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을 공부하는 과학
최준호 지음 / 머스트리드북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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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서적은 늘 새로운 것을 만나야 합니다. 왜냐하면 내가 가지고 있는 지식이 언제고 낡아빠진 그것이 되어버릴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학창 시절 화학 선생님이 그런 말씀을 한 이후로 저는 매년 과학 책을 읽어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종종 내가 알고 있던 사실들이 이제는 틀린 것이로구나 하는 걸 알게 될 때마다 놀라움을 금치 못합니다.

그런 경우는 지식을 수정하면 되지만 생전 듣도 보도 못한 이야기들이 튀어나올 때엔 곤란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어째 서냐면 지금 와서는 새로운 용어들은 머릿속 저장 장치에 들어가지 않고 책 위의 활자로 머무르기만 할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우와 이런 일이 있다니 하면서 신기해할 따름입니다. 그래도 저는 읽습니다.

누가 이과와 문과로 편을 갈랐는지는 모르지만 저는 약간의 문과 감성을 지닌 이과입니다. 통섭이라고 하기에도 애매한데요, 그렇다면 과학 도서를 무척 좋아하는 소설 마니아라고 표현하는 것도 좋겠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 새로 나온 도서 <과학을 공부하는 과학>을 즐겁게 읽을 수 있었던 게 아닌가 합니다.

원래는 문과였지만 지금은 과학과 미래 분야 탐사 전문 기자인 저자가 우리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새로운 세상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세상이란 긍정적인 측면도 있겠지만 현재 기준으로서는 부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현재까지 드러난 현상들을 가지고 예측해 볼 때, 어쩌면 몇 십 년 후에는 디스토피아에서 살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발전적이고 긍정적인 방식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들도 자칫하면 어두운 미래를 만들게 될 수 있으므로 두렵습니다.

그렇지만 마냥 어둡게만 볼 필요는 없습니다. 어차피 뚜껑을 열어보지 않은 상태에서는 어떠한 상태인지 알 수 없기에 우리는 현재를 가지고 안전한 미래, 안정적인 미래를 만들어 나가면 되는 겁니다.

<과학을 공부하는 과학>은 저자가 지난 수년간 쓴 칼럼을 재구성 한 것입니다. 따라서 상당히 재미있는 에피소드들도 담겨있습니다. 과학에 대해서 이야기 하되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첫 번째 파트에서는 쥘 베른을 소환합니다.

이런 방식으로 저자는 우리 삶 가까이에 있는 이야기들을 가지고 미래를 예측해 보기도 하고 현재는 어떤 상황인지 낱낱이 이야기합니다.

1부에서는 우주와 천제에 관한 과학을 다루며

2부에서는 생물 다양성과 AI를 다룹니다.

3부에서는 지구환경에 관한 과학을 다루는데요,

이 책의 소제목으로 달려있는 '뜨거워지고 위험해지는 지구에서 살아남는 법'은 거의 3부에 집중되어 있다고 보면 됩니다.

최신 과학을 다루고 있기에 누구나 알아야 하는 이야기를 담아놓았습니다. 다소 난해하고 어렵다는 인식은 있지만 글을 참 잘 쓰는 저자 덕분에 <과학을 공부하는 과학>은 술술 잘만 읽힙니다. 막힘없이 흘러가는 스토리를 따라가다 보면 기후 위기나 질병 문제에 대해서 스스로 생각할 힘을 기르게 됩니다.

지금까지 과학이 발전해 온 이유는 상상 속에서 존재하던 것들을 현실로 끄집어 내었기 때문입니다. 누군가는 쓸데없는 판타지라고 했던 그 세상 속에서 우리가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눈부신 과학 발전은 비교적 늦게 시작된 것으로 20세기에 시동을 걸고 21세기에 그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의 시간은 또 얼마나 빠르게 변화하게 될지를 떠올려봅니다. 그러면 내가 노인이 된 후에 이 세상에 적응하면서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과 더불어서 내 아이는 지구온난화나 전염병 걱정이 없는 세상에서 살게 될 것인가 하는 걱정까지 하게 됩니다.

