가와 란포의 탐정은 아케치 고고로(혹은 코고로)이고 조수는 고바야시인데요. 이번 소설에선 구로야나기 박사가 탐정역이고 노자키가 조수입니다. 조금 다른 스타일인가 보군. 하며 읽고 있는데, 네. 아케치가등장합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범인의 허를 찌르며 범행을 밝혀내지요. 약간 웃음이 새어 나오는 부분도 있었지만, 경쾌하게 읽어나가다 보면 끔찍한 살육 현장에 도착합니다. 이 소설에서도 란포의 그로테스크함이 드러나더군요. 신나게 마차를 타고 달려가다가 화염 속으로 뛰어든 것 같은 기분입니다. 


이 책은 란포의 직계손과 일본을 대표하는 추리소설 평론가들이 기획한 <에도가와 란포 전집 30>의 국내 유일 정식 완역본으로 국내판에서는 초판을 비롯한 각 판본의 차이 비교 및 해설, 초판 표지 및 당시 신문광고 등 화보, 에도가와 란포의 자작해설 등이 실려있기에 소장가치 또한 높다 할 수 있겠습니다. 이번에 <에도가와 란포 결정판 1>인 것으로 보아 앞으로 계속 출간될 예정인 듯하니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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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전쟁
김진명 지음 / 새움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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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리뷰를 할 때가 사실은 제일 조심스럽습니다. 유명한 작가, 팬이 많은 작가, 게다가 우리나라 작가의 책을 읽고 나서 한숨을 내쉬게 될 때 나는 어떻게 글을 써야 하나, 작가와 팬들에게 욕을 먹지 않으려면 어떻게 써야 하나...... 고민하다가 결국 글을 쓰지 않고 안 읽은 셈 칠 때도 있습니다. 

이 책 <글자 전쟁>은 무척 유명한 책입니다. 현재 (2016.2.17) 기준으로 네이버 책에는 390건의 리뷰가 있는 걸 보니 무척 많은 사람이 이 책을 읽었나 봅니다. 그중 대다수는 이 책에 대해 찬사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저는 컴퓨터 앞에 앉아서 더욱 고뇌할 수 밖에요. 하지만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는 건, 글을 써야겠다고 결심했다는 것이겠죠?



어릴 때부터 천재성을 보였던 이태민이라는 무기중개상이 동업자의 비리로 검찰에 소환됩니다. 여검사를 우습게 봤다가 유도신문에 말려들죠. 다음날 재소환되었지만, 중국으로 도망칩니다. 그곳의 해장국집에서 북한 사람들과 중국 사람들과 어울리며 재기할 기회를 노리는데, 말 없는 한 사나이가 무척 신경 쓰입니다. 그 남자는 어느 날 태민을 불러 USB를 맡아달라고 말하고 그날 밤 살해당합니다. 별로 친하지 않은 상대가 갑자기 무얼 맡기고 살해당하고 다음날 공안이 찾아오고... 이런 것 자체가 이미 진부하지 않습니까만은, 그래도 문장력이 좋으니 다시 책으로 빨려 들어갑니다. 처음엔 그가 남겨준 USB에 별 관심이 없었지만 죽은 자가 소설가라는 말에 호기심이 일어 무엇이 들었나 확인합니다. 그가 남긴 것은 한 편의 소설이었습니다. 소설의 내용은 한자는 중국이 아닌 동이(東夷)에서 만들어진 것이라는 것. 무척 재미있는 소설 그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 뒤의 스토리까지 이야기하고 나면 제가 제일 싫어하는 스포일러 대방출 사건이 될 테니 여기까지만 하도록 하겠지만, 읽으신 분은 알 테지요. 이게 다라는 사실을. 

이 소설은 그렇습니다. 시작은 창대하였으나 그 끝은 미약하리라. 혹은 용두사미.

