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을 대로 하라 : 단 하나의 일의 원칙 1 단 하나의 일의 원칙 1
구스노키 켄 지음, 노경아 옮김 / 미래지향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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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살면서 어떤 가이드라인이 있다거나 키워드 같은 게 있다면 그것을 잘 응용하면서 맞춰서 살기 좋을 텐데라는 생각을 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 저는 그 가이드라인 따위 상관하지 않고 지금처럼 엉뚱한 삶을 살 테죠.

누군가가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하는 거, 다 나를 위해서 하는 말이라지만 결국은 자기 자신을 위해 하는 말이고, <좋을 대로 하라! : 단 하나의 일의 원칙>에서 구스노키 켄이 말하는 것처럼 누구나 한 번 밖에 살아보지 않았던 인생, 자기 인생을 중심으로 해서 저한테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에 불과하니까, 결국 '나 좋을 대로 하면' 되는 겁니다.

누구나 주변에 '위해서'라는 말로 이리저리 흔드는 사람 한 둘쯤 있을 겁니다. 대부분 가족이거나 직장 상사일 텐데요. 그런 것들 때문에 마음고생하시는 분이라면 이 책 한 번 읽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큰 용기와 위로를 받았거든요.

왜 많은 부모가 당신처럼 아이의 진로에 이것저것 간섭하려 할까요? 그 이유는 단순합니다. 본인 한 사람의 인생을 한 번밖에 경험하지 못했으면서도 본인의 그 경험을 아이에게 그대로 적용하려 하기 때문입니다.

-p.100

저야 아이의 의견과 꿈, 미래 계획을 전적으로 동의하고 스스로의 노력을 통해 이루어 나갈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므로 아이와 이런 갈등은 없습니다만, 이번 입시를 치르면서 알게 된 사실 중 하나 - 진로에 관한 갈등은 부모 자식 사이뿐만 아니라 더 넓은 범위에서도 일어나더군요. 한 번뿐인 인생이니 옳은 길을 가게 하려는 마음은 알겠는데, 조언 그 이상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걸 주지했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이 책은 마음에 힐링이 되는 책이라기보다는 인생의 중요한 순간, 그중에서도 직업에 관한 순간에 대해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는 사람에게 제대로 한 마디 해주는 책입니다.

일본의 유명 경제 미디어 '뉴스픽스'라는 유료 사이트에서 저자인 구스노키 켄 교수가 직업 상담 코너에서 진행했던 질문 답변을 모아서 출간한 이 책 <좋을 대로 하라!: 단 하나의 일의 원칙>은 연재 당시에도 악플을 무척 많이 받았었다고 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무슨 질문만 하면 '좋을 대로 하세요'라고 답변하니 물어본 보람이 없지 않나요.

하지만 잘 생각해 보면, 갈등을 하는 사람도 자신이 어떤 길을 선택해야겠다고 정말로 같은 무게를 두어 고민하는 것보다 한 쪽을 선택했지만 다른 한쪽이 발목을 잡고 있는 경우가 많아서 그 잡고 있는 손만 풀어내면,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향할 수 있는 법이니, 저자는 그런 이에게 '좋을 대로 하라'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좋아하는 일은 싫어하는 일의 반대 지점에 있습니다. 그러므로 거듭되는 '좋을 대로 하라'라는 말은 사실 '싫어하는 일을 하지 말라'라는 말과 같은 의미입니다.

자신의 기호를 속일 수는 없습니다. 제가 당신에게 '싫어하는 일을 하지 말라'라고 강력히 권하는 것은 자신을 속여가며 좋아하지도 않는 일을 하다 보면 자신이 무엇을 정말로 좋아하는지 잊어버리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것보다 무서운 일은 없습니다.

-p.75

그리고 저자의 매력은, '좋을 대로 하라'라고 말한 후 직업론 적인 측면에서 제대로 된 조언을 하는 데에 있는데요. 앞으로 장차 어떤 길을 가야 하는가에 대해 진심으로 깊게 생각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인생은 트레이드오프. 그 본질은 무엇을 하지 않느냐를 결정하는 것이다

좋을 대로 하고 싶어도 어떤 방향을 잡지 못해 정말로 내가 좋아하는 쪽이 어딘가를 몰라 헤맬 때가 있습니다.

