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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숙청의 문을
구로타케 요 지음, 김은모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줄거리는 간단합니다. 마르틴 S 슈나이더(지옥이 새겨진 소녀의 등장인물)의 방식대로 세 문장으로 이야기하자면, 불량 청소년들 때문에 죽어버린 자신의 딸을 애도함과 동시에 인내의 끈이 끊어져버린 교사 20년 차 곤도 아야코가 졸업식 전날 담임인 반 아이들 24명 전원을 교실에 가둬놓고 농성을 벌입니다. 그 반 아이들은 하나같이 인간쓰레기이지만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마땅한 처벌도 받지 않고 뻔뻔하게 살고 있었던 놈들이라 죽어 마땅한 이유를 들어 한 명씩 살해합니다. 금세 경찰이 학교를 에워싸지만 다방면으로 계획을 세워둔 아야코를 물리치고 아이들을 구해 낼 수 없습니다.
이 책은 호러 서스펜스입니다. 악의 교전(기시 유스케)에서 자신의 치부를 들켜버린데다가 하나씩 수습하기 귀찮아진 하스민 선생이 반 아이들을 게임하듯이 죽여나가는 모습과는 달리, 나름대로의 죽을 죄를 지은 - 자신들 때문에 죽거나 거의 죽음에 가까운 삶을 살게 된 사람들이 많은데도 전혀 반성하지 않는 사이코 집단 같은 반 아이들을 죄목을 이야기해주며 하나씩 죽여 나가는 아야코의 냉정함은 그럴싸하면서도 비현실적으로 보였습니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하더라도 그냥 사십 대의 여교사에 불과했던 아야코가 그 간의 특별훈련(죽을 각오로 열심히 했다지만)을 거쳐 불량학생들을 제압하고 처치할 수 있을 만큼의 능력을 가질 수 있었다니... 정말 대단합니다. 그런 비현실성은 그녀에게 잠재되어 있던 킬러 본능이 깨어났다고 치고 계속 읽어 나갈 수 있습니다만, 어쩌면 그 반 아이들 하나같이 그렇게 사악할 수가 있을까요. 이런 비현실적 설정에도 불구하고 책은 술술, 빠르게 읽힙니다.
온통 피보라가 치고, 학생들이 하나씩 죽어나가는데 재미있다고 표현해서는 안될 것 같지만 그래도 흥미롭습니다.
미혼모인 엄마가 혼자서 키우던 딸이 죽은 후 반 아이들을 통해 복수한다는 것은 고백(미나토 가나에)과 유사하지만, <그리고 숙청의 문을>에서의 범인은 이 반에 있지 않습니다. 아야코는 인질로 잡아 둔 학생들의 부모에게 모아오게 만든 몸값을 현상금으로 내놓고 딸을 죽게 만든 범인을 사냥하는 일종의 게임을 제안합니다. 누구든 그놈들을 잡아 오는 사람(혹은 사람들)에게 몸값 3억 6천만 엔을 주겠다고 했지요.
두뇌 플레이와 피가 튀기는 이 소설은 청소년 범죄에 대한 심각성을 이야기합니다. 그렇지만 심도 있게 다루지는 않아서 사회파 소설이라고 하기엔 좀 그렇습니다. 호러 서스펜스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