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데포르메 포즈집 : 꼬마 캐릭터 편 (책 + CD-ROM) 슈퍼 데포르메 포즈집
Yielder 지음, 김보미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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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포르메, 혹은 데포르마시옹(데포르마숑)은 어떤 사물의 특징을 강조하거나 왜곡해서 표현하는 미술 기법을 말합니다. 보통 만화는 데포르메를 기본으로 하고 있는데요. 코믹물뿐만 아니라 극화체(사실적인 표현)에서도 필요에 따라 데포르메를 하기도 합니다. 

그중에서도 데포르메 오브 데포르메, 2,3등신 꼬마 캐릭터 데포르메 포즈 집을 보여드리려고 합니다.

제가 제일 자신 없는 부분이기도 한데요. 코난처럼 머리 크고 몸은 작은 (그래도 추리력은 그대로!!!) 캐릭터를 그리려고 하면 망해요. 멋진 비율의 캐릭터가 꼬마 캐릭터로 변해도 원본의 특징을 지니고 있는 걸 보면 신기하기도 하고, 따라 해보고 싶기도 한데, 생각대로 잘 안되더라고요.

그렇기에 포즈 집으로 공부하고 싶었어요. 조금만 연습하면 잘 할 수 있을 것 같거든요.





AK 커뮤니케이션즈에서는 인문서적뿐만 아니라 만화도 많이 출판하고 있는데요. 만화 작법서도 많이 내고 있어요. <슈퍼 데포르메 포즈집>은 꼬마 캐릭터 편뿐만 아니라 기본 포즈 액션 편도 있는데요. 저는 역시 이쪽이.


이 책은 기본적인 캐릭터 그리는 법을 통해 정적인 포즈와 동적인 포즈를 가르쳐주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일단 연습하는 단계이므로 체형은 심플, 히어로, 히로인의 세 가지로 되어 있는데요. 익숙해지면 다양한 체형으로 응용할 수 있도록 힌트를 제시합니다. 


초보 단계를 넘어가면 과장된 포즈, 멋진 포즈, 연애 포즈, 판타지 포즈, 소도구 포즈 등의 다양한 포즈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독특한 포즈와 장면의 예시를 통해 스킬을 올려줍니다. 표정과 패션의 예시도 주는데요. 아무래도 패션은 잡지나 인터넷을 통해 여러 복장을 연구하고 그것을 토대로 간결하게, 데포르메 하여 표현하는 편이 좋겠습니다.




그림으로 여러 컷 보여주면 될 것을 왜 이리 장황하게 말로서 이야기하냐 하면, 제가 사진을 찍어 올리는 것이 어느 정도 가능한 건지 잘 모르겠기에 그렇습니다. 저작권에 위배되지 않는 선에서 책을 보여드리려니 많이 고민되었습니다. 



가능하면 위와 같은 포즈들이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거든요. 하지만, 저작권은 소중한 것이니까. 

기본 포즈 사진을 보여드리면 너무 심심한 책이 아닌가 할까 봐 멋진 포즈를 보여드렸는데요. 이 외에도 다양한 포즈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책을 보고서 기본적인 몇 가지 포즈를 따라 그려보았는데요.



책에 있는 캐릭터 4가지를 A4 용지에 옮겨 그렸습니다. 표지에 트레이스 OK!라고 되어 있거든요. 

도안 위에 종이를 덮고 윤곽을 따라 그렸습니다. 라이트 박스가 있었으면 훨씬 수월했을 텐데, 노안을 이겨내며 윤곽만 딴 후 위치를 잡았습니다. 저보다 더 초보인 분은 트레이싱지로 베껴서 연습하면 좋은데요. 그것도 없다면 엄마 몰래 종이 호일을 뜯어 오세요. 아주 잘 비칩니다. 저는 제가 엄마니까 눈치 보지 않고 뜯을 수 있습니다. 


캐릭터 원형을 베낀 후 러프 스케치를 합니다. (깜빡하고 러프 단계 사진을 찍지 않았어요.)

원형을 토대로 그리고자 하는 캐릭터를 만들어 냅니다.



그리고 펜 선으로 완성도를 높입니다. 저는 가는 펜으로 그린 후 컴퓨터용 사인펜으로 외곽선을 덧그려주었습니다.




