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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 ㅣ 스토리콜렉터 30
아르노 슈트로벨 지음, 전은경 옮김 / 북로드 / 2015년 3월
평점 :
품절
한 기업의 상속녀인 에바는 어느 날부터 잠자리에 들면 끔찍한 악몽을 꿉니다. 관 속에 누워 살려달라고 발버둥 치다가 꿈에서 깨어나면 실제로도 팔꿈치나 손에 상처가 남아있었습니다. 더욱 끔찍한 것은 그녀가 살고 있는 도시에 여자를 관에 넣어산 채로 암매장하는 살인마가 등장했다는 사실이지요. 에바의 이복 여동생 잉에마저도 희생자 중 한 명이 되었습니다. 이상하게도 에바의 꿈과 여자들의 죽음은 묘하게 닮아있었습니다. 그녀는 어째서 그런 꿈을 꾸는 걸까요?
이 소설의 주요 등장인물 중 하나인 브리타는 어릴 적 학대받은 경험이 있습니다. 경험이라고 말할 수 업을 정도로 끔찍한 일들을 겪었지요. 그 학대의 크기가 너무나 커서 어른이 된 이후에도 가끔씩 떠오르는 기억 때문에 두려움에 사로잡힙니다.
사건 담당 형사인 베른트와 유타는 피해자 잉에의 주변 인물들을 수사하다가 에바가 어린 시절에 새어머니로부터 학대를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에바에게는 잉에 외에도 마누엘이라는 이복동생이 있었는데요. 그 아이도 학대를 당했으며 어느날 물에 빠져 죽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에바는 마누엘이 어딘가에 살아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었지요. 자신이 그 조그만 아이를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마누엘이 죽을 때 에바 역시 어린아이였기 때문에 지켜 낼 수 없었을 겁니다. 어린 에바는 멍투성이의 몸으로 마누엘을 안아서 위로해주곤 했거든요. 가해자였던 새어머니는 에바가 10대때 암으로 죽었고, 지켜주지 않았던 무능한 아버지 역시 돌아가셨지만 에바의 상처는 여전해서 사람들과 엮이는 것을 원하지 않았습니다. 아동학대란 그런 깊은 상처를 남기는 법이니까요.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끔찍한 아동학대 사건들이 연일 보도되고 있습니다. 어쩜 인간의 탈을 쓰고 저럴 수 있을까 싶은 일들이 말이지요.
우리 어린 시절에는 그런 일들이 없었을까요? 아니요. 더 많았습니다. 다만 당하는 쪽도 가하는 쪽도 그것이 학대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뿐입니다. 아동학대는 어린시절의 일로 국한되지 않습니다. 어른이 되어서도 계속되는 고통 속에서 살아야 합니다. 어른이 되어서도 그런 걸 스스로의 의지로 극복하지 못하냐며 이죽거리는 사람도 있겠습니다만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만큼의 상실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모두 회복하며 산다는 건 정말이지 힘든 일입니다. 아무리 꿰매고 약을 발라도 커다란 흉터가 가슴에 남아 지워지지 않습니다. 방임, 언어폭력 정도는 당연하게 생각하는 부모들도 많고, 신체 폭력, 성폭력, 심리적 폭력, 혹은 복합적인 폭력들이 아이들을 죽이고 있습니다.
보건복지부의 2011년 아동 학대 실태 조사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중앙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신고된 아동 학대 건수는 총 2만 9,381건으로 집계되었다. 또한 가해자의 79.7%가 부모로 조사되었으며, 아동 학대 유형으로는 복합적 학대가 41.40%로 가장 많고, 방치 33.30%, 심리적 학대 13.88%, 신체적 학대 6.93%, 성적 학대 4.50%로 나타났다.
미국에서는 2010년에 대략 69만 5000건의 아동 학대가 입증되었고, 이중 78.3%가 방치였다. 2010년 미국의 전체 아동 중 학대받고 있는 아동의 비율은 1% 미만으로 나타났다. 또한 2008년에 미국에서 아동 학대로 사망한 아동은 1730명이었다.
이 책의 등장인물들도 그렇게 하루하루 죽어갔습니다. 간신히 어른이 되긴 했지만, 그들은 관에 눕는 존재가 되었고, 관에 눕히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누가 그들을 그 관에서 꺼내어 구해 줄 수 있을까요.
빠른 전개와 호흡, 탁월한 심리 묘사, 소설에 깔려있는 수많은 복선들이 저를 끝까지 끌고 간, 그런 소설입니다. <스크립트>와 더불어 북유럽 특유의 군더더기, 오지랖 등이 없어서 읽기 편했던 책이었습니다. 내용은 상당히 슬프고 끔찍하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