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원했던 것들
에밀리 기핀 지음, 문세원 옮김 / 미래지향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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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다 보면 내 아이가 나쁜 일을 당하지 말아야 할 텐데 하는 걱정을 가끔씩 떠올립니다. 특히 뉴스에서 험한 일들,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들을 마주하고 나면 이런 일이 내 아이에게 일어나면 어쩌나 하는 걱정에 갑자기 과잉보호를 하기도 하고 주의사항을 다시 한번 알려줍니다.

올해부터 성인이 된 아이를 두고 있음에도 여전히 어두운 길로 다니지 말라고 말하고,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골목길에 가지 않길 바라기도 하며 과모임 같은데 가서 만취하는 일은 없길 바랍니다. 낯선 곳으로 이사 온 후에 혹시 잘 모르는 아이들과 어울려 뭉쳐 다니는 건 아닐까 걱정했지만, 온라인 수업으로 인해 이제는 같은 과 친구들 얼굴조차 모르는 상황을 안타까워합니다.

부모란 그런가 봅니다. 이래도 걱정, 저래도 걱정. 아이를 믿고 믿지 않고의 문제가 아니라 세상을 믿지 못하는 탓에 내 시선을 떠나고 나면 걱정에 자꾸만 시계를 들여다봅니다. 그렇다고 치마폭에 폭 싸고 있을 생각은 없습니다. 아이는 세상으로 나가야 하니까요. 상처를 받으며 단단해질 테지요. 하지만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기를 원하는 부모는 없습니다.

내 아이가 가해자가 될 거라는 생각은 피해자가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끔찍합니다. 내 앞에서는 항상 순해 보이고 투정은 부리지만 말썽은 부리지 않는 착한 아이가 학교 폭력을 저지른다거나 누군가에게 몹쓸 짓을 할 거라는 상상은 쉽지 않습니다. 그러다 부모는 어느 날 가해자인 아이, 피해자인 아이와 마주하게 되면 어찌해야 할 바를 모릅니다. 그건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니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케어하려 하지만 그게 어디 부모 마음대로 되는 일이던가요. 그러니 오늘도 무사하기만을 기원합니다.

우리가 원했던 것들

우리가 원했던 것들은 그리 거창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저 작은 어려움이나 조금 큰 어려움을 잘 이겨내며 원활한 학창 시절을 끝내고 대학에 진학하는 것, 친구들과 즐겁게 작은 일탈을 하면서 성장해가는 것이었을 겁니다.

대부분 부유한 집안의 아이들만 다니는 학교의 교장도 그렇게 생각했을 겁니다.

그러나 어느 날, 아이들 사이에 공유된 한 장의 사진이 동네를 시끄럽게 휘젓게 됩니다.

프린스턴 대학에 진학이 결정되어 있는 핀치라는 인기 있는 소년이 라일라라는 후배의 사진을 - 만취해서 옷차림이 심하게 흐트러져 거의 반라의 상태인 - 찍어서 친구들 사이에 공유했고 결국 자신의 부모와 라일라의 부모까지 알게 되어버렸습니다. 더욱 나쁜 건 인종차별, 멸시하는 문구를 캡션으로 넣었던 겁니다.

별일 아니라는 라일라, 그대로 두면 며칠 시끄럽고 사라져 버릴 일을 아빠가 크게 만든다며 반발합니다. 게다가 자기가 동경하고 있는 핀치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았습니다. 자기가 아빠 몰래 파티에 가서 술을 많이 마신 탓이라고 여겼기 때문이기도 했고요.

