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부러진 계단 스토리콜렉터 93
딘 쿤츠 지음, 유소영 옮김 / 북로드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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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덮고서 나도 모르게 발버둥을 치고 말았습니다.

"으아아, 다음은 어떻게 되는 거야!!" 하고 말이죠.

이 책은 <사일런트 코너>로 시작된 제인 호크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인데요, 저는 사일런트 코너의 표지만 여러 번 보았을 뿐, 그다지 흥미가 동하지 않아서 손대지 않았었습니다. 그렇지만 지금은 후회하고 있어요. 이렇게 스릴 넘치는 소설인 줄 알았더라면 미리 챙겨둘 걸 하고요.

제인 호크는 판단력과 실행력을 겸비한 최고의 FBI 요원이지만 남편의 갑작스러운 자살에는 어떤 배경이 있을 것이라는 의혹을 가지고 파헤치다가 그만 FBI의 일급 수배자가 되어버리고 맙니다. 그녀가 뒤를 캐는 걸 싫어했던 어떤 조직이 손을 썼던 게 분명한데요, 그 내용이 앞서의 <사일런트 코너>와 <위스퍼링 룸>에 잘 드러나 있는 것 같습니다.

<구부러진 계단>에서는 마침내 제인이 나노테크놀로지를 이용한 아르카디언에 바짝 접근했는데요, 핵심 인물인 헨드릭슨을 통제하는 데 성공해 더욱 깊은 곳 - 구부러진 계단 아래에 도달합니다.

잔인할 정도로 냉철한 제인이지만 실은 인간적인 면모도 뛰어나기에 하마터면 헨드릭슨에게 연민을 느낄 뻔하지만 그를 비롯한 아르카디언들의 횡포에 희생된 사람들을 생각하면 절대로 그럴 수 없습니다.

제인으로서는 알지 못하는 인물이지만 독자인 제가 응원을 아끼지 않았던 타누자 쌍둥이 남매가 어떻게 그들을 피해 도망 다녔는지, 그리고 그들에게 약물을 주입당하고 어떤 일을 하게 되었는지를 보게 되니 헨드릭슨의 어머니 에나벨에 관해서는 욕을 아끼지 않았습니다만, 그렇다고 헨드릭슨을 이해하거나 불쌍하게 여기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야 범인의 서사에 도움이 될 뿐이니까요.

소설은 제인을 중심으로 한 줄기, 그리고 타누자 쌍둥이 남매 한 줄기로 스토리 진행이 되는 듯했습니다. 그러나 중반이 되기도 전에 타누자의 이야기는 끝이 났고, 우리는 제인의 어린 아들 트래비스 그리고 그 아이를 지켜주는 워싱턴 부부에게 집중을 하게 됩니다. 악한들은 트래비스를 이용해 제인을 잡으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으므로 트래비스 역시 위험에 처할 수밖에 없었는데요, 아프간 전쟁 출신인 워싱턴 부부는 자신들의 은신처가 발각된 이후로 아이를 안전하게 지키려는 작전을 펼칩니다.

저는 제인이 핵심 인물과 함께 악의 근원으로 가는 경로를 보는 것은 물론, 트래비스 일행의 안전을 기도하며 책을 읽어나갔습니다. 소설은 마치 영화처럼 탄성력을 지닌 텐션을 유지하며 말미에 다다르게 합니다. 그러나 이내 이것은 영화가 아니라 시즌제 드라마임을 깨닫게 되죠.

....이렇게 끝내면 어쩌나요.

.... 빨리 다음 권을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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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결국 지구를 위한 답을 찾을 것이다 - 지구와의 공존을 모색하는 가장 쉬운 기후 수업
김백민 지음 / 블랙피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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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이 실은, 빙하기라는 걸 알고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지구 온난화라는 이유로 환경 문제에 대해 고심을 하는 학자들과 일반인들이 많은 시기이기에 지구가 점점 따뜻해질까 봐 걱정을 하고 있음에도, 인류가 살아온 시기를 통틀어 생각해 보면 지금은 분명 빙하기입니다.

