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면 죽는다
마르셀라 이아쿱 지음, 홍은주 옮김 / 세계사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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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하면 죽는다 >는 심리소설입니다. 하지만, 읽다보면, 이거 분명히 소설이랬지? ...아닌가? 소설 맞나? 것참 특이한 형식의 소설이네하며 표지를 봤다가 내용을 봤다가, 다시 저자 이름을 확인했다가, 내용을 읽다가 왔다갔다하게 만드는 특이한 소설이었습니다.

 

이 책의 처음엔 다른 책들 대부분이 그렇듯이 머리말이 있습니다. 제 1판 머리말. 30년동안 프랑스 정신의학계의 주역이었던 오빠가 죽기전에 남긴 비밀스러운 원고를 동생이 스톡출판사를 통해 출판했다는 이야기가 나오지요. 그리고 제2판 머리말. 프랑스에서 <사랑하면 죽는다>가 출판되자마자 날개돋힌듯이 판매되어, 재판을 했다.. 거기에 머리말을 다시 남겼습니다. 그리고 책이 시작됩니다. 장퀵 자메 교수의 저서들 소개도 있구요. 대부분이 이상성욕이나 동성애, 정신의 파괴등에 관한 책입니다. 그쪽 방면의 대가인가봅니다.

 

다소 긴 서문을 읽고 나면, 내원했던 상담자들의 실제 이야기가 나오고 그 환자에 대한 임상분석이 나옵니다. 마치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같은 심리학 임상 사례집처럼요. 그리고선 그 환자가 후에 어떻게 되었는지 에필로그에서 이야기하며, 교수로서의 자신의 견해와 논리를 들어 명확하게 짚어줍니다.

 

하지만, 읽다보면 그것 참.. 묘합니다. 소설이랬지..? 아닌거 같은데?? ... 어느 부분이 소설인거지? 임상실례가 소설인가..? 하긴, 환자들이 좀 그렇긴 하다. 이거 뭐 진짜 이런 사람들이 있단말이야? 찌질하잖아. 앗. 교수가 그렇게 생각하면 안된댔지..? ... 문화차이인가? 라고 궁시렁 거리면서, 그래도 책이 얇으니까 다 봐야지... 하는 마음으로 읽게 됩니다.

 

진짜 가관입니다.

처음엔 직장 부하를 사랑한 상관이 파멸로 달려가더니, 갈수록 정도가 심해지지요. 어떤 환자는 스무살이나 연상인 여자를 사랑해서 스스로 불구가 되고, 어떤 환자는 애인 부부에게 농락당하다가 동성애자가 되어버린다거나..하는 이야기들요. 정말 스스로는 치명적인 사랑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책을 통해 그 광경을 보는 저에게 있어서는...아니, 뭐.. 저럴수도 있나? 저렇게 사리분간이 안 될 정도로 사람을 사랑할 수 있나? 그리고, 그런 사랑 앞에서 저런 사람을 농락하는 저 인간들은 뭐지? 하고 생각하다가 내가 너무 메말라서 그런가? 실제 사례라잖아. 그럼 실제로도 저럴 수 있다는 거로군... 하며 건어물녀인 저를 돌아보기도 하고 표지를 돌아보기도 하고.. 책을 돌아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 책에는 반전이라고 생각한다면 반전이 있지요.

이상성욕분야의 권위자였던 이 교수 자신도 사실은 이상성욕자였던 것이지요. 그가 표현하는 대로라면 이상성욕자는 마치 흡혈귀처럼 희생자를 다시 가해자로 만드는 힘이있고, 헤어진 후에도 그의 지배에서 떠날 수 없다고 하는데, 그 역시 그 흡혈귀였던 것입니다. 가해자였는지, 피해자였는지 애매하지만요.

 

또 하나. 다 읽고 나서 잘 생각해봐야합니다.

소설은 분명히 소설이고, 헐헐헐.. 저럴수도 있나? 하면서 읽어야하는 소설입니다.

 

그리고 이 책의 저자는 장 퀵 자메 교수가 아닙니다. 그렇다고 그 책을 발간하게 한 돌로레스 자메도 아닙니다.

마르셀라 이야쿱입니다.

 

이거야말로 이 책의 대단한 점이지요. 무슨 소리냐구요..? 읽어보시면 알게 됩니다.

저는, 이 책은 두꺼운 표지를 벗겨내면 또 다른 책이 있는 것 같다라고 생각했습니다.

