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수염
아멜리 노통브 지음, 이상해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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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를 페로의 푸른 수염은 부유한 성주(...상인이었나)로, 살림이 넉넉치 않은 아가씨와 결혼 후 자신의 넓은 성의 모든 것을 관리하게 합니다. 이 휘황 찬란한 모든 것이 그대 것이라며. 하지만 단 한군데의 문만은 절대로 열어서는 안된다고 합니다. - 애초에 열쇠는 왜 주냐고- 경고를 어긴 신부는 금지된 방에 들어가 푸른 수염이 죽인 전처들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그리하여 죽을 위기에 닥쳤으나 오빠들이 달려와 구해주지요.

남자에 의한 위기. 남자로 인한 위기 탈출.

 

안젤라 카터의 <피로 물든 방>은 <푸른 수염>을 페미니스트적인 시각으로 재 구성한 소설입니다. 부유한 남자에게 혹해서 시집가 위험에 처한 딸을 '엄마'가 구하러 간다는 이야기. 멋졌습니다. 여자의 위험을 엄마가 구해줬으니 페미니즘인데.. 뭔가 아직도 부족한 기분. 여자는 약하지만 어머니는 강하다...라는 누군가가 구해줘야만 수렁에서 탈출할 수 있는 존재라는 점에서는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기분을 해소시켜 준 소설이 아멜리 노통브의 <푸른 수염>이었죠.

이 책의 주인공은 <살인자의 건강법>에 등장했던 여주인공 정도의 강인함을 지녔습니다. 그녀의 촌철살인마저 닮았습니다.

 

이 소설의 푸른 수염은 20여년간 집밖으로 나오지 않고 은거한 에스파냐 귀족입니다. 40대인 그는 부모님의 죽음 이후로 30여개의 방이 있는 저택에서 나오지 않고 고용인들을 부리며 살고 있었지요. 요리, 연금술, 재봉등의 재능이 있지만 취미는 사진찍기랍니다. 그러니, 이 이야기에서 그녀가 들어가지 말아야 할 방은 '암실'입니다.

푸른 수염은 신부를 모집하지 않습니다. 세입자를 모집합니다. 파격적인 월세. 앞서 8명의 세입자가 행방불명되었지만, 나쁜 남자라도 나에게만은 괜찮을거야라는 여성들 공통의 감정으로 세입자가 되길 원하는 여자들이 끊이지 않습니다. 9번째 세입자는 벨기에 여자 사튀르닌. 이 집에 대한 - 암실에 대한 - 호기심이 없다고 선언합니다. 그러나, 살인자일지도 모르는 남자와의 (고용인들도 함께지만)동거가 두렵지 않다며 스스로에게 갑옷을 입히듯이 그와의 대화는 언제나 도전적인 자세를 취하게 됩니다.

 

그 인간은 다른 사람들, 특히 여자들의 불안을 먹고 살아. 그에게 난 조금도 무서워하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

p.67

 

조금 연극체 같은 대사 때문인지 장면 장면들이 흑백영화 처럼 느껴집니다. 무채색의 남녀가 논쟁을 하며 맛있고 멋있는 음식을 나눕니다. 프랑스 요리에 대해 무지한 것이 아쉽습니다. 쉽게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화려함을 지녔지만 무채색일 것 같은 그들의 대화에 오믈렛, 샴페인의 노란빛 혹은 반짝반짝 빛나는 금빛이 끼어들기 시작하면서 사튀르닌은 위험한 남자를 사랑하기 시작합니다. 이 남자가 살인자일지도 모른다는 것은 오해일거야. 점점 부드러워지고 연약해지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남자에게 매료된것인지 금을 사랑하게 된 것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속지 말라고 이야기해주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나의 안타까움을 느꼈는지 그녀는 이 집의 비밀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합니다.

종국에 이르러서는 어느 새 흑백이었던 세상이 컬러로 돌아와있음을 느꼈습니다. 모든 푸른 수염에서 그러했듯이 그녀가 승리했기 때문이죠.