그러나 톰은 그럴 수 없었습니다. 금이야 옥이야 키운 건 아니지만, 그렇게 불합리한 일을 당하고도 가만히 있는 건 옳지 못하다고 여겼습니다. 목수라는 직업으로 다른 학부모들에 비해 수입이 적고, 집도 작은 곳에 살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부당한 일을 참고 넘어가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핀치의 아빠 커크는 실제로 그의 화를, 라일라의 아픔을 돈으로 해결하려고 했습니다. 겨우 만 오천 달러에 말이죠. 그의 씀씀이에 비하면 만 오천 달러는 너무나도 적은 돈이었음에도 불구하고요. 하지만 핀치의 엄마 니나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학폭위에 아들이 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핀치가 명백히 잘못한 일이니까요. 라일라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용서를 빌고, 학폭위에서 정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합니다. 정학 처분을 받는 것도 프린스턴대학 입학 취소가 된다 하더라고 모두 당연히 치러야 할 대가라고 합니다. 그렇다고 니나가 냉정하거나 아들을 사랑하지 않기 때문은 아닙니다. 그녀는 아들을 무척 사랑하고 아낍니다.

그러나 핀치와 커크는 흔히 우리가 영화에서 보는 거들먹거리는 남자들이었습니다. 거짓말에 거짓말을 보태어서 잘못을 덮고 돈으로 해결하려 합니다. 심지어 니나에게도 진실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니나는 그들의 거짓말에 진절머리가 납니다.

톰은 핀치와 커크 부자에게는 화가 나 있지만, 니나에게는 그렇지 않습니다. 그녀가 진심으로 미안해하고 있고 올바르게 해결되는 걸 원한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에게 가장 어려운 일은 라일라가 지금 벌어진 사건을 제대로 인식하게 하는 겁니다.

독자인 저는 이 사건을 따라가면서 분노합니다.

여기에는 인종 차별과 계층에 대한 특권 의식 같은 것이 깔려있기 때문입니다.

꾸역꾸역 고구마를 삼켜가며 책을 읽습니다. 사이다가 되어줄 니나를 보며 힘을 냅니다.

피해자인 라일라가 자신이 피해자임을 인식하지 못하고 점점 더 구렁텅이로 빠지려는 걸 손 내밀어 막고 싶습니다. 니나와 톰이 그 아이를 구해 낼 수 있을지 책에서 눈을 떼지 못합니다.

씁쓸함을 입안에 담고 책을 덮습니다. 결말은 현실적이기도 하고 비현실적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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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어하우스 - 드론 택배 제국의 비밀 스토리콜렉터 92
롭 하트 지음, 전행선 옮김 / 북로드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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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장거리 이사인데다가 아주 작은, 정말로 작은 평수로 이사하다 보니 많은 것들을 버리고 올라와야 했고, 그리고 나니 또다시 많은 물건을 사야만 했습니다. 무소유 이사라고 이름 짓고 마치 퀘스트를 진행하듯 많은 시간을 소요하며 물건을 처분했는데, 이번에는 전직 퀘스트 인 양 또 많은 물건들을 사들였습니다.

굵직한 것들은, 이를테면 식탁이라거나 책상 같은 것은 정부물품 재활용센터에서 상당히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었습니다만, DIY 조립식 행어나 선반, 공간 박스 같은 것들은 쿠팡을 통해 주문하고 조립하여 이리저리 흩어져 있던 것들을 정리했습니다. 좀 뿌듯하더군요. 조립할 때는 힘들지만 완성하고 난 후의 뿌듯함이란 별것 아닌데도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요 매트 같은 것은 네이버 쇼핑을 통해 구매하였고, 장 보기는 인근 홈플러스의 배송을 이용하였습니다. 전에는 느껴보지 못했던 신기한 경험이었습니다. 주문할 물건이 많아서 쿠팡 와우 회원도 - 첫 달 무료라니 - 가입했습니다. 무척 놀라웠습니다. 쿠팡은 쓸데없이 새벽에 배송을 해주겠다고 하질 않나. 불필요한 서비스라서 낮에 오라고 체크했습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CJ 택배도 하루에 두 번이나 방문해서 물건을 배송해 주었습니다. 제주는 기본이 이틀이고 휴일이 끼면 알라딘 책 배송이라고 하더라도 일주일을 기다리는 게 예사였던 터라 신속 정확 빠른 배송은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이렇게까지 빨리 받을 필요는 없었는데... 하는 마음과 더불어서 당장 필요한 물건인데 빨리 배송되어서 좋다는 마음이 공존했습니다. 이렇게 빠름 빠름 하는 세상에 살아도 좋은 것인가에 대해 잠깐 고민했지만, 일단은 빨리 와서 좋았습니다.