 

 

눈 크게 뜨고 잘 읽으셔야 합니다. 네티즌 리뷰를 읽어보니,

이 책이 소설이라는 것을 구별 못한 사람들도 꽤 보이니까요. 이것은 소설입니다.

그러나, 눈... 크게 뜨고 보셔도 .. 착각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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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의 무덤
마자린 팽조 지음, 함유선 옮김 / 문학수첩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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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의 아이를 살해한 죄로 교도소에 수감중입니다. 아무도 모르게 아이를 낳고, 그 아이를 나만의 공간에 유기하였지요. 아마도 사람들은 를 끔찍하게 여길겁니다. 언제나 올바르고, 정돈되어있으며 멋진 남편은 를 비난하겠지요. 의 어머니도 나를 다시는 만나주지 않을테구요. 아이들은 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 없습니다. 접근 금지 명령이 내려져있거든요. 하지만, 는 희망합니다. 소중한 의 아들들을 혹시나 남편이 데리고 면회와주지 않을까 하는 희망말이지요. 에게 벌을 줍니다. 먹지 않는 벌. 하지만, 아침 식사를 기다립니다. 그 아침식사를 먹지 않는 그 기분을 즐기거든요. , 나의 몸이 고통스러워지는 것을 즐깁니다. 그리고 남편은 나를 조롱하는 것을 즐깁니다. 는 의 몸안에 있는 것을 온전히 혼자서만 사랑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아홉달 동안 임신한 사실을 숨기고 그 아이를 온전히 사랑했지요. 하지만, 이 아이가 태어나서 자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엄마라는 말보다 아빠라는 말을 먼저 가르쳐야하는데, 그게 얼마나 힘든지. 이 아이는 아파서도 안됩니다. 게다가 남편이 집에 있을때는 조용히.. 아주 조용히 있어야 합니다. 남편은 시끄러운 걸 싫어하니까요.  아, 태어 난 후부터는 이 아이가 의 아기가 아닙니다. 그래서 아이를 만의 아이로 만들었습니다. 아이를 사랑과 행복속에서 영원히 살 수 있게 하고 싶었거든요. 어렸을 때 마당 곳곳에 인형을 묻어두었던 것처럼. 아이를 혼자 몰래 낳고, 만의 공간에 묻어두었습니다. 베란다에 있는 냉장고에요.

 

 

이 소설의 시점은 '나'입니다. 이름도 나오지 않습니다.

혹시 서래마을 영아 사건을 기억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책을 읽다보면 그 때 그 사건이 자꾸만 떠오르는데, 책 말미에 옮긴이의 이야기에도 그 이야기가 있더군요. 영아 살해, 냉장고에 시신유기.. 이 두가지 코드만이 비슷하고 사실은 다른이야기다라고 작가는 말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정말 관련이 없는걸까.. 하는 의심이 생깁니다.

 소설 속의 주인공은 임신중에 아버지에게 버려진 어머니에게서 키워졌습니다. 소설은 전체적으로 음울하고, 잔인하고, 괴기스럽습니다. 공포소설은 아닌데, 어쩐지 주인공의 심리상태가 무섭습니다. 어린시절에 바비인형을 고문하고, 땅에 묻어버렸던 주인공의 행동들은 어쩌면 어머니의 인형처럼 자라던 자신을 바비인형에 투영하고, 자신을 고문하듯이 인형을 고문하고 장례를 치른 건 아니었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가는 프랑스 전 대통령 미테랑의 숨겨진 딸입니다. 어쩐지 주인공과 처한 상황이 비슷하네요. 그래서인지 이 이야기의 어린시절 이야기는 경험에서 나온 이야기가 아니었을까... 부유했지만, 사랑을 받지 못했다는 생각. 그런 생각이 어린시절의 실제 기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한층 더 우울해졌습니다.

 

소설속에서는 사디스트와 마조히스트의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고리를 볼 수 있습니다. 사디스트인 남편을 두려워하는 주인공. 마조히스트인 주인공을 두려워하는 남편. 남편의 두려움은 고스란히 새디즘으로 나타나고, 주인공은 그것을 자신이 못난 탓이라며 내면에서부터 자신을 학대합니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은 일면도 보입니다. 그래서 이 소설은 두렵습니다. 영아 살해라는 잔인한 짓을 저질렀는데도, 주인공의 불안한 심리를 이해하게 되어 영아 살해마저 용서하게 되기에 이르니까요. 위험한 소설입니다. 그러나 그러니까 영아 살해를 한 사람을 이해해주어야 한다는 내용도 아닙니다. 변명도 하지 않습니다. 다만, 주인공은 우리와 다른 기준을 가졌던 것입니다.