소설에서 읽을 수 있었던 것은 작가가 무척 많은 연구와 공부를 하였구나 하는 것. 그리고 그의 그런 연구와 공부를 바탕으로 대단한 상상력을 발휘해 거대한 스토리를 뽑아낼 만한 능력도 있는 사람이로구나 하는 것. 뿐만 아니라 사람을 책 속에 잡아넣는 실력도 대단해 책 속의 책, 사마천 시대의 이야기가 나옴에도 어려움 없이 읽게 만들 수 있는 친절함도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하지만, 제 감상은 변하지 않습니다. 시작에 비해 끝이 허술합니다. 감히 유치하다고 말하겠습니다. 차라리 코믹하고 유쾌한 소설의 결말이 그런 식으로 지어졌다면, 소설의 흐름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자연스러웠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내용에 비해 빈약한 결말도 그렇고, 어리석을 정도로 자기중심적인 데다가 건방진 젊은이가 이 소설 하나로 그렇게 변했다고 하는 것은 청소년 책에서도 먹히지 않을 것 같습니다. 게다가 우연의 남발. 그 넓은 땅덩어리에서 참.... 


지난번의 <싸드>도 저랑 잘 안 맞았었는데요. <글자 전쟁>은 더욱 안 맞습니다.

그러니 이제는 김진명의 책을 읽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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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6-02-17 1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ㅡ싸드 도 그렇고 저는 끝을 낼 수있는 문제가 아니라서 그렇게 끝을 지었다 ㅡ라고 보거든요.
작가는 던져주는 것 같아요.
의심하라.
지금을 ..
한번 주변을 다시 보라 ㅡ나를 둘러싼 현실들과 주변국과의 정치 경제 들을 ..
눈을 들어 보라는 메세지로만 봐도 일단 괜찮다고..
신문 ㅡ은 보시는지..
역사특강 e-채널 등은 좀 보시는지..
싸드가 결국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ㅡ는 생각해 보셨는지..거기까지만 해도 작가는 잘 한거라고
저는 봅니다. 그가 결론 내릴 부분이 못되거든요.
현재진행형의 일들이라...

포니 2016-02-19 14:37   좋아요 1 | URL
이 덧글에 덧글을 다는 것이 더 어렵네요. ㅎㅎ

여러가지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계속 생각해야겠지요.^^

[그장소] 2016-02-19 17:02   좋아요 0 | URL
무조건 작가가 옳다 ㅡ그러는건 아닙니다.^^
저도 기습을 받은 듯 했거든요.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까지 ㅡ입니다.
현재로서는..
아쉬운 글에 대한 부분은 저도 있었으니까..분명.^^

포니 2016-02-20 11:09   좋아요 1 | URL
네^^
생각해 볼 만한 일들인 것 같아요.
작가가 던져주는 주제만큼은 확실히 그래요.

[그장소] 2016-02-20 13:56   좋아요 0 | URL
네 ~^^고맙습니다.
무조건 섣부른 결론으로 가기보다 스스로 의식의 껍질이 단단해 질것을 두려워하기 ㅡ
이걸 참 조심히해야하는 것 같아요.
나름 그마만한 시간을 들인 것이라도
시간앞에 완벽이란 ㅡ무색한거라..
그런 생각을 덕분에 한번 더 했네요.
포니 님 주말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또 좋은 글로 뵈어요^^

포니 2016-02-21 22:06   좋아요 1 | URL
네^^ 자주 뵙겠습니다.
 
검은 집
기시 유스케 지음 / 창해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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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코패스라는 개념은 1920년대 독일의 쿠르트 슈나이더가 처음으로 도입한 것으로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말합니다. 평소에는 그들을 잘 알아볼 수 없습니다. 우리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조용하기 때문에 알아채기 힘들지요. 하지만 어떤 계기로 인해 그들이 숨겨왔던 증상들이 폭발하고 맙니다. 유전적이거나 뇌의 일부 기능이 차단되거나 호르몬계의 혼란으로 야기되기도 하는데요. 그들은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지 못하며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서는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그 일을 해내지 못하게 하는 자들은 모두 적이며 제거해야 할 대상이지요. 