막연하게 누군가가 세상을 좋게 만들어 줄 거라고 상상해왔지만, 어른이 된 지금에 와서는 그런 요행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압니다. 그렇기 때문에 되도록 많은 젊은이들이 과학에 관심을 가지고 앞으로 변화하는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가져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과학이 밑바탕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과학을 공부하는 과학>은 어려운 말로 답답하게 쓰이지 않았습니다. 고등학생 이상이라면 누구나 읽고 이해하기 쉽도록 되어 있습니다. 만일 학생이 읽는다면 이번 겨울을 통해서 새로운 꿈을 키워볼 수 있을 것이며 어른의 경우에는 새로운 과학 지식을 얻음으로써 일상에서 겪게 되는 미래를 그려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책을 만난다면 머리말과 목차를 훑어보시길 권합니다.

그것만으로도 이 책의 매력을 꿰뚫어 보실 수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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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 속의 엄마를 떠나보내다 고블 씬 북 시리즈
남유하 지음 / 고블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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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마을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유럽의 옛날 옛적 같지만 배양육 이야기가 나오는 걸로 보아 미래의 일일지도 모릅니다. 석탄을 이용하고 전기가 없던 마을에 새로이 들어오는 걸로 보아 어쩌면 뒤틀린 시공간 속에 위치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얼음 속의 엄마를 떠나보내다>는 상당히 독특한 장례 의식을 가지고 있는 마을에서 벌어지는 슬픈 스토리로 제목에서 이미 조금은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실은, 예상외의 사건들이 벌어지는 바람에 조금씩 슬픔은 눈이 되어 발치에 쌓입니다.

배경이 되는 마을은

365일 언제나 겨울인 곳으로 우리나라의 혹한기보다 더 혹독한 추위로 늘 식량이 부족하고 가난에 허덕입니다. 이 마을 사람들은 얼음장이라는 독특한 장례문화를 가지고 있었는데, 가족이 죽으면 시신을 얼음에 보관하는 방식입니다. 다만 부모보다 자식이 먼저 죽었을 때에는 먼저 얼음 속에 담은 후 호수에 수장합니다.

죽은 이를 얼리고 그것을 문 앞에 두어도 얼음이 단단하게 유지될 정도의 추위인데도 호수는 얼지 않는 걸까 잠시 고민했지만 구멍을 뚫고 넣는 건가 보다 하면서 슬쩍 스토리 속으로 빠져들어 봅니다.

소녀 카야는

엄마의 얼음장을 마친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문 앞에 있는 엄마에게서 따뜻함은 얻을 수 없지만 마음으로 통하는 무언가가 있기에 늘 이야기를 나누고 사랑합니다. 그런데 어느 날 마을의 대부호 스미스 씨가 찾아와 엄마가 잠들어있는 관을 자신에게 양도할 것을 권합니다.

사실상 강탈이나 다름없었던 것이, 이 마을 사람들의 거의 대부분은 스미스 씨의 선대가 세운 공장에서 일하고 철도를 이용하기 때문에 그의 말은 곧 법이나 다름없었습니다. 그렇지만 아버지는 아내를 내주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결국 그는 시신을 넘기게 되고 카야는 깊은 슬픔에 빠져듭니다.

저택 안으로 들어가지 않는다면 30분씩 보고 와도 좋다는 아빠의 허락에 즐거운 마음으로 스미스씨 집으로 향하고 그곳에서 늑대 샤샤를 만납니다. 처음에는 몰래 보곤 했었는데 어느 날 스미스 씨에게 발각되고 맙니다. 혼이 날 거라는 생각을 했지만 오히려 미안하다며 매일 보러 와도 좋다고 허락하는 그.