특히 경험이 부족한 사회 초년생인 경우 더욱 심합니다. 이렇게 나이 들어도 내가 지금 옳은 결정을 한 것일까 고민될 때가 있지만, 지금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생각해보건대, 과거의 흑역사라도 그런 것들이 모여 내가 되었으니 크게 잘 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지금의 결정도 그럴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이런 생각조차 너무 막연하게 희망을 갖고 사는 게 아니냐고 비난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야말로 어쩌라고. 어차피 내 인생인데.

사회 초년생은 이런 연륜마저 없으니 더 불안할 터입니다. 조언을 구했더니 '라테'를 외치는 꼰대를 만나기도 합니다. 앞으로의 미래는 어른들이 살아온 미래와는 다를 텐데 그들의 잣대로 재어서 생각을 합니다. 결국 스스로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할 것인가, 하는 일을 좋아해야 하는 것인가.

마치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과 결혼할 것인가,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할 것인가 하는 문제와 비슷합니다.

그 둘이 일치가 된다면야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겠지만, 일이건 사랑이건 뜻하는 대로 되는 게 아니니 고민은 점점 깊어집니다.

모든 걸 다 가질 수도 없고, 다 잘 해낼 수도 없습니다.

그러니 고민이 될 때는 자신이 싫어하는 일을 하나씩 제거해보세요.

처음에는 뺄셈으로.

그리고 다음에는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을 늘려가는

덧셈으로

마지막에는 커리어를 키워나가며 성공하는 사람이 되는 겁니다.

곱셈이죠.

처음에는 무책임한 제목이 아닌가!! 했는데, 읽을수록 매력적이어서 저는 질문자들과 같은 고민을 하고 있지도 않음에도 불구하고 푹 빠져서 즐겁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질문에 대한 저자의 답변은 직업론 뿐만 아니라 처세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접하는 다양한 일들에 대해 짧게 고민하고 호기롭게 살 수 있도록 길을 내어줍니다.

무척 유쾌하게 그의 가르침을 읽다 보면 나를 짓누르고 옥죄던 것들에서 잠시 벗어나 '바보 아냐?' 하고 외칠 수 있게 됩니다.

- 물론 당사자에게 대놓고 말하는 건 무리일지라도 스스로에게는 당당하게 말할 수 있으니 마음이 개운해집니다.

외부의 쓸데없는 목소리가 신경 쓰일 때는 이 말을 떠올려 보세요.

'한가한 사람일수록 남을 질책한다.'

그러고는 '자기 인생이 잘 풀리지 않으니 그 울분을 풀려고 나를 질책하나 보다. 쓸데없는 간섭이니 무시해야지'라고 생각하며 지나갑시다.

그러고 나서 좋을 대로 하시면 됩니다.

-p.43

직업이나 진로에 대해 갈등하고 있는 분에게 이 책을 추천합니다.

읽다 보면, 자신과 같은 케이스를 발견할 수도 있고, 비슷한 케이스를 읽게 될지도 모르지만. 하나의 커다란 그림이 그려진다면 그것 또한 도움이 될 수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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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더브레 저택의 유령
루스 웨어 지음, 이미정 옮김 / 하빌리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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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저를 도와주세요. 전 아무도 죽이지 않았어요.

스마트 홈 시대가 열렸지만 우리는 여전히 스마트보다 아날로그에 가까운 삶을 살고 있습니다. 손바닥에 접착이라도 된 듯, 스마트폰을 떼어 놓지 못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전기로 가동되는 집안의 온갖 것들을 집 안팎에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으로 제어할 수 있다는 건 참 매력적이지만, 아주 넓은 집이라면 모를까 직접 움직이는 게 좋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 물론 잠자리에 누웠을 때 누군가가 대신 불을 꺼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아주 자주 들지만요.

모든 것이 제어되는 스마트 홈 환경에서, 만약 아날로그 방식을 겸하지 않거나 겸하였더라도 편리함에 수동으로 움직이는 법을 잊었다면 - 정전이 되거나 시스템 오류가 생겼을 때를 상상하면 불쾌함을 넘어 공포스럽기까지 합니다.