하지만 이런 빠른 배송 서비스를 위해 쉴 틈 없이 일하는 노동자들을 뉴스를 통해서 만나곤 합니다. 가혹한 근무환경 속에서 쓰러져 나가는 사람들, 냉온방 시설이 마련되지 않아서 고통받는 이들이 있었습니다. 설마하니 진짜 그럴까 의심도 들었지만, 에타에 올라오는 경험담 같은 걸 보면 사실인 모양입니다.

이런 시스템의 개선이 없이 오히려 빠르고 정확한 배송 시스템에 열광을 한다면 - 게다가 아마존에서 시작한 드론 택배 시스템이 눈앞으로 다가와 하루 로켓 배송을 넘어서 한 시간 드론 배송으로 바뀐다면, 그 물품을 챙기기 위한 노동자들의 삶은 어떨지 염려스럽습니다. 물론 시스템화해서 로봇을 동원한 공정으로 운영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렇다면 그 역시 많은 실업자들을 만들어 낼 테니 염려스럽습니다. 우리는 빠른 배송을 원하면서도 그들을 걱정하게 되는 딜레마에 빠지고 맙니다.

웨어하우스

롭 하트 장편소설 <웨어하우스>는 드론 한 시간 배송을 기본으로 하는 세상, 근미래에서의 거대 그룹 클라우드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마치 지금의 아마존과 같은 회사로, 거대 기업화하면서 작은 회사들을 집어삼켰고 그로 인해 황폐화된 사회를 볼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그 회사를 미워하면서도 편리함에 주문하기를 멈추지 않습니다. 한편으로는 그곳에서 일하기를 동경합니다. 다른 일을 해서는 먹고살기 힘들기에 마치 유토피아와 같은 그곳에 취직하기를 열망합니다. 그곳은 숙식 제공까지 해주므로 다른 부대 비용이 들지 않으니 무척 좋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곳은 그리 녹록한 곳은 아닙니다.

노동의 강도는 상상초월이고, 노조를 조성하는 건 있을 수 없습니다. 그들은 화장실 가는 시간까지 통제받으며 일을 합니다. 안전장치를 이용해서 물건을 나른다면 제시간 내에 업무를 마칠 수 없으므로 안전 수칙 따위는 무시해야 합니다. 만일 다치거나 아프다고 해도 웬만하면 병원을 이용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이는 점수의 하락을 의미하고 결국 컷데이에 해고당하고 맙니다.

샤워시간조차 마음대로 갖지 못하고 문밖을 나서는 것조차 GPS를 통해 기록되는 이런 곳에서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까지 잃어가며 노예처럼 부려질 바에는 나가는 것이 좋지 않은가 싶지만, 이곳에서 해고당하느니 자살하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들에겐 죽거나 고된 노동을 하거나 하는 선택지 밖에 없었던 걸까요.

이곳은 1984의 빅브라더의 통제보다 더한 통제를 받는 곳입니다. 1984에서 윈스턴과 줄리아가 만났던 것처럼 팩스턴과 지니아가 만납니다. - 성격은 딴판이고 만나는 의도도 다르지만 그들이 1984의 그들과 닮았다고 느끼게 된 건 단지 폐쇄되고 통제된 곳에서 이것이 아니면, 이곳이 아니면 살 수 없다고 느끼는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만난 인연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팩스턴은 클라우드에 취업하여 감시관으로 근무하게 됩니다. 지니아는 피커, 즉 물건을 포장하는 고된 업무에 배치되는데 실은 산업 스파이 같은 일을 하기 위해 위장 취업한 용병, 해결사 그런 사람입니다. 그녀는 클라우드의 빈틈을 찾아내기 위해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는 팩스턴과 친밀한 관계를 갖게 되는데요, 결국 그를 - 믿을 수 없는 일이지만 사랑하게 된 것 같습니다.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애쓰는 지니아와 팩스턴은 서로 다른 위치에 서 있지만, 결국 클라우드라는 거대 조직에 이용당하고 있다는 것만은 - 이 시대 배경의 어느 누군들 그렇지 않을까마는 - 확실합니다.

