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소전쟁 - 모든 것을 파멸시킨 2차 세계대전 최대의 전투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오키 다케시 지음, 박삼헌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1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독소전쟁이란

1941년 6월 22일 나치 독일과 동맹국 군대는 독소불가침조약을 깨고 소련을 침공했다. 이후 1945년까지 계속된 이 전쟁을 보통 '독소전쟁'이라고 부른다. 독일이나 서구 시점에서 제2차 세계대전 중 '동부전선'전투라고 부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어쨌든 이 전쟁은 모든 면에서 이전에도 없었고 어쩌면 앞으로도 없을 제2차 세계대전의 핵심이자 주전장(主戰場)이었다고 해도 좋다. (p.3)

독소전쟁은 인류 역사상 최대의 단일 전쟁입니다. 독일은 독소불가침 조약을 파기하고 선전포고도 없이 소련을 침공합니다. '동부전선'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기엔 너무나 규모가 컸고 이에 희생된 사람도 너무나 많았습니다.

독일의 일방적인 공격이었지만, 그들은 볼셰비즘을 박멸하는 세계관 전쟁으로 공산주의 타파를 외치며 그들을 몰살하라는 구호 아래 소련의 모스크바로 진격해 나갔습니다. 이것이 바로 바르바로사 작전입니다.

소련 측에선 파시스트 침략자를 격퇴하고 러시아를 지키자며 독일인을 몰살하라고 외치며 그들을 막아내고 전선을 밀어내는 데 성공합니다. 결국 1945년 5월 9일 소련이 베를린을 함락 시킬 때까지 4년간 독일과 소련에 의해 희생당한 사람의 숫자는 어마어마합니다. 도대체 무엇을 위한 싸움이었는지 도무지 알 수 없습니다.

독소전쟁이 역사적으로 주목받은 이유는 규모가 컸다는 점만이 아니었다. 이 전쟁의 본질은 독일과 소련이 서로를 타협할 여지가 없이 전멸시켜야 할 적으로 간주하는 이데올로기를 전쟁 수행의 근간에 두고 그것을 위해 참혹한 투쟁을 철저히 실행한 점에 있었다. 약 4년에 걸친 전쟁을 통해서 나치 독일과 소련 사이에는 집단학살과 포로 학살 등 근대 이후의 군사적 합리성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무의미하기조차 한 만행이 계속 반복되었다. 이 때문에 독소전쟁의 참혹함은 상상하기 힘든 규모이다.(p.5)

오키 다케시의 독소전쟁은

역사의 흐름대로 서술된 책입니다.

저는 전쟁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잘 보지 않습니다. 가끔 보다는 자주 전쟁을 미화하던 할리우드의 상술이 미워서 그런가 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야말로 어쩌다 보니 전쟁을 배경으로 한 영화, 이를테면 <쉰들러 리스트>라거나 <인생은 아름다워> 같은 영화를 보고 펑펑 울었습니다. 그래서 전쟁에 관한 제 지식은 조각조각 존재합니다. 역사이니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은 밤톨만큼도 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의 전쟁 역시 교과서에서 배운 그 정도, 영화나 소설에서 본 그 정도면 족하다며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제대로 아는 게 있을 리 만무합니다.

역사 순서대로 기술된 <독소전쟁>을 읽으니, 정말이지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찰리 채플린의 <위대한 독재자> 였으면 좀 나았을까요. 정말 웃기지도 않은 사상 때문에 희생된 사람들의 숫자를 보면서 이들이야말로 사람을 겨우 숫자로만 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고, 자신들도 뼈에 각인될 정도가 아닐 사상을 세상의 모든 것으로 간주했던 것인지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았습니다.

히틀러와 독일 국방군은 소련군을 '진흙으로 만든 머리 나쁜 거인'이라고 굳게 믿은 채 인류 역사상 최대 규모의 전쟁에 돌입하고 만다. (p.60)

끔찍한 살육의 나날들

독일 본토로 진공한 소련군은 약탈, 폭행, 살육을 계속했다. 이러한 만행을 두려워하여 죽음을 선택한 사례도 적지 않다. 그중에는 집단자결도 있었다. 포어포메른의 작은 도시 데민에서는 소련군 점령 직후, 1945년 4월 30일에서 5월 4일까지 시민의 다수가 자살했다.(p.280)