<검은 집>을 읽기 시작했을 때에는 보험 사기와 아동학대 쪽으로 초점을 맞추어 읽어야 하나 생각했습니다. 왜냐하면 각종보험 사기나 클레임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던 보험회사 직원 신지가 클레임을 해결하러 한 고객의 집에 방문했을 때, 그 집에서 아이의 시체를 발견하기 때문이었습니다. 목매달아 죽은 아이의 시신은 마치 신지를 기다리고 있는 듯했었고, 어릴 때 추락사 한 형의 일에 대한 죄책감과 겹쳐져 신지는 깊은 괴로움에 빠지고 맙니다. 하지만, 이 일은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경찰은 자살은 아닌 것 같지만 타살은 아니라는 애매한 결론을 내렸고, 죽은 아이의 아버지, 고모다는 오래전 보험금을 타기 위해 손가락을 절단했던 전과가 있으므로 혹시 보험금을 위해 아이를 죽인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에 신지는 무척 괴로워했습니다. 부부는 자신들 각각 3000만 엔, 아이에게는 500만 엔의 보험을 들어두었었는데, 그들은 매월 납입해야 하는 보험료를 감당하기에는 형편이 좋은 편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런 의심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애초에 신지에게 시신을 목격시키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 같았고, 만일 고모다가 아이를 죽인 것이라면 그의 부인 사치코 역시 조만간 큰 화를 당할 것만 같아 더욱 두려웠습니다. 신지가 방문했던 고모다의 집은 짙은 향기와 악취가 뒤섞인 것 같은, 오오라를 느낄 수 있다면 끈적끈적한 타르가 온몸에 붙어 떨어지지 않을 것 같은 그런 검은 집이었습니다. 신지는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조사를 시작하고, 고모다는 보험금의 지금이 늦어진다는 항의를 하기 위해 매일 같이 보험회사를 방문합니다. 그리고 신지와 그의 주변 인물들에게 흉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하지요. 


  희뿌연 공처럼 생긴 작은 물체. 커다란 공 주위를 몇 개의 작은 공이 감싸고 있었다. 아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깨닫기도 전에 죽어버린 것이리라. 

  어미 고양이의 것 같은 중앙에 있는 커다란 목은 둔탁한 눈을 크게 뜨고 이빨을 드러내고 있었다. 어떻게 해서라도 새끼를 지키려고 하는 것처럼 처절하기 짝이 없는 형상이었다. 

-p.289



이 소설 <검은 집>은 1997년 제4회 일본 호러소설 대상을 수상한 작품입니다. 그의 데뷔작 <13번째 인격>은 좀 아쉬운 점이 있었는데요. <검은 집>은 무척 대단한 소설이었습니다. 1997년의 작품이기에 스토리의 익숙함으로 범인이 누구며 어떻게 된 일인지 소설의 중반쯤에 이르러 모두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필력 때문에 책을 놓을 수가 없었습니다. 내용이 궁금해서, 결말이 궁금해서 읽게 되는 것이 아니라 자꾸만 검은 집으로 빨아들이는 그의 묘사력에 사로잡혀버린 것이었지요. 무섭고, 두렵습니다. 장면들이 눈앞에서 끔찍하게 펼쳐집니다. 그러니 보험 사기 이야기도, 아동 학대 이야기도 이 책을 닫을 즘에는 잊어버리고 마는 것이지요. 모든 것을 잊게 만드는 범인의 광기가 두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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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형제의 길 - 흔들림 없이 끝까지 함께 걸어간 동화의 길
손관승 지음 / 바다출판사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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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베를린 특파원 출신의 저자 손관승은 콘텐츠 기업 IMBC 대표이사를 역임하다 퇴직 후, 번 아웃 증후군을 겪던 중 여행길을 따라 문학을 찾는 방법으로 그의 고통을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괴테와 함께 한 이탈리아 여행>이 그 첫번째 책이었는데요. 이번엔 <그림 형제의 길>을 통해 문학 여행을 합니다. 


독일에는 그림 형제와 동화를 따라가며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고 가볍게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메르헨 길'이 조성되어 있는데요. 하나우에서 브레멘을 잇는 무려 600 Km에 달하는 길이라고 합니다. 이 길은 60여 개의 도시와 8개의 국립공원을 통과하게 되어 있다고 하네요. 그야말로 스토리를 위한 스토리 텔링 로드가 아닌가 합니다. 