이 소설은 기업 잠입 스릴러를 보여주고 있지만, 실은 정말로 다가올 것만 같은 두려운 근미래를 암시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미래는 이렇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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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내 맘대로 살겠습니다 - 행복한 삶을 만드는 17가지 질문들
미리안 골덴베르그 지음, 박미경 옮김 / 청미래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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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의연하게, 당당하게 삶을 살아갈 때도 되었는데, 아니 나는 조금 작고 어려워 보이더라도 나 자신의 당당함을 믿고 움츠려들지 않으려고 하는데, 조언이라는 말로 조종하려 하고 휘두르려 하는 사람이 아직도 있다는 게 참 의아합니다. 어차피 그들이 하는 말, 내가 듣지 않을 거라는 걸 알면서도 어쩌면 그런 말들을 할 수 있을까요. 이제껏 쌓아올린 가스라이팅에서 벗어나는데 십여 년, 아니 그 이상의 시간이 필요했는데, 다시 한번 나를 짓누르고 아직 아무도 보지 못했던 내 미래를 자신들 멋대로 회색빛으로 칠해버리려고 하는 건 너무하지 않나요. 처음에는 화도 나고 억울하기도 하고 분하기도 했죠. 그렇지만 그들이 아무리 그렇게 이야기하더라도, 나는 그들의 말을 따르지 않을 거라는 걸 나도 알고 그들도 알고. 그리고 아무리 회색이라고 외쳐보았댔자 내가 그리는 미래는 푸른빛인 걸 어쩌겠어요.

그들이 내 미래가 어둡고 초라하고 궁핍하고 비굴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해도 나 자신이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며 내가 꿈꾸는 미래를 향해 - 그들의 말대로 되지 않기 위해 나아간다면 결코 어둡지 않을 거라고 믿습니다. 저는 <오늘부터 내 맘대로 살겠습니다>라고 선언합니다.

<오늘부터 내 맘대로 살겠습니다>라는 건 방종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남의 눈치를 보며 나 자신을 축소시키거나 왜곡하지 않겠다는 이야기입니다. 나의 행복은 나의 내면으로부터 진짜 나를 찾는 것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멘탈 뱀파이어에게 더 이상 쪽쪽 빨리지도 않을 것이며, 어린 나의 희생으로 살아왔던 그들이 마치 자신들이 나를 보호해 왔던 것처럼 여기는 것에서 벗어나겠다는 선언이기도 합니다.

나를 괴롭히는 소리들과 완전히 손절하고 그들의 말에 신경을 끄고, - 그들도 제발 저에게 신경을 끄고 - 행복을 찾는 겁니다. 다행히 저는 '행복 곡선'의 최저점에 있지 않습니다. 앞으로 점점 상승 곡선을 탈 겁니다. 그들은 제가 더욱 추락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겠지만요. 그딴 거. 이제는 신경 쓰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나는 나 자신으로 존재하면 되니까요.

낙심하지는 마세요. 좋은 소식이 있으니까요. 50세가 넘으면 조금씩 좋아지기 시작합니다. 아니, 한결 좋아집니다. 행복 곡선이 다시 상승세에 접어들거든요. 60세를 넘긴 여성들은 이렇게 단언했습니다. “지금이 내 생애 최고의 단계랍니다. 이보다 더 행복했던 적이 없어요. 드디어 내 마음대로 살 수 있게 되었어요. 이렇게 자유로웠던 적이 없었다니까요.”

-p21

<오늘부터 내 맘대로 살겠습니다>는 저자인 골덴베르그 교수가 앞으로의 행복한 인생을 살기 위해 자기 자신에게 던져야 하는 질문 17가지를 테마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원하는 대로 살고 있나요?"

라는 질문에 우리는 한 번쯤 자신을 돌아보며 정말 나는 원하는 대로 살고 있는가 생각해야 합니다.

지금 나는 정말로 내가 원하는 대로 사는 것인가 살펴보아야 합니다. 누가 뭐라고 하더라도 나 자신이 좋다고 생각하면 좋은 겁니다.