제가 지금까지 상상하고 있던 것보다 더 많은 스마트함이 있는 대저택 헤더브레. 고풍스러운 분위기에 스마트함은 고전적 슈퍼 히어로의 집을 떠올리게도 했지만, 그 기묘한 부조화는 각자 다른 것을 숨기고 있던 등장인물들의 내면과 많이 닮아 있었습니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몇 안 되는 인물들은, 심지어 아주 어린아이까지 비밀을 가지고 있었는데, 두 살 난 아기 페트라 만이 가면 없는 정직함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소설은, 자신이 죄를 짓지 않았노라 호소하는 한 여자의 편지로 진행됩니다.

그녀는 자신이 어쩌다가 교도소에 오게 되었는지 저명한 변호사에게 도와달라 호소하고 마침내 아주 길고 긴 편지를 쓰게 되었는데요. 독자는 변호사가 되어 그녀의 편지를 읽습니다.

스물여덟 살의 아이 돌보미 그녀는 스코틀랜드 하이랜드에 지어진 대저택에서 입주 아이돌보미로 일하게 된 과정부터 입주 후에 아이들의 보호자가 없는 상태에서 낮이고 밤이고 겪었던 무시무시한 일들을 이야기합니다.

밤마다 느껴지는 한기, 누군가가 걸어 다니는 듯한 소리. 그리고 제어가 되지 않는 스마트 기기 등. 전형적인 폴터가이스트 현상에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습니다. 심지어 그 집 아이들은 그녀에게 우호적이지 않은데요.

미워하고 밀어내려 하는 것이 도를 지나친 듯합니다.

그녀가 오기 전의 아이 돌보미들도 며칠 견디지 못하고 그 집을 나가버렸다고 하는데요.

아이들의 말썽과 영악함에 질렸던 건지, 아니면 유령 때문인지 알 수 없습니다.

여기 오지 마세요. 여긴 안전하지 않아요.

다들 안 좋아할걸요.

마침내 셋째 아이 엘리가 그녀에게 마음을 겨우 열기 시작하고, 기숙학교에 있던 큰 아이 리안논이 그녀에게 험악하게 대하던 그날, 둘째 아이 매디가 사망하고 맙니다.

온 집안에 흩어져 있던 CCTV도 매디의 죽음의 원인을 밝혀 낼 수 없었는데요. 자신의 방에 부착되어 있는 카메라가 고용인에 대한 부당한 행위라고 생각했던 그녀가 양말로 그것을 가려 놓았었던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매디는 그녀의 방 창문에서 떨어져 죽었기 때문이죠.

과연 그 헤더브레 저택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요.

과거 그 집에서 약물로 인한 소녀가 사망했던 사건과 연관이 있는 걸까요.

정말로 유령이 나타나 집안을 돌아다니다가 결국 매디를 죽게 만든 것일까요.

이 모든 기괴한 스토리는 클래식한 저택 안 곳곳에 숨겨진 스마트한 장치처럼 컨트롤할 수 없는 지경으로 흘러가버립니다.

현대의 애거서 크리스티라는 찬사를 받는 루스 웨어의 소설이지만, 굳이 애거서 크리스티를 갖다 붙이지 않아도 루스 웨어는 그 자체로 특별한 환상을 만들어 내었습니다.

이 소설은 미스터리 스릴러로, 점점 종장이 가까워지고 있음에도 스토리의 결말을 알 수 없기에 더욱 긴장하게 되는데요. 마지막 장면에서 '이걸 어쩌나..'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이들 중 가장 나쁜 사람은 누구일까, 무엇이 그들을 비극으로 몰아 넣었을까하는 고민은, 책을 닫고도 한참이나, 하루가 넘도록 저를 떠나지 않습니다.

표지까지 고풍스럽고 벨벳 느낌이라 손에 착 붙는 이 소설은.