그리고 색연필이나 사인펜, 때로는 형광펜으로 채색하면 캐릭터 완성.

저처럼 허접한 도구로도 그림은 그릴 수 있습니다. 

이렇게 그린 캐릭터를 오려 코팅하여 가방에 달 수도 있고 (달지 마!!!) 열심히 연습해서 노트에 장식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좋아하는 연예인이나 히어로를 그려서 행복해할 수도 있겠죠.



저처럼 A4 용지나 종이호일 같은 걸 반드시 쓸 필요는 없습니다. 이 책에는 무려 650개의 소체 데이터가 들어있는 부속 CD가 있거든요.  CD와 와콤 같은 걸 이용해서 디지털 작업을 하면 더 깔끔하고 편리하겠죠.

저희 집엔 와콤이 없을 뿐만 아니라 CD-ROM 드라이버도 없어요. SD카드가 들어가는 타입이죠. 그렇기에 부득이하게 손 그림을 그렸습니다. 손맛이 있어서 그쪽이 좋기도 하고요.



하지만, CD-ROM 드라이버가 없다고 디지털 작업을 할 수 없는 건 아니에요.

사진을 찍어서 자신이 작업하는 소프트웨어에서 불러내 작업할 수 있거든요.


저희 집에서 사용하는 툴은 사이인데요. 

사이 툴을 열고, 캔버스에 사진을 불러내어 레이어를 겹쳐가며 그림을 완성하면 됩니다. 

그것도 타블렛이 있어야 편한데, 저희 집엔 마우스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능력자가 있거든요. (저는 안돼요)




이 책으로 저는 계속 손 그림을 그릴 것 같고, 제 딸은 사이툴로 작업할 것 같습니다. 

아날로그도, 디지털도 모두 만족할 수 있으니 참 좋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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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구아빠 노하라 히로시의 점심 1
츠카하라 요이치 지음, 채다인 옮김, 우스이 요시토 원작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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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용 신짱>의 원작자 우스이 요시토가 타계한지도 10년이 되어 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짱구와 친구들은 여전히 우리와 함께 하는데요. 어린이를 위한 만화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성인 취향의 개그물로 시작했는데, 연재 중인 잡지사가 망해서 잡지사를 여러 번 옮긴다거나 하는 사정도 있었고, 어쩐지 노하라 히로시와 미사에의 장난꾸러기 아들인 신노스케(우리나라에선 신짱, 짱구.)가 인기 만점. 그리하여 엄마 아빠의 은밀한 성인 개그에서 신짱의 에피소드로 바뀌면서 전 연령층이 볼 수 있는 만화로 바뀌었습니다. - 애들이 보면 몰라도 어른이 보면 알 수 있는 코드가 숨어있기도 했다는 건 아이들에게 비밀입니다. 쉿.
연재가 길어지면서 이런저런 우여곡절들도 있었고, 작가 사망 후엔 작가의 딸들과 어시스턴트들이 제작한 '신 크레용 신짱'이 나왔는데요. 일상 에피소드를 담으며 여전히 인기가 좋습니다. 

원래의 주인공이었던 노하라 히로시, 짱구 아빠는 늘 아들과 딸에게 치이고, 아내에게 야단맞기 일쑤이지만, 알고 보면 무척 대단한 스펙의 소유자입니다. 명문 와세다 대학을 나왔고, 땅값 비싼 일본(도쿄 혹은 그 인근)에서 2층 단독 주택을 소유하고 있어요. 후바타 상사 영업 제2부 계장, 연봉은 650만 엔, 키는 180 정도. 우리나라 만화 캐릭터 중에서도 이 정도 스펙을 가진 분이 있죠. 고길동 씨(둘리)라고요.
아무튼, 노하라 히로시는 가히 명언 제조기라고 할 수 있는데요. "꿈은 도망가지 않아, 언제나 도망가는 건 나 자신이야.",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가능한 거야." 같은 것들도 있지만 어쩐지 머릿속에선 "똥 먹는데 카레 이야기하지 마!"가 먼저 떠올라요. 