처음에 이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는 이 '메르헨 길'을 따라 진행되는 여행기 비슷한 것인가 했습니다. 저자가 도시와 마을을 이동하며 다정한 사람들도 만나고 친절한 사람들도 만나지만 소중한 카메라를 소매치기당하는 에피소드 같은 것들도 있었거든요. 슈타이나우 시청 앞 광장 분수에 있는 개구리 왕자 조각상 이야기를 하면서 개구리 왕자, 그리고 개구리에 관한 이야기를 전해주는 식으로 진행되는 책이었습니다. 그런데 카메라를 소매치기당하다니. 기록을 위해 촬영하던 사진들이 모두 사라져버렸으니 이 일을 어쩝니까. 하지만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괜찮아. 그림동화의 주인공들은 모두 역경을 이겨냈는걸." 그리고 계속 메르헨 길을 걸어갑니다. 그런 그를 따라 여행을 하다 보면 메르헨의 세계를 만날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요. 각 장소에 얽힌 이야기나 동화를 말하다 보니 저자가 신이 난 모양입니다. 어느새 여행기는 간데 없고 그림 형제의 일대기가 펼쳐지거든요. 잠시 이야기하며 장소에 따라 그들의 이야기를 조금씩 전하려나 했는데, 그냥 그림 형제의 이야기로 바뀌어버렸어요. 마치 그림 형제의 간추린 위인전을 보는 듯했습니다. 


리뷰를 하기 전에 잠시 이것저것 조사하다가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림 형제의 동화집에 실려있던 원작에 대해 모르는 분들이 의외로 많더라는 것인데요. 사실 초판에 실려있던 이야기들은 당시의 사회상에 비추어보아도 너무 잔인하거나 원색적이라는 이유로 2판에서 조금 손보았습니다. 재판할 때마다 조금씩 수정을 해 나갔기에 200년이나 지난 지금은 좀 달라져도 괜찮지 않나 싶겠지만, 구전동화는 시대에 따라 달라지더라도 엄연히 작가가 있는 글의 원작을 변형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저는 어릴 때 원작에 가까운 글로 읽었기에 어른이 된 지금 이렇게 이야기할수 있는 것이겠죠. 원작에 대해 모르는 사람보다 더 놀라운 것은 그림 형제가 개구리 왕자의 원작자라는 걸 모르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었는데요. '개구리 왕자'는 그림 동화의 초판에서부터 꾸준히 그림 동화집의 첫 번째 이야기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아무튼 그림 형제는 형인 야코프 그림과 빌헬름 그림을 말하는데, 야코프 그림은 학문이나 출판 기획 프로젝트를 맡았었고 빌헬름 그림은 문학에 재능이 있었고 문장력도 뛰어났습니다. 형이 자료를 조사하고 출판에 힘쓰고 동생은 글을 썼지요. 그림 형제는 평생을 거의 함께 살았는데요. 그들이 사정상 잠시 떨어져 있을 때 주고받은 서신을 보면 얼마나 그 우애가 깊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들이 10대 초반일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고모님 마저 돌아가시자 그들의 어머니와 형제들은 가난 속으로 떨어지고 맙니다. 몇 년 후 어머니마저 돌아가시자 가난, 가난, 그리고 더욱 가난... 하지만 그들은 꿈을 잃지 않습니다. 꾸준한 가난과 병약했던 빌헬름의 질병과 싸우면서도 끝까지 노력했지요. 그들은 자신들 앞에 닥친 가난뿐만 아니라 독일 국민들 모두에게 꿈을 줄 수 있는, 힘을 줄 수 있는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그것이 바로 메르헨이었던 것입니다. 그림형제가 생각했던 동화란 '민족적인 뿌리의 가장 순수한 정신적 근원'이었습니다. 동화에는 낯선 첨가물이 없이 민족의 독자적인 문학적 통찰력과 성향이 드러나기 때문이지요. 그러니 자신들이 수집한 이야기를 학술적 원천으로 삼아 그대로 이해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자신들의 의지대로 가감하거나 치장하지 않고서 말이지요. 


무척 대단한 인물들입니다. 어려움 속에서도 자신들의 꿈을 잃지 않은 것뿐만 아니라 사람들에게 꿈을 심어주기까지 하다니요. 그들은 독일인의 민족의식 고취뿐만 아니라 전 세계 어린이에게 꿈과 상상의 세계를 주었습니다. 위인전 같은 이 책을 읽다 보니 어느새 다시 메르헨 길에 대한 여행기로 돌아와 있었습니다. 그렇군요. 독일에 가게 된다면 이 길을 꼭 걸어보고 싶습니다. 600Km니까.. 설마 모두 걸어서 이동하는 건 아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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