그 인간은 다른 사람들, 특히 여자들의 불안을 먹고 살아. 그에게 난 조금도 무서워하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

p.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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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삭이는 자 1 속삭이는 자
도나토 카리시 지음, 이승재 옮김 / 시공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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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 학원 Q>나 <소년 탐정 김전일>에는 범죄 코디네이터가 등장합니다. 성공적인 범죄를 위

해 시나리오를 짜주고 뒤에서 관찰하는 역할을 맡습니다. 본인의 손을 직접 더럽히지 않는 일종의 연쇄 살인범인 셈이지요. 그것을 예술이라고 여기든지 말든지, 비정상적인 천재이고 범죄자라는 사실만은 분명합니다.  범죄 예술을 꿈꾸는 자나 돈을 벌기 위해 코디네이터를 자처하는 자이거나 범죄를 저지르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완전 범죄를 디자인해주는 범죄 코디네이터들보다 더욱 나쁜 것은 아마도 '속삭이는 자'일 것입니다. 심리적으로 안정되지 않은 -과연 100% 안정된 사람이 있으랴만은 - 사람의 잠재 의식에 교묘히 파고들어 조종하는 '속삭이는 자'. 최초의 속삭이는 자는 선악과를 따먹으라고 속삭인 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죽여.죽여.죽여. 단순히 충동질하여 살인데 대한 스위치를 켜게 만들기도하지만, 실제로 이렇게 죽여봐라, 네 영혼이 해방됨을 느낄 수 있다고 응원하고 격려하며, 심지어는 연쇄적인 살인도 가능케하는 속삭이는 자.

 

도나토 카리시의 <이름없는 자>를 읽고 나서, 전작 <속삭이는 자>를 먼저 읽지 않은 것을 후회했습니다. 완성도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속삭이는자>를 읽고 싶어 미칠 지경이었기 때문입니다. 도나토 카리시의 <속삭이는 자>에는 끔찍한, 아동을 상대로한 범죄가 등장합니다. 다섯 소녀의 연쇄 실종 사건 뒤 발견된 다섯개의 왼쪽 팔. 다섯개의 팔은 원을 그리며 한 장소에 묻혀있었으며 팔의 주인은 사망한 후 팔을 절단 당했다는 부검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리고 이윽고 여섯 번째 팔이 발견되는데, 이 팔은 생활반응이 있는 것이 아이가 살아있을 때 절단 된 것으로 팔의 주인은 살아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을 합니다. 이 아이는 누구인지, 어디에 있는지. 이 아이를 찾기 위해 실종아동찾기 전문 수사관 밀라가 투입되며 사건을 추적하는데, 아이의 시신들이 하나씩 발견되고, 발견된 장소는 그 장소와 관계있는 자의 또 다른 범죄들과 관련되어있었습니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다는 말로는 부족한 스토리.

종국에 이르러 진실과 만나게 되었을 때 왼쪽 뺨에 소름이 돋았습니다. 그리고 <이름 없는 자>와 연결되는 그림이 그려지며, 밀라와 그녀의 딸에 대한 불안감이 커다랗게 밀려왔습니다.

연쇄 살인범은 피해자를 가학적으로 다루며 쾌락을 느낀다.

그들은 대부분 타인과 성숙하고 온전한 인간 관계를 유지하는 능력을 지니지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타인을 사람이 아닌 사물로 대하게 된다. 그리고 폭력은 자신을 제외한 나머지 세상과 교류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하는 도구에 지나지 않게 된다.



- 이름 없는 자 ① p.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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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림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27
안치우 지음 / 황금가지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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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재림>에서 신학 대학원을 중퇴한 예술가 박진우가 자신의 작업실에서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하는데, 경찰은 단순 가출, 혹은 실종으로 여깁니다. 그러나 그와 거래하던 큐레이터는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그가 어떤 사건에 휘말려 납치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여겨 민간조사원 (P.I) 독 소장(독고인걸 변호사)에게 사건을 의뢰합니다. 명랑하지만 알고 보면 법의학 지식이 풍부한 독 소장과 수다스럽고 감상적인 미학 강사이자 미남자인 승주, 카리스마와 중성적 매력이 있으며 냉철한 판단력을 가진 권민은 이 사건을 추적하게 되는데, 단순 사건이 아니라 연쇄 살인이며, 종교 문제와 깊이 관련되어 있음을 밝혀내고 범인 수사에 박차를 가합니다. 범인은 자신의 광신적 믿음을 기준으로 명분을 내세우며 사람을 살해하는 연쇄 살인범이었습니다.

