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숙청의 문을
구로타케 요 지음, 김은모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줄거리는 간단합니다. 마르틴 S 슈나이더(지옥이 새겨진 소녀의 등장인물)의 방식대로 세 문장으로 이야기하자면, 불량 청소년들 때문에 죽어버린 자신의 딸을 애도함과 동시에 인내의 끈이 끊어져버린 교사 20년 차 곤도 아야코가 졸업식 전날 담임인 반 아이들 24명 전원을 교실에 가둬놓고 농성을 벌입니다. 그 반 아이들은 하나같이 인간쓰레기이지만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마땅한 처벌도 받지 않고 뻔뻔하게 살고 있었던 놈들이라 죽어 마땅한 이유를 들어 한 명씩 살해합니다. 금세 경찰이 학교를 에워싸지만 다방면으로 계획을 세워둔 아야코를 물리치고 아이들을 구해 낼 수 없습니다.


이 책은 호러 서스펜스입니다. 악의 교전(기시 유스케)에서 자신의 치부를 들켜버린데다가 하나씩 수습하기 귀찮아진 하스민 선생이 반 아이들을 게임하듯이 죽여나가는 모습과는 달리, 나름대로의 죽을 죄를 지은 - 자신들 때문에 죽거나 거의 죽음에 가까운 삶을 살게 된 사람들이 많은데도 전혀 반성하지 않는 사이코 집단 같은 반 아이들을 죄목을 이야기해주며 하나씩 죽여 나가는 아야코의 냉정함은 그럴싸하면서도 비현실적으로 보였습니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하더라도 그냥 사십 대의 여교사에 불과했던 아야코가 그 간의 특별훈련(죽을 각오로 열심히 했다지만)을 거쳐 불량학생들을 제압하고 처치할 수 있을 만큼의 능력을 가질 수 있었다니... 정말 대단합니다. 그런 비현실성은 그녀에게 잠재되어 있던 킬러 본능이 깨어났다고 치고 계속 읽어 나갈 수 있습니다만, 어쩌면 그 반 아이들 하나같이 그렇게 사악할 수가 있을까요. 이런 비현실적 설정에도 불구하고 책은 술술, 빠르게 읽힙니다.

온통 피보라가 치고, 학생들이 하나씩 죽어나가는데 재미있다고 표현해서는 안될 것 같지만 그래도 흥미롭습니다. 


미혼모인 엄마가 혼자서 키우던 딸이 죽은 후 반 아이들을 통해 복수한다는 것은 고백(미나토 가나에)과 유사하지만, <그리고 숙청의 문을>에서의 범인은 이 반에 있지 않습니다. 아야코는 인질로 잡아 둔 학생들의 부모에게 모아오게 만든 몸값을 현상금으로 내놓고 딸을 죽게 만든 범인을 사냥하는 일종의 게임을 제안합니다. 누구든 그놈들을 잡아 오는 사람(혹은 사람들)에게 몸값 3억 6천만 엔을 주겠다고 했지요.


두뇌 플레이와 피가 튀기는 이 소설은 청소년 범죄에 대한 심각성을 이야기합니다. 그렇지만 심도 있게 다루지는 않아서 사회파 소설이라고 하기엔 좀 그렇습니다. 호러 서스펜스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스테이션 일레븐 스토리콜렉터 45
에밀리 세인트존 맨델 지음, 한정아 옮김 / 북로드 / 2016년 7월
평점 :
품절



연극 무대에 서 있던 아서 리엔더가 급성 심장마비로 숨을 거둡니다. 그리고 그 날 이후, 세상은 점점 죽음에 가까워져 결국엔 문명의 종말을 맞이합니다. 그의 죽음은 인류 문명의 종말과 관련이 있을까요? 

그가 죽던 날 조지아 독감 보균자인 한 명의 인간이 미국 땅을 밟고, 인류는 빠른 속도로 사라져가기 시작했습니다. 치사율과 전염률이 놀라우리만큼 무서운 조지아 독감은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인류를 살해하기 시작했기에 자신들의 문명을 추스를 시간조차 주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20년이 지났습니다.