아니 뭐 그렇다면 1,2도쯤 높아진다고 문제가 되는 게 아니지 않나 생각할 수도 있고, 일부 전문가는 심지어 '지구 온난화 대 사기극'이라는 의견을 내기도 합니다. 기업이나 정치적인 이유로 사람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하고 그것은 마케팅의 이유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다른 나라를 억압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는 거죠.

실제로 교토의정서나 파리협약은 개발도상국의 발전을 막는 수단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하는 견해도 있습니다. 식민 지배 혹은 수탈을 하면서 그들이 본래 살고 있던 환경을 완전히 변형시켜놓고 이제 와서는 공업을 이용한 발전까지 막아버리려는 계략이라는 겁니다.

그들의 의견이 맞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최근 10여 년에 일어나는 이상 기후는 어렸을 때 느꼈던 것들과 사뭇 다르기에 온난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에도 동의합니다. 겨우 1,2도 변하는 게 무슨 대수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 책, <우리는 결국 지구를 위한 답을 찾을 것이다>를 읽다 보면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일이라는 걸 느끼게 됩니다.

이 책에서는 45억 년 전, 지금보다도 훨씬 뜨거웠던 지구의 이야기를 다루다가 점점 현재의 지구 이야기로 진행되며 우리의 경각심을 자극합니다. 읽어나가다 보면 지구 위기론이 결코 사기극이라고만 치부할 수 없다는 걸 깨닫게 되죠. 책의 저자는 극지 전문가이자 기후과학자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일어나는 기후변화가 극지의 변화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최초 발견해서 학계에서 주목을 받은 학자입니다. 과거의 기후를 바탕으로 현재의 기후를 연구하고 나아가 미래를 예측하는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책을 읽다 보면 상상도 못할 만큼의 과거의 기후부터 현재, 나아가 미래에 이르기까지의 기후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저자는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어려운 용어는 최대한 자제하며 스토리를 잘 풀어나갑니다. 탄탄한 근거들을 바탕으로 정확하게 짚어가는 맥은 초보자라도 지구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그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를 잘 알 수 있게 도와줍니다.

단순히 겁을 주며 지구를 지키고 미래를 대비하자는 식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가짜 뉴스에 현혹되지 않고 제대로 우리가 처한 상황을 바라볼 수 있는 통찰력을 갖추는 것을 목표로 하며, 지구와 인류를 위해 우리가 앞으로는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가 하는 방향을 제시합니다.

그렇기에 성인은 물론 중고등학생도 읽어볼 만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방학을 이용해서 읽는다면, 제가 느끼는 것들과는 또 다른 느낌과 각오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 여겨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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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과 종교의 세계사 - 교과서만으로는 배울 수 없는 인류의 사상사
데구치 하루아키 지음, 서수지 옮김 / 까치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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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나 종교나 모두 시간의 흐름 위에 있건만 때로는 그들도 역사의 한 부분에 존재한다는 걸 잊곤 합니다.

태초부터 인간은 '세계는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가?'. '인간은 무엇을 위해서 사는가'에 대해 고민하고 그 답을 찾으려 애써왔습니다. 어린아이의 천진난만한 물음 같은 순간적인 호기심으로 비롯된 것일 수도 있지만, 끊임없이 그것을 고민하고 스스로 답을 찾아가던 이들을 우리는 철학자라고 부릅니다.

그들의 사상을 따르기도 하고 때로는 반대하기도 하면서 각자 나름대로의 가치관을 세우며 우리 인간들은 세상을 살아왔습니다.