행복해지고 싶은지, 아니면 지금 현재로도 행복한지.

나는 자유롭고 유쾌하게 살고 있는지.

나이라는 것에 얽매이고 있지는 않은지.

내 인생에 감사하며 살고 있는지.

그런 것들을 살피고 '내 마음이 편안하게'살 수 있다면 우리는 행복한 노년을 맞을 수 있을 겁니다.

마음가짐만으로 안된다면 불필요한 인간관계를 정리해버리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가족인데 어떻게 그러느냐는 말로 계속 휘둘리지 않아야 한다는 말입니다. 어느 정도 의견을 조율하거나 약간의 인내로도 참을 수 없는 정도의 대우를 받는다면, 그 관계는 반드시 개선이 필요합니다. 무언가의 노예가 되어서는 안됩니다.

말끔한 인생 정리는 삶의 모든 영역을 싹 정리해서, 더는 원하지 않는 사람과 물건을 실제의 혹은 가상의 쓰레기통에 버리겠다고 결정하는 행위를 가리킨다. 불쾌하고 부정적이고 파괴적이며 해롭고 과도하고 무익하다고 여겨지는 것들을 죄다 없애겠다는 뜻이다. 사람과 물건의 중요도를 모두 평가해서 우리의 행복에 꼭 필요한 사람과 물건만 간직하겠다는 뜻이다.

-p.49

브라질에서 가장 핫한 행복 인류학자의 이야기는 가볍게, 그렇지만 중요한 메시지를 담고 우리를 찾아왔습니다. 저는 '오늘부터 내 맘대로 살기 위해,','그리고 힘들더라도 '자유롭게' 살기 위해. 나의 '미래를 위해' 이 책과 함께 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날았습니다.

저는 진짜로 <오늘부터 내 맘대로 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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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만나는 트라우마 심리학 - 정신과 전문의가 들려주는 트라우마의 모든 것
김준기 지음 / 수오서재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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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 기억은 오로지 ‘위험으로부터 살아남으라’고 하는 긴박한 신호를 끊임없이 내보내는, 변치 않는 단 하나의 목적을 갖고 있다. 생존을 위해서는 정말 최선을 다해야 하니, 트라우마 기억은 시간이 지나도 쉽게 변할 수가 없는 것이다.

-p.25

저에게는 몇 가지의 트라우마가 있습니다.

그들 중 대부분은 폭력이나 공포에 관한 것인데, 때로는 무감각한 태도로 방어하며 때로는 방 귀퉁이에 처박히고 싶은 충동을 느끼기도 하며 때로는 이 모든 걸 그만두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히기도 합니다.

존재 자체가 부정되면 더욱 그러합니다.

하지만 그때마다 존재의 필요를 일깨워주는 - 스스로는 자신이 그랬다는 걸 모르시지만 - 사람이 나타나 나를 다시 일으켜 세웁니다.

저는, 요즘도 트라우마와 싸우고 있습니다.

살다 보면 좋은 일도 있고 나쁜 일도 있어

하지만 어떤 일이 있었든,

그것은 과거의 일이고

이제 너는 거기에서부터 자유로워져야 한다.

- 영화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중에서

-p.27

<영화와 만나는 트라우마 심리학>은 정신과 전문의 김준기가 들려주는 트라우마에 관한 진지한 이야기입니다. 영화를 좋아하는 저자는 영화를 보며 그들의 트라우마와 마주하고 그들의 심리에 대해 고찰합니다. 영화 속 인물들은 그저 스크린 안에 머물고 있는 것이 아니라 현실 속에서도 존재하는 이들이기에 그들의 아픔을, 공포를, 슬픔을 깊게 이해합니다.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는 인물들은 공포나 스릴러 속 사이코패스 같은 이들뿐만 아닙니다. 액션 영화나 다큐멘터리, 그리고 애니메이션과 멜로드라마 속에서도 살아가고 있습니다. 어릴 적 엄청난 사건들을 겪으며 - 대부분의 트라우마는 단발적인 것이 아니라 지속 반복되는 것 때문에 형성되기 때문에 사건들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 트라우마에 갇히거나 혹은 그래도 함께 그 아픔을 안아줄 수 있는 누군가가 있었기에 이겨내기도 합니다.