한 번 펼치면 닫기 어려우니 시간 여유가 있을 때 펴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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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리치들에게 배우는 돈 공부
신진상 지음 / 미디어숲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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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비한다는 뜻에서가 아니라 딱 말 그대로 돈에 관한 개념이 없는 저는 그냥 손에 쥐어지는 작은 돈으로 빠듯하게 살아왔고 때로는 빚을 지기도 하면서 헉헉거리면서 살아왔고 실은 지금도 그렇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성인(에 가까운 나이가)이 되자 새로운 눈이 띄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부족한 엄마를 데리고 있는 탓에 녀석은 경제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고 앞으로의 미래를 설계하며 고민하였습니다. 자식과 함께 발맞추어 나가길 원하는 저는 이제라도 '돈이란 무엇인가.' 그 녀석이 뭐길래 나를 괴롭혀왔는가에 대해 공부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슬금슬금 고개를 들기 시작했습니다.

돈 공부의 첫 번째 걸음으로 신진상의 <슈퍼리치들에게 배우는 돈 공부>를 선택했습니다.

어려운 경제 용어 같은 게 있으면 어쩌나 했는데, 만일 그렇다면 인터넷에서 검색도 해보고 테셋 자격증이 있는 아이에게도 물어보고 하며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럴 일이 전혀 없었습니다. 이 책은 저 같은 초보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저술되어 있었습니다.

그건 아마도 그가 논술의 전문가 이기 때문일겁니다. 저자는 대치동의 논술 스타강사이면서 유웨이 입시 컨설턴트로 활동 중인데, 논술과 입학사정관제 분야의 최고 전문가라고 하는군요. 어려운 분야를 쉽게, 하지만 논리적으로 이야기하여 독자의 이해도를 높이는 데 최적화 되어 있는 분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저자가 제일 처음 꼽은 것은 독서였는데요. '책', 그리고 '독서'는 슈퍼리치들과 떼놓을 수 없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이므로 책 전반에 걸쳐 넓게 분포하고 있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읽는 것도 좋지만, 공부를 위해서는 전략적 독서는 반드시 필요하기에 연령대에 맞는 도서를 추천하기도 합니다. 혹은 돈 공부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부분을 얻기 위해 읽어야 하는 책을 소개하기도 합니다. 거장들의 책을 정독하면서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취하는데, 만일 시간이 부족하다면 발췌독도 좋다고 합니다.

저는 초보니까 처음에는 발췌독을 하면서 대략의 느낌을 보고 그다음 아주 꼼꼼히 읽어보려고 하였으나 나도 모르게, 메모를 하고 플래그를 붙여가면서 정독을 하고 있지 뭔가요. 책을 좋아하는 저에게 책 추천을 해주어서 그런 걸까요?

하지만 책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돈에 대해 배우고자 하면 일단 이 책을 읽는 것이 좋겠습니다. 이 책을 통해 이어지는 다음 책을 고려하며 시야를 넓힐 수 있을 테니까요. 거장의 인생과 이론을 배우는 데에는 책만 한 것이 없습니다. 요즘은 유튜브 등의 영상 매체로 많은 것을 공부하기도 하는데, 책을 읽어나가며 얻는 것은 영상물과는 다른 것들입니다. 이건 비단 이 책의 내용뿐만 아니라 -적어도 아직까지는 - 다른 책에도 적용되는 것이죠.

이 책은 돈과 그 흐름을 읽기 위한 모든 부분을 총망라하고 있습니다. 돈의 속성, 감각에서부터 뇌과학이나 철학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분이 다 돈과 연결되어 있음을 다시금 깨닫게 합니다.

그리고 정말 신기한 책입니다. 돈, 경제할 것 없이 아무것도 모르는 제가 술술 읽고 있다는 걸 깨닫고 깜짝 놀랐습니다.

슈퍼리치의 일화, 말.... 그런 것들과 경제 흐름, 돈의 속성 등을 자연스럽게 섞어 이야기하는데, 나도 모르게 빠져들었습니다. 그러니 어떤 초보도 쉽게 읽을 수 있습니다. 초보 단계를 벗어난 분도 돈과 경제를 공부할 때 필요한 책을 추천받을 수 있어서 참 좋습니다.

뿐만 아니라 보다가 포기한 영화 '리미트리스'와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도 끝까지 볼 수 있겠다는 희망이 생겼습니다.

주식과 독서에 대해 상당 부분 할애해 이야기하지만 늘 그런 것은 아닙니다. 부동산, AI, 빅데이터, 저출산 고령화, 그리고 코로나19 같은 사회의 큰 변화 등등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나 정치력이 관여하는 것 때문에 변동되는 경제 상황에 이르기까지 상당히 광범위한 '돈'이야기를 다룹니다.

