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생 경찰일기 - 아무도 말하지 않았던 경찰공무원 이야기
늘새벽 지음 / 원앤원북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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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서 경기가 호황이라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었나 기억을 되짚어 보아도 그런 적은 별로 없었던 데다가 국가부도까지 경험했으니 취업이 잘 되는 때도 없었던 것 같지만, 요즘의 90년대 생들의 취업난은 뭐라 설명을 해야 할지 답답할 정도로 굉장합니다.

혹자는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면 일자리가 널렸는데 눈이 높아서 그렇다고 하지만, 그들도 그걸 몰라서 그러는 것은 아닙니다. 자신의 꿈을 위해, 혹은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가기 위해 달리고 있는 것이겠죠. 그것의 종착지는 돈일지 몰라도 정당하게 번다는 데 '돈'에 연연한다고 뭐라고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취업난에 내몰린 그들 중 많은 수가 공무원 시험에 도전합니다. 처음부터 그 길을 원해서 간 분들도 있고, 노선 변경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경쟁률이 높다 보니 합격하면 눈물이 날 정도로 기쁘지만, 공무원 생활을 꾸준히 해 나가는 경우도 그렇게 많지는 않습니다. 철밥통이라 불리고 복지부동이라고 불리던 때도 이미 끝났고, 지금은 만족도 자체가 낮아서 5년 정도면 퇴직하는 일도 상당하다고 합니다. 현재 공무원 시험에 도전하는 이들도 그런 현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왜 공무원 시험에 도전을 하고 있는 걸까요. 각자의 사연은 제가 알지 못하는 곳에서 흘러만 가고 있습니다.

<90년 대생 경찰 일기>의 저자 늘새벽은 현직 경찰 공무원입니다. 그 역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다른 이들과 같은 과정을 겪었습니다. 이 책에 그런 것들이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우리 때 노량진 고시원이나 학원에서 사람들과 부대껴가면서 공부했던 것과는 달리 인강을 통해서 공부하기도 하고, 도서관에서 다른 이들에게 자극을 받아 가며 공부를 했습니다.

총 3년간 수험 생활을 했고, 8번의 시험 끝에 최종 합격을 했다. 수험 생활을 하면서 점점 내가 왜 경찰을 꿈꾸게 되었는지 목표 의식이 흐려졌고, 수험 기간이 길어질수록 지치기도 많이 지쳤다. 취업해서 한창 경제 활동을 해야 하는 나이에 집과 도서관만 오가니 허탈하기도 했다. 수험 생활을 하면서 가장 두려웠던 건 합격해서 나가는 다른 수험생도, 취업 후 각자의 삶을 즐기고 있는 친구도, 이제 그만 포기하라는 누군가의 오지랖도 아니었다. 바로 불합격에 익숙해지는 나의 모습이었다.

-p.77

좋은 성적으로 합격했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합격 선배의 노하우가 나름 잘 담겨있었습니다. 공부는 어떻게 했으며 체력관리를 통한 시험 준비는 어떻게 했는가 까지의 과정이 들어있었습니다. 저자의 방법이 100% 옳은 방법도 아니고 성공 비법도 아닙니다. 저자도 그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기준으로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는 비단 경찰공무원 시험 준비뿐만 아니라 다른 곳의 입사 시험 준비를 하는 이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챕터인 것 같습니다. 준비 노하우라거나 태도 같은 것은 아무런 시험 준비를 하지 않는 저에게도 좋은 힌트가 되었습니다. 무엇을 어떻게 계획하고 실천할 것인가에 대한 라인을 잡는 데 도움이 되었으니까요.

경찰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후에도 그의 이야기는 이어집니다. 중앙경찰학교에서의 일화들에다가 파출소에서 실습하던 일들 같은 것을 읽으며 아직 초보인 경찰들이 어떻게 생활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이 책이 경찰 공무원 되는 비법과 실무에서의 참고할 사항 등이 들어있는 도서인 줄로 알았습니다.

다시 말해서는 저와 별로 상관이 없는 책이라는 거죠. 하지만 표지 디자인이 산뜻해서 괜히 흥미가 가기도 하고, 90년대 생의 이야기라고 해서 더욱 관심이 갔기에 읽기로 했었던 건데요, 읽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은 자기 계발서로 분류되는 것 같지만 실은 에세이에 가깝다고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에세이라고 하면 좋겠습니다. 공기업 입사시험이나 경찰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시는 분이 읽는다면 더 생생하지 않을까 하는데요, 저는 이 책을 통해서 그런 분들의 삶을 조금이나마 대리 체험한 것 같아 만족스럽습니다. 제법 즐거운 책이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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