어쩌면 우리 인간은 애초에 이를 궁금해하도록 세팅되어 있던 건 아닐까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세계는 어떻게 생겨났을까를 묻는 사람에게 소크라테스는 거꾸로 물었다. "세계가 어떻게 생겨났는지를 생각하는 그대는 자신에 관해서 무엇을 아는가. 인간은 무엇을 아는가." (중략) "소크라테스 이후"의 철학은 이처럼 인간의 내면으로 향했고, 삶에 관해서 물음을 던지기 시작했다는 데에 큰 의미가 있다. 외부 세계에서 내면세계로 사색의 초점을 옮긴 철학이 소크라테스에게서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p.59

이 책 <철학과 종교의 세계사>는 그런 궁금증을 바탕으로 서술되어 있습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역사적 배경이 달라짐에 따라 사상이나 종교관이 어떻게 달라지는가 보여줍니다. 단 한 권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스토리텔링이 좋아서 천천히 읽어나가다 보면 새로운 사실을 만나기도 하고 이미 알고 있던 일들을 다시금 깨닫게 되기도 합니다.

때로는 무자비한 역사 배경이 종교를 낳기도 하고, 그렇게 태어난 종교가 역사를 바꾸기도 합니다. 철학자도 마찬가지로 그가 살았던 배경이 그의 철학을 만들기도 하고, 철학에 의해 역사가 바뀌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의 흐름을 탄다는 건 역사 속에서 우리의 의식이 어떻게 변화되고 진행되었는 가를 느끼며 함께 항해하는 것과 같습니다. 책에는 앞뒤 쪽으로 철학자와 주요 인물에 관한 컬러 연표가 첨부되어 있습니다. 책의 내용을 살피기도 하며 연표를 읽으며 우리는 그 항해를 원활하게 진행해 나갈 수 있는 것입니다.

자연스럽게 서술하는 이 책을 읽어나가면서 독자는 사상가들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이해해 나갈 수 있습니다. 특히 시대적 배경, 역사 배경이 그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가를 이해하면서 읽어나가다 보면 지금껏 보지 못했던 것들을 보게 되어 좋습니다.

어렵지 않고 편하게 읽어나갈 수 있는 교양서로 추천하고픈 도서 <철학과 종교의 세계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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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나이는 당신이 아니다 - 가치 있는 삶을 위한 10가지 조언
카밀라 카벤디시 지음, 신현승 옮김 / 시크릿하우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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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평소에 나이를 의식하지 않는 편입니다.

문득 옆자리에서 온더록스를 마시고 있는 딸을 보며 이 녀석이 성인이니까 내 나이도 이렇게 되었구나 하는 걸 떠올리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나이 때문에 할 수 없는 것은 별로 없다고 생각하며 살고 있어요. 그건 저희 엄마도 마찬가지신데, 75세가 넘어서도 여전히 꿈이 있고 활동적이십니다. 노인이라서 할 수 없어가 아니라 노인이니까 모르는 거 누구한테 물어봐도 부끄럽지 않아라는 말씀을 하시면서 알고자 하는 노력을 그치지 않으십니다. 친구들과 어디 가서도 아무렇지도 않게 키오스크를 사용할 수 있었기에 대학교 카페테리아에서도 근무하실 수 있었습니다.

노인 일자리 사업으로 여러 가지 일거리가 오픈되어 있음에도 인기 있는 직종은 따로 있더군요. 저희 엄마는 다른 노인들이 잘 하지 않으려는 일을 찾으시는 편입니다 - 의외로 단순 청소나 정리를 원하는 분이 많으시더군요. 엄마가 청소나 진득이 앉아서 하는 일을 피하는 것은 그런 쪽에 소질이 없어서이기도 한데요, 무척 활동적이심에도 청소에는 재능이 없으십니다. 하지만 지금도 저보다 달리기가 빠를 정도로 놀라운 심폐지구력을 가지고 있으시니 그 장점을 살리고 계십니다.

그렇게 따지고 보면 저 역시 스무 살인 제 아이보다 할 수 있는 것들이 참 많습니다. 요번에 번호 이동 셀프 개통을 할 때에는 귀찮아서 수수료를 줄 테니 네가 좀 해주면 안 되겠느냐고 했는데요, 그때 문득 깨달았습니다. 이런 식으로 귀찮다는 이유로 일을 떠넘기게 되면 나는 뒤처지고 말겠구나 하는 걸 말이죠. 그래서 다시 제 자리로 돌아왔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내가 하고, 내가 할 수 없는 것도 알아보면서 해보자고요.

