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는 여름 스토리콜렉터 43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전은경 옮김 / 북로드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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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넬레 노이하우스의 대표작인 타우누스 시리즈는 모두 읽었습니다. 잠깐 스쳐 지나가는 캐릭터에게도 생명을 부여하는 그녀의 특성 - 북유럽 소설이 다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 때문에 가끔은 쉬어가면서 읽곤 했지요. 누가 중요한 사람이고, 누가 덜 중요한 사람인지 명확하지가 않았습니다. 주제와 구성만큼은 확실하기에 그런 피곤함을 이겨내가면서 읽을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었죠.

피아와 보덴슈타인은 타우누스에 두고, 미국의 소도시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넬레 노이하우스의 신작 <끝나지 않는 여름>은 작년에 출간된<여름을 삼킨 소녀>의 후속작입니다. 


<여름을 삼킨 소녀>를 읽을 때 사실 좀 짜증이 났었습니다. 셰리든이 세상의 모든 고통을 다 짊어진 것처럼 묘사되어 있었는데 사실 집안일을 뼈빠지게 하는 것 같다지만 자기가 하고픈 일들을 하고 있었거든요. 말도 타고, 책도 읽고, 음악도 하고... 진짜 사랑받지 못하고 집안 노동에 시달려야 하는 고통을 모르는 비관주의자 같았죠. 물론 상황이 좋지 않은 것은 인정합니다만, 섹스를 하지 못해 안달 난 아이 같았어요. 작가가 도대체 어떤 독자층을 기대하고 글을 썼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누군가는 그녀가 불쌍하다며 훌쩍였지만, 제 눈에는 아니었습니다. 별로였어요. 셰리든에 대해 좋은 감정이 없었기 때문에 이 책, <끝나지 않는 여름>은 어떻게 읽나... 하며 한숨을 쉬었습니다. 북로드의 스토리콜렉터스로 활동하고 있기에 책이 출간되기 전에 가제본을 받아 미리 읽어보게 되었거든요.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읽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니 어떡하나요. 읽어야죠.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섰습니다. 


이럴 줄 알았어요. 이 집안, 결국 사달이 났습니다. <여름을 삼킨 소녀>의 스포일러가 될 이야기이지만, 셰리든 출생의 비밀과 더불어 막내 오빠 에스라의 비밀까지 밝혀져 도저히 그 집에서 살 수 없다고 판단한 셰리든은 가출을 합니다. 그 사이 에스라는 자신의 집안에 총질을 하지요. 그 결과 다섯 명이 사망하고 두 명이 중상을 입습니다. 에스라 역시 이웃에게 사살당하는데요. 그 소식을 뉴스로 접한 셰리든은 집으로 돌아오려고 하는데 어찌 된 영문인지 체포나 다름없는 형태로 돌아오게 됩니다. 이게 무슨 짓인가요. 사람들은 그녀 때문에 벌어진 사건처럼 이야기합니다. 진실은 전혀 알지도 못하는 주제에. 셰리든이 저에게 비호감 인건 여전하지만, 사람들이 그녀에게 행하는 태도는 전혀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이해할 수도 없었고요. 화가 나더군요. 전편에서의 그녀는 사랑이 고파서 정신 못 차리고 육욕에 달뜬 어린 처녀일 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제 기준으로는 그렇게 불행한 건 아니었고요. 물론, 마지막에 이르면 그녀는 참 불행한 아이였다는 걸 알게 되지만 읽는 동안에는 뭐 그 정도로 저렇게 비극의 여주인공처럼구나 싶었더랬죠. 하지만 이번 편에서 그녀를 공격하는 사람들에게 화가 났어요. 애가 좀 살아보자는데, 너희들에게 피해를 준 것도 없는데 그렇게까지 해야겠니? 얘는 피해자 거든? 몸을 함부로 굴린 건 맞지만 그것과 살인사건은 별개로 생각해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녀가 측은했어요. 힘내라 셰리든.


셰리든은 이번 소설에서 선전합니다. 전편에서의 비호감을 싹 씻어버렸어요. 열심히 노력하더군요. 외모를 바꾸고 이름까지 바꾸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기 위해 열심히 노력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행의 신은 자꾸만 그녀를 따라다니면서 편안히 놔두질 않더군요. 