<노하라 히로시의 점심 1> 권말 특별 수록 신 크레용 신짱 6권 vol.110 의 에피소드를 보면 먹고 싶은 음식을 항한 짱구 아빠의 집념이 드러나는데요. 웃을 수만은 없는 점심시간의 비애는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몇 번씩 겪어보았을 겁니다. 어지간하면 같은 식당에 가서 함께 식사하는 우리나라의 문화와는 달리 일본은 점심시간에 각자 먹고 싶은 것을 먹는 게 보통이라고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데요. 히로시 역시 점심시간이 되면 오늘은 뭐 먹을까 고민하다가 식당으로 들어갑니다. <노하라 히로시의 점심 1> 의 제1 화 돈가스 덮밥을 시작으로 카레, 회전초밥, 스테이크, 햄버거 등등... 후배와 팬케이크를 먹으러 갔을 때는 황당하고 웃겼습니다. 
짧은 에피소드를 통해 식문화를 보여주는 건 <고독한 미식가>와 닮아있었습니다.

재미있게 읽었습니다만 좀 아쉬운 점도 있었습니다. 우스이 요시토의 '노하라 히로시' 캐릭터를 가지고 츠카하라 요이치라는 작가가 새로 그려낸 먹방 외전이지만, 원작의 느낌과 향을 제대로 끌어오지 못했습니다. 외모와 성격만 짱구 아빠와 닮았을 뿐 아주 닮은 다른 사람 같았습니다. 크레용 신짱의 매력은 배경조차 별로 없는 간결한 묘사, 스크린 톤조차 쓰지 않은, 펜 선만으로 그려내지만 대충 그렸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 만화라고 생각했는데요. 이 만화에선 펜 선과 톤이 지나칩니다. 음식을 먹음직스럽게 표현하고 싶었던 것 같긴 한데, 그런 점에서도 실패입니다. <미스터 초밥왕>,<중화 일미>,<맛의 달인>,<신장개업>,<밤비노>등의 요리, 음식 만화를 보면 알 수 있지만, 음식을 맛있게 그리기 위해 정밀묘사를 하지는 않습니다. 만화가 가지는 매력, 데포르메와 표현력이면 충분하거든요. 이 만화에서는 음식, 배경, 등장인물에 대한 묘사를 지나치게 많이 했습니다. 짱구를 버려두고 별개의 만화라고 생각하면 크게 불만스럽지 않습니다. 하지만 짱구 아빠 노하라 히로시의 점심 식사를 엿보고 싶었기에 이질감이 느껴졌던 것이죠.

다만, 1권의 초반보다 후반이 안정적인 걸로 보아 다음권인 <노하라 히로시의 점심 2>는 좀 자리를 잡지 않았을까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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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거나 괜찮아 - 오늘도 애쓰는 당신을 위한 자기긍정감 심리학
다카가키 츄이치로 지음, 홍상현 옮김 / 나름북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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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모교에 입학하게 된 딸아이의 등록을 위해 학교에 방문한 참에 생활기록부를 떼어보았습니다. 첫 장은 인적 사항 및 학교생활에 관한 기록이 있었고, 뒷장에는 수우미양가와 석차의 성적표가 있었습니다. 과거를 추억하며 앞장을 훑다가 행동발달상황을 보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착하고 온순하고, 봉사정신이 있는 학생이었다는 것도 그렇지만, 1학년 때의 기록, '개인의 일 보다 집안의 일을 우선으로 생각한다.'라는 부분 때문이었습니다. 과거의 내가 불쌍했습니다. 강압적이고 가부장적인 아버지에, 나이차가 많지 않은 새엄마와의 불협화음. 두 살 아래의 남동생과 제 끼니와 도시락을 챙기는 건 모두 제 몫이었으며 빨래며 청소 같은 집안일도 모조리 제 일이었습니다. 주말이면 귀여운 돌쟁이 이복동생의 양육도 맡았습니다.  나 자신보다 집안일이 우선일 수밖에 없었는데요. 제게 착한 아이 콤플렉스 같은 것이 있었다는 문제였습니다. 집안이 시끄러운 것도 싫었지만 내가 착하게 굴면 평화와 안정이 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 - 쑥스럽게 말하자면, 사랑을 받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그게 선생님께도 보였던 건지, 제가 상담 시간에 그런 이야기를 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괜찮아요. 선생님도 2학기가 되니 제 존재를 잊으셨거든요. 저는 사고를 치며 튀는 학생도 아니었고, 공부를 잘하는 우수 학생도 아니었으니까요. 몇 년 동안 같은 반에 반복해서 나타나더라도 아마 선생님은 눈치채지 못하셨을 겁니다. 어쨌든 그렇게 착한 아이로 살아서 저는 행복했을까요.