단서는 베드로의 십자가. 예수님이 잡혀가던 날 새벽닭이 울기 전 세 번이나 예수님을 부인했던 배신, 그리고 회개, 그 후 복음을 전파하다가 순교했던 것처럼, 범인 자신의 기준으로 보아 배신자라고 여겨지는 목회자나 신도를 납치해, 잘못했다고 빌고 회개하게 만든 후 (고문에 의한 거짓 회개라도) 그가 순교할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나름대로의 이유를 가진 사이코패스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이 책의 흡인력과 묘사력은 무척 뛰어납니다. 할 일이 있어 책을 손에서 놓으려는데 떨어지지 않아요. <재림>에서 작가는 현 기독교의 모순에 대해하고 싶은 말들을 다 하고 있습니다. 부조리한 점,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소설을 빌어 이야기합니다. 종교의 이름을 빌려 이념이 다른 자들을 정죄하는 것은 살인, 그 외엔 아무것도 아닙니다. 십계명에도 '살인하지 말라'고 하고 있는데 역사를 돌이켜보면 기독교 전파를 위해 많은 살인을 저질렀습니다. 사실 알고 보면 기독교 전파를 위한다는 명분하에 자신의 욕심을 채우거나 자존심을 세운 것에 불과한데요.

 

책은 무척 재미있는데, 좀 아쉬운 점들도 있었습니다. 이를테면, 독소장에게 사건 의뢰를 했던 박진우의 노모는 빚도 있고 무척 가난한 집입니다. 사실, 사건 의뢰 자체가 부담되는 일일 수 있는데요. 실종된 아들을 찾겠다고 없는 살림에 의뢰를 했던 것이지요. 그렇다면 아들 시신을 찾은 후 P.I의 임무는 끝났어야 하는데, 범인을 잡을 때까지로 연장됩니다. 무슨 돈으로? 확실히 연장한다는 장면도 없었던 것 같은데... 아마도 그 노모는 이것저것 팔아야 할 것 같습니다. 아무리 이들의 의뢰비가 저렴하다고 하더라도요. 뿐만 아니라 애초에 사건에 대한 관심을 보이며 수사 의뢰를 하자고 했던 큐레이터를 비롯한 의뢰인들은 흐지부지 이야기 속에서 실종됩니다. 어떻게 된 걸까요? 사실 이런 의문들은 사소한 일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냥 저 개인적인 의문일 테지요. <재림>이라는 소설은 물 흐르는듯한 매끈한 - 아니 다소의 물결이 있는 흐름을 가지고 갑니다. 각자의 캐릭터들이 살아있고, 스릴러 요소들도 살아있어 재미를 더합니다.

 

하지만,  2장의 중편은 없거나, 애초에 1장, 2장으로 마치 연속성이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도록 나누지 않았으면 어땠나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아쉬움이 두 번이로군요) 물론 독소장의 PI가 삼인 체제가 되게 된 - 심지어 그집 강아지까지 포함해서 - 영국에서의 사건 해결 편이라 내용은 무척 재미있고, 신 나게 읽었으나 '재림'편이 쿵!!!!!! 하고 끝나 그 여운을 느끼기도 전에 엉뚱한 것을 읽고 만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1장, 2장이라고 하니 '재림' 그 후의 연결성을 기대하였던 것이지요.

차라리 '재림','만남, 그리고 시작'을 각각의 장편, 중편으로 별개의 느낌이 들게 '1장, 2장'이라는 머리를 떼었더라면  재림의 여운을 느낌 후 감정을 전환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니, 이 리뷰를 읽은 후 <재림>을 읽으시는 분께서는 가급적 <재림>을 읽고, 녹차 한 잔으로 입을 씻어내신 후 <만남, 그리고 시작>을 읽으시길 권합니다.