공부를 아무리 많이 하더라도 시대의 흐름이나 변화를 따라가거나 앞서지 못한다면 그야말로 죽은 돈이 될 테니, 공부와 철학, 사람의 심리 그런 것들의 박자를 잘 맞추어야 합니다. 관점의 다양성이 무척 주요하다는 말입니다.

아직은 그런 눈이 없지만 이 책을 중심으로 하여 추천도서를 찾아 읽어나가다 보면 나도 언젠가는 까막눈에서 벗어날 수 있겠다는 작은 희망이 생겼습니다. 부끄러우니 더 이상 돈에 관해 잘 모른다는 소리를 하지 않게 되길 원합니다.

잠자는 동안에도

돈이 들어오는 방법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당신은 죽을 때까지 일해야만 할 것이다.

-p.54 워런 버핏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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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도시 SG컬렉션 1
정명섭 지음 / Storehouse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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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섭의 제3 도시는 개성 공단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을 풀어내는 미스터리 소설입니다.

클로즈드 서클 미스터리 장르가 아닌데도 폐쇄된 제3의 공간이라는 특성 때문에 미묘하게 갇혀있는 느낌이 듭니다. 이들은 드나들 수 있으나 갇혀있고, 통제된 듯하지만 모든 걸 통제 당하는 것도 아닌데, 겉으로 보이는 통제자와 실제로 그들을 단속하는 이는 또 다른 이라는 복잡하고도 미묘한 공간적, 사회적 배경에서 존재합니다.

언뜻 보면 한통속이고 또 달리 보면 척을 지고 있는 것 같은데 이 모든 일들이 복잡하게 얽혀있어 주인공부터 조연에 이르기까지 그들 스스로도 누가 자신의 편인지 알기 어렵습니다.

그런고로 저는 낯선 환경에서 길을 잃었습니다.

그곳은 실재하고, 절대로 사건이 일어나서는 안되는 곳입니다. 세상 어느 곳보다도.

마치 스탈린 체제의 소련 땅처럼, 그곳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곳에서 '결국' 살인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여긴 사고가 나면 안 되는 동네야."

"제가 있던 군대도 사고가 나면 절대 안 되는 곳이었습니다. 원래 사고는 절대 일어나지 말아야 할 곳에서 일어납니다."

"아무튼, 여긴 사고가 나서는 절대로 안 되는 곳이야."

-p.42

곪을 대로 곪은 부정행위가 터져버린 것일까요. 아니면 개성 공단의 폐쇄로 악화된 남북 감정을 노린 세력의 음모일까요.

'제3 도시'의 미스터리는 이른 아침부터 내 손목을 잡아끌고 갑니다.

클래식 채널에서 흘러나오는 사티의 짐노페디 조차도 내 혼란을 멈춰주지 않아 스스로 노트에 메모를 해가며 혼란스러움을 가라앉혀야 했습니다.

주인공 강민규는 운영난을 겪고 있는 민간 조사 업자, 즉 탐정입니다. 헌병 수사관 출신의 그가 어떤 사연으로 이곳에까지 이르게 되었는지 상세히 드러나 있지는 않지만, 혹시 후속작이 나온다면 그의 배경을 좀 더 자세하게 알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프리퀄이 좋겠지만, 정명섭 작가 지하실에서 시카고 타자기를 두들기고 있는 난쟁이 요정들이 멋진 이야기를 만들어주길 기대하며 지금은 개성 공단을 배경으로 하는 <제3도시>에 집중해봅니다.

강민규의 서울에 있지만 이름만은 뉴욕 탐정사무소인 사무실에 개성 공단에서 속옷 공장을 운영 중인 외삼촌 원종대가 찾아옵니다. 자신의 공장에서 물품이 자꾸만 사라지는 것 같은데 CCTV를 달 수도 없는 데다가 함부로 사람을 자를 수도 없는 곳에서 벌어지는 물품 횡령 사건을 조사해 달라고 합니다. 공단에 과장 직함을 달고 들어간 그는 금세 남측 책임자인 법인장 유순태가 수상쩍다는 느낌을 받았으나 주변 공장들과 더불어 좀 더 조사하고자 합니다. 그러던 중 강민규가 실은 남측 국정원 요원이라는 헛소문이 퍼지고 이로 인해 유순태와 강민규는 심하게 다툽니다. 그리고 유순태가 자신의 방에서 살해된 시신으로 발견됩니다.

