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돌보는 글쓰기 - 스트레스를 줄이고 내적 평화를 찾게 해주는 366개의 글감
캐슬린 애덤스 지음, 신진범 옮김 / 들녘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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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년간 감정의 기복이 심했습니다. 일생을 살아오면서 연령대별로 각기 다른 심리적인 문제가 있어 오긴 했지만, 요사이 닥쳐온 감각은 너무나 힘들었습니다. 말하자면 멀쩡히 잘 있다가 정말 아주 사소한 자극에 갑자기 우울이 덮쳐서 그냥 바닥으로 가라앉아버리곤 했습니다.



이전까지는 책을 읽거나 노래를 부른다거나 아니면 야외활동을 하면서 훌훌 털어내었었는데, 그게 조절이 잘 안되는 겁니다. 그냥 다 그만두고 싶은 생각이 밀려오고 삶 자체가 억울해지기도 했습니다. 머리로는 내가 잘못되었다는 것도 알겠는데, 상대방의 의도는 그게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는데 그냥 다 슬프고 그냥 나 내려놓고 싶어졌습니다.



아니, 그렇다고 죽어버리고 싶다는 생각까지는 하지 않습니다. 이승을 떠나고 싶었던 충동은 열 살부터 시작되었지만 서른 살에 그만두었기 때문입니다. 스트레스와 우울은 수용성이라서 샤워하면 씻겨 내려간다는 썰도 본 적 있는데, 저는 오히려 과거의 일까지 소환되면서 화가 나고 스스로가 불쌍하다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그건 아마도 제가 앞으로 만날 일없는 사람들에게 여전히 얽매어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내 안에 얽혀있는 무언가를 풀어내지 못하고 이성으로만 처리하니 감정이 감당하지 않는가 봅니다. 그래서 문득 그들은 왜 나에게 그랬던 걸까. 억울함이 마음속에 남아있고, 다른 사람들도 그럴지도 모른다는 경계심에 빠져버린 게 아닌가 합니다.


그런데, 최근 몇 주 사이에는 그런 증세가 전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바로 이 친구, 쿼카를 만났기 때문입니다. 이마트 완구 코너에서 우연히 만난 쿼카는 한 눈에 들어와서 도저히 사지 않고서는 못 배길 정도였습니다. 다른 매장에서 식사를 하고 난 후에도 내내 맴돌아서 결심 후 기꺼이 품에 안았습니다.



요즘은 일을 하다 스트레스 받거나 마음이 힘들다는 느낌이 들 때면 살짝 고개를 돌려 쿼카를 봅니다. 사랑스럽게 올라간 입꼬리를 보면 저도 저절로 따라 하게 됩니다. 조금 전 스마트폰의 AI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데, 반려동물이라고 인식하더군요. 이 녀석은 역시 제 마음을 도와주는 반려동물 – 봉제 인형인가 봅니다.



저는 평소에 꽤 많은 글을 씁니다. 손바닥에 염증이 생기고 팔꿈치 관절이 물렁해질 정도로요. 하지만 그래서 글쓰기 실력이 늘었는가 하면, 그렇지 않습니다. 게다가 그 글들은 제 영혼이 들어있지 않은 허상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더욱 공허함을 느끼고 방황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부터 나를 돌아보는 글쓰기를 하며 자신과의 솔직한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그야말로 먹고 살기 위해서 쓰는 글이 아니라 내면을 들여다보며 진솔한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오랜만에 연필을 잡으니 글씨도 못생겨 보였습니다. 책에다가 바로 적기에는 종이에게 미안해서 투명한 포스트잇에 써서 붙였습니다.


<나를 돌보는 글쓰기>는 활자를 읽기 위한 책이 아니라 내 마음을 읽기 위한 책입니다. 매일 하나씩 적어간다면 366일 동안의 기록이 되겠지만 그렇게 만만치는 않습니다. 처음에는 솔직히 그런 기분이었습니다. 신난다! 앞으로 소재를 하나씩 받아서 블로그에 1일 1포스팅을 하면 되겠다! 글감이 없어 헤매는 일은 없겠지?