각각의 이야기는 모두 재미있거든요. 그건, 확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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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 채집가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25
로이스 로리 지음, 김옥수 옮김 / 비룡소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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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토피아. 핵전쟁으로 문명이 파괴된 후 살아남은 자들끼리 새로이 사회를 만들어 살아갑니다. 이러한 기본 설정은 <기억전달자>에서와 같습니다. 하지만  마을이 적어도 겉으로는 평안한 마을이고 감정을 없애므로서 사람들끼리의 충돌과 싸움, 파괴를 막고 늙은이나 미숙아, 장애아들은 조용히 소멸시켰던 것과는 달리 <파랑채집가>에서의 마을은 지나칠 정도로 감정적입니다.

 

사냥갔던 아버지가 죽고 엄마 혼자 아이를 낳았지만, 한쪽다리가 제 기능을 못해 야수가 있다는 들판에 버려질 뻔 했던 키라는 자수에 대한 빛나는 재능이 있었지만, 엄마가 죽자 마을에서 버려질 위기에 처합니다. 그러나 수호자 협의회에서 그녀의 능력을 인정받아 풍족한 음식과 잠자리를 제공받으며 좋은 환경에서 수놓는 일을 할 수 있게됩니다. 키라의 업무는 이 세상의 창조와 멸망, 그리고 그 후에 일어난 일을 노래하는 가수의 의상을 손보는 것인데요. 빛바랜 자수는 깨끗하게 염색된 실로 다시 수놓습니다. 아직 염색 기술을 익히지 못했던 키라는 지혜로운 할머니이자 염색장인인 애너벨러 할머니에게 가르침을 받습니다. 가수의 의상에는 그의 노래 - 태초, 멸망, 현재- 가 수놓아져있었습니다. 가수의 지팡이를 조각하는 소년 토마와 친구가 되고 미래에 가수가 될 소녀와도 알게 됩니다. 엄마랑 움막에서 살 때 친하게 지냈던 맷은 키라를 위해 파랑을 찾아다주기 위해 길을 떠납니다. 파랑은 그녀가 원하는 아름다운 하늘의 색이자 희망의 색이니까요. 그리고 놀라운 선물을 들고옵니다.

 

이 책 <파랑 채집가>는 <기억 전달자>의 후속편입니다. <기억전달자>에서 주인공의 마을은 앞서 말한 것 처럼 감정이 통제되어있었습니다. 모두가 행복하고 평등하게 살고 있었지요. 그러다보니 삶과 죽음, 가족 구성, 직업까지 통제적이었고, 예의바른 말투와 단정함을 필요로 했습니다. 심지어 피부색, 복장,머리색까지 통일이었으니 얼마나 통제되어있는 삶이었는지. 색깔마저 느낄 수 없는 무채색의 세계. 모든 진실은 <기억전달자>만이 알고 있었고, 이 기억에 대한 것은 비밀이며 후세에 알려야 할 의무가 있었습니다.

 

<파랑 채집가>는 <기억 전달자>에서의 설정과 거의 모든 것이 정반대였습니다. 감정이 지나치게 풍부해서 욕설과 폭력이 난무하며 원시적이었습니다. 남자는 사냥과 술주정, 가부장적인 성향이 강했고, 여자는 억척스러우며 글을 배울 수 없었습니다. 제 역할을 할 수 없는 사람은 내다버렸지요. 모두가 색깔을 알고 있었고, 일년에 한 번 열리는 연례 모임에서 가수가 긴 시간을 들여 부르는 노래를 통해 '기억전달자'에서 철저히 비밀로 했던 역사를 마을 사람 모두가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곳 역시 통제와 감시는 있었지요. 자신들의 사회 유지를 위해서는 감금도 있었고, 권력에 대한 욕심도, 살인도 있었습니다. 무채색의 '기억전달자'와 색채 가득한 '파랑 채집가'중 어느 쪽이 더 나은 것인가를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양쪽 모두 극단적입니다.