우리는 영화 속 인물들처럼 누구나 트라우마를 안고 있습니다. 빅 트라우마 일 수도 있고 스몰 트라우마 일 수도 있습니다. 아동 유아기에 형성된 트라우마는 나이를 먹어가면서 치유되는 법인데 어째서 과거에 연연하느냐고 호되게 굴 수 없습니다. 트라우마를 이겨내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가도 같거나 비슷한 자극이 생기면 그 괴물은 또 튀어나오기 마련입니다. 영화 화이에서의 화이는 트라우마를 마주하고서 극단적인 행동으로 트라우마 촉발 요인들을 해치우지만, 결국 그는 완전히 그 트라우마에서 벗어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코믹한 드라마였던 열혈 사제도 마찬가지입니다. 김해일 신부는 이중권이 죽음으로서 트라우마에서 벗어난 것 같지만 언제고 비슷한 상황을 만나면 그 고통은 다시 그를 괴롭힐 겁니다. 다만, 이번에는 함께하는 이들이 많기 때문에 그를 보듬어 줄 수 있다는 희망이 있지요.

<영화로 만나는 트라우마 심리학>은 영화 이야기와 심리학 측면에서 분석하고 다루는 트라우마의 밸런스가 참 좋습니다. 영화 이야기에서 자연스레 풀어나가는 트라우마에 대한 모든 것들은 나 자신의 트라우마를 들여다보기에 좋았습니다.

언젠가 나를 짓누르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가 온다면 - 지금은 싸우고 있는 중이고 엑소더스를 준비하고 있는 중이라 이다음, 아주 이다음에 - 그때 이야기하겠지만, 이 책에서 밝히는 (p.91) ACE 연구(아동기 부정적 경험) 열 가지 체크리스트에서 여덟 가지를 체크한 나는,

울먹이면서 이 책을 읽었습니다. 때로는 감추어두었던 기억의 한편이 멋대로 솟아올라 눈물이 넘치고 가슴이 아파서 책 읽기를 멈출 수밖에 없었습니다. 페이지를 넘겨가며 가까스로 읽다가 나의 부정적인 면은 내 탓이 아니라는 걸 느끼고, 그래도 이겨내며 잘 살아왔구나 했고, 그걸 내 아이에게 물려주지 않으려 부단히 애를 썼다, 참 장하다는 생각이 들어 나를 토닥여주며 스스로를 안아주었습니다.

트라우마를 마주하는 것 자체가 치유의 시작입니다.

<영화로 만나는 트라우마 심리학>을 읽으며 불쑥불쑥 찾아오는 기억에 화를 냈다가 울었다가, 숨을 쉬기 어려웠다가 하는 감정의 파도를 겪었습니다. 내가 잔잔한 상태였다면 좋았겠지만, 마침 격풍을 맞고 휘둘리지 않기 위해 애쓰는 상황이었기에 더 그랬을 겁니다.

모든 일이 잠잠해진 후에, 그러니까 벚꽃이 필 무렵에 이 책을 다시 읽는다면 어떨까 하며 책의 맨 뒷장을 넘겼습니다. 저자가 다룬 영화를 보며 울다가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을까요. 부디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트라우마는 어디에나 있지만

트라우마를 치유할 힘도

우리 주변 어디에나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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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소전쟁 - 모든 것을 파멸시킨 2차 세계대전 최대의 전투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오키 다케시 지음, 박삼헌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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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소전쟁이란

1941년 6월 22일 나치 독일과 동맹국 군대는 독소불가침조약을 깨고 소련을 침공했다. 이후 1945년까지 계속된 이 전쟁을 보통 '독소전쟁'이라고 부른다. 독일이나 서구 시점에서 제2차 세계대전 중 '동부전선'전투라고 부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어쨌든 이 전쟁은 모든 면에서 이전에도 없었고 어쩌면 앞으로도 없을 제2차 세계대전의 핵심이자 주전장(主戰場)이었다고 해도 좋다. (p.3)

독소전쟁은 인류 역사상 최대의 단일 전쟁입니다. 독일은 독소불가침 조약을 파기하고 선전포고도 없이 소련을 침공합니다. '동부전선'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기엔 너무나 규모가 컸고 이에 희생된 사람도 너무나 많았습니다.