강민규는 제1 용의자가 되고, 체포당하고 마는데요.

강민규는 자신의 누명을 벗고 진범을 찾아야 합니다. 이대로라면 추방당해 남한에 가서 살인범으로 조사를 받아야만 합니다. 단서와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살인자로서 재판을 받을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강민규는 갇힌 이 공간에서 사건을 추적하기 시작합니다.

살인자는 교묘하게 남과 북 사이에 숨었다. 그리고 살인 자체보다는 그 파장을 감추는 데 힘을 기울일 것이라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블랙박스와 CCTV가 없고 서로를 믿지 못하는 사람들이 사는 이 이상한 도시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은 하마터면 미궁 속으로 사라질 뻔했다.

-p.248

이 소설 <제3 도시>는 개성 공단의 배경과 상황을 상세히, 자연스럽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늘 철저한 고증을 바탕으로 글을 쓰는 정명섭 작가이기에 개성 공단의 묘사를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그의 묘사는 상상에 그치지 않을 거라는 걸 믿고서요.

이 소설은 스토어 하우스 출판사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국내외 장르 소설 시리즈, SG 컬렉션의 첫 번째 책입니다.

그 문을 잘 열었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스토어하우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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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다만 나로 살 뿐 1~2 - 전2권 다만 나로 살 뿐
원제 지음 / 수오서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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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방 선원에서 안거를 하던 원제 스님은 스스로 수행을 하기 위해 세계 일주를 떠납니다. 누군가의 우려처럼 밖으로 다니며 재미있는 것을 즐기기 위함이 아닌, 넓은 세상에서 정진하는 수련입니다.

2년 동안 세계를 돌아다니며 사진과 함께 기록한 에세이라니, 무척 독특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왕오천축국전 같은 걸까요, 아니면 서유기처럼 서천취경을 목표로 가는 길일까.

광활한 자연 위에 홀로 서 있는 그의 모습을 보며 갖은 상상을 했습니다만 <다만 나로 살 뿐>은 고전과 같은 이야기는 아니었습니다.

원제 스님은 본디 소박하고 규칙적인 삶을 좋아하는 이입니다. 그가 군 제대 후 고무신이었던 여인에게 홍대 앞에서 거침없는 하이킥을 맞은 후 출가를 결심했다던데, 진담인지 농담인지 알 수는 없지만 어쨌든 그는 출가했고, 해인사의 스님이 되어 수행을 하던 중, 2012년 세계 일주를 계획합니다. 그의 인생에서 가장 큰 아이러니라고 하는군요.

세상이 바뀌길 원한다면 내가 먼저 바뀌어야만 하고, 세상이 안정되길 원한다면 내가 먼저 안정이 되어야 합니다. 인류 역사의 위대한 성현들은 하나같이 나의 변화라는 과정을 뼈아프게 치러냈다는 사실을 잘 알아야만 합니다. 그러한 과정 뒤에 그 성현들의 역할과 본분이 각자가 처한 사회나 문화라는 인연에 따라 자연스럽게 익어가며 변화를 일구어냈습니다. 나의 변화라는 수순을 경시하고 곧장 자신의 생각대로 사회를 바꾸려는 열망은 아무래도 성급합니다. 깊은 안목이 그 모든 변화의 폭을 넓혀주는 것이므로, 안목을 심화하기 위한 수행의 시간은 필수적입니다.

-1권 p.190

원제 스님은 카우칭서핑으로 숙박을 하기도 하고 여의치 않을 때는 숙소를 잡고 생활하기도 하며 그 여정을 사진과 글로 기록해 나갔습니다.