하지만 이 책은 그런 유의 도서가 아니었습니다. 자신과의 진지한 대화이기 때문에 남들을 의식하면서 적어서는 안됩니다. 나만이 볼 수 있으며 나중에 되돌아보더라도 자아성찰이 가능한 그런 글을 써야 하는 책이었던 겁니다. 그리고 하루에 하나씩 쓸 수 없는 날이 많을 거라는 예감이 들 정도로 진지했습니다.


첫 번째 글감부터 바로 만만치 않았기에 <나를 돌보는 글쓰기>에 대한 이미지 자체가 달라졌습니다. ‘나’조차 ‘나’를 모르는데, 타인이 알아주길 바라는 건 어불성설이라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나를 이해하지 못하니 내면의 상처와 스트레스를 줄이는 건 불가했었고, 남에게도 올바르게 표현하지 못했던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현대 저널 글쓰기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저널치료사 캐슬린 애덤스”의 최신작 <나를 돌보는 글쓰기>와 함께 내면을 성장시키려 합니다. 책의 사용법은 친절하게도 내부에 자세히 설명되어 있습니다. 너무 오래 생각하지 않도록 제한 시간이 있지만 초조함을 싫어하는 저는 다소 여유롭게 활용하고 있습니다.



쓰고 난 후 읽고, 그리고 다시 한 번 돌아보는 과정에서 조금씩 성장하려 합니다. 그리고 책에서 말하듯, 정신적으로 위기감을 느낀다면 글쓰기를 멈추도록 하겠습니다. 같은 도서라도 며칠 지나 읽으면 느낌이 다른 것처럼 글감 역시 그러할 거라 생각합니다. 일주일 정도 흐른 후 다시 마주하고, 준비가 된 후에 기록하는 방식으로 활용하려 합니다.


<나를 돌보는 글쓰기>는 저처럼 좀처럼 마음의 평안을 갖지 못하는 사람에게 좋은 변화를 제공해 주리라 믿습니다. 자신을 위해 혹은 주변 사람을 위해 선물해도 좋겠습니다. 다만, 이 책의 사용법은 꼭 읽고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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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약 수첩 에이케이 트리비아북 AK Trivia Book
시부사와 다쓰히코 지음, 김수희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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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부터 초등학교까지 이어지는 길의 가로수는 협죽도(Nerium oleander L)라는 나무였습니다. 원래 화단에 들어가지도 않고 나무나 꽃을 꺾는 타입의 어린이가 아니었던 저는 매일 그 나무 근처에서 놀았습니다. 매일 보는 상록수, 발그레한 예쁜 꽃이 피는 나무 그 이상의 의미는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학교에서 선생님이 평범해 보이던 나무에 숨겨진 무서운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일명 유도화(복숭아꽃을 닮았다 하여)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사실 엄청난 독이 들어있다는 겁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관광객이 피크닉을 즐기다가 김밥 먹을 나무젓가락이 없던 차에 복숭아 나뭇가지를 꺾어 젓가락을 삼고 그리고 중독되어 죽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사실 그 나무는 복숭아가 아니라 협죽도였음에도 몰랐던 거죠. 협죽도는 제주에 흔한 가로수입니다.



잎과 줄기, 뿌리, 열매에는 올레안더라는 치명적인 독이 들어있습니다. 치사량은 0.5mg/kg으로 어린이라면 진액을 조금 빨아먹는 것만으로도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저는 그런 독나무 아래에서 자라났으며 함께 살아갔습니다. 혹시라도 제주 여행 중에 협죽도를 만나면 절대로 건드리지 않는 게 좋습니다. 어쨌든 매일 일상을 같이하던 나무에 독이 들어있다는 사실을 안 후로 '독'이란 무엇일까 궁금해했습니다.



물론 당시 쥐를 잡기 위해 놓았던 약들도 많았지만 누가 보아도 먹으면 죽는다! 고 경고하는 해골 모양이 그려져있는 그런 것 말고, 주변에 도사리고 있는 독에는 어떤 게 있을까 궁금했습니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어 섭렵했던 다양한 고전 추리소설 속에도 독이 등장했습니다. 이들은 독뱀을 사용하기도 하고 뚜껑이 열리는 반지 속에 숨기기도 했습니다. 어떤 만화에서는 달콤한 키스가 독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래요, 백설공주를 죽인 것도 독사과였습니다.