독일은 독일대로, 소련은 소련대로 많은 이들을 살육하였습니다. 공식적으로 소련에서 사망한 인구만 2900만여 명이었는데, 일제 강점기의 우리나라 인구가 2500만 명이라는 걸 떠올려보면 얼마나 엄청난 숫자인지 알 수 있습니다. 전쟁은 모든 것을 다 할퀴었습니다. 패전하여 전범국이 된 독일의 만행은 이미 세상에 - 모든 것은 아닐 테지만 - 많이 알려져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소련군이 선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독일군에게 짓밟힌 그들의 아내, 여자 형제들의 복수를 했을 테지요. 양쪽 모두 군인을 죽이고 민간인을 죽이거나 죽게 만들었습니다.

독일과 소련의 사람들뿐만 아니라 동유럽의 사람들도 희생당했습니다. 특히 폴란드는 주로 독일에 의해 많은 이들이 학살당했는데 무려 580만여 명의 민간인이 죽었다고 합니다.

직접 총부리를 겨누거나 지나친 수탈로 굶주려 죽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4년이라는 시간을 버텨 살아남은 그들이 가여울 따름입니다. 아우슈비츠라고 하면 수많은 유태인이 학살 당한 곳이라는 걸 떠올립니다. 하지만 최초의 희생자는 그들이 아니었습니다.

1941년 9월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에서는 소련군 포로 600명 등에 대한 가스 독살 살인 실험이 시행되었는데, 이것은 이 수용소에서 치클론비를 사용한 가스 살인의 최초 사례이다. 같은 해 12월에는 폴란드의 헤움노에서 강제노동이 아니라 독일어로 공장식 살육을 목적으로 하는 최초의 절멸 수용소가 설치되었다. 한편 역시 폴란드 점령지에서 '라인하르트'라는 비밀 명칭으로 영구적인 절멸 수용소도 건설되어갔다.(p.153)

그렇다고 자국 군인들에 대한 처우는 좋았는가 하면 그렇지 않았습니다. 군인이었을 때에도 비참했고, 포로가 된 후에는 더욱 비참했습니다. 그렇다면 다시 말하지만, 이건 도대체 누구를 위한 전쟁이었던 건가요.

<독소 전쟁>의 저자는

절멸 전쟁과 수탈 전쟁을 벌인 데 대한 속죄 의식과 전쟁 말기에 당한 소련군의 만행에 관한 분노는 여전히 독일의 정치화 사회의식의 저변에 깔려있다. 굳이 예를 들자면 독일인이 느끼는 독소전쟁의 모습은 일본인이 '만주국'의 역사와 중일전쟁에 관해 품는 인상과 중첩된다고 해도 좋다.

이런 의미에서 이 전쟁의 실태를 이해하는 것은 독일 현대사, 나아가서는 독일의 현상을 이해하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전제가 되고, 어쩌면 아시아태평양전쟁 역사를 현실적 정치 문제로 안고 있는 일본인에게도 유익하리라고 생각한다.

이 책이 그런 작은 첫걸음이 되기를 바란다.(p.292)

이 비통한 역사를 정치, 외교, 경제, 리더의 세계관 등 다각도에서 살펴보면서 되도록 상세하고 진실되게 서술하려고 애썼습니다. 어느 나라나 존재하는 역사수정주의에 먹히지 않고 올바로 진실을 바라볼 수 있도록 하려 합니다. <독소 전쟁>은 2차 세계대전 이후 강대국들에 의해 정치적으로 이용당하고 있었습니다.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해석하여 그것을 무기로 휘두르기도 합니다. 이런 것은 상당히 위험한 것으로 또 다른 사상이나 이념으로 치우쳐 왜곡된 지식을 갖게 될 수 있는데, 이는 과거의 일을 반복할 수도 있는 무척 위험한 일입니다.

실은 이 책을 펴들면서 일본인인 저자가 역사수정주의를 언급하다니 우습다고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읽다 보니 역사를 왜곡하고 수정하려 드는 건 모든 역사가의 행위가 아니라 정치인들 혹은 정치꾼들의 행위라는 걸 느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어떤 사관에 따라 과거의 역사를 숨기고 깎고 덧붙이며 수정하려는 행위가 있기도 합니다.

'국가주의'와 '역사수정주의'가 만연한 우리 역시 진실과 바르게 마주할 수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일본인이 쓴 '독소전쟁'을 통해 느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