어른인 저는 좋지 못한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불안한 마음으로 카야를 지켜보지만, 아직 어린 소녀는 그의 호의를 받아들입니다.

얼음 속의 엄마를 떠나보내다는

어머니를 잃은 소녀 카야가 부조리를 깨닫고 성장하는 스토리입니다. 이 안에는 판타지, 고딕 호러 요소들이 잘 쌓여있어서 읽는 즐거움과 안타까움을 자아냅니다. 마지막은 해피 엔딩도 아니고 새드 엔딩도 아닌 것이 판타지와 현실의 경계에 묘하게 닿아있는 것만 같습니다.

삶과 죽음이 함께 하는 공간에서도 여전히 존재하는 권력과 그에 굴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이야기라고 느껴지는 이 중편 소설을 만일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의 어린이나 청소년이 읽는다면 어떤 생각을 하게 될지 몹시 궁금합니다. 어쩌면 단순하게 스미스 씨가 나쁘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저와는 다른 또 다른 발견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책을 덮은 후에 생각이 더 많아지는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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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락워크 도깨비 - 경성, 무한 역동 도깨비불 고블 씬 북 시리즈
황모과 지음 / 고블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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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대장장이의 딸 연화가 도깨비인 갑이 함께 힘을 모아서 역동적인 스팀펑크 액션을 이끌어가는 소설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조선 후기에서 일제 강점기 말까지 벌어졌던 일들을 배경으로 새로운 상상을 펴나갑니다.

<기기인도로>라는 책을 통해서 장르 작가들이 다양하게 표현하는 스팀펑크를 만난 적이 있습니다. 이번에 황모과 작가는 <클락워크 도깨비>를 통해서 이를 표현해나갑니다. 하지만 그것이 주를 이루는 게 아니라 그만한 기술력과 두뇌가 있었지만 자신의 뜻을 모두 펼 수 없었던 한 여성의 이야기를 다루었습니다.

클락워크 도깨비에서

깊은 산속에서 대장장이 일을 하면서 살아가던 아버지의 딸 연화는 낮에는 불을 꺼뜨리지 않도록 일을 돕고, 밤에는 들로 산으로 놀러 다닙니다. 어느 날 나타난 도깨비불을 바라보고 있으니 그는 모습을 드러내어 씨름을 신청합니다.

그리고 서로는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단짝이 됩니다. 도깨비 갑이는 사람이 되고 싶어하고 연화는 빠르게 달릴 수 있는 호랑이가 되길 원합니다. 언젠가는 자신이 만든 도구를 이용해서 훨훨 날 수 있을 거라는 소망을 갖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 아버지가 일본인들에게 살해당하고, 연화는 산을 내려갑니다.

대장장이 아버지가 사랑하는 딸을 위해 만들어준 원진은 자신이 살해당한 후에도 연화가 살아갈 방도를 제시했습니다. 고종이 있는 곳에 환하게 전깃불이 들어온 것을 보며 기뻐했던 연화는 아버지의 죽음 이후 나날이 발전해가는 세상에서 살아갑니다.

도깨비 갑과 함께 경성에서 인력거를 끌며 생계를 유지합니다. 사실은 아버지가 만들어준 원진 속에서 갑은 불을 뿜으며 무한동력이 되었던 겁니다. 달리는 것을 좋아하고 새로운 기계를 만들어 내는 것을 좋아했던 그녀의 스토리는 혹시 앞으로 멋진 신여성이 되는 것으로 진행되려나 했던 저의 기대를 여지없이 무너 뜨러버렸습니다.

결국 연화는 자신의 거처를 다시 산으로 옮겨 숨어 살게 됩니다.

이 소설은

스팀펑크라는 개념과 더불어서 설화 그리고 역사적 배경을 통해서 보통의 이들과는 다른 삶을 살아가길 원했던 연화의 이야기를 그려냅니다. 남들과는 달랐기에 어울릴 수 없었다는 단순함을 벗어나 아픔과 슬픔까지 잘 담아내었습니다.