불안하면서도 호기심을 자극한 묘한 느낌이었습니다. 자라나면서 일종의 화합물이며... 그런 식으로 이해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어느새 내 안에서 반드시 피해야 할 것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어쩌면 이것이 올바른 인식일 겁니다. 그런데 독을 자유롭게 다루고 자신의 욕망을 위해서 사용하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도구로서 활용했던 겁니다.



시부사와 다쓰히코의 <독약 수첩>에는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고대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역사, 혹은 개인의 일대기에 등장하는 스토리를 모았습니다. 호기심을 자극하기 충분한 소재들이 가득 들어있는 탐스러운 열매입니다. 시부사와 수첩 시리즈는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만, 매번 사람을 놀라게 하는 재주가 있습니다. 참, 혹시나 하여 덧붙이지만, 독에 관한 화학적인 내용은 다루지 않습니다. 그저 이용한 사람들의 이야기만 모여있습니다.




전설로 남아있는 가장 오래된 독살 사건은 수도 니네비를 건설한 아시리아 왕 니누스가 자신의 아내인 세라미스에게 살해당한 사건일 것이다(기원전 2세기).

-p.15


예전부터 독은 여성이 많이 이용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타인을 해하거나 자신을 죽일 때도 사용했다고 합니다. 죽은 다음에도 피를 많이 쏟은 괴상한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서라고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는 상당한 고통을 수반하며 생전과는 달라진 모습을 보였을 것 같습니다.




독을 사용한 살인 중 무려 70%가 여성에 의해 저질러졌다는 사실은 우리의 주의를 끌기에 충분하다. 남성들은 보통 이런 죽음의 절차에 좀처럼 유혹되지 않으며, 아무리 적일지라도 독의 사용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역사적으로 보더라도 유명한 독살범은 대부분 여성이었다.

-p.11


남성에 의한 사실은 기록되지 않았거나 어쩌면 저 말이 정답일지도 모릅니다. 독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진행 속도도 다르고 결괏값이 다르기 때문에 본인의 알리바리를 조작하는데 활용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여성독살범에 관련된 내용은 대부분 재산이나 애정 혹은 불륜 관계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결국 그녀에게 독을 건네준 인물들은 남자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원래 독약 범죄는 대부분 여성이 독점하고 있다는 통설이 있다.(중략) 그러나 언제나 예외가 있기 마련이다. 심지어 최근의 정신분석학 성과가 보여주는 바에 따르면, 선천적인 독살자라고 말할 수 있는 성격을 가진 인간 중에는 오히려 남성이 많다고 한다. 그들은 매사에 침착하고 과감했으며, 냉혹하고 잔인하기까지 했다.

-p.187


그러므로 독을 많이 사용한 건 여성이니 남성이니 나눌 필요가 없다는 걸 <독약 수첩>을 읽고 깨달았습니다. 단지 사용하는 사람이 누구였던 가 하는데 문제기 있었던 것뿐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은 사건 속으로 들어가 독 이야기를 하며 흥미로운 스토리를 전개합니다.



초기에 등장한 독이 있는 약초는 점점 정제된 형태를 취해 다루기 쉬운 비소, 스트리키닌으로 진화해갑니다. 20세기에는 니코틴까지 등장합니다. 더불어 제2차 세계대전을 치르면서 다양한 형태의 독성 물질이 나타났습니다. 이후, 눈부신 발전을 한 21세기의 우리는 다양한 독성 물질에 노출되고 있습니다.




진보가 가져다준 이런 참혹한 대가는 요컨대 근대 문명이 우리의 생활 속에 뿌려놓은 유해 물질과 연관이 있다. 무지한 아이들이나 경솔한 어른들이 이런 유해 물질들을 흡입할 위험성에 끊임없이 노출되고 있는 셈이다.

