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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돌보는 글쓰기 - 스트레스를 줄이고 내적 평화를 찾게 해주는 366개의 글감
캐슬린 애덤스 지음, 신진범 옮김 / 들녘 / 2023년 7월
평점 :
지난 2년간 감정의 기복이 심했습니다. 일생을 살아오면서 연령대별로 각기 다른 심리적인 문제가 있어 오긴 했지만, 요사이 닥쳐온 감각은 너무나 힘들었습니다. 말하자면 멀쩡히 잘 있다가 정말 아주 사소한 자극에 갑자기 우울이 덮쳐서 그냥 바닥으로 가라앉아버리곤 했습니다.
이전까지는 책을 읽거나 노래를 부른다거나 아니면 야외활동을 하면서 훌훌 털어내었었는데, 그게 조절이 잘 안되는 겁니다. 그냥 다 그만두고 싶은 생각이 밀려오고 삶 자체가 억울해지기도 했습니다. 머리로는 내가 잘못되었다는 것도 알겠는데, 상대방의 의도는 그게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는데 그냥 다 슬프고 그냥 나 내려놓고 싶어졌습니다.
아니, 그렇다고 죽어버리고 싶다는 생각까지는 하지 않습니다. 이승을 떠나고 싶었던 충동은 열 살부터 시작되었지만 서른 살에 그만두었기 때문입니다. 스트레스와 우울은 수용성이라서 샤워하면 씻겨 내려간다는 썰도 본 적 있는데, 저는 오히려 과거의 일까지 소환되면서 화가 나고 스스로가 불쌍하다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그건 아마도 제가 앞으로 만날 일없는 사람들에게 여전히 얽매어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내 안에 얽혀있는 무언가를 풀어내지 못하고 이성으로만 처리하니 감정이 감당하지 않는가 봅니다. 그래서 문득 그들은 왜 나에게 그랬던 걸까. 억울함이 마음속에 남아있고, 다른 사람들도 그럴지도 모른다는 경계심에 빠져버린 게 아닌가 합니다.
그런데, 최근 몇 주 사이에는 그런 증세가 전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바로 이 친구, 쿼카를 만났기 때문입니다. 이마트 완구 코너에서 우연히 만난 쿼카는 한 눈에 들어와서 도저히 사지 않고서는 못 배길 정도였습니다. 다른 매장에서 식사를 하고 난 후에도 내내 맴돌아서 결심 후 기꺼이 품에 안았습니다.
요즘은 일을 하다 스트레스 받거나 마음이 힘들다는 느낌이 들 때면 살짝 고개를 돌려 쿼카를 봅니다. 사랑스럽게 올라간 입꼬리를 보면 저도 저절로 따라 하게 됩니다. 조금 전 스마트폰의 AI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데, 반려동물이라고 인식하더군요. 이 녀석은 역시 제 마음을 도와주는 반려동물 – 봉제 인형인가 봅니다.
저는 평소에 꽤 많은 글을 씁니다. 손바닥에 염증이 생기고 팔꿈치 관절이 물렁해질 정도로요. 하지만 그래서 글쓰기 실력이 늘었는가 하면, 그렇지 않습니다. 게다가 그 글들은 제 영혼이 들어있지 않은 허상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더욱 공허함을 느끼고 방황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부터 나를 돌아보는 글쓰기를 하며 자신과의 솔직한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그야말로 먹고 살기 위해서 쓰는 글이 아니라 내면을 들여다보며 진솔한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오랜만에 연필을 잡으니 글씨도 못생겨 보였습니다. 책에다가 바로 적기에는 종이에게 미안해서 투명한 포스트잇에 써서 붙였습니다.
<나를 돌보는 글쓰기>는 활자를 읽기 위한 책이 아니라 내 마음을 읽기 위한 책입니다. 매일 하나씩 적어간다면 366일 동안의 기록이 되겠지만 그렇게 만만치는 않습니다. 처음에는 솔직히 그런 기분이었습니다. 신난다! 앞으로 소재를 하나씩 받아서 블로그에 1일 1포스팅을 하면 되겠다! 글감이 없어 헤매는 일은 없겠지?
하지만 이 책은 그런 유의 도서가 아니었습니다. 자신과의 진지한 대화이기 때문에 남들을 의식하면서 적어서는 안됩니다. 나만이 볼 수 있으며 나중에 되돌아보더라도 자아성찰이 가능한 그런 글을 써야 하는 책이었던 겁니다. 그리고 하루에 하나씩 쓸 수 없는 날이 많을 거라는 예감이 들 정도로 진지했습니다.
첫 번째 글감부터 바로 만만치 않았기에 <나를 돌보는 글쓰기>에 대한 이미지 자체가 달라졌습니다. ‘나’조차 ‘나’를 모르는데, 타인이 알아주길 바라는 건 어불성설이라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나를 이해하지 못하니 내면의 상처와 스트레스를 줄이는 건 불가했었고, 남에게도 올바르게 표현하지 못했던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현대 저널 글쓰기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저널치료사 캐슬린 애덤스”의 최신작 <나를 돌보는 글쓰기>와 함께 내면을 성장시키려 합니다. 책의 사용법은 친절하게도 내부에 자세히 설명되어 있습니다. 너무 오래 생각하지 않도록 제한 시간이 있지만 초조함을 싫어하는 저는 다소 여유롭게 활용하고 있습니다.
쓰고 난 후 읽고, 그리고 다시 한 번 돌아보는 과정에서 조금씩 성장하려 합니다. 그리고 책에서 말하듯, 정신적으로 위기감을 느낀다면 글쓰기를 멈추도록 하겠습니다. 같은 도서라도 며칠 지나 읽으면 느낌이 다른 것처럼 글감 역시 그러할 거라 생각합니다. 일주일 정도 흐른 후 다시 마주하고, 준비가 된 후에 기록하는 방식으로 활용하려 합니다.
<나를 돌보는 글쓰기>는 저처럼 좀처럼 마음의 평안을 갖지 못하는 사람에게 좋은 변화를 제공해 주리라 믿습니다. 자신을 위해 혹은 주변 사람을 위해 선물해도 좋겠습니다. 다만, 이 책의 사용법은 꼭 읽고 시작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