저희 아버지가 컴퓨터에 대해 설명을 이해하지 못해서 "그래!! 나 컴맹이다!!!" 하면서 삐져 자리를 떠 버렸던 게 50대 초반의 일이었던걸 떠올려보면 무언가를 새로이 아는 것은 50대만 되어도 불가한 것이라고 착각하면서 살아서는 안된다는 걸 깨닫습니다. 나이와 무언가를 새로이 알아간다는 것은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 나 자신이 늙어가는 거니까 배워서 무엇하리 하는 체념의 순간에 비해 우리는 참으로 오랜 시간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더 오래 살아갈 테니 예전의 그들보다도 더욱 우리는 나이에 스스로를 가두어서는 안 됩니다.

이런 이야기를 단계별로 풀어가고 있는 책이 <당신의 나이는 당신이 아니다>입니다.

100여 년 전보다 거의 두 배나 가까이 늘어난 기대 수명의 시간만큼 우리는 할 수 있는 것들이 참 많습니다. 그럼에도 과거의 기준으로 스스로를 퇴물 취급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입니다. 우리는 관점을 바꾸고 자신에 대해서, 그리고 나이를 먹은 사람들에 대해서 다시 생각을 해보아야 하겠습니다.

그저 남은 생을 살아갈 뿐인 그런 것이 아니라 성취감 있는 활기찬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길을 모색해야 합니다. 스스로의 생각보다 훨씬 장수할 수 있으므로 운동과 식습관 변화를 통해서 건강을 챙겨두어야 합니다. 알약으로 조절할 수도 있지만 활력을 북돋움으로써 의사의 처방뿐만 아니라 셀프 개선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일은 계속해야 합니다. 긴 삶에 비해서 은퇴는 다소 빠른 편입니다. 아마도 예전에 하던 일을 이어서 할 수 있는 확률은 적을 겁니다. 강도 높은 일을 해야 한다는 것도 아니고 커리어를 지속하라는 것도 아닙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 좋습니다. 변화되는 세상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학습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뇌세포 감소를 막기 위해 유산소 운동, 사회적 교류, 새로운 도전 등을 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이런 여러 가지 조언을 저자 카밀라 카벤디시는 아끼지 않습니다. 모든 책이 그러하듯이 이 책이 언제나 옳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상당 부분은 동의할 수 있는 것이었으므로 진지하게 읽어나갈 수 있었습니다.

가끔은 이렇게 좋은 길을 제시하는 것처럼 하고서는 혹시 거대 기업의 스폰서를 받았나 싶은 책도 있는데 적어도 이 도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어떤 음식을 많이 먹으라거나 어떤 약재가 좋다거나 하는 이야기도 없습니다. 다만 이런 것들이 좋다는 논문이 있다, 발표가 있다는 이야기는 해 줍니다.

자신을 숫자 안에 가둘 필요는 없습니다.

그것을 깨닫고 또한 실천할 수 있다면 이 책의 가치를 충분히 느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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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생 경찰일기 - 아무도 말하지 않았던 경찰공무원 이야기
늘새벽 지음 / 원앤원북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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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서 경기가 호황이라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었나 기억을 되짚어 보아도 그런 적은 별로 없었던 데다가 국가부도까지 경험했으니 취업이 잘 되는 때도 없었던 것 같지만, 요즘의 90년대 생들의 취업난은 뭐라 설명을 해야 할지 답답할 정도로 굉장합니다.