<기억전달자>를 읽고 나서 뭔가 허무한 기분이 들었었는데, <파랑 채집가>역시 결말을 열어두었습니다. 통제된 삶을 따르기 싫어서 아이를 안고 새로운 세상을 찾아서 자신의 사회를 떠났던 '기억전달자'와는 반대로 키라는 통제되고 가두어진 세상을 자신의 손으로 바꾸고자 그 마을에 남습니다.

'기억전달자'가 아이를 안고 도착했던 그 마을에서 몇 대가 흐른 후의 세상인건가.. 하고 조심스레 추측해보는데, 파랑이 가득한 곳으로 떠난 맷이 주인공인 <메신저>를 읽고 나면 알수 있을까요. 과연 이 소설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어린이 도서 연구회 권장 도서인 로이스 로우리의 SF 삼부작 시리즈인 이 이야기들은 어른인 저에겐, 너무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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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마켓, 인체를 팝니다 - 파는 사람 사는 사람 훔치는 사람
스콧 카니 지음, 전이주 옮김 / 골든타임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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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말문이 막힙니다. 소설 속의 잔혹한 일들은 현실에서 벌어지는 일들과 비교하면 귀여운 메르헨이었습니다. <레드 마켓>이라는 책은 스콧 카니라는 탐사 저널리스트가 5년 간 '레드 마켓'이라 부르는 인간, 인체 혹은 그 일부를 거래하는 지하경제를 파헤친 리포트입니다. 10년간 인도에 거주해 온 그는 인도에서 학점교류로 공부하는 미국 학생들을 가르치는 단기 강사로 일한 적이 있었는데, 그 중 한 여학생이 투신 자살, 그녀의 시신 곁에서 3일간 머무르며 삶과 죽음에 대해 느낄 새도 없이 모든 시신에는 이해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레드 마켓을 파헤치기 시작했습니다. 남아시아의 신장 매매, 해골 절도 (도굴),혈액 도둑(혹은 농장), 아동 납치, 대리모, 난자거래등 인도의 이야기 뿐만 아니라 유럽과 미국을 돌며 자료를 수집했습니다.

 

 

뼈 표본으로 이용되기 위해 미국 등지로 밀반출 되는 사후처리된(도굴된) 시신들은 고가에 팔린다고 합니다. 심지어 정강이 뼈는 악기의 마우스피스로 사용 된다고 하는데 이런 시신및 유골의 도굴은 부를 위해 이용되며 이를 위해서 뼈 공장을 운영하는 일도 비밀스러운 지하의 일이 아니었습니다.

 

신장 이식 문제에서는 우리나라 고속도로 휴게소의 화장실에 종종 '신장 팝니다' 같은 문구가 붙어 있었던 것처럼 인도에서도 공공연한 광고 혹은 브로커를 통해 거래가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하지만, 대분의 거래에서 신장을 팔고자 하는 자는 사기를 당하며, 육체적, 정신적 고통과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적합한 도너와 환자를 연결시키는게 아니라 - 생체 감성따위는 없이, 신장을 적출 당하는 것입니다. 현재 국제적으로 장기의 거래는 불법입니다. 2006년 데이비드 메이터스와 데이비드 킬고어의 <피로 물든 수확 :중국 파룬궁 수련생의 장기 적출 혐의에 대한 보고서>는 더욱 끔찍한데, 사형 대상자를 심정지 시킨 후 각막을 추출하고 장기를 모두 적출하는데 때로는 수감자들이 여전히 살아있는 상태에서 적출당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뼈나 신장 이외에도 상업적 난자 적출 및 유통시장, 감금되어 출산을 기다리는 대리모 센터등 비윤리적 행위로 인해 생명이 위태로운 상태의 사람들과 그들을 이용하는 사기꾼 같은 의사들의 이야기도 알 수 있었습니다.