 

 

 

전체적으로 우울합니다. 남편에게 쓰는 편지형식으로 되어있는데, 제가 남편이라면 읽지 않고 찢어버리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남편이 아니므로, 끝까지 읽었습니다. 그리고 그녀를 이해하고, 비난하고, 용서하고, 이해하고, 다시 비난했습니다. 이해되지만 이해해서는 안되는 여자. 그녀가 이 소설의 주인공,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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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무렵에 면도하기 - 첫번째 무라카미 라디오 무라카미 라디오 1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오하시 아유미 그림 / 비채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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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저에게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소설가라기 보다는 에세이스트로 더 다가옵니다. 물론, 본인께서는 부정하겠지요. 어디까지나 소설가가 본업이고, 에세이는 부업이라기는 뭣하지만, 어쨌든 부수적인 일이다라고 하실테지요. 뭐 그거나 그거나.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무라카미 하루키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은 죄 읽어보지 않았습니다. 렉싱턴의 유령, 테엽감는 새, 색채가 없는 다자키 스쿠루....(너무길어!),1Q84,해변의 카프카 등등.. 제목만 꿰고 있습니다. 섣불리 다가서기 어려운 기운이 있어서 일까요? 아니면, 제 스스로가 어려울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움찔거리기 때문일까요, 그렇지 않으면 혹시나 너무나도 내면을 후벼파서 꼭꼭 감추어두었던 나의 어떤 것들이 파헤쳐질까봐 두려워서일까요. 그냥 단순히 게으른 탓일겝니다.

 

어쨌거나 저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보다 에세이가 좋습니다. 제대로 읽어보지도 않고서 싫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미안한 일이지만, 그냥 그렇습니다.

 

이번의 <저녁무렵에 면도하기>는 첫번째 무라카미 라디오입니다.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보다도 먼저 나온 책인데, 예전에 무라카미 라디오라는 제목으로 출판되었을 때에도 전 읽지 않았지요. 올해 <저녁무렵에 면도하기>란 제목으로 출판된 후에야 책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역시. 좋았습니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먼저 읽은 샐러드사자나 채소바다표범보다 좋았습니다.

글이 좀 더 젊고, 활기찬데다가 위트도 있었으니까요. 그 전에 읽은 두 편의 무라카미 라디오가 그냥 이웃집의 친근한 나이든 아저씨의 글 처럼 느껴졌다면, 이번의 책은 친근한 작가님의 유쾌한 이야기처럼 여겨져서 조금 더 동경하게 되었다고 표현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읽다가 사과향이 그리워지기도하고, 갓 튀겨낸 감자 크로켓이 땡기기도하고 - 정말로 감자를 사러 갈 뻔 했습니다 - 도너츠도 먹고 싶고, 치라시 초밥 도시락을 싸볼까 하는 생각도 들고. 이런, 가을에 읽기엔 위험한 책입니다. 본인은 마라톤을 즐기니 고칼로리 음식을 드시고 달리면 그만이겠지만, 저의 경우 어림도 없습니다. 그러니 위험할 수 밖에요.

그렇다고 푸드 에세이는 아닙니다. 제가 배고팠던 탓인지. 아니면 가을이라 그런지, 아니면 연일 내리는 비에 무언가 허전해서 고칼로리 음식이 땡길때 마침 이 책을 집어 들었기 때문인지,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이 책은 결코 푸드 에세이집은 아닙니다. 다만, 음식이야기가 포함되어있었을 뿐입니다. 사람이 살면서 음식은 빼 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니까요.

 

그런데. 푸드 에세이는 아니라고, ... 분명히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만, 그러고보니 음식이야기가 무지 많군요. 처음부터 리스토란테(이탈리안 레스토랑)이야기, 장어, 스키야키(!!! 아 스키야키), 기내 서비스 중 블러디메리, 식당차.... 이러니 책 읽는 내내 배고플 수 밖에요.

 

이럴 줄 알았으면 마음을 단단히 다 잡고 읽을 걸 그랬습니다.

 

 

꼬르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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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몬의 위증 1 - 사건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29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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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몬의 위증 1,2,3 통합 리뷰>

 

길을 가다가 불량하게 보이는 아이들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듭니다. 저 아이들의 부모는 누굴까. 왜 저러고 다니는 걸까. 어릴때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어른들은 왜 잘못을 저지를는 아이들을 보면 어느 학교다니냐, 부모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다.. 뭐 그런이야기를 할까. 하지만, 어른이 되고서 깨달았습니다. 아이들이 하는 행동은 어른들에게서 비롯된 일들이 대부분이라는 것을요.