아서 리엔더가 죽던 날 함께 공연했던 아역배우 커스틴이 이제는 어른으로 자라나 유랑극단원이 되었을 만큼의 시간이 지났지만, 셰익스피어의 연극들은 사라진 문명 가운데에서도 살아남아 그들을 통해 공연되고 있었습니다. 전기조차 없는 그들의 삶이었지만, 셰익스피어와 그리고 만화책 스테이션 일레븐은 살아있었습니다. 생뚱맞지만요. 그다지 유명하지도 않은 스테이션 일레븐은 커스틴에게 있어서는 과거에 자기가 존재했었다는 하나의 매개체였던 것입니다. 아서 리엔더와 공연했었고, 그에게서 받았던 선물이었으며 상상력을 증폭시킬 원동력이었지요.


<스테이션 일레븐>이라는 소설은 독감 발생 20년 후, 독감 이전 14년, 독감 이후 15년...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면서 당시의 상황을 서술하기도 하고 인터뷰 형식으로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집중하지 않으면 뭔가 정돈되지 않은 것 같은 혼란에 함께 빠져버릴 수 있습니다. 그러니 주의해야 해요. 그리고 시대적인 배경도 제대로 주시해야 합니다. 읽는 사람에 따라서 서로 다른 장면이 머릿속에 떠오를 것 같습니다. 현재인지, 근미래인지 혹은 조금 과거인지 감이 잘 안 잡히거든요. 아서가 공연하던 시기가 현대라고 중심을 잡아두어야 20년 후나 14년 전으로 갈 때 장면의 혼란이 오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저의 경우엔, 아서가 공연하던 시기는 현대, 14년 전은 영화 '카사블랑카' 정도의 과거, 20년 후는 매드맥스의 시대 정도로 상상하고 말았거든요. 실제로는 별로 차이가 없는 거의 동시대 비슷한 배경인데도 말이죠. 솔직히 말해서 100페이지가 넘어갈 때까지도 도대체 이 소설이 무얼 말하려 하는 건지 파악할 수 없었습니다. 독감 이후 문명이 왜 사라졌는지, 전기는 왜 안 들어 오는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후반에 설명이 나오더군요. 그 설명을 읽고서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초반에는 당최 이해할 수 없었죠. 기상이변, 지각변동 같은 자연재해라거나 전쟁으로 인한 파괴라면 모를까 독감으로 문명이 사라지다니... 그리하여 마치 두어 세기 전으로 돌아간 것 같은 생활을 하다니... 자원의 공급이 원활하지 않을 뿐이지 그렇게까지 퇴화할까 싶었습니다. 설명을 듣고 나니 고개를 끄덕이며 음. 그럴 수도 있겠네...라고 했지만 실은 논리적인 부분이 약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문과적으로는 이해할 수 있지만 이과적으로는 납득이 안 간 달까요?


다 읽고 나니 전체적인 그림이 보였습니다. 그렇지만 책 뒤에 적혀있는 잔잔한 파문 같은 건 느낄 수 없었습니다. 아, 그렇구나. 이렇게 연결이 되는 거구나.... <박물관의 뒤 풍경(케이트 앳킨슨)>에서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어떤 물건들이 있었던 것처럼 이 소설에서도 그런 장치들이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당시엔 그렇게까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지 못 했던 것들이 전지적인 눈으로 본다면 굉장한 의미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소유하고 있는 것들 중에도 그런 것이 있을 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어른들이 물건을 소중히 다루라고 하는 건가 봐요.


