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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둘기피리 꽃 ㅣ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은모 옮김 / 북스피어 / 2016년 3월
평점 :
<구적초>일때는 별로 내키지 않았다가 <비둘기 피리꽃>이 되니 읽고 싶어진 소설입니다.
미야베 미유키는 우리나라에서 사랑받는 작가들 중 하나죠. 저 역시 사랑하는 자들 중 하나입니다.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은 에도 시리즈 - 에서도 추리물과 괴담으로 나눌 수 있겠습니다 - 와 현대물 두 가지 다 찾아 읽고 있는데요. 현대물은 사회 문제를 다룬 추리소설과 특수능력자가 나오는 소설로 나뉘는 것 같습니다. 궂이 분류하지 않아도 좋은데, 저는 어째서 분류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다른 건 다 몰라도 미미 여사 스타일 초능력자 이야기는 별로 읽고 싶지 않다는 마음 때문에, 이 책은 어떤 책인가를 먼저 살피나 봅니다.
그런 이유에서 <구적초>는 읽지 않았습니다. 초능력자들이 나온다고 해서요. 그런 이야기를 싫어하는 건 아닙니다. 다만 미미 여사의 초능력자 이야기를 읽고 싶지 않을 뿐이었죠. 왜냐고요? 글쎄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봄을 닮은 색의 표지를 하고 있어서 그런지, 이상하게 <비둘기 피리꽃>을 손에 쥐게 되었습니다. 정작 비둘기 피리꽃은 - 그들이 부르는 이름이지만 - 보랏빛의 작은 꽃인데, 표지는 복숭아꽃을 닮은 분홍입니다. 무엇이 되었든 저를 끌어당겼으니 기쁘게 읽어야겠지요.
이 책은 초능력을 가진 세 명의 여자의 세 가지 이야기입니다. 접점은 없구요. 단편집입니다.
만일 나에게 초능력이 있다면 어떻게 사용하면 좋을까 하는 생각은 어릴 때부터 계속 해왔기에 별다른 건 없습니다. 저의 경우 나쁜 일에도 쓰지 않고 좋은 일에도 쓰지 않고 그냥 그런 능력 없는 셈 치겠다는 게 요즘의 생각이지만. 어린 시절엔 변신이 가능한 요술 공주들을 동경했던 걸 보면 좋은 일에 사용하고 싶었던가 봅니다.
'비둘기 피리꽃'의 투시 능력자 (저는 사이코메트러라고 부르고 싶지만) 다카코 형사는 자신의 능력을 경찰일에 사용하고 싶었지만, 점점 약화되는 체력과 사라져가는 능력 때문에 안타까워합니다. 한편, '번제'의 아오키 준코는 자신을 무기라고 말합니다. 옳은 일에 사용하거나 그렇지 않거나는 무기를 사용하는 자의 손에 달렸겠지요. 아오키 준코는 <크로스 파이어>에 등장하는 파이로키네시스트인데요. <크로스 파이어>에서 자신이 짝사랑하던 동료 가즈키의 여동생 살해범에게 복수하는 사건이 등장합니다. <비둘기 피리꽃>의 '번제'는 바로 이 부분에 대한 단편이지요. <크로스 파이어>의 원형입니다. 소설을 읽다가 '혹시?' 하는 마음에 검색해 보았더니 확실하더군요. 어쩐지 반가웠습니다. 다다 가즈키가 여동생을 잃은 사연은 너무나도 마음이 아팠지만 그 둘을 이 소설에서 만날 수 있다니 가슴 저리게 반가웠습니다. 그렇네요. 제가 미미 여사 스타일 초능력자 이야기를 싫어하는 건 초능력자라는 이름에 기대할 수 있는 그런 재미보다는 그로 인한 마음 아픔을 감당하기 싫어서였나 봅니다.
또 하나의 단편 '스러질 때까지'에서는 어린 시절 부모님을 잃고 함께 살던 할머니까지 돌아가신 후 자신이 예지력을 가지고 있었던 아이였다는 걸 알게 되는 도모코가 나옵니다.
'스러질 때까지', '번제', '비둘기 피리꽃'의 주인공들은 모두 하나씩 안타까운 사연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책은 순식간에 읽어버리고서, 글을 쓰려니 한 줄도 못쓰겠는 겁니다. 그 이야기들이 안타까워서. 그래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