100여 페이지에 불과한 중편이었지만 그 안에 담겨있는 내용은 방대하여 책을 덮을 때쯤에는 내 가슴에도 아픔이 날아와 내려앉았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클락워크 도깨비>는 중편이 아니라 장편으로 구성되었으면 어땠을까 합니다. 흐름에 있어서 깊이감 있게 다가가는 것은 조금 부족했기 때문에 느닷없이 흘러버린 세월 때문에 당황스러워집니다. 새로운 인물을 만나 그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더 잘 다루었더라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더욱 잘 전달되었을 것 같습니다.

★스포일러가 될까 봐 조심스럽게 언급하다 보니 책의 내용을 잘 전달하지 못하였습니다. 다만, 제가 리뷰한 내용에서 밝히지 못했던 깊은 슬픔이 이 책 안에 도사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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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끝 아파트에서 유령을 만나는 법 고블 씬 북 시리즈
정지윤 지음 / 고블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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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때로 증강현실을 사용하는 놀이 기구나 기계들을 만나고는 하지만 3D 멀미가 있는 터라 체험하기가 두렵습니다. 하지만 만일 이것이 대중의 삶 속에 스며들어와서 누구나 일상에서 흔히 만나게 된다면 마치 지금 착용하고 있는 안경과 같이 자연스럽게 여겨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처음 도수를 맞추었을 때에는 약간의 위화감이 있지만 착용한 채로 사나흘을 보내고 나면 거리감도 익숙해져서 아주 자연스러워지듯 말이죠. 그런데 만일 웨어러블이 아닌 생체 장착형이라면 어떨까요? 칩을 이식했다거나 아니면 나노로봇 같은 것이 들어가서 세팅이 되는 방식으로 말이죠.

새로운 현실과 마주하고 스마트폰으로 검색을 해야만 알 수 있었던 것들을 그냥 자동으로 알 수 있게 되는 장점이 있겠죠. 기업에서는 광고를 직접 쏟아붓고 거리는 더 이상 회색빛이 아닌 총천연색으로 빛날 것입니다. <세상 끝 아파트에서 유령을 만나는 법> 표지 그림처럼요.

하지만 확장현실이 꺼졌을 때의 적막감은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고요할 겁니다. 만일 지금이 증강현실 상황이고 스위치를 오프 시켰더니 책상 하나와 의자 하나가 전부인 방에 앉아있다고 가정해 보세요. 얼마나 황량하겠습니까? 그래서 이 소설 속 사람들은 확장현실이 상용화된 이래 꾸준히 이 프로그램을 사용해왔습니다. 더 이상 칙칙한 삶을 견디기 어려워졌던 탓이죠.

저는 절대 싫습니다. 결국 누가 내 뇌에 접근해서 정보를 준다는 건데, 그 말은 반대로 해킹도 가능하다는 뜻입니다. 나의 기억을 훔쳐보는 것도 싫고 억지로 무언가를 주입당하기도 싫습니다. 그러면 저는 이 소설의 설정도 싫어했을까요? 그건 아닙니다. 이런 세상을 상상하며 그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머릿속으로 그려보는 것만은 즐겁습니다.

다만, <세상 끝 아파트에서 유령을 만나는 법>의 주인공 요한이가 사는 아파트 단지는 이런 확장현실이 허용되지 않는 공간입니다. 바깥세상보다 조금은 칙칙하지만 그래도 학생답게 살아가던 요한이는 어느 날 갑자기 친구 J를 잃게 됩니다. 술에 취해서 죽어버렸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었기에 수학 과외쌤에게 자신을 도와달라고 부탁합니다.

J의 죽음에 숨겨져있는 비밀을 캐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이 소설은 주인공 요한이와 쌤 둘의 이야기로 진행됩니다. 명석한 두뇌를 가진 쌤은 요한이를 도와주기로 하고 나노로봇을 통해 확장현실의 세계로 안내합니다. 그곳에서 살고 있는 재즈와 함께 셋이서 사건을 파헤치고자 합니다.