SF 판타지인 <스테이션 일레븐>은 국내외 많은 작가들의 추천사와 각종 베스트에 올라있던 소설입니다. 그만큼 대단한 책일 테지요. 하지만, 저는 독서력이 모자라고 작품 볼 줄 아는 혜안이 부족해 이 책의 참맛을 잘 느낄 수 없었습니다. 그들이 극찬하는 만큼의 맛을 보지 못했거든요. 그러니 저에게는 과분한 책이었습니다. 좀 더 독서력을 기르고 나서 다시 읽어봐야겠습니다. 그게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옥이 새겨진 소녀 스토리콜렉터 44
안드레아스 그루버 지음, 송경은 옮김 / 북로드 / 2016년 7월
평점 :
절판




  곧 내 이성이 닫혔다. 창의력이 미친 듯 떠올랐다. 나는 광기에 사로잡혀 새로운 것을 창조할 것이다. 형태를 만들고 완성하는 데 열중할 것이다. 로댕이나 다빈치 같은 예술가들도 작품을 세상에 선보일 때 그렇게 느꼈을 것이다.

  내 상상력에는 한계가 없다. 어떤 신체 조각도 전체에 녹아든다. 저절로 변형된 것처럼 완성될 것이다. 나는 단지 연장일 뿐이다. 나는 변형하는 작품의 신하일 뿐이다. 나는 그들에게 광기와 고통과 죽음을 선물한다.

-p.84


옷조차 제대로 입지 못한 채 도움을 청하던 소녀는 노부부에 의해 기적적으로 구조되었습니다. 그 아이의 등에는 단테의 신곡중 지옥 편에 나오는 그림이 새겨져 있었고요. 담당 검사 멜라니는 깜짝 놀랐습니다. 클라라라는 이 아이는 자신의 옛 단짝 친구의 딸이었기 때문입니다. 친구가 죽고 일주일 후 납치된 아이는 지난 일 년 동안 어떤 지옥을 겪었을까요. 반드시 범인을 잡아서 단죄해야 합니다. 제1용의자로 친구의 새 남편이자 클라라의 의부인 브라인슈미트를 지목하고 심도 있는 수사를 펼치지만 뜻밖에 아이와 의부는 무척 사이가 좋았습니다. 그렇다면 범인은 누구이며 클라라에게 어떻게 접근했었을까요. 범인은 클라라에게만 몹쓸 짓을 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두 구의 시신이 발견되는데요 등의 피부가 벗겨진 상태로 암매장되어 있었습니다. 이 소녀들의 등에도 지옥이 새겨져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클라라의 등에 있던 것은 여덟 번째의 그림이었으니까요. 단테의 신곡 지옥 편이 완성되기 전에 어서 범인을 찾아야만 했습니다. 


한편 <지옥이 새겨진 소녀>의 전작, <새카만 머리의 금발 소년>의 '더벅머리 페터'사건을 해결했던 자비네는 마르틴 S 슈나이더의 추천으로 그토록 원하던 아카데미에 입학하지만, 주변의 반응은 냉담합니다. 국장은 실력도 없는 사람이 억지로 끼어든 것처럼 말하고, 팀원들은 낙하산처럼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녀가 그럴만한 자격이 있다는 걸 저도 알고 슈나이더도 압니다. 슈나이더 같은 지나치게 깐깐한 사람이 친하다고 아무나 데리고 올 리 없으니까요. 자비네는 아카데미에 도착한 날 자신의 전 남자친구-이지만 아직도 애정이 남아있는- 에릭이 머리에 총상을 입고 혼수상태로 병원에 입원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지만, 어쨌든 지금은 아카데미 쪽이 먼저입니다. 슈나이더는 아카데미의 수업시간에 미제 사건으로 남아있는 일명 '지네 사건','바텐 메어 바닷가 사건', '식인 사건','말 가면 사건'을 다룹니다. 각 사건은 잔인함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으며 일 년 간격으로 벌어졌으나 상호 간의 유사성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밝혀지지 않은 무언가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자비네는 사건을 더욱 파고들고 뜻밖의 범인을 만나게 됩니다. 


<지옥이 새겨진 소녀>는 두 갈래의 큰 물줄기를 타고 흐릅니다. 열살 소녀의 등에 지옥을 새긴 범인을 찾기 위한 멜라니의 수사 과정과 개연성이 없어 보이는 사건들을 연쇄 살인(정확한 표현으로는 연속 살인이겠지만)으로 판단하고 진짜 범인을 찾으려는 자비네와 슈나이더의 수사 과정이 결국은 하나로 합쳐져 큰 강물이 됩니다. 