혹자는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면 일자리가 널렸는데 눈이 높아서 그렇다고 하지만, 그들도 그걸 몰라서 그러는 것은 아닙니다. 자신의 꿈을 위해, 혹은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가기 위해 달리고 있는 것이겠죠. 그것의 종착지는 돈일지 몰라도 정당하게 번다는 데 '돈'에 연연한다고 뭐라고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취업난에 내몰린 그들 중 많은 수가 공무원 시험에 도전합니다. 처음부터 그 길을 원해서 간 분들도 있고, 노선 변경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경쟁률이 높다 보니 합격하면 눈물이 날 정도로 기쁘지만, 공무원 생활을 꾸준히 해 나가는 경우도 그렇게 많지는 않습니다. 철밥통이라 불리고 복지부동이라고 불리던 때도 이미 끝났고, 지금은 만족도 자체가 낮아서 5년 정도면 퇴직하는 일도 상당하다고 합니다. 현재 공무원 시험에 도전하는 이들도 그런 현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왜 공무원 시험에 도전을 하고 있는 걸까요. 각자의 사연은 제가 알지 못하는 곳에서 흘러만 가고 있습니다.

<90년 대생 경찰 일기>의 저자 늘새벽은 현직 경찰 공무원입니다. 그 역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다른 이들과 같은 과정을 겪었습니다. 이 책에 그런 것들이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우리 때 노량진 고시원이나 학원에서 사람들과 부대껴가면서 공부했던 것과는 달리 인강을 통해서 공부하기도 하고, 도서관에서 다른 이들에게 자극을 받아 가며 공부를 했습니다.

총 3년간 수험 생활을 했고, 8번의 시험 끝에 최종 합격을 했다. 수험 생활을 하면서 점점 내가 왜 경찰을 꿈꾸게 되었는지 목표 의식이 흐려졌고, 수험 기간이 길어질수록 지치기도 많이 지쳤다. 취업해서 한창 경제 활동을 해야 하는 나이에 집과 도서관만 오가니 허탈하기도 했다. 수험 생활을 하면서 가장 두려웠던 건 합격해서 나가는 다른 수험생도, 취업 후 각자의 삶을 즐기고 있는 친구도, 이제 그만 포기하라는 누군가의 오지랖도 아니었다. 바로 불합격에 익숙해지는 나의 모습이었다.

-p.77

좋은 성적으로 합격했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합격 선배의 노하우가 나름 잘 담겨있었습니다. 공부는 어떻게 했으며 체력관리를 통한 시험 준비는 어떻게 했는가 까지의 과정이 들어있었습니다. 저자의 방법이 100% 옳은 방법도 아니고 성공 비법도 아닙니다. 저자도 그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기준으로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는 비단 경찰공무원 시험 준비뿐만 아니라 다른 곳의 입사 시험 준비를 하는 이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챕터인 것 같습니다. 준비 노하우라거나 태도 같은 것은 아무런 시험 준비를 하지 않는 저에게도 좋은 힌트가 되었습니다. 무엇을 어떻게 계획하고 실천할 것인가에 대한 라인을 잡는 데 도움이 되었으니까요.

경찰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후에도 그의 이야기는 이어집니다. 중앙경찰학교에서의 일화들에다가 파출소에서 실습하던 일들 같은 것을 읽으며 아직 초보인 경찰들이 어떻게 생활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이 책이 경찰 공무원 되는 비법과 실무에서의 참고할 사항 등이 들어있는 도서인 줄로 알았습니다.

다시 말해서는 저와 별로 상관이 없는 책이라는 거죠. 하지만 표지 디자인이 산뜻해서 괜히 흥미가 가기도 하고, 90년대 생의 이야기라고 해서 더욱 관심이 갔기에 읽기로 했었던 건데요, 읽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은 자기 계발서로 분류되는 것 같지만 실은 에세이에 가깝다고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에세이라고 하면 좋겠습니다. 공기업 입사시험이나 경찰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시는 분이 읽는다면 더 생생하지 않을까 하는데요, 저는 이 책을 통해서 그런 분들의 삶을 조금이나마 대리 체험한 것 같아 만족스럽습니다. 제법 즐거운 책이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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