-p.214


저자가 말하는 위해 물질이란,

첫 번째, 의약품과 최면제, 진정제

두 번째, 불필요한 식품 첨가물(인공착색제, 방부제 등)

세 번째, 부엌용 세제, 산, 금속연마액 등

네 번째, 농약, 살충제 등.



시부사와 다쓰히코의 이런 관점에 모두 동의하는 건 아니지만(장단점이 있기에) 과거보다 더 많은 독성물질에 노출되고 있다는 의견에는 동의합니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중세나 근대에 비해서 마음이 놓이는 시대에 살고 있다고는 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제부터 어떻게 될지 두려움에 떨지는 않습니다. 늘 그래왔듯 우리는 결국 방법을 찾을 테니까요.



시부사와 다쓰히코의 <독약 수첩>은 독과 독을 이용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놓인 인문서적입니다. 다양한 에피소드를 읽으며 독약의 문화사를 만날 수 있는 흥미로운 신간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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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창업 절대로 하지마라
유승용.이준혁 지음 / 어깨위망원경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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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플랫폼 마이프차에서 지난 2022년 연말 예비창업자 통계를 당사 블로그를 통해 발표하였습니다. 예비창업자는 남성 68.1%, 여성 31.9%로 나타났으며 연령대는 35-44세 구간이 36.4%로 높은 비율을 차지했습니다. 지속되는 고용불안과 이른 퇴직, 코로나 시대의 급작스러운 인원 감축이 직장인들의 창업 의지를 자극했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닙니다. 더불어 경력 단절 이후 복직하지 못한 여성들의 창업도 늘어났음은 KOSIS 국가통계포털에서도 드러납니다.



이어 마이프차에서 예비창업자들의 관심이 가장 많았던 분야는 1위 커피(21.4%), 한식(14.6%)로 나타났습니다. 초보자들은 메뉴 선정, 인테리어, 운영 노하우, 홍보 등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 비교적 간편한 프랜차이즈를 선택하곤 하지만 이게 늘 정답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일 년에도 수많은 신규 브랜드가 생겨나며 출점을 위해서는 물불을 가리지 않는 구도를 보이기 때문입니다. 정말 가맹점주를 이해하고 상생하고자 하는 브랜드는 안타깝게도 그리 많지 않은 실정입니다.



<식당 창업 절대로 하지 마라>에서는 공정거래 위원회 가맹 희망 플러스의 자료를 통해서 국내 프랜차이즈 본사 수와 가맹점을 거론합니다.(p.40) 책에서는 현재 국내 프랜차이즈 본사 수는 외식이 3,630개라고 하며 총 프랜차이즈 수중 외식 업종이 74%로 1위를 차지하고 있음을 밝힙니다. 이들이 소유한 브랜드 수는 4,566개로 가맹점은 11,6378개라고 소개합니다. 그러나 본사 소속 가맹점은 32개, 직영점 수는 6,000개에 불과함도 알립니다.



결국 본사에서 직접 운영하여 고객 동향이나 성향, 메뉴의 적합성 등을 파악할 수 있는 직영점 운영은 5%에 불과하다는 의미입니다. 예비창업자가 믿고 있는 운영 노하우나 트랜디한 메뉴는 어쩌면 뜬구름 잡는 소리일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대한민국 식당이 생존할 확률은 17.9%(p.41)라고 합니다. 그럼에도 누구나 퇴직 후에는 음식점 혹은 커피숍 창업을 계획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식당 오픈 후 1년까지 생존할 확률은 59.9%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분명히 인지해야 합니다. 이는 프랜차이즈뿐만 아니라 나름대로 솜씨가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직접 오픈한 개인 매장도 포함한 수치이므로 가맹점만 피하면 된다는 생각도 옳지 않습니다.


<식당 창업 절대로 하지 마라>는 유승용, 이준혁 공저로 수많은 폐업의 예시, 망하는 식당의 예시를 들며 안일한 생각으로 창업하는 걸 뜯어말립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창업을 원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준비해야 하는지를 차근차근 소개합니다.