'착한 아이'는 위험합니다. 실망시키지 않으려고, 혼나지 않으려고, 인정받으려고 거짓을 꾸며내거나 사실을 숨기고 과장하기도 하거든요. 나아가서 스스로의 감정을 속이기도 하지요. 그렇기에 불안합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도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아 불안합니다. 무엇 때문인지는 모르겠는데 막연히 불안합니다.  그 불안감을 이겨내기 위해 '배 째!'라는 방법도 사용할 수 있지만, 그렇게 살아오지 않았던 사람에겐 사용하기 어려운 고급 스킬이라 아무 일 없다고 되뇌며 스스로를 다독입니다. 그러나 막연한 위안은 구체적인 걱정의 공포를 이겨내기 힘들기에 괜찮다는 연기를 합니다. 부모나 사회 앞에서요. 그럼 뭐야. 도로 '착한 아이'가 되려 하는 거잖아. 그곳에서 뛰쳐나오기가 너무 힘듭니다. 뭘 해야 할까요. 이 사슬을 끊기 위해서는.


'착한 아이'에는 두 종류가 있습니다. 채찍에 위협당해 어쩔 수 없이 착한 아이가 된 경우와 사탕으로 유혹당해 부지불식간에 착한 아이가 된 경우 말입니다. (중략)

어느 쪽이든 그런 착한 아이에게는 '있는 그대로 괜찮다'라는 근본적 안심감이 없습니다. 자신이 '존재' 수준에서 자신의 자리를 지켜도 괜찮다는 마음이 없는 겁니다. 늘 지배자, 권력자의 입장에 부합하는 '착한 아이'의 역할을 다하고 도움이 될 만한 일을 해야 자신의 자리를 지킬 자격을 얻으니까요. 그러니 자유롭고 솔직하며 자연스럽게 그 자리에 섞여 들어가 타자와 교류할 수가 없습니다.

-p.196


저는 칭찬받아야 한다는, 착한 아이여야 한다는 그 압박에서 먼저 벗어나야 했습니다. 그래서 나쁜 아이로서의 첫걸음으로 집에서 뛰쳐나왔었죠. 그래도 착한 아이이니 엄마를 찾아갔습니다. 결국 사슬은 끊어지지 않았습니다. 자기긍정감이 부족한 제가 쉽게 사슬을 끊어낼 수 있을 리가 없었죠. 이 성향은 제 인생을 좀먹었고 꼬이게 만들었습니다. 착한 아이로 보이기 위해 노력해서 얻은 건 거짓말하는 스킬과 우울증이었습니다. 내가 처해있는 상황이 싫고, 이런 상황에 발목 잡혀있는 내가 싫고, 이걸 떨쳐 내지 못하고 질질 끌려다니는 내가 싫었습니다. 불만으로 가득 차 있었죠. 하지만 아이를 키우며 깨닫습니다. 지금 이 모든 것에 대해 슬퍼할 필요가 없다는걸요. 


<어쨌거나 괜찮아>에서는 이렇게 말합니다. 마음에 드는 자신에게는 만족하지만, 마음에 들지 않는 자신에 대해서는 '이런 내가 싫다!'라며 거부하게 되는 것, '자기혐오','자기 거부'가 생긴다고요.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더라도 그 부분을 포함해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이것이 '있는 그대로의 나'임을 받아들여 살아가는 것이 자기긍정감이라고합니다.(p.23)