소설 속의 인물들은 하나같이 개성 있으며 매력이 뚜렷했습니다. 무척 많은 등장인물들이 등장하는데요. 독일식, 오스트리아식.... 네덜란드식 이름도 있군요. 그렇지만 읽는 데 전혀 지장이 없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어디에 있는 누구인가가 전혀 헷갈리지 않을 정도로 확실히 제 위치에 있었거든요. 쓸데없는 군더더기는 빼고 필요한 부분들만 존재했습니다. 아마도 마르틴 S 슈나이더가 쓸데없는 말을 늘어놓으며 설명하는 걸 싫어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작가에게 잔소리 좀 했겠죠. 그러니 작가도 읽기 편하게 글을 잘 쳐낸 모양입니다. 소설은 흥미롭게, 숨 가쁘게 그리고 논리적으로 진행됩니다. 읽기 시작하면 좀처럼 내려놓기 어렵습니다. 분량이 길어서 이틀에 걸쳐 읽긴 했지만요. 어쩌면 하나같이 다 이렇게 지독한 사건들 뿐인지. 잔혹하기 짝이 없습니다. 범인을 알게 된 후에도 요만큼의 동정도 가질 수 없었습니다. 제멋대로라지. 


제멋대로라고 한다면 이 책에선 슈나이더가 최고죠. 아, 범인들 빼고요. 슈나이더는 명석한 두뇌, 웬만하면 남을 신뢰하지 않는 자기중심적 사고방식, 마리화나 중독, 범인의 입장이 되어서 사건을 분석해 내는... 어, 영드의 셜록과 비슷한 타입이로군요. 좀 다른 점이 있다면 슈나이더는 츤데레 타입인 것 같습니다. 새침 부끄라고 하죠. 뭔가 무지 사람을 무시한 것 같은데, 알고 보면 신뢰하고 있었다.....라는 캐릭터인데요. 자비네는 슈나이더에게 휘둘리는 듯하다가도 결국 그의 말을 무시하고 씩씩하게 상황을 헤쳐나갑니다. 그렇지만 부처님 손바닥 안이죠. 슈나이더와의 콤비 플레이는 콤비인 듯 아닌 듯 굉장한 케미를 이룹니다. 이번 소설에 등장한 멜라니도 보통의 캐릭터는 아닌데요. 강한듯하면서 아름다운 그녀. 무척 멋집니다. 자신의 생각을 밀어붙이는 힘이 대단해요. 


생동감 있는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지옥이 새겨진 소녀>를 통해 안드레아스 그루버의 매력을 또 한번 느꼈습니다. 현재 세 번째 슈나이더 시리즈를 집필 중이라고 하네요. 그 작품도 어서 읽을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파인더스 키퍼스 - 찾은 자가 갖는다 빌 호지스 3부작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을 읽을 때면 그 책의 주인공이 되기도 하고, 주인공의 친구가 되기도 하며, 때로는 전지적인 시점에서 그들을 내려다보며 온갖 감정을 느끼곤 합니다. 그러다 보면 간혹 소설가가 내린 결말에 대해서 화가 나기도 하고 실망할 때도 있습니다. 로리스 로우리의 <기억 전달자>시리즈가 저에겐 그랬었죠. <기억 전달자>에서 <파랑 채집가>를 거쳐 <메신저>로 끝내버린 3부작 시리즈는 정말 허탈했습니다. 맷티의 운명이 너무 잔인하게 느껴졌기 때문이지요. 괜히 읽었다 싶었습니다. 하지만 20년 후 로리스 로우리는 <태양의 아들>이라는 또 하나의 책을 내어 <기억 전달자>를 4부작으로 만들었고, 그 마지막권으로 평안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저는 별로 오래 기다리지 않았지만 정말로 20년을 기다려 온 사람들은 뜻밖의 작품에 기뻐했을 것 같습니다. 인내한 덕에 따뜻한 결말을 맞을 수 있었으니 행복했을겁니다. 