인구 60명 당 1개의 식당이 있는 대한민국은 이미 외식 시장의 과포화를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TV 속의 대박 맛집을 보면서 나도 하면 될 거라는 막연한 판타지를 꿈꾸며 창업 절차를 밟습니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어떻게 차근차근 망해가는지 그 과정을 여과 없이 보여줍니다.



자신의 음식 솜씨를 확신하는 쉐프 출신, 수지 타산을 맞추는 데 자신 있는 경리, 회계 출신이 폐업 1순위라고 합니다. 진짜 중요한 걸 놓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최근 창업하려는 예비창업자들은 - 특히 초보일수록 진짜 중요한 걸 놓칩니다. 프랜차이즈인 경우에는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정보공개서를 확인하지 않고 단지 본사에서 소개하는 특정 매장의 매출과 판매량만을 믿고 시작합니다. 정보공개서에는 가맹 현황, 재무 지표, 자본금과 부채 비율, 연도별 매출 등이 기록됩니다. 이는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하는 자료와 일치하므로 객관성이 있습니다.



물론 정보공개서에 기록된 내용은 현재의 상황과 시기적인 차이가 있기 때문에 아주 정확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이런 내용 정도는 꼭 확인해야 합니다. 하지만 본사에서 보여주는 문전성시에 혹해서 나도 잘 될 거 같다는 환상에 젖어듭니다. 일반 식당을 개업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유행하는 아이템을 보고 요즘 잘 팔리니까 한 번 해보자는 생각을 갖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래서는 오랫동안 유지하는 외식업 창업이 불가합니다.



그래서 필자들은 <식당 창업 절대로 하지 마라>라고 합니다. 그렇지만 정말로 창업을 간절하게 원하는 사람들을 위한 제안을 아끼지 않습니다. 적어도 다음의 8가지 정도는 지켜야 '성공하는'이 아닌 '망하지 않는' 창업을 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브랜드의 명성에 현혹되어 창업하기보다는 철저한 시장 조사를 바탕으로 폐업 리스크를 줄이는 '디테일 창업'을 해야 한다.(p.116)


1. 창업 비용이 적고 입지, 고정비가 비교적 적은 한식 업종을 택할 것

2. 계절을 타지 않는 사계절 영업이 가능해야 할 것

3. 성별, 연령별 호불호가 강한 아이템은 피할 것

4. 식사 시간대가 광범위한 업종이 좋음

5. 주방장 의존도가 높거나 인력이 많이 들어가는 업종은 피할 것

6. 한때의 유행, 트렌드에 민감한 아이템은 피할 것

7. 객단가는 1만 원 미만으로

8. 초기 창업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분야는 피할 것



책의 중반 이후에는 창업을 위한 방법을 이야기하며 가맹본사를 선택하는 노하우도 알려줍니다. 고객이 만족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은 고정비 산출보다도 중요함을 강조하며 현실적인 내용을 전합니다. 만일 창업을 원한다면 적어도 <식당 창업 절대로 하지 마라> 만은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일독하고 나면 재독이 필요함을 알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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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마지막에 본 것은 그날, 너는 무엇을 했는가
마사키 도시카 지음, 이정민 옮김 / 모로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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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마지막에 본 것은>이라는 제목은 참 잘 붙인 것 같습니다. 결국 이 소설은 누군가를 바라보는 시선과 남에게 보이는 모습이 기묘하게 얽혀있는 스토리이기 때문입니다.



평화로운, 혹은 그럴 거라고 여겨지는 크리스마스이브에 노숙인 행색을 한 50대 여성이 시신으로 발견됩니다. 옷을 벗기려다 만 흔적도 있어 이상 성욕자에 의한 성범죄 시도, 살해라고 보이지만 성적 행위는 없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가늘게 뜬 눈 때문에 더 애처로워 보이는 이 여자는 노숙인을 타깃으로 한 묻지 마 폭행의 피해자였을까요? 그런데 아직 범인을 잡지 못했던 한 사건의 피해자의 소지품에 이 여인의 지문이 찍혀있었다는 새로운 사실이 밝혀집니다. 그녀의 이름은 이쿠코. 몇 년 전부터 단순 아르바이트도 못 할 정도로 심각한 갱년기 증상에 시달려왔습니다. 그러던 중 사랑하며 의지하던 남편이 갑자기 세상을 떠났습니다.