그러니까 생활기록부의 앞쪽에서 회상했던 과거의 저보다는, 뒤쪽의 미양미양한 성적표를 딸에게 보여주며 함께 깔깔거릴 수 있는 현재의 제가 자기긍정감이 있는 편일 겁니다. 우수한 성적의 딸에게 엄마가 학창시절에 공부를 잘했었노라 허언하는 게 아니라 학창시절 나는 이런 성적을 받았고, 가사 노동에 시달렸지만, 덕분에 너를 키울 때 첫애를 키우는 초보 엄마가 아닌 뭔가 능숙한 태도로 키울 수 있었노라며 웃으며 말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자기혐오에 자살 충동까지 겪던 제가 어떻게 지금과 같은 태도로 살 수 있게 되었을까요. <어쨌거나 괜찮아>를 읽으며 곰곰이 생각해보았더니 그건 아이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희는 하루도 빠짐없이 서로에게 사랑한다고 말합니다. 시간을 정해놓고 그러는 게 아니라 사랑한다고 느낄 때마다 이야기하는데요. 등교할 때에도 '사랑해, 다녀올게.','잘 자. 사랑해.' 등등. 그래서인지 사랑받지 못한다고 여겼던 어린 시절의 어둠이 걷히고 있습니다. 여전히 불안과 우울이 저를 괴롭히고 있지만 잘 이겨낼 수 있습니다. 매일 사랑한다 말하는 딸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합니다. 나르시즘과는 다른, 자기 자신을 너무나 사랑해서 성장과정에서 드리운 어둠을 잘 이겨내고 있습니다.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은, 자신이 둘도 없이 소중하다는 것, 나보다 두뇌가 뛰어난 사람도 많겠지만 그 사람과 나를 바꾸고 싶지는 않다, 이런 내가 좋다, 그리고 지금의 나와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너무나 기쁘고 감사하다, 나와 더불어 산다는 것은 그대로의 나 자신이 좋다는 겁니다. '있는 그대로 괜찮다'는 거죠. -p.92


뜻밖의 모범사례가 아닌가요. 딸은,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자기긍정감이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이런 사람이 제 곁에 있다니 전 얼마나 행복한가요.


저는 또래의 사람들과 생각하는 것, 관심분야, 판단 근거가 다르다는 말을 듣습니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요. 괜찮습니다. 나는 '나'이니까요. 섞이지 못해도 외롭지 않습니다. 페이스북에 따봉이 적어도, 블로그 포스트에 덧글이나 하트가 적어도 괜찮아요. 남들이 볼 때 특이하고 괴짜일지 몰라도, 저는 그런 저를 아낍니다. 아이에게 배운 대로요.


저처럼 바로 옆에 자기긍정감의 멘토(나이와 상관없이)를 두고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분께는 <어쨌거나 괜찮아>를 권해드립니다. 이 책은 현재의 자신을 매섭게 채찍질하는 자기 계발서도 아니고, 독설로 비난하는 책도 아니고, 마냥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말하는 힐링서도 아닙니다. 자기 자신에 대해 진지하게 들여다보고 결점을 포함한 자기 자신 모두를 온전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타인에게 사랑받는 것보다 우선, 자신을 사랑해야 함을 깨닫게 됩니다. 제가 10년도 넘게 걸려 깨달은 것들을 이 책을 읽고 나서 깨닫는 분도 계실 겁니다.

더불어 아이를 키우는 부모님께서는 꼭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어린 시절에 겪었던 일들을 떨쳐내고 지금의 제가 되기까지는 너무 많은 힘든 일들을 겪었거든요. 지금도 이겨나가는 중인데, 과거는 저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더군요. 부모님이 읽고 스스로 자기긍정감을 갖게 되면 양육태도에도 분명 변화가 생길 거라 생각됩니다. 그러면 아이도 변할 거예요.

나는 왜 남들처럼 못하는 걸까, 고민하는 청소년도 읽어보세요. 

자기긍정감 있는 저희 아이도 가끔 그런 고민을 하거든요. '남은 남이고 나는 나야.'라는 중심을 품고 있다면 조금 더 행복해지고 버틸 힘을 얻게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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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엄마의 기생충
린웨이윈 지음, 허유영 옮김 / 레드박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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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어떤 타입인가 하면, 타인은 물론이고 부모 형제를 포함한 모든 이가 어떤 중요한 선택을 했다면, 그건 나름 심사숙고해서 내린 결론이므로 합당한 이유가 있으리라 믿고 그 결정을 수용하는 편입니다. 부모님의 결정은 저에게도 굉장히 큰 영향을 미쳤고, 그로 인해 오랜 시간을 고통받고 힘들었던 데다가 지금 제 우울하고 불안한 성격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생각하지는 않으므로 아주 쿨하게 좋은 결정이었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어찌 되었던 과거 부모님의 행동, 저의 행동과 결정이 모여 지금의 저와 제 아이가 되었으니 상처는 상처대로 두더라도 자존심으로 이겨나갑니다.- 솔직히 회피 성향도 다소 있음을 인정하는 바이지만, 결국 버티다 보면 더 좋게 되겠지라는 희망으로 삽니다. 확실히 과거보다는 지금의 삶이 나으니까요. 