<파인더스 키퍼스>의 모리스 밸러미도 좀 더 인내하고 기다렸으면 좋았으련만. 하퍼 리나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와 어깨를 나란히 하던 문학가 로스스타인의 '러너'시리즈의 결말이 마음에 안 들었던 모양입니다. 주인공인 지미 골드가 풍요로운 생활을 누리면서 끝난 시리즈가 어찌나 마음에 안 들었는지 소년원 출신 두 명과 함께 강도단을 조직해 작가의 집에 침입하고 끝내 그를 사살하고 맙니다. 동료들은 돈을 챙기고 그는 작가의 소설 노트들을 챙기는데요. 결국 동료들도 죽이고 돈과 노트 모두 차지합니다. 하지만 뜻밖에도 작가의 죽음이 빨리 알려지는 바람에 모리스는 커다란 중고 트렁크에 돈과 노트를 넣어 집 근처 땅속에 파묻어 둡니다. 증거만 없으면 될 테니. 강도 짓을 한 걸 비난하는 친구 앤디 홀리데이에게 기분이 상한 모리스는 자신이 술만 먹으면 정줄을 놓는다는 걸 알면서도 또 술을 먹고, 술김에 성폭행을 저질러 종신형을 받습니다. 안녕, 잠깐 동안 내 것이었던 로스스타인의 작품들이여.


30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미스터 메르세데스 사건이 벌어지고 (파인더스 키퍼스의 전작 미스터 메르세데스를 읽어보시길), 그 사건으로 장애인이 된 톰 소버스는 매일 부부싸움을 합니다. 아들 피트와 딸 티나는 집이 가난한 것에 대한 스트레스도 있지만, 엄마 아빠가 싸우는 것 때문에 마음 편할 날이 없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피트는 우연히 모리스가 감춰둔 트렁크를 발견합니다.피트네가 지금 살고 있는 집은 모리스가 살던 집이었거든요. 열몇 살의 소년에게는 보물상자나 다름없었습니다. 이 돈을 어쩌면 좋을까 고민하던 소년은 한 달에 500달러씩 부모에게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덕분에 살림은 조금씩 나아졌죠. 엄마 아빠도 거의안 싸우고 몸도 건강해졌습니다.


결국 돈은 바닥났지만 뭐 그때보다는 나아진 살림살이이니 먹을 것 걱정은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동생인 티나가 진학하고 싶어 하는 학교에 보내려면 돈이 듭니다. 피트는 사랑하는 동생을 좋은 학교에 보내고 싶었습니다. 그리하여 그동안 열심히 읽어왔던 로스스타인의 노트를 팔기로 결심하는데요. 이때부터 소년이 감당하기 어려운 사건들이 벌어집니다.


미스터 메르세데스 사건을 해결했던 빌 호지스는 홀리와 함께 파인더스 키퍼스라는 탐정사 비슷한 것을 운영하고 있었는데요. 메르세데스 사건에 등장했던 바브라의 친구 티나(이면서 동시에 피트의 여동생)에게서 오빠가 이상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들을 돕기로 합니다. 

이번에도 역시 그들의 활약이 펼쳐지는데요. 전작에 등장했던 주요 인물들(제롬을 포함해서)이 다시 등장해 더욱 반가웠습니다. 심지어 미스터 메르세데스인 하츠필드까지 등장합니다. 비록 식물인간이나 다름없는 모습이긴 하지만요. 아, 이 남자. 전작에서도 그렇지만 이번에도 뭔가 꺼림칙합니다. 


미스터 메르세데스 못지 않게 이번 소설인 파인더스 키퍼스도 정말 재미있습니다. 광팬이자 심각한 덕력을 자랑하는 모리스 밸러미의 모습과 영리한 문학 소년 피트의 모습이 챕터마다 번갈아 등장하는데요. 시간이 흘러 동시대에, 같은 공간에 둘이 존재하게 되어 더 이상 챕터로 그들을 가를 필요가 없게 되었을 때부터 긴장이 됩니다. 