저는 이번 소설을 통해서 지난번의 그녀까지 다 보듬을 수 있었습니다. 그녀의 편에 서서 다른 사람들에게 화를 내는 자신을 발견하고는 이제 셰리든은 내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람들의 부당한 대우에 맞서 싸우거나 제대로 피하는 그녀를 응원하게 되었습니다. 처세가 참 많이 좋아졌어요. 그게 꼭 바른 선택이 아니더라도요. 세상 누가 올바른 선택만을 하며 살 수 있을까요? 그렇게 열심히 노력하며 살아가려던 그녀는, 마지막 선택에서 또 실수를 하고 만 것 같습니다. 어쩌나.... 걱정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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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추리 스릴러 단편선 3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18
박하익 외 지음 / 황금가지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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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미스터리 스릴러물을 무척 좋아합니다.

현실에서라면 길에서 우연히 발견한 혈흔에도 깜짝 놀라는 새가슴이지만, 책에서만큼은 그렇지 않습니다. 어쩐지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이 교대로 활성화되는 것 같은 기분이랄까요? 마약과도 같은 그 중독에 빠져버린지 수십 년입니다.

이런 장르의 책이라면 단편, 장편 가리지 않고 모두 좋아합니다. 일본의 미스터리도 좋아하고, 영국의 정통 추리물도 좋아하고, 미국의 하드보일드도 좋아하지만, 가장 기대하는 건 역시 우리나라의 추리물입니다. 

어떤 분께서 그런 말을 하더군요. 우리나라의 추리소설은 시시해서 읽지 않는다고요. 뻔한 내용이라 별로 읽을 가치가 없다고 하더군요. 제가 글을 쓴 작가도 아닌데 기분이 나빴습니다. 그렇게 단정 지어 말할 수 있을 만큼 우리나라 작가들의 추리소설을 많이 읽어본 것도 아니면서 그런 말을 하다니. 물론 기대에 못 미치는 작품들도 있긴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 추리물이 외국보다 못하다 하는 건 너무 성급한 판단이 아닌가 합니다. 외국의 소설들 중 재미있거나 좋은 작품이 우리나라에 소개되는 것이지 모든 외국 작가들이 글을 잘 쓰는 건 아니니까요. 


<한국 추리 스릴러 단편선 3>에서는 한국적인 미스터리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배경도 다양해서 고구려, 조선, 현대, 그리고 근미래까지. 작가들의 개성에 따라 다양한 이야기들이 들어 있었습니다.

이미 선암여고 탐정단의 연작 단편으로 엮어진 박하익의 '무는 남자'를 시작으로 임대인과 임차인의 서슬 퍼런 갈등을 그린 박지혁의 '잠만 자는 방'. 

지하철에서 폐지를 수거하는 노인들의 무림 세계를 그린 전건우의 '전철 수거왕'. 

역사 미스터리의 강자 정명섭이 고구려를 배경으로 펼쳐놓은 미스터리 '혈의 살인'.

탈레반 출신 외국인 노동자가 테러를 일으키는 걸 저지해야 하는 최혁곤의 '밤의 노동자2'.

근미래를 배경으로 인기 여가수의 모방인을 찾아야 하는 체이서의 이야기, 문지혁의 '크라이 펫'.

유명 만화가를 우발적으로 살해한 담당자의 범죄 이야기, 이대환의 '그때 그 만화가는 거기 없었다'.

비만 슈나우저를 동물병원에 맡겨 놓고 살해당한 여인의 사연은 무엇이었을까, 송시우의 '좋은 친구'.

스토킹 당하는 여자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스토커로부터 구해주는 남자 이야기, 한상운의 '당신의 데이트 코치'. 

화성 성역에서 벌어진 의문의 살인사건을 추리와 액션으로 시원하게 해결하는 한이의 '화성 성역 살인사건'이 실려 있습니다. 

한 편 한 편이 모두 재미있던, 보기 드문 알찬 단편집이었습니다.

심지어 이 책은 작가의 다른 책을 부르더군요. 