과거와 현재가 힘을 모아 만들어 낸 '나'라는 인간이 <우리 엄마의 기생충>의 저자 린웨이윈에게 완전히 공감하기는 어려웠습니다. 과거의 그녀가 현재의 자신까지 잡아먹고 있었으니까요.- '현재'라기보다는 '현재'의 바로 직전이 더 어울리는 표현 같습니다. 
페이스북에서 별 갖가지 성향의 사람을 보며 저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구나, 내 생각과는 너무 다르다. 싫은 타입인데라고 구시렁대면서도 제게 직접 피해를 주지 않는 한 타임라인이 올라오는 걸 그냥 지켜보는 건, 다양한 성향의 사람들이 각자의 생각으로 - 때론 한심하지만 저를 보고 그런 생각을 할 사람도 있을 테니 함부로 활자로 표현하지는 않습니다.- 살고 있다는 걸 잊지 않기 위함이므로 저자의 글과 생각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끝까지 읽기로 했습니다. 저자의 비호감에 메모장에 '내가 이걸 왜 읽어야 하나'라고 끄적이곤 줄까지 그었습니다. 그 아래 '난, 난 이걸 찾아야 해.'라고 덧붙였지만 말이에요.

린웨이윈의 엄마는 비록 사춘기 후엔 사랑한다, 귀엽다 표현하지 않았던 워커 홀릭 엄마였지만, 반복되는 유산 중에 얻은 딸이라 금지옥엽 돌봐주었다고, 제 기준으로는 그만하면 사랑해주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겉으로만 아껴주는 게 아니라 물심양면으로 돌봐주는데 도와줘도 불만이고, 안 도와줘도 불만입니다. 사랑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돌봄도 제대로 받지 못한 데다 어설픈 상태에서 어른이 되어 중심을 잡기 위해 오랜 시간이 필요했던 저로서는 그녀의 불만이 무엇 때문인지 모르겠습니다. 이이를 키우며 이제야 비로소 동반 성장하고 있는 저로서는 말입니다. 세로로 서서 빙글빙글 돌고 있는 동전도 아니고 너무 양면적인 게 아닌가, 흑이길 원하면서 동시에 백이길 바라는 그녀의 이중성이 답답했습니다. 어느 정도는 누구나 가지고 있는 성향이긴 한데, 저자는 너무 지나쳤습니다. 
강박증에 우울증, 자해까지. 결혼 후에는 배우자 폭행, 공갈, 협박 같은 전형적인 가정폭력까지 행했습니다. 다행히 심리치료를 받기 시작했는데, 자신이 분노를 눌러 삼켜왔다고 표현할 땐 기함했습니다. 정말 분노를 누르는 게 뭔지 알기나 하고 말하는 걸까 하면서요.
이렇게 미워하며 에세이를 읽어내려갔습니다. 도대체 왜 이런 책에 대만 출판계 최고의 상인 '금정장'을 준 걸까. 책을 읽으며 적었던 메모를 이틀 동안 들여다보며 고민했습니다. 

