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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추리 스릴러 단편선 3 ㅣ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18
박하익 외 지음 / 황금가지 / 2010년 10월
평점 :
저는 미스터리 스릴러물을 무척 좋아합니다.
현실에서라면 길에서 우연히 발견한 혈흔에도 깜짝 놀라는 새가슴이지만, 책에서만큼은 그렇지 않습니다. 어쩐지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이 교대로 활성화되는 것 같은 기분이랄까요? 마약과도 같은 그 중독에 빠져버린지 수십 년입니다.
이런 장르의 책이라면 단편, 장편 가리지 않고 모두 좋아합니다. 일본의 미스터리도 좋아하고, 영국의 정통 추리물도 좋아하고, 미국의 하드보일드도 좋아하지만, 가장 기대하는 건 역시 우리나라의 추리물입니다.
어떤 분께서 그런 말을 하더군요. 우리나라의 추리소설은 시시해서 읽지 않는다고요. 뻔한 내용이라 별로 읽을 가치가 없다고 하더군요. 제가 글을 쓴 작가도 아닌데 기분이 나빴습니다. 그렇게 단정 지어 말할 수 있을 만큼 우리나라 작가들의 추리소설을 많이 읽어본 것도 아니면서 그런 말을 하다니. 물론 기대에 못 미치는 작품들도 있긴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 추리물이 외국보다 못하다 하는 건 너무 성급한 판단이 아닌가 합니다. 외국의 소설들 중 재미있거나 좋은 작품이 우리나라에 소개되는 것이지 모든 외국 작가들이 글을 잘 쓰는 건 아니니까요.
<한국 추리 스릴러 단편선 3>에서는 한국적인 미스터리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배경도 다양해서 고구려, 조선, 현대, 그리고 근미래까지. 작가들의 개성에 따라 다양한 이야기들이 들어 있었습니다.
이미 선암여고 탐정단의 연작 단편으로 엮어진 박하익의 '무는 남자'를 시작으로 임대인과 임차인의 서슬 퍼런 갈등을 그린 박지혁의 '잠만 자는 방'.
지하철에서 폐지를 수거하는 노인들의 무림 세계를 그린 전건우의 '전철 수거왕'.
역사 미스터리의 강자 정명섭이 고구려를 배경으로 펼쳐놓은 미스터리 '혈의 살인'.
탈레반 출신 외국인 노동자가 테러를 일으키는 걸 저지해야 하는 최혁곤의 '밤의 노동자2'.
근미래를 배경으로 인기 여가수의 모방인을 찾아야 하는 체이서의 이야기, 문지혁의 '크라이 펫'.
유명 만화가를 우발적으로 살해한 담당자의 범죄 이야기, 이대환의 '그때 그 만화가는 거기 없었다'.
비만 슈나우저를 동물병원에 맡겨 놓고 살해당한 여인의 사연은 무엇이었을까, 송시우의 '좋은 친구'.
스토킹 당하는 여자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스토커로부터 구해주는 남자 이야기, 한상운의 '당신의 데이트 코치'.
화성 성역에서 벌어진 의문의 살인사건을 추리와 액션으로 시원하게 해결하는 한이의 '화성 성역 살인사건'이 실려 있습니다.
한 편 한 편이 모두 재미있던, 보기 드문 알찬 단편집이었습니다.
심지어 이 책은 작가의 다른 책을 부르더군요.
선암여고 탐정단을 읽었기에 '무는 남자'의 고통에서는 벗어 날 수 있었습니다만, 최혁곤의 '밤의 노동자1'를 읽고 싶어서 네이버 오늘의 문학에 수록되었다는 안내에 따라 작품을 찾아보았지만. 그 코너 자체가 폐지가 되어서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제가 읽지 않은 저자의 최근 소설, <탐정이 아닌 두 남자의 밤>이 밤의 노동자를 포함한 연작 단편집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맙소사. 이렇게 되면 이 책을 찾아 읽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게다가 한이의 '화성 성역 살인사건'이라니!! 이야기의 전개도 그렇고 눈앞에 그려지는 액션이 그의 소설 <나는 백동수다>를 읽어봐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나는 백동수다>라는 책은 eBook으로만 나와있는 것 같던데요. 외전에 '화성 성역 살인사건'이 들어 있습니다.
그 외 다른 작가들의 또 다른 책들도 찾아보아야겠습니다. 전건우 작가 덕분에 작가의 스타일이라는 건 고정되어 있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거든요. 여러 책을 읽으며 작가의 다양한 모습을 발견하는 기쁨을 누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