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션 일레븐 스토리콜렉터 45
에밀리 세인트존 맨델 지음, 한정아 옮김 / 북로드 / 2016년 7월
평점 :
품절



연극 무대에 서 있던 아서 리엔더가 급성 심장마비로 숨을 거둡니다. 그리고 그 날 이후, 세상은 점점 죽음에 가까워져 결국엔 문명의 종말을 맞이합니다. 그의 죽음은 인류 문명의 종말과 관련이 있을까요? 

그가 죽던 날 조지아 독감 보균자인 한 명의 인간이 미국 땅을 밟고, 인류는 빠른 속도로 사라져가기 시작했습니다. 치사율과 전염률이 놀라우리만큼 무서운 조지아 독감은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인류를 살해하기 시작했기에 자신들의 문명을 추스를 시간조차 주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20년이 지났습니다.


아서 리엔더가 죽던 날 함께 공연했던 아역배우 커스틴이 이제는 어른으로 자라나 유랑극단원이 되었을 만큼의 시간이 지났지만, 셰익스피어의 연극들은 사라진 문명 가운데에서도 살아남아 그들을 통해 공연되고 있었습니다. 전기조차 없는 그들의 삶이었지만, 셰익스피어와 그리고 만화책 스테이션 일레븐은 살아있었습니다. 생뚱맞지만요. 그다지 유명하지도 않은 스테이션 일레븐은 커스틴에게 있어서는 과거에 자기가 존재했었다는 하나의 매개체였던 것입니다. 아서 리엔더와 공연했었고, 그에게서 받았던 선물이었으며 상상력을 증폭시킬 원동력이었지요.


<스테이션 일레븐>이라는 소설은 독감 발생 20년 후, 독감 이전 14년, 독감 이후 15년...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면서 당시의 상황을 서술하기도 하고 인터뷰 형식으로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집중하지 않으면 뭔가 정돈되지 않은 것 같은 혼란에 함께 빠져버릴 수 있습니다. 그러니 주의해야 해요. 그리고 시대적인 배경도 제대로 주시해야 합니다. 읽는 사람에 따라서 서로 다른 장면이 머릿속에 떠오를 것 같습니다. 현재인지, 근미래인지 혹은 조금 과거인지 감이 잘 안 잡히거든요. 아서가 공연하던 시기가 현대라고 중심을 잡아두어야 20년 후나 14년 전으로 갈 때 장면의 혼란이 오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저의 경우엔, 아서가 공연하던 시기는 현대, 14년 전은 영화 '카사블랑카' 정도의 과거, 20년 후는 매드맥스의 시대 정도로 상상하고 말았거든요. 실제로는 별로 차이가 없는 거의 동시대 비슷한 배경인데도 말이죠. 솔직히 말해서 100페이지가 넘어갈 때까지도 도대체 이 소설이 무얼 말하려 하는 건지 파악할 수 없었습니다. 독감 이후 문명이 왜 사라졌는지, 전기는 왜 안 들어 오는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후반에 설명이 나오더군요. 그 설명을 읽고서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초반에는 당최 이해할 수 없었죠. 기상이변, 지각변동 같은 자연재해라거나 전쟁으로 인한 파괴라면 모를까 독감으로 문명이 사라지다니... 그리하여 마치 두어 세기 전으로 돌아간 것 같은 생활을 하다니... 자원의 공급이 원활하지 않을 뿐이지 그렇게까지 퇴화할까 싶었습니다. 설명을 듣고 나니 고개를 끄덕이며 음. 그럴 수도 있겠네...라고 했지만 실은 논리적인 부분이 약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문과적으로는 이해할 수 있지만 이과적으로는 납득이 안 간 달까요?


다 읽고 나니 전체적인 그림이 보였습니다. 그렇지만 책 뒤에 적혀있는 잔잔한 파문 같은 건 느낄 수 없었습니다. 아, 그렇구나. 이렇게 연결이 되는 거구나.... <박물관의 뒤 풍경(케이트 앳킨슨)>에서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어떤 물건들이 있었던 것처럼 이 소설에서도 그런 장치들이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당시엔 그렇게까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지 못 했던 것들이 전지적인 눈으로 본다면 굉장한 의미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소유하고 있는 것들 중에도 그런 것이 있을 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어른들이 물건을 소중히 다루라고 하는 건가 봐요.


SF 판타지인 <스테이션 일레븐>은 국내외 많은 작가들의 추천사와 각종 베스트에 올라있던 소설입니다. 그만큼 대단한 책일 테지요. 하지만, 저는 독서력이 모자라고 작품 볼 줄 아는 혜안이 부족해 이 책의 참맛을 잘 느낄 수 없었습니다. 그들이 극찬하는 만큼의 맛을 보지 못했거든요. 그러니 저에게는 과분한 책이었습니다. 좀 더 독서력을 기르고 나서 다시 읽어봐야겠습니다. 그게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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