아이들은 사랑받길 원합니다. 그렇지만, 그 사랑의 방향은 저마다 다릅니다. 사춘기의 아이들이란 복잡하기도 하지요. 부모의 사랑을 갈구하는 아이가 있는가하면, 그것만으로는 부족하여 친구들에게서, 선생님에게서 사랑을 받길 원합니다. 혹은 지금 그대로 만족하며 자기 자신을 추스르기도 하지요. 슬픈 과거가 있지만, 극복하고 잘 지내는 아이가 있는가하면, 남들보기에는 남부럽지 않은 아이라도, 집안의 문제나 내적갈등 때문에 일탈하는 아이도 있습니다.

 

그런 아이들, 그리고 부모들, 그리고 선생님과 또 주변의 어른들의 이야기를 솔로몬의 위증에서 만날 수 있었습니다.

12월 24일 하얀 눈이 펑펑 내리던 크리스마스 이브, 그리고 25일로 넘어가는 그 시각. 조토 3중학교 학생 가시와기 다쿠야가 옥상에서 떨어져 사망합니다. 그 시신은 후문으로 들어가던 한 학생이 발견하지요. 이 사건은 자살으로 결론지어져 그렇게 끝나는 듯 했지만, 사망자인 가시와기는 등교거부학생이었고, 등교거부 직전에 학교내의 불량아 오이데와 그 친구들과 싸움이 있었다는 사실 때문에 의혹이 생기고, 심지어 오이데가 가시와기를 옥상에서 밀어 떨어뜨렸다는 고발장이 날아아와서 사건이 커집니다. 고발장은 거짓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담임선생님에 대한 피해망상증이 있는 옆집여자에 의해 방송국으로 전달되고, 방송국 기자 모기는 사건을 확대하여 보도해버립니다.

점점 커지는 사건들. 이제는 그 누구하나 제대로 수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지요. 가시와기가 죽은지 반년이 지났는데 사건은 더욱 커지기만 합니다.

 

이 사건을 처음부터 끝까지 바라봐 온 후지노 료코는 2학년 때의 같은 반 학생들과 의논하여 이 사건을 교내 모의재판으로 진행하기로 결심합니다. 학교에서는 사건을 덮고 싶어하지요. 하지만, 아이들은 밝히고 싶어합니다. 피고인은 오이데. 과연 그는 유죄인가 무죄인가. 가시와기의 죽음의 진상을 밝히자는 이야기가 아니라, 불량하고, 남들을 괴롭혀왔다는 이유로 오이데가 누명을 써도 좋은가 하는 생각에 일을 진행하기 시작합니다.

재판을 준비하는 동안에도 여러가지 사건들이 일어납니다. 사건을 덮으려는 사람, 어린녀석들이 뭘 안다고 까부느냐는 어른, 두려움에 떠는 아이, 응원해주는 어른들... 가시와기의 부모님 입장에서는 마음이 좋을리가 없지만, 응원하는 쪽입니다.

그리고 드디어 재판이 열립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분명히 재판정에서 위증을 하고 있습니다. 위증을 하는 이유는 무엇이고, 또 배심원들은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일까요? 그리고 오이데 슌지에 대한 판결은...?

 

줄거리를 길게 쓰고 싶지 않았습니다. 미스테리니까요. 하지만, 워낙 내용이 길다보니까 저 역시 길어지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이 책에 있는 내용들은 이렇게 단순히 이야기 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닙니다. 한 학생의 죽음으로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 그리고 악의, 호의.. 그런 모든 것들이 마구 뒤엉켜 있어서 읽다가 슬퍼지기도 하고, 우습기도 합니다.

 

미미여사가 따뜻하게 느껴지는 이유를 알겠습니다. 많은 책을 읽어 본 것은 아니지만, 미미여사의 책을 읽다보면, 사람을 참 잘 이해하고 있구나하는 것을 매번 깨닫습니다. 탁월한 심리묘사라는 것 뿐만 아니라, 우리가 이해하기 힘든 - 다른 사람들의 마음까지도 읽고 있구나하는 것을 깨닫지요.