선암여고 탐정단을 읽었기에 '무는 남자'의 고통에서는 벗어 날 수 있었습니다만, 최혁곤의 '밤의 노동자1'를 읽고 싶어서 네이버 오늘의 문학에 수록되었다는 안내에 따라 작품을 찾아보았지만. 그 코너 자체가 폐지가 되어서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제가 읽지 않은 저자의 최근 소설, <탐정이 아닌 두 남자의 밤>이 밤의 노동자를 포함한 연작 단편집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맙소사. 이렇게 되면 이 책을 찾아 읽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게다가 한이의 '화성 성역 살인사건'이라니!! 이야기의 전개도 그렇고 눈앞에 그려지는 액션이 그의 소설 <나는 백동수다>를 읽어봐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나는 백동수다>라는 책은 eBook으로만 나와있는 것 같던데요.  외전에 '화성 성역 살인사건'이 들어 있습니다.

그 외 다른 작가들의 또 다른 책들도 찾아보아야겠습니다. 전건우 작가 덕분에 작가의 스타일이라는 건 고정되어 있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거든요. 여러 책을 읽으며 작가의 다양한 모습을 발견하는 기쁨을 누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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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으로 읽는 그리스 신화 - 그리스 신화로 보는 우리 내면의 은밀한 심리
김상준 지음 / 보아스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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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이 얼마나 적절한지. 


 

저는 어릴 때부터 신화나 우화를 좋아해서 그리스 신화부터 북유럽 신화 심지어 페루 신화까지 읽어보았었죠. 문제는. 비슷한 시기에 읽어대서 뒤죽박죽. 헷갈립니다. 이게 어디 이야기였지? 티티카카 호수의 여신처럼 아예 지명이 붙어 있지 않으면 참 곤란해요. 심지어 아라비안나이트랑도 섞여서 정말 난처합니다. 가장 헷갈리는 건 그리스와 로마 신화죠. 이름이 헷갈려요. 아무렴 어떠랴. 읽으면서 재미있으면 그만이지.


신화끼리만 헷갈리면 다행인데 현실과 신화의 경계에서 헤맨 적도 있습니다. 이를테면 인간에게 불을 전해준 프로메테우스가 그 벌로 독수리에게 매일 간을 쪼아 먹히지만 다음날이면 다시 재생되어서 또 쪼아 먹힙니다. 매일 반복되지요. 그런데 실제로 간은 다른 세포들과는 달리 한 번에 두개로 분열하지 않습니다. 서너 개로 분열되지요. 그러니 회복력이 엄청납니다. 그렇다면, 프로메테우스 때문에 간의 회복이 빨라진 걸까요? 아니면 간의 세포분열이 다른 것들과는 다르다는 걸 고대 그리스인들은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일까요? 


이런 황당한 생각을 하면서도 참 열심히 읽습니다. 그러니 <심리학으로 읽는 그리스 신화>라는 제목은 저를 끌어당기기에 충분했죠. 다만, 어렵게 이야기하고 있으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도 있었습니다. 어려우면 읽다가 말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엄청 재미있는 겁니다. 아주 흥미로워요.


각 장마다 처음엔 그리스 신화의 등장인물이 나와서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합니다. 당신들이 알고 있는 것과는 좀 다르다며 자기의 입장을 이야기하지요. 호기심이 동합니다. 이제껏 나는 한쪽으로만 조명된 이야기를 읽어온 것 같다는 생각에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살짝 기울여 글을 읽습니다. 정말 그래요. 양쪽의 이야기를 다 들어보아야죠. 그러니 주의 깊게 그들의 입장에 대해 생각하면서 다시 한 번 간추린 신화 이야기를 읽습니다. 그 신화 이야기는 제가 알고 있는 바로 그대로의 이야기입니다. 조금 짧긴 해도요. 하지만 앞선 호소문을 읽었기 때문일까요? 조금 다르게 읽힙니다. 신화 이야기가 끝난 후 등장인물들의 심리와 현대인의 심리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정말 와 닿습니다. 그들의 행동은 그런 의미가 있구나. 재미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하며 읽었었는데 그게 다가 아니었구나 하며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리스 사람들이 신봉하는 남성적인 질서와 이성,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가장 두려운 존재는 여성이었다. 그 당시 남성들이 생각하기에 여성은 혼돈 그 자체였으며 매우 신비스럽고 알 수 없는 존재였다. 여성은 매달 피 흘림이라는 월경을 하고, 어느 날 갑자기 배가 불러오면서 출산을 하기도 한다. 그 당시 그리스 남성들은 이러한 여성들의 불규칙적이면서도 창조적인 행위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었다. 아무리 이성적으로 생각해도 여성의 출산과 월경에 대해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속으로는 이런 창조적인 행위가 신적인 요소를 담고 있다고 생각했다. 사실 처음 만물을 만든 존재도 가이아(Gaea)라는 커다란 어머니 신이 아닌가?