스티븐 킹의 추리소설인 호지스 시리즈는 앞으로 한 권 남았는데요. 정말 아쉽습니다. 아직 나오지도 않았는데 벌써 아쉬워요. 이렇게 삼부작으로 끝나고 마는 걸까요? 아니면 오래, 아주 오래 기다리면 다시 호지스를 불러 내 줄까요? 은근히 기다려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대프니 듀 모리에 - 지금 쳐다보지 마 외 8편 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 10
대프니 듀 모리에 지음, 이상원 옮김 / 현대문학 / 201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레베카로 만나게 된 대프니 듀 모리에의 인상은 너무나 강렬했습니다. 괴이한 것이 갑자기 툭 튀어나오지 않더라도 내면을 흔들어 놓아 나조차 알 수 없었던 공포를 깨어나게 만들었던 솜씨는 그녀를 다시 한 번 찾지 않을 수 없게 했습니다. 낯선 여행지에서 만났던 사랑이 결실을 맺고 아름답고 행복한 결혼생활을 언제까지고 누릴 수 있을 거라 생각했었지만, 그 꿈이 깨지는 데에는 그리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실제로 등장하지도 않는 - 죽은 드 윈터 부인 레베카는 이름이 있었지만, 주인공인 나에게는 이름조차 불릴 기회를 주지 않았다는 것이 허깨비와 실체의 경계를 허물어 주인공과 독자를 동시에 혼란시켰습니다. 장편을 따라가면서 숨 쉴 때마다 느껴지는 스릴, 서스펜스. 그녀의 단편집은 어떨까요?


현대문학에서 출판하는 세계문학 단편선 중 10번째 책, <대프니 듀 모리에>에는 그녀의 거의 완벽한 단편들이 들어 있었습니다. 한 작품도 실망을 주지 않는, 엄선된 소설들이었습니다. 각 작품마다 느껴지는 서스펜스. 읽다 보면 묘한 기운이 돌아 무언가 잘못된 것 같다는 걸 눈치채는데, 주인공은 모릅니다. 이상하다는 걸 알려주고 싶어도 도리가 없습니다. '지금 쳐다보지 마'에서도, '낯선 당신, 다시 입 맞춰 줘요'에서도 말입니다. 아... 히치콕 감독의 영화로 유명한 '새'에서는 다행히 주인공이 이상을 빨리 감지하지요. 안전장치를 해둡니다만 주변 사람들은 아무도 믿지 않습니다. 어쩌면 조수 간만을 이용한 새떼의 공격에서부터 무사한 건 주인공 냇과 그의 가족들뿐일지도 모릅니다.



  지금은 작은 새들이 창가에 있었다. 작은 부리로 가볍게 두드리는 소리, 날개로 부드럽게 쓸어내리는 소리가 들렸다. 매는 창문을 상대하지 않았다. 문짝에 집중했다. 나무 갈라지는 소리를 들으면서 냇은 대체 저 작은 두뇌와 날카로운 부리, 매서운 눈길 속에 몇백만 년의 기억이 있기에 이토록 정확하고 집요하게 인류를 파괴하려 드는 것인지 궁금해졌다.

-p.112

 


'성모상','경솔한 말'에서는 심각한 얼굴로 주인공을 따라가다가 마지막에 실소를 잣습니다. 어쩜 저래. 주인공들이 다른 의미로 안쓰럽습니다. 그다지 큰일이 일어나지는 않았지만 어떻게 생각하면 큰일이랄까요. 그녀의 소설 주인공들 중, 죽는 사람이나 인생의 파멸을 맛보는 사람들이 많은 걸 생각하면, 뭐 저 정도는 이겨내겠지 싶습니다. 


대프니 듀 모리에의 작품들이 신경을 뒤흔드는 건 낯선 공포가 아니라 누구나 겪을 수도 있는, 평범한 일상에서 조금만 벗어났을 뿐인데도 겪을 수 있는 미스터리 한 사건들이 거기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자칫하면 인간 불신에 걸릴 수도 있겠지만, 소설은 소설이고 현실은 현실일 뿐이라는 걸 아는 나이라 다행입니다. - 과연 그렇긴 한 걸까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