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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마지막에 본 것은 ㅣ 그날, 너는 무엇을 했는가
마사키 도시카 지음, 이정민 옮김 / 모로 / 2023년 6월
평점 :
<그녀가 마지막에 본 것은>이라는 제목은 참 잘 붙인 것 같습니다. 결국 이 소설은 누군가를 바라보는 시선과 남에게 보이는 모습이 기묘하게 얽혀있는 스토리이기 때문입니다.
평화로운, 혹은 그럴 거라고 여겨지는 크리스마스이브에 노숙인 행색을 한 50대 여성이 시신으로 발견됩니다. 옷을 벗기려다 만 흔적도 있어 이상 성욕자에 의한 성범죄 시도, 살해라고 보이지만 성적 행위는 없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가늘게 뜬 눈 때문에 더 애처로워 보이는 이 여자는 노숙인을 타깃으로 한 묻지 마 폭행의 피해자였을까요? 그런데 아직 범인을 잡지 못했던 한 사건의 피해자의 소지품에 이 여인의 지문이 찍혀있었다는 새로운 사실이 밝혀집니다. 그녀의 이름은 이쿠코. 몇 년 전부터 단순 아르바이트도 못 할 정도로 심각한 갱년기 증상에 시달려왔습니다. 그러던 중 사랑하며 의지하던 남편이 갑자기 세상을 떠났습니다.
삶에 대한 의지가 점점 사그라들어 갔던 그녀는 갑자기 주변 정리를 하고 집을 떠나 노숙인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어느 크리스마스에 싸늘한 주검이 되어버렸습니다.
소설은 미쓰야와 다도코로 형사의 사건 추적 파트와 이쿠코가 죽기 전의 상황들이 교차하며 진행됩니다. 그 솜씨가 좋아서 저는 자연스럽게 사람들을 뒤쫓으며 사건의 실마리와 안타까운 사연을 만났습니다. 슬픔과 괴로움의 이유를 찾는 사람들, 자신을 기준으로 멋대로 판단하는 일들이 몇 가지의 비극을 낳았습니다.
갱년기 증상이 심해 일을 하지 못하게 된 이쿠코. 그녀의 남편은 너무나 착한 사람이었기에 다니던 회사로부터 1년 치 월급을 받지 못한 데다가 사장이 사업을 철수하는 바람에 빚과 생활을 떠안아야 했습니다. 경력은 단절되고 무리한 일을 하다가 결국 출근길에 지주막하출혈로 사망하는데, 하필 그때 트럭이 그의 손을 밟습니다. 비록 직접 사람을 죽이지는 않았지만 그 죄책감은 운전자를 먹어버리고 그의 가족들을 괴롭혔습니다.
히가시야마는 제법 살림이 넉넉한 공무원입니다. 그래서인지 자신의 기준으로 사람들을 보는 못된 습성이 있었습니다. 이쿠코가 생활보호지원금을 신청하러 왔을 때에도 모진 말을 하면서, 소위 말하는 노오력이 부족한 사람 취급을 합니다. 나라로부터 어떤 형태든 지원금을 받으러 갈 때에는 그 자체만으로도 떨리고 약간의 모멸감이 들기도 합니다.
나의 생활력, 경제력이 없음을 증명해야 하고 왜 일을 하지 못하는지 구구절절 이야기해야 합니다. 히가시야마는 이쿠코에게 관청까지 올 수 있었으니 일도 할 수 있다는 논리로 생활보호지원금 신청을 반려합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남편은 사망했고, 이쿠코의 원망은 그를 향합니다.
좋은 집에서 그림과 같은 가족과 함께 지내는 인간이 그녀의 삶과 슬픔을 이해할리 없습니다. 이쿠코는 그날부터 히가시야마를 미행합니다. 출근부터 퇴근까지 따라다니면서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녀에게 작은 변화가 생기고, 마음을 돌린 그날. 히가시야마는 살해당합니다.
<그녀가 마지막에 본 것은>은 초반부터 단단히 보아야 합니다. 짜임새 있는 복선에 사람들의 욕망이 실려있습니다. SNS 활동이 활발한 요즘이라면 더욱 등장인물들의 심리를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가지지 못한 것을 억지로 꾸며내어 마치 소유하고 있는 양 표현하기도 하고, 자신의 욕심을 위하여 타인을 이용하기도 합니다.
다양한 인간 군상이 소설 속에 들어있어서 초반부터 마무리까지 하나로 잘 연결됩니다. 끝까지 다 읽은 후 처음부터 재독한다면 또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겁니다. 행복의 기준을 어디에 두는가에 따라서 삶이 달라질 수 있음을 다시금 깨달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