-p.29 팜므파탈의 원조 판도라의 진실 : 우월감

 



진혼굿은 죽은 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산자를 위한 것이다. 한이 맺혀 죽은 영혼을 달래고 좋은 곳으로 보낸다는 진혼굿을 통해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가족은 이제 조금은 편한 마음으로 여생을 보낼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죽은 자를 마음속에서 내보내고, 산 자는 하데스의 말대로 "절대 뒤를 돌아보지 말고" 앞만 보고 갈 수 있도록 하는 배려라 할 수 있다. 여기서 죽은 자의 영혼을 불러온 이유는 희생자 가족들을 자극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남아 있는 가슴속의 슬픔을 모두 뽑아내려는 정화의식인 것이다.

-p. 164 음악의 신 오르페우스의 죽음 : 집착과 상실감

 



그런데 아이게우스는 왜 신발과 칼을 아무나 들지 못하는 커다란 바위 밑에 묻어 두었을까? 테세우스의 어머니인 아이트라에게 맡기고 떠날 수도 있지 않은가?

아버지가 이렇게 힘겨운 과제를 남기고 떠난 것은 자식이 아버지에게서 물려받게 되는 정신적, 물질적 유산은 쉽게 받아서는 안 된다는 점을 의미한다. 쉽게 물려받은 유산은 자식의 입장에서는 별로 소중하게 여기지 않게 되며, 자식에게 제대로 대물림되지 않을 수 있다.

-p.231 테세우스와 반복되는 근친살인 : 영웅심과 권력욕

 



보기만 해도 돌로 변한다는 것은 자식들이 어머니를 두려워하기 때문에 어머니 앞에서 경직되고 긴장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어머니의 얼굴을 쳐다보면 돌로 변한다는 것은 다음과 같은 의미다. 쳐다본다는 것은 자식과 어머니가 일대일의 대등한 관계임을 상징하는데, 이런 대등한 관계를 어머니가 허용하지 않으며, 그럴 때는 자식을 돌로 만들어 아무런 생각 없이 복종하게 만들어 버린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감히 어머니의 얼굴을 쳐다본다는 것은 상상하기도 어려운 일이다. 어머니는 이렇게 복종하는 자식들의 태도에 매우 만족할 수도 있다. 그래서 자식들은 어머니의 말이라면 무엇이든 복종하고, 어머니의 뜻을 거스르지 않는다.

메두사는 부정적인 어머니가 갖고 있는 공포감을 나타낸다.

-p.263 아름다웠던 여신 메두사의 분노와 페르세우스 : 소유욕과 정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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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둘기피리 꽃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은모 옮김 / 북스피어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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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적초>일때는 별로 내키지 않았다가 <비둘기 피리꽃>이 되니 읽고 싶어진 소설입니다. 

미야베 미유키는 우리나라에서 사랑받는 작가들 중 하나죠. 저 역시 사랑하는 자들 중 하나입니다.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은 에도 시리즈 - 에서도 추리물과 괴담으로 나눌 수 있겠습니다 - 와 현대물 두 가지 다 찾아 읽고 있는데요. 현대물은 사회 문제를 다룬 추리소설과 특수능력자가 나오는 소설로 나뉘는 것 같습니다. 궂이 분류하지 않아도 좋은데, 저는 어째서 분류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다른 건 다 몰라도 미미 여사 스타일 초능력자 이야기는 별로 읽고 싶지 않다는 마음 때문에, 이 책은 어떤 책인가를 먼저 살피나 봅니다. 

그런 이유에서 <구적초>는 읽지 않았습니다. 초능력자들이 나온다고 해서요. 그런 이야기를 싫어하는 건 아닙니다. 다만 미미 여사의 초능력자 이야기를 읽고 싶지 않을 뿐이었죠. 왜냐고요? 글쎄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봄을 닮은 색의 표지를 하고 있어서 그런지, 이상하게 <비둘기 피리꽃>을 손에 쥐게 되었습니다. 정작 비둘기 피리꽃은 - 그들이 부르는 이름이지만 - 보랏빛의 작은 꽃인데, 표지는 복숭아꽃을 닮은 분홍입니다. 무엇이 되었든 저를 끌어당겼으니 기쁘게 읽어야겠지요.