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베니스힐 아파트는 확장현실을 상용화한 세상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모여사는 곳입니다. 몸에 장착해야 하는 텐서 칩을 거부하고 있기에 외부에서 들어오는 사람들도 정문을 통과하면 바로 칩을 꺼야 합니다. 그렇게 겉보기에는 의견을 통일하고 단단한 결속력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지만, 사실은 숨겨진 음모와 더불어 은연중에 반목하고 있었습니다.

이 소설은

요한이라는 소년이 쌤과 재즈의 도움을 받아서 J의 죽음을 파헤치려는 스토리를 따라가고 있지만 미스터리라기에는 좀 빈약합니다. 추리를 할 수 있는 재료도 없거니와 단서도 상당히 부족합니다. 따라서 독자는 두 주인공의 시선과 생각을 따라가며 읽어나가야 합니다.

그들이 확장현실이라며 즉석에서 눈앞에 그리듯 보여지는 것들을 독자인 우리는 뇌 안에서 스스로 그려냅니다. 이것은 타인에 의해서 심어지는 이미지보다 더욱 강렬하면서 동시에 때로는 비논리적 구성을 하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자기 자신은 이것이야말로 완벽하다고 은연중에 믿는 것입니다.

이런 장면을 리얼하게 구현하기 위해서 저자는 실제로 존재하는 지명이라거나 브랜드를 사용합니다. 덕분에 독자는 조금 더 구체적이면서 정확한 상상을 하게 됩니다. 이를테면 '앞에서 개가 뛰어온다.'는 읽는 사람에 따라서 다양한 개를 상상하지만 '앞에서 비숑프리제가 뛰어온다.'는 그 견종을 아는 사람이라면 하얗고 몽실몽실한 것이 달려오는 상상을 하게 된다는 거죠.

그렇기에 우리는 허구를 통해서 좀 더 사실적인 상상을 하며 베니스힐 아파트로 접근하게 됩니다. 이러한 시도가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미스터리는 아니지만 특수한 상황을 우리 앞에 던져주면서 어떤 상상력까지 동원하며 이야기를 따라가게 하는 힘이 참 좋았습니다.

결과적으로

<세상 끝 아파트에서 유령을 만나는 법>은 미스터리는 아니며, 근미래에서 벌어질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소년의 성장 드라마를 그려냅니다. 아파트값이 오르기를 바라는 사람들에 대한 풍자극이기도 하고요. 소설의 타깃층은 좀 애매하긴 하지만 나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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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밖에서 듣는 바이오메디컬공학 - 한양대 공대 교수들이 말하는 미래 의공학 기술
임창환 외 지음 / Mid(엠아이디)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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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 공대 교수들이 말하는 미래 의공학 기술 - 교실 밖에서 듣는 바이오메디컬 공학이라고 하니 어려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표지 디자인이 산뜻하고 예쁜 것이 흥미를 붙잡기에 충분했죠.



실제로 책을 펼쳐서 몇 페이지 읽어보면 어렵기는커녕 흥미진진한 내용들이 가득 들어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어렸을 때 보았던 미래의 기술들이, 그리고 닥터 K에서 보았던 놀라운 의술들이 지금은 상용화되어 있다는 것을 떠올려보면, 이 책에서 말하는 바이오메디컬공학 기술은 그리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바이오메디컬공학은 우리에게 아직까지는 친숙하지 않은 분야이며 이름마저 생소합니다. 어른들에게는 이를테면 인공와우라거나 디테일한 움직임이 가능한 의수나 의족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면 아하 그런 것도 이 분야에 속하는구나 하면서 이해를 하실 겁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청소년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잘 따지고 보면 지금의 청소년 그리고 MZ 세대 그중에서도 Z세대가 앞으로의 바이오메디컬공학을 이끌어갈 주자이기 때문에 이 분야에 대해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의공학이라고도 불리는 이것은 스마트 의료기기서부터 뇌공학까지 참으로 다양한 파트로 나누어져 있기에 하나로 뭉뚱그려 이야기하기 곤란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전공과목을 선택했든지 간에 미래의 의과학에 한 획을 긋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문이과 통합이 된 이 마당에 이과니 문과니 하는 것은 우습지만 아무래도 바이오메디컬공학이라는 이야기를 하면 이과를 먼저 떠올리게 될 겁니다.