삶에 대한 의지가 점점 사그라들어 갔던 그녀는 갑자기 주변 정리를 하고 집을 떠나 노숙인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어느 크리스마스에 싸늘한 주검이 되어버렸습니다.



소설은 미쓰야와 다도코로 형사의 사건 추적 파트와 이쿠코가 죽기 전의 상황들이 교차하며 진행됩니다. 그 솜씨가 좋아서 저는 자연스럽게 사람들을 뒤쫓으며 사건의 실마리와 안타까운 사연을 만났습니다. 슬픔과 괴로움의 이유를 찾는 사람들, 자신을 기준으로 멋대로 판단하는 일들이 몇 가지의 비극을 낳았습니다.



갱년기 증상이 심해 일을 하지 못하게 된 이쿠코. 그녀의 남편은 너무나 착한 사람이었기에 다니던 회사로부터 1년 치 월급을 받지 못한 데다가 사장이 사업을 철수하는 바람에 빚과 생활을 떠안아야 했습니다. 경력은 단절되고 무리한 일을 하다가 결국 출근길에 지주막하출혈로 사망하는데, 하필 그때 트럭이 그의 손을 밟습니다. 비록 직접 사람을 죽이지는 않았지만 그 죄책감은 운전자를 먹어버리고 그의 가족들을 괴롭혔습니다.



히가시야마는 제법 살림이 넉넉한 공무원입니다. 그래서인지 자신의 기준으로 사람들을 보는 못된 습성이 있었습니다. 이쿠코가 생활보호지원금을 신청하러 왔을 때에도 모진 말을 하면서, 소위 말하는 노오력이 부족한 사람 취급을 합니다. 나라로부터 어떤 형태든 지원금을 받으러 갈 때에는 그 자체만으로도 떨리고 약간의 모멸감이 들기도 합니다.



나의 생활력, 경제력이 없음을 증명해야 하고 왜 일을 하지 못하는지 구구절절 이야기해야 합니다. 히가시야마는 이쿠코에게 관청까지 올 수 있었으니 일도 할 수 있다는 논리로 생활보호지원금 신청을 반려합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남편은 사망했고, 이쿠코의 원망은 그를 향합니다.



좋은 집에서 그림과 같은 가족과 함께 지내는 인간이 그녀의 삶과 슬픔을 이해할리 없습니다. 이쿠코는 그날부터 히가시야마를 미행합니다. 출근부터 퇴근까지 따라다니면서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녀에게 작은 변화가 생기고, 마음을 돌린 그날. 히가시야마는 살해당합니다.



<그녀가 마지막에 본 것은>은 초반부터 단단히 보아야 합니다. 짜임새 있는 복선에 사람들의 욕망이 실려있습니다. SNS 활동이 활발한 요즘이라면 더욱 등장인물들의 심리를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가지지 못한 것을 억지로 꾸며내어 마치 소유하고 있는 양 표현하기도 하고, 자신의 욕심을 위하여 타인을 이용하기도 합니다.



다양한 인간 군상이 소설 속에 들어있어서 초반부터 마무리까지 하나로 잘 연결됩니다. 끝까지 다 읽은 후 처음부터 재독한다면 또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겁니다. 행복의 기준을 어디에 두는가에 따라서 삶이 달라질 수 있음을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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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름이 돋는다 - 사랑스러운 겁쟁이들을 위한 호러 예찬
배예람 지음 / 참새책방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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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러, 스릴러, 공포 장르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호러 에세이라니. 지금까지 없었던 에세이 세계가 아닌가! 하면서 이 책을 만났습니다. <소름이 돋는다>라는 제목이지만 꼭 소름이 돋지 않더라도 그 묘한 기분을 느끼는 건 중독성 있는 쾌감이기에 놓기 힘든 것 같습니다.