얼마 전 한 스님의 풀 소유로 스님들에 대한,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 어쩌면 좋아 보이는 - 행동을 할 때 거부감이 일어났던 것도 사실입니다. 허나 그 풀소유 스님에 대한 이야기, 일부 타락한 종교인들을 배제하고 보편적인 스님들에 대해서는 저에게 편견이 있음을 인정합니다. 그건 몇 년 전 제주시 한복판 주택가에 위치한 제법 큰 절 앞에 살았던 탓도 있을 겁니다. 그들에게는 새벽을 깨우고 마물을 내쫓는 의식이었지만 저로서는 동트기도 전에 괴로움을 맛보아야 하는 시간을 겪으며, 이 종소리에 괴로운 나는 혹시 마물인 건가 고뇌할 정도의 스트레스가 있었다는 것도 한몫했을 겁니다.

사실상 고정된 문제란 없습니다. 문제란 문제시할 때에만 문제가 되는 법입니다. 잘못된 것으로 보이는 그 어떤 문제도 문제시하지 않는다면 단지 상황이 됩니다. 그리고 상황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흘러가는 것입니다. 문제로 고착되지 않고 상황으로 흘러갈 수만 있다면, 여유는 자연스럽게 스며 나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여유가 사람들의 성정을 만듭니다. 그래선지 모릅니다. 잔지바르 사람들은 언제나 그렇게 느긋했습니다. 그리고 이토록 여유를 누릴 줄 아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섬이라면, 그 섬마저도 한껏 여유로운 풍광을 보여주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이것이 제가 잔지바르를 ‘여유’라는 단어로 기억하는 이유입니다.

-2권 p.111

원제 스님의 <다만 나로 살 뿐>을 읽으며 저의 편견이 조금씩 깨져갔습니다.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집 앞의 스님들을 보면서도 깨지지 않았던 편견이 그로 인해 깨어졌으니 이는 책을 통한 연이 아닌가 합니다.

그렇다고 갑자기 불교에 대한 호감이 늘어난 수준은 아닙니다. 마치 원재 스님이 런던에서 교회 예배에 참석했을 때와 비슷하다고나 할까요. 원제 스님은 '종교를 떠나'가 아닌 - 애초에 떠날 수 있는 입장이 아니죠 - 종교에 대한 예를 지키며 각국을 여행하고 많은 이를 만났습니다.

무척 좋은 사람도 있었지만 때때로 범죄자, 꼬마 폭력배 같은 사람을 만나기도 하고 소매치기, 도난 사건을 겪기도 합니다. 소설에 나오는 - 허허 웃으며 '이 또한 연이겠지요.' 하는 타입의 스님은 아니라서 슬프고 화가 나기도 합니다. 그러나 결국은 내면의 의지와 사색으로 정화시킵니다.

세계 일주를 하면서 저는 줄곧 두루마기를 입고 삿갓을 쓰고 다녔습니다. 많은 짐을 메고 걸어가야 할 때나, 스쿠터를 타고 운전할 때, 험한 산을 오를 때, 해변에서 수영할 때를 제외하고는 언제나 두루마기와 삿갓이었습니다. 제가 고집스럽게 두루마기와 삿갓 복장을 한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외형적으로 눈에 띄는 이 복장이 저를 보호해 줄 것이라는 믿음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 1권 p.223

그리고 오늘 밤 그 기대와 믿음이 저에게 현실로 나타났습니다. 물론 세계 일주를 시작한 지 1년을 훌쩍 넘긴 그 기간 동안 승복은 알게 모르게 저를 지켜줘 왔을 것입니다. 분명히 그럴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외국인 친구들에게 이 승복을 아머(Armor)라고 소개했습니다. 나쁜 상황에서 헤쳐 나오게 해주고, 혹 지독하게 나쁜 상황도 덜 나쁜 상황으로 변화시키는 기적의 아머라고 말했던 것입니다.

승복은 그렇게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보호구였습니다.

-2권 p.124

이 여행기는 거룩하지도 신비하지도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에 읽은 여행 에세이 중 단연 최고였습니다. 눈을 뗄 수 없는 전재, 팔랑거리지 않는 여정. 지나치게 무겁지 않으면서 마음에 와닿는 철학. 그리고 그의 고집과 의지.

비록 다른 종교이지만 그의 여정을 따라가는 길이 어찌나 즐겁던지.

그의 삿갓 차경과 염주 현요와 만나게 된 인연처럼 나 또한 인연이 되어 그와 함께 그 길을 눈으로 좇아 걸어갑니다.


수오서재에서 제공 받은 도서를 읽고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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