책을 읽으며 끝없이 저자를 통해 제 과거를 회상했습니다. 내 아이의 현재와 미래를 비추어 보았습니다. 그리고 저자의 괴로움이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저자는 자신을 기생충 같은 존재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숙주에 기생하지 않고선 살 수 없는 존재, 뛰어난 머리와 재능을 가지고 있음에도 안으로 파고들고 숨을 수밖에 없는 존재. 저자는 당당히 독립하여 기생충이 아닌 독립 생물이 되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기생충이 아니라 공생충이 되면 좋았을걸. 세상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는 완벽히 독립된 존재라는 건 없다는 것을 일찍 깨달았으면 좋았을걸. 
그나마 다행인 건 이 에세이가 문학적 수정을 거쳐 어느 정도 가감된 것이라는 점입니다. 작가가 우리에게 전하고픈 메시지를 위한 장치가 놓여있다는 뜻인데요. 이렇게 한바탕 작가를 미워하며 과거와 현재를 들여다볼 수 있었던 건 그녀의 트랩에 걸려들었기 때문이 아닐까요. 물론 책을 읽은 모두가 나와 같은 과정의 사색을 했으리라 생각지 않습니다. 오히려 흐름에 따라 그녀의 아픔을 자기 것처럼 여기며 울었을지도 모릅니다. 용감하게 이겨내는 과정을 밟는 그녀에게 손뼉을 쳤을지도 모릅니다. 사람은 각양각색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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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지키려는 고양이
나쓰카와 소스케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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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책을 읽으시나요?"
서면이나 기록용 필름 인터뷰를 몇 번 한 적이 있는데 그때마다 저 질문은 꼭 따라오더군요.  때가 되면 배가 고프지 않으냐, 밥 먹는 것처럼 책이 고프니 책을 읽는다고 대답했습니다. 책을 읽는 것을 당연한 일로 대답하는데, 납득을 못하거나 겉 멋든 대답으로 여길지도 모릅니다. 그렇다고 '몰라요. 그냥 읽어요.'라고 할 수는 없잖아요. 좋아하는 데 이유가 필요한가요. 3일만 안 읽어도 그리운걸. 제 블로그명이 책 읽고픈 날인데요. '책, 읽고픈 날'이 될 수도 있고 '책이(ㄺ) 고픈 날'로도 읽힐 수 있게 중의적으로 지은 블로그 이름입니다. 저는 책이 그립고 고프기에 책을 찾습니다. 
책을 잘 안 읽는 사람에게 이유가 수십 가지가 있는 것처럼 책을 읽는 사람에게도 수십 가지의 이유가 존재할 거예요. 각자의 방식으로 책을 사랑하고, 원하고, 취급합니다. 그 방법 중 어떤 것이 그르고 어떤 것이 옳다고 할 수는 없을 거예요. 이유만큼이나 방법도 다양한 거니까요. 저처럼 접는 금 하나도 용납지 않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책 끝을 접어가며 읽는 사람도 있잖아요. 

나쓰카와 소스케의 <책을 지키려는 고양이>에도 이런저런 방법으로 책을 사랑하고 다루는 몇 명의 사람이 등장합니다. 책을 읽고 쌓아두고 전시하는 타입의 사람, 책을 이리저리 잘라서 줄거리만이라도 전하려는 타입의 사람, 잘 팔리는 책만을 만드는 출판사 사장... 얼룩 고양이 얼룩이와 할아버지를 잃고 고서점에 틀어박힌 외톨이 소년 린타로가 책의 미로를 지나 그들을 만나고 그들의 방식이 옳지 않다고 말합니다. 그들이 책을 사랑하는 것은 맞지만 잘못된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고 말하는데요. 자신만의 방식으로 책을 사랑하는 그들에게 방식이 반드시 옳다고, 그르다고 할 수는 없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고양이는 이야기의 안내자이자 미궁의 안내자입니다. 표지와 제목에서 느꼈던 분위기로는 좀 더 중심에 있을 것 같았는데, 은하철도 999로 치자면 철이를 보호하는 메텔보다 기차의 차장 정도의 역할입니다. 모든 일을 판단하고 해결하는 건 소년 린타로거든요. 누구보다 책을 사랑하던 할아버지, 그 할아버지를 사랑하고 할아버지가 사랑하던 책을 사랑한 린타로였기에 얼룩이가 안내한 곳에서 만난 사람에게 제 목소리를 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할아버지의 혜안이 그의 마음에 함께 있었습니다.  린타로는 결코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이야기의 흐름이나 배경은 미야자와 겐지의 글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래서 21세기의 '은하철도의 밤'이라는 이야기를 듣나 봅니다. 여러 유형의 인물을 등장시켜 좀 더 이야기를 길게 만들거나 시리즈로 해도 좋지 않은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 것 역시 '은하철도의 밤' 같습니다.

겉으로만 훑으며 읽으면 그냥 동화 같을 뿐인 소설입니다. 하지만 때로 읽기를 멈추고 책과 나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건 이 책이 지닌 철학적인 힘 때문일 겁니다.


무턱대고 책을 많이 읽는다고 눈에 보이는 세계가 넓어지는 건 아니란다. 아무리 지식을 많이 채워도 네가 네 머리로 생각하고 네 발로 걷지 않으면 모든 건 공허한 가짜에 불과해.
-p.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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