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선 열차와 사라진 아이들
디파 아나파라 지음, 한정아 옮김 / 북로드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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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선 열차와 사라진 아이들>


뒤표지의 문구, 그리고 띠지의 문구는 잊으시는 게 좋습니다.


이 소설의 의미와 내용을 전혀 다르게 표현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것만은 확실히 느낄 수 있습니다. 띠지에 나열되어 있는 '최고의 책'이라는 타이틀만은 허명이 아니구나 하는 것 말이죠.


"인도 빈민가에서 잇따르는 아동 실종 사건, 어린이 탐정단이 수사에 나서다!"라는 출판사의 홍보문구와 밝고 예쁜 표지 때문에 책의 전체적인 느낌을 오해했습니다.



<보라선 열차와 사라진 아이들>은 그렇게 밝고 즐겁고 명랑한 스토리가 아닙니다. 게다가 어린이 탐정단이라니요. 우리가 상상하는 그런 슬기로운 생활은 없습니다. 초반부를 읽어나가다 보면 조금씩 느끼게 됩니다. 이곳에서 과연 어린이들이 자기가 원하는 방식대로 극을 이끌어 나갈 수는 있는 걸까 하는 걸 말이죠.



이 책은 인도 빈민가(슬럼가)의 말도 안 되는 현실을 보여주는 르포나 다름없습니다. 처음에는 과거를 배경으로 쓴 책인가 했습니다. 하지만 연쇄적으로 아이들이 실종되기 시작하자 자신의 친구를 찾겠다고 나선 - 제법 추리물을 보았다는 주인공 자이와 책을 많이 읽은 파리 그리고 무슬림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지만 착한 파이즈- 아이들이 힘을 모으고, 엄마의 돈을 훔쳐서야 탈 수 있을 정도로 값비싼 보라선 전철을 타고 시내로 나간 순간 저는 깨닫습니다.



현대가 배경이구나 하는 것을요.



자이는 엄마에게 들키기 전에 훔친 돈을 채워 넣기 위해서 찻집에서 일을 하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유령 시장 내에서 정보를 수집하죠. 무척 위험한 구역이라서 부모들은 아이들이 그곳에 가는 것만으로도 화를 냅니다.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도 무리 지어 오거나 형제자매가 함께 있기를 바랍니다.



경찰의 수사도 미적지근합니다. 빈민가의 사람이라고 해서 무시하고 대충 넘기려는 건가 싶을 정도로 답답합니다. 그러니 아홉 살 소년 자이와 친구들이 나설 수밖에요. 명탐정 코난에서는 어른들은 왜 저 꼬맹이에게 술술 다 이야기해 주는 걸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 특히 다카키는!- 상황을 이야기하지만, 이곳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걱정하는 착한 마음은 알겠지만 위험한 곳에 가지 말라고 하죠.



아이들이 이렇게 노력을 하는 와중에도 여전히 아이들은 하나씩 사라집니다. 그들은 어디로 간 걸까요? 헤어날 수 없는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보라선 열차를 타고 이 지긋지긋한 마을을 떠난 걸까요? 도시에서도 위험은 곳곳에서 그들을 노리고 있을 텐데 그래도 괜찮은 걸까요? 그런 의문을 안고서 부모의 마음으로 <보라선 열차와 사라진 아이들>을 읽어 나갔습니다.



이 책은 화자가 아홉 살 소년이기 때문에 비극적이고 자극적인 묘사는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철몰라서 유쾌 발랄한 것과는 다릅니다. 아이들은 자신이 처해 있는 현실의 불합리함은 인지하고 있지만 투덜거리는 것 외에는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



이 마을에서는 돈을 벌기 위해 부잣집에서 일하는 엄마, 어딘가에서 노동을 하는 아빠, 그렇지 않으면 술에 절어있는 아빠 등 다양한 부모들 아래에서 아이들이 자라나고 있습니다. 도심지에서 부모가 없이 대장에게 착취당하다가 죽어가는 아이들보다 나을까 싶지만 그렇지도 않습니다.



부모에게 보호받는 아이들 역시 남녀 차별을 받고, 슬럼가 속에서조차 종교 차별이 존재합니다. 자이의 마을을 조금만 벗어나도 느껴지는 엄청난 빈부격차. 부패, 폭력... <보라선 열차와 사라진 아이들>을 읽으며 각종 차별과 더불어 아이들을 향한 어두운 손을 느낍니다.



그래서 슬픕니다.


자신들이 사는 집이 울릴 정도로 요란한 소리를 내며 땅 밑으로 지나가는 보라선 열차를 타고 도회지로 나가서 꿈을 이루겠다는 소망이라도 품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이곳에 사는 아이들에게는 그런 것조차 허용되지 않았습니다.



스모그가 가득한 운동장을 달리면서도 꿈을 잃지 않으려 애쓰는 자이의 누나는 안전을 위해 꿈을 꺾으라는 부모님에게 화가 납니다. 지금은 동생을 돌보고 나중에는 결혼해서 남편을 돌보게 될 거라는 생각에 너