아니면 아예 의사를 연상하시는 분도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결국 인체에 적용하는 기술이기 때문에 문과와 이과로 나뉘지 않아도 이에 기여하고 싶다면 어떤 분야를 전공했든지 간에 접근이 가능하리라 생각됩니다.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아무래도 공과에 속하긴 하겠지만 언어 논리적인 부분까지 고려해 본다면 불가능하지는 않겠습니다.



바이오메디컬공학을 공부하거나 기여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관심을 갖는 청소년 그리고 MZ 세대 외에도 저같이 나이를 제법 먹은 사람에게도 앞으로는 익숙해져야 하는 파트가 아닐까 합니다. 잇몸에 임플란트를 심은 것처럼 언젠가는 신체에 어떤 장치를 하고 사용하게 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더군다나 우리의 전 세대보다 좀 더 오래 살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그분들보다 사용할 확률은 더 올라간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과학의 기술로 단지 연명하는 것뿐만이 아닌 스마트한 의료기술을 이용해서 질병을 겪기 전에 예방 차원에서라도 쓰게 될 것입니다.



이는 이미 코로나로 인해서 원격 진료가 일부 이용되고 있었던 바, 앞으로는 스마트 워치 등의 웨어러블 기술을 이용해서 자신의 상태를 체크하고 자동으로 연동되는 스마트폰을 이용해 기록하기도 하며 나아가서는 주치의에게 전달하는 것이 일상이 되는 때가 머지않았다는 것을 짐작할 수가 있습니다.



이런 것들을 감안해 본다면 바이오메디컬공학은 멀리 있는 게 아니라 이미 일상에서 실현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연령과 관계없이 이에 관심을 두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습니다. -라고 말하고 있지만 저도 사실 <교실 밖에서 듣는 바이오메디컬공학>을 읽기 전까지는 아무런 생각이 없었습니다.



한양대 공대 교수진들이 청소년을 위해서 집필해서 그런지 무척 쉽게 쓰였으며 내부 디자인도 산뜻해서 읽는 재미가 있습니다. 파트별로 나뉘어서 설명을 알차게 하고 있는데 의공학 분야에 대해서 모르는 성인도 즐겁게 읽을 수 있도록 편찬되었습니다.



사실은 한양대 공대라고 하면 하이 레벨이라서 교수님들도 그에 맞추어서 좀 어렵게 쓴 건 아닐까 하는 염려를 조금은 했었습니다. 그렇지만 읽어나가는 동안에는 잡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무척 재미있게, 그러면서도 짜임새 있는 구성으로 바이오메디컬공학을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만약에 제가 한재 20대였다면 바이오메디컬공학 쪽을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잘 서술되어 있었는데요, 현재 상용되고 있는 X-Ray, CT, MRI 등 촬영 기기로 친숙하게 다가와서 인공근육, 전자 약, 뇌공학으로 연결하면서 조금 더 흥미를 돋웁니다. 나중에는 원격 진료와 웨어러블 헬스케어까지 다가가는데요, 미래로 갈수록 더욱 신기한 세상이 열릴 것이라는 비전을 보여줍니다.



차후에 이런 의료기기나 시스템의 혜택을 받게 될 사람으로서 상당히 재미있게 읽었는데, 청소년과 20대는 어떻게 느낄 것인지 무척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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