독일의 일방적인 공격이었지만, 그들은 볼셰비즘을 박멸하는 세계관 전쟁으로 공산주의 타파를 외치며 그들을 몰살하라는 구호 아래 소련의 모스크바로 진격해 나갔습니다. 이것이 바로 바르바로사 작전입니다.

소련 측에선 파시스트 침략자를 격퇴하고 러시아를 지키자며 독일인을 몰살하라고 외치며 그들을 막아내고 전선을 밀어내는 데 성공합니다. 결국 1945년 5월 9일 소련이 베를린을 함락 시킬 때까지 4년간 독일과 소련에 의해 희생당한 사람의 숫자는 어마어마합니다. 도대체 무엇을 위한 싸움이었는지 도무지 알 수 없습니다.

독소전쟁이 역사적으로 주목받은 이유는 규모가 컸다는 점만이 아니었다. 이 전쟁의 본질은 독일과 소련이 서로를 타협할 여지가 없이 전멸시켜야 할 적으로 간주하는 이데올로기를 전쟁 수행의 근간에 두고 그것을 위해 참혹한 투쟁을 철저히 실행한 점에 있었다. 약 4년에 걸친 전쟁을 통해서 나치 독일과 소련 사이에는 집단학살과 포로 학살 등 근대 이후의 군사적 합리성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무의미하기조차 한 만행이 계속 반복되었다. 이 때문에 독소전쟁의 참혹함은 상상하기 힘든 규모이다.(p.5)

오키 다케시의 독소전쟁은

역사의 흐름대로 서술된 책입니다.

저는 전쟁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잘 보지 않습니다. 가끔 보다는 자주 전쟁을 미화하던 할리우드의 상술이 미워서 그런가 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야말로 어쩌다 보니 전쟁을 배경으로 한 영화, 이를테면 <쉰들러 리스트>라거나 <인생은 아름다워> 같은 영화를 보고 펑펑 울었습니다. 그래서 전쟁에 관한 제 지식은 조각조각 존재합니다. 역사이니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은 밤톨만큼도 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의 전쟁 역시 교과서에서 배운 그 정도, 영화나 소설에서 본 그 정도면 족하다며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제대로 아는 게 있을 리 만무합니다.

역사 순서대로 기술된 <독소전쟁>을 읽으니, 정말이지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찰리 채플린의 <위대한 독재자> 였으면 좀 나았을까요. 정말 웃기지도 않은 사상 때문에 희생된 사람들의 숫자를 보면서 이들이야말로 사람을 겨우 숫자로만 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고, 자신들도 뼈에 각인될 정도가 아닐 사상을 세상의 모든 것으로 간주했던 것인지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았습니다.

히틀러와 독일 국방군은 소련군을 '진흙으로 만든 머리 나쁜 거인'이라고 굳게 믿은 채 인류 역사상 최대 규모의 전쟁에 돌입하고 만다. (p.60)

끔찍한 살육의 나날들

독일 본토로 진공한 소련군은 약탈, 폭행, 살육을 계속했다. 이러한 만행을 두려워하여 죽음을 선택한 사례도 적지 않다. 그중에는 집단자결도 있었다. 포어포메른의 작은 도시 데민에서는 소련군 점령 직후, 1945년 4월 30일에서 5월 4일까지 시민의 다수가 자살했다.(p.280)

독일은 독일대로, 소련은 소련대로 많은 이들을 살육하였습니다. 공식적으로 소련에서 사망한 인구만 2900만여 명이었는데, 일제 강점기의 우리나라 인구가 2500만 명이라는 걸 떠올려보면 얼마나 엄청난 숫자인지 알 수 있습니다. 전쟁은 모든 것을 다 할퀴었습니다. 패전하여 전범국이 된 독일의 만행은 이미 세상에 - 모든 것은 아닐 테지만 - 많이 알려져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소련군이 선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독일군에게 짓밟힌 그들의 아내, 여자 형제들의 복수를 했을 테지요. 양쪽 모두 군인을 죽이고 민간인을 죽이거나 죽게 만들었습니다.