작가 배예람은 안전가옥 '대스타' 앤솔로지에 수록된 <스타 이즈 본>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는데, 기회가 되면 만나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에세이를 참 맛있게 썼습니다. 처음에는 어린 시절의 소소한 경험으로부터 시작하여 점차 소설과 영화, 게임에 이르는 이야기까지 풀어내면서 자신의 호러 세상을 마음껏 펼쳤습니다.



에세이를 읽으면서 경험에 공감하고 나도 저 영화 봤는데! 맞다 그랬었지! 하며 추억을 되새기는 재미도 있었습니다. 무서운 걸 보면 몇 날 며칠이고 두려워서 어쩔 줄 몰라 하면서도 기어이 찾는 묘한 심리까지 공감하였기에 에세이가 더 재미있었던 것 같습니다.




겁쟁이어도 괜찮다. 아니, 겁쟁이라서 다행이다. 공포를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사람이어서 기쁘다. 그러니 오늘도 마음껏 겁먹고, 마음껏 두려워하자. 다시금 마음먹으며 나는 이불을 뒤집어쓴다. 공포를 즐기기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밤이다.

-P.24



나이 먹다 보니까 진짜 무서운 건 귀신이나 유령이 아니고 역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시나 모를 존재에 대해서는 두려움을 느끼면서 남들이 보기에는 불필요한 고민을 하기도 합니다. 작가는 책에서 '지하철에서 출입문이 열리는 짧은 순간 좀비들이 달려온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P.109)'라는 질문을 옆 사람에게 했다가 머쓱해졌던 경험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요즘 새로 나온 지하철은 중간 문이 안 닫히는 데, 만일 앞 칸에서 좀비가 달려오면 어떻게 방어해야 하나를 - 지하철에 앉아서 리틀포니와 함께 진지하게 이야기하는 타입이라... 아마 작가님께서 제게 물었다면 심각하게 함께 고민했을 것 같습니다.


어쨌든 상상과 고민에서 벗어나 현실로 돌아오면, 연일 계속되는 비에 혹시 지반이 약해져서 집이 기울어지는 건 아닌지, 벽면으로 스며드는 물기는 과연 마를지. 뭐 이런 실질적인 문제가 공포로 다가옵니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이런 건가 봅니다. 오늘만 하더라도 급증하는 초파리가 알을 낳으면 어떡하나 하는 호러스러움을 상상했으니까요.




우리 집에서 벌어질 수 있는 제일 무서운 일은 습기 때문에 빨래가 덜 마르거나 화장실 배수구가 막히는 것이었다. 그래서 거대하고 고풍스러운 저택에서 벌어지는 공포를 마주할 때마다 나는 기묘한 안도감을 느끼곤 했다. 저거 봐, 집이 넓으면 저게 문제라니까.

-p.50


저희 집이야 6평형 에어컨으로도 충분히 커버되는 정도의 소박한 사이즈라서 '숨바꼭질'처럼 누가 숨어들 염려도 없으니 악령의 침입이나 존재는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어른스럽고 의젓해진 건 빈곤에서 나온 걸까요? 하하. 아무튼 어릴 때 귀신에 의한 두려움은 커가면서 점점 현실적인 문제로 옮아간 게 맞긴 한가 봅니다.



<소름이 돋는다>에세이에서는 다양한 영화도 다룹니다. 그렇다고 작가가 본 모든 무비를 소환할 수는 없으니까 인상적이었던 몇 가지를 소개하는데요, 제가 본 영화도 제법 있어서 반가웠습니다. 페이크 다큐 형식이나 슬래셔 고어물은 좋아하지 않지만 '스승의 은혜' 같은 영화는 보았었기에 으으... (생략)



작가가 간직한 호러 세상을 들여다보니 나의 세상은 어떤 걸까 하는 생각에 잠시 잠겼었습니다. 갑자기 보고 싶은 영화들도 마구 생각나더군요. '미드 소마'으로 충격받아 1년 정도 고생했던 터라 '유전'은 보지도 못했었는데, 신작이 나오더군요. '유전'부터 시도해 볼까 합니다.



참. 저는 '닥터후' 시리즈에서는 우는 천사가 제일 무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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