<허삼관 매혈기(위화)>의 허삼관 처럼 돈을 위해 자발적으로 혈액을 파는 행위도 얼마나 안타깝고 가슴아픈 일이라는 것은 책을 읽어본 분이나 겪어 보신 분들 모두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나라도 과거에는 매혈을 했었습니다.)그런데, 혈액을 팔아 돈을 챙기기 위해 사람을 납치, 감금하여 몇 년이나 일주일에 2번씩 혈액을 채취해 판매하다 적발된 지역 유지의 사건은 무척 충격적이었습니다.

 

이런 비윤리적이고 공포스럽기까지 한 레드 마켓이 존재한다는 것은 수요가 있으니 공급이 있는 법. 원래는 그 수요를 뇌사 - 장기기증자에게서 받거나 자발적인 순수한 마음의 도너에게서 받아야하지만,  그로서는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므로 이런 시장이 생겨나고, 그들을 찾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것일겁니다. 중세 시대엔 20대 중반에 지나지 않았던 기대수명이 이제는 80, 머지않아 100세가 되니 의료적인 문제들이 더욱 심각하고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며 수요- 공급의 곡선도 더욱 진하게 그려져만 갈것 같습니다. 줄기세포가 하루 빨리 의료 개혁을 일으켜 혁명이라고 할 수 있는 - 그렇다고 불사를 원하는 것은 아닙니다 - 새로운 방법을 모색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나아가서 이렇게 장기나 신체의 일부를 팔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는 이들에 대한 방안도 생겨났으면 좋겠습니다. 어쩐지 우울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합니다.

이런 어두운 일면을 전혀 알지 못하고 내 자신의 문제만으로 힘들다, 어렵다라고 생각했던 제 자신이 부끄러워집니다.

 

** 최근에 읽었던 책들 중 가장 충격적인 책이었습니다.

세계 보건 기구 (WHO)에 따르면 전 세계 장기 이식의 약 10퍼센트가

불법 암시장에서 얻는 장기를 사용한다고 한다.

-p.284




레드마켓이란 개념은


레드마켓이라는 개념은 그저 부품으로 인체를 사용한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부적절한 이타주의와 프라이버시 개념이 섞여 장례 산업과 입양 산업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인체의 경우에는 공급망이 무서우리만큼 한결 같다.

p.41


레드 마켓은 불가피하게 육체를 사회계층의 아래쪽이 아닌 위쪽으로 이동시키는 고약한 사회적 부작용을 낳는다. 범죄 요소가 없더라도 통제 없는 자유 시장은 빈민가의 가난한 기증자에게서 마치 흡혈귀처럼 건강과 힘을 빼앗아 부유한 이들에게 운반한다.

p.29



인도의 늘어나는 부를 결코 공평하게 나눠 가질 수 없는 셀밤과 수천명의 가난한 타밀 주 사람들에게는 장기 판매가 종종 힘든 시기에 선택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처럼 여겨진다.

p. 93

사이클로스포란 같은 면역억제제를 사용하기 시작한 후로 국제 의사 단체와 부패한 윤리위원회는 이집트와 남아프리카, 브라질, 필리핀의 빈민가를 서서히 장기 농장으로 바꿔 놓았다. 장기 사업의 지저분한 비밀은 바로 자발적으로 장기를 판매하려는 사람이 끊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p.94



장기 적출 산업은 전 세계 불우한 사람들의 몸을 착취한다. 이윤을 추구하는 시장에서는 가난한 사람이 착취당하고 인체를 떼어주며, 정부 운영 체제하에서는 정부가 인체를 통제하고 자유의지라는 환상을 앗아간다.

p.118

인도 고라크푸르의 한 혈액 은행에 있는 혈액 전체. 이 얼마 안되는 혈액은 그 도시 병원으로 밀려오는 환자를 치료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공급의 간극을 메우기 위해 낙농업을 하던 농부가 이끄는 범죄 집단이 버스 정류장에서 사람들을 납치해 피를 억지로 뽑기 시작했다 일부 억류자들은 3년 이상 그 곳에 갇혀 지내면서 일주일에 한 번 이상 피를 뽑혔다.



p. 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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