독일과 소련의 사람들뿐만 아니라 동유럽의 사람들도 희생당했습니다. 특히 폴란드는 주로 독일에 의해 많은 이들이 학살당했는데 무려 580만여 명의 민간인이 죽었다고 합니다.

직접 총부리를 겨누거나 지나친 수탈로 굶주려 죽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4년이라는 시간을 버텨 살아남은 그들이 가여울 따름입니다. 아우슈비츠라고 하면 수많은 유태인이 학살 당한 곳이라는 걸 떠올립니다. 하지만 최초의 희생자는 그들이 아니었습니다.

1941년 9월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에서는 소련군 포로 600명 등에 대한 가스 독살 살인 실험이 시행되었는데, 이것은 이 수용소에서 치클론비를 사용한 가스 살인의 최초 사례이다. 같은 해 12월에는 폴란드의 헤움노에서 강제노동이 아니라 독일어로 공장식 살육을 목적으로 하는 최초의 절멸 수용소가 설치되었다. 한편 역시 폴란드 점령지에서 '라인하르트'라는 비밀 명칭으로 영구적인 절멸 수용소도 건설되어갔다.(p.153)

그렇다고 자국 군인들에 대한 처우는 좋았는가 하면 그렇지 않았습니다. 군인이었을 때에도 비참했고, 포로가 된 후에는 더욱 비참했습니다. 그렇다면 다시 말하지만, 이건 도대체 누구를 위한 전쟁이었던 건가요.

<독소 전쟁>의 저자는

절멸 전쟁과 수탈 전쟁을 벌인 데 대한 속죄 의식과 전쟁 말기에 당한 소련군의 만행에 관한 분노는 여전히 독일의 정치화 사회의식의 저변에 깔려있다. 굳이 예를 들자면 독일인이 느끼는 독소전쟁의 모습은 일본인이 '만주국'의 역사와 중일전쟁에 관해 품는 인상과 중첩된다고 해도 좋다.

이런 의미에서 이 전쟁의 실태를 이해하는 것은 독일 현대사, 나아가서는 독일의 현상을 이해하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전제가 되고, 어쩌면 아시아태평양전쟁 역사를 현실적 정치 문제로 안고 있는 일본인에게도 유익하리라고 생각한다.

이 책이 그런 작은 첫걸음이 되기를 바란다.(p.292)

이 비통한 역사를 정치, 외교, 경제, 리더의 세계관 등 다각도에서 살펴보면서 되도록 상세하고 진실되게 서술하려고 애썼습니다. 어느 나라나 존재하는 역사수정주의에 먹히지 않고 올바로 진실을 바라볼 수 있도록 하려 합니다. <독소 전쟁>은 2차 세계대전 이후 강대국들에 의해 정치적으로 이용당하고 있었습니다.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해석하여 그것을 무기로 휘두르기도 합니다. 이런 것은 상당히 위험한 것으로 또 다른 사상이나 이념으로 치우쳐 왜곡된 지식을 갖게 될 수 있는데, 이는 과거의 일을 반복할 수도 있는 무척 위험한 일입니다.

실은 이 책을 펴들면서 일본인인 저자가 역사수정주의를 언급하다니 우습다고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읽다 보니 역사를 왜곡하고 수정하려 드는 건 모든 역사가의 행위가 아니라 정치인들 혹은 정치꾼들의 행위라는 걸 느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어떤 사관에 따라 과거의 역사를 숨기고 깎고 덧붙이며 수정하려는 행위가 있기도 합니다.

'국가주의'와 '역사수정주의'가 만연한 우리 역시 진실과 바르게 마주할 수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일본인이 쓴 '독소전쟁'을 통해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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