이 책은 초능력을 가진 세 명의 여자의 세 가지 이야기입니다. 접점은 없구요. 단편집입니다. 


만일 나에게 초능력이 있다면 어떻게 사용하면 좋을까 하는 생각은 어릴 때부터 계속 해왔기에 별다른 건 없습니다. 저의 경우 나쁜 일에도 쓰지 않고 좋은 일에도 쓰지 않고 그냥 그런 능력 없는 셈 치겠다는 게 요즘의 생각이지만. 어린 시절엔 변신이 가능한 요술 공주들을 동경했던 걸 보면 좋은 일에 사용하고 싶었던가 봅니다. 

'비둘기 피리꽃'의 투시 능력자 (저는 사이코메트러라고 부르고 싶지만) 다카코 형사는 자신의 능력을 경찰일에 사용하고 싶었지만, 점점 약화되는 체력과 사라져가는 능력 때문에 안타까워합니다. 한편, '번제'의 아오키 준코는 자신을 무기라고 말합니다. 옳은 일에 사용하거나 그렇지 않거나는 무기를 사용하는 자의 손에 달렸겠지요. 아오키 준코는 <크로스 파이어>에 등장하는 파이로키네시스트인데요. <크로스 파이어>에서 자신이 짝사랑하던 동료 가즈키의 여동생 살해범에게 복수하는 사건이 등장합니다. <비둘기 피리꽃>의 '번제'는 바로 이 부분에 대한 단편이지요. <크로스 파이어>의 원형입니다. 소설을 읽다가 '혹시?' 하는 마음에 검색해 보았더니 확실하더군요. 어쩐지 반가웠습니다. 다다 가즈키가 여동생을 잃은 사연은 너무나도 마음이 아팠지만 그 둘을 이 소설에서 만날 수 있다니 가슴 저리게 반가웠습니다. 그렇네요. 제가 미미 여사 스타일 초능력자 이야기를 싫어하는 건 초능력자라는 이름에 기대할 수 있는 그런 재미보다는 그로 인한 마음 아픔을 감당하기 싫어서였나 봅니다. 

또 하나의 단편 '스러질 때까지'에서는 어린 시절 부모님을 잃고 함께 살던 할머니까지 돌아가신 후 자신이 예지력을 가지고 있었던 아이였다는 걸 알게 되는 도모코가 나옵니다. 


'스러질 때까지', '번제', '비둘기 피리꽃'의 주인공들은 모두 하나씩 안타까운 사연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책은 순식간에 읽어버리고서, 글을 쓰려니 한 줄도 못쓰겠는 겁니다. 그 이야기들이 안타까워서. 그래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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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도 번역이 되나요 (선물용 특별판) - 다른 나라 말로 옮길 수 없는 세상의 낱말들 마음도 번역이 되나요 1
엘라 프랜시스 샌더스, 루시드 폴 옮김 / 시공사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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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일러스트와 함께 오른쪽의 단어를 보고나서 왼쪽의 다정한 글을 한 번 읽습니다.

그리고 다시 왼쪽으로 돌아와 단어의 뜻을 읽어봅니다

실은인간의 눈이 볼 수 있는 범위가 그다지 넓지 않기에 먼저 눈에 들어온 일러스트를 인지하고 그 시야의 가장자리에 단어가 걸쳐져 있기에 한 번 쓸고 지나갔을 뿐이라는 걸 알아채고서 다시 단어를 읽어봅니다

작게 소리 내어 몇 번 중얼거려봅니다

음색단어의 빛깔이 주는 맛을 입안에서 굴리며 느낍니다.

 

단어를 외우거나 하지 않아도

비가 내려 쌀쌀한 날 따뜻한 차 한 잔과 함께 느낄 수 있는 책

<마음도 번역이 되나요입니다.

 

다른 나라 말로 옮길 수 없는단어.

풀어 옮길 수밖에 없는 그 나라만의 단어를 느끼면서 마음속에 그림을 그려봅니다.

꿈결 같은 수면 위 달빛 ,몽가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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