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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더스 키퍼스 - 찾은 자가 갖는다 ㅣ 빌 호지스 3부작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6년 6월
평점 :
책을 읽을 때면 그 책의 주인공이 되기도 하고, 주인공의 친구가 되기도 하며, 때로는 전지적인 시점에서 그들을 내려다보며 온갖 감정을 느끼곤 합니다. 그러다 보면 간혹 소설가가 내린 결말에 대해서 화가 나기도 하고 실망할 때도 있습니다. 로리스 로우리의 <기억 전달자>시리즈가 저에겐 그랬었죠. <기억 전달자>에서 <파랑 채집가>를 거쳐 <메신저>로 끝내버린 3부작 시리즈는 정말 허탈했습니다. 맷티의 운명이 너무 잔인하게 느껴졌기 때문이지요. 괜히 읽었다 싶었습니다. 하지만 20년 후 로리스 로우리는 <태양의 아들>이라는 또 하나의 책을 내어 <기억 전달자>를 4부작으로 만들었고, 그 마지막권으로 평안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저는 별로 오래 기다리지 않았지만 정말로 20년을 기다려 온 사람들은 뜻밖의 작품에 기뻐했을 것 같습니다. 인내한 덕에 따뜻한 결말을 맞을 수 있었으니 행복했을겁니다.
<파인더스 키퍼스>의 모리스 밸러미도 좀 더 인내하고 기다렸으면 좋았으련만. 하퍼 리나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와 어깨를 나란히 하던 문학가 로스스타인의 '러너'시리즈의 결말이 마음에 안 들었던 모양입니다. 주인공인 지미 골드가 풍요로운 생활을 누리면서 끝난 시리즈가 어찌나 마음에 안 들었는지 소년원 출신 두 명과 함께 강도단을 조직해 작가의 집에 침입하고 끝내 그를 사살하고 맙니다. 동료들은 돈을 챙기고 그는 작가의 소설 노트들을 챙기는데요. 결국 동료들도 죽이고 돈과 노트 모두 차지합니다. 하지만 뜻밖에도 작가의 죽음이 빨리 알려지는 바람에 모리스는 커다란 중고 트렁크에 돈과 노트를 넣어 집 근처 땅속에 파묻어 둡니다. 증거만 없으면 될 테니. 강도 짓을 한 걸 비난하는 친구 앤디 홀리데이에게 기분이 상한 모리스는 자신이 술만 먹으면 정줄을 놓는다는 걸 알면서도 또 술을 먹고, 술김에 성폭행을 저질러 종신형을 받습니다. 안녕, 잠깐 동안 내 것이었던 로스스타인의 작품들이여.
30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미스터 메르세데스 사건이 벌어지고 (파인더스 키퍼스의 전작 미스터 메르세데스를 읽어보시길), 그 사건으로 장애인이 된 톰 소버스는 매일 부부싸움을 합니다. 아들 피트와 딸 티나는 집이 가난한 것에 대한 스트레스도 있지만, 엄마 아빠가 싸우는 것 때문에 마음 편할 날이 없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피트는 우연히 모리스가 감춰둔 트렁크를 발견합니다.피트네가 지금 살고 있는 집은 모리스가 살던 집이었거든요. 열몇 살의 소년에게는 보물상자나 다름없었습니다. 이 돈을 어쩌면 좋을까 고민하던 소년은 한 달에 500달러씩 부모에게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덕분에 살림은 조금씩 나아졌죠. 엄마 아빠도 거의안 싸우고 몸도 건강해졌습니다.
결국 돈은 바닥났지만 뭐 그때보다는 나아진 살림살이이니 먹을 것 걱정은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동생인 티나가 진학하고 싶어 하는 학교에 보내려면 돈이 듭니다. 피트는 사랑하는 동생을 좋은 학교에 보내고 싶었습니다. 그리하여 그동안 열심히 읽어왔던 로스스타인의 노트를 팔기로 결심하는데요. 이때부터 소년이 감당하기 어려운 사건들이 벌어집니다.
미스터 메르세데스 사건을 해결했던 빌 호지스는 홀리와 함께 파인더스 키퍼스라는 탐정사 비슷한 것을 운영하고 있었는데요. 메르세데스 사건에 등장했던 바브라의 친구 티나(이면서 동시에 피트의 여동생)에게서 오빠가 이상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들을 돕기로 합니다.
이번에도 역시 그들의 활약이 펼쳐지는데요. 전작에 등장했던 주요 인물들(제롬을 포함해서)이 다시 등장해 더욱 반가웠습니다. 심지어 미스터 메르세데스인 하츠필드까지 등장합니다. 비록 식물인간이나 다름없는 모습이긴 하지만요. 아, 이 남자. 전작에서도 그렇지만 이번에도 뭔가 꺼림칙합니다.
미스터 메르세데스 못지 않게 이번 소설인 파인더스 키퍼스도 정말 재미있습니다. 광팬이자 심각한 덕력을 자랑하는 모리스 밸러미의 모습과 영리한 문학 소년 피트의 모습이 챕터마다 번갈아 등장하는데요. 시간이 흘러 동시대에, 같은 공간에 둘이 존재하게 되어 더 이상 챕터로 그들을 가를 필요가 없게 되었을 때부터 긴장이 됩니다.
스티븐 킹의 추리소설인 호지스 시리즈는 앞으로 한 권 남았는데요. 정말 아쉽습니다. 아직 나오지도 않았는데 벌써 아쉬워요. 이렇게 삼부작으로 끝나고 마는 걸까요? 아니면 오래, 아주 오래 기다리면 다시 호지스를 불러 내 줄까요? 은근히 기다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