 

이 책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가 피해자고, 누가 가해자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각 개인의 이야기를 놓고 단편 소설을 만들라고 한다면, 정말 인간 쓰레기처럼 보이는 불량학생 오이데 역시 슬픈 반항아의 이야기로 만들 수 있을 정도니까요. 개인의 슬픔이 모여 커다란 슬픔을 만들어 낸다고 표현하면 어쩐지 소설이 어두워 보일 수 있겠습니다만, 슬픔을 극복하고 열심히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있기에 우리도 힘내면서 소설을 읽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솔로몬의 위증에서는 갖가지 사회현상 및 어둠, 그리고 범죄, 방황, 일탈을 볼 수 있었습니다. 주로 청소년 문제를 중심으로 리뷰해보았지만, 실제의 인생에선 사람이 한번에 한가지 일만 겪는게 아닌 것 처럼 이 소설역시 실제의 인생처럼 상황이 돌아갑니다. 그러면서도 산만하지 않고 군더더기가 없는것이 무척 깔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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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주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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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흑백>의 다음권인 <안주>를 읽었습니다. 역시 미야베 미유키의 에도 시리즈는 실망시키지 않더군요. 단편집이지만 단편이 아닌 이야기들. 요괴와 괴이한 것들이 나오지만 사람의 인연과 살아가는 이야기들. 무척 대비되는 구도이지만, 자연스레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솜씨는 정말이지 대단했습니다.

 

<안주>는 <흑백>의 다음권이므로 당연히 미시마야의 사연있는 아가씨 오치카가 흑백의 방에서 손님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으로 하나 하나의 이야기를 풀어나갑니다. 최고의 상담은 잘 들어주는 것이라고 했던가요. 찾아 온 손님들은 달아나는 물 때문에 곤란하다거나, 시어머니의 저주 때문에 곤란하게 된 쌍동이의 자매 이야기라거나, 수국저택에서 죽은 아버지의 일 때문에 성격이 변해버린 아이의 사연이라거나, 마을 사람이 합심하여 한 가족을 죽게 방치한 사연들을 들고, 저마다의 모습으로 오치카 아가씨를 찾아옵니다. 오치카는 조용히, 가끔은 이야기에 추임새를 넣어가며 이야기를 듣지요. 그리고, 들려준 사람들은 홀가분한 모습으로 흑백의 방을 떠납니다.

 

이런 사연이든, 저런 사연이든지 간에, 가여운 건 역시 아이들, 혹은 작은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직은 보살핌을 받아야 할 나이 - 그게 몇살까지인지 잘 모르겠지만 - 에도 불구하고 세상의 때가 묻어버리기도 하고, 두려움에 떨어야 하기도 하고, 마음 속에 슬픔을 갖기도 하고.. 본인의 죄가 아닌 것으로 미움받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사람의 심성에서 비롯 된 일일 때도 있고, 사소한 오해나 체면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요괴(혹은 신)의 모습으로 나타나 사람의 마음속을 파고들고, 아프게 하고, 치료하기도 하는 <안주>속의 그들은 나의 마음도 촉촉하게 하고, 분개하게 만들기도 했으며, 슬프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가장 좋았던 이야기는 역시 책의 타이틀로 되어있는 <안주>였습니다. 이곳에 나오는 괴이한 생명체 안주. 귀엽고, 외로워서 사람을 그리워했지만 결국은 그것이 제 살 깎아먹기라는 것을 알게 된 요괴 구로스케의 사연은 어쩐지 잔잔한 물결위에 던지는 자그마한 돌 같은 것이었습니다. 무섭지도 않고, 음산하지도 않지만, 형체도 불분명한 녀석이 무척이나 귀여웠습니다. 사랑받고 싶었지만, 사랑하면 안되는 구로스케의 사연은 너무나 안타까웠습니다.

 

하지만, 한가지. 제가 에도 시리즈를 읽는 순서는 뒤죽박죽입니다. 그래서 사실 다른 분들은 그림자밟기에서 리이치로를 보고 반가웠겠지만, 저는 그림자 밟기를 먼저 읽고 안주를 읽었기 때문에 리이치로를 안주에서 발견하고 반가웠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무척이나 매력적인 캐릭터였거든요. 오히려 시간상으로는 그림자밟기의 리이치로의 이야기가 더 먼저인지라, 시간의 흐름상 아주 자연스러운 만남이었습니다.

게다가 어쩐지 오치카와 잘 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서 둘 사이를 응원해주고 싶었습니다. 습자소의 작은 선생이지만 원래는 무사 출신. 미시마야에 숨어든 도적무리를 퇴치하는 모습이 상상되어 두근거렸습니다. 부디. 둘 사이가 잘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575쪽에 달하는 책이 끝나버린 것이 아쉬웠습니다. 좀 더, 조금만 더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는데.....  미시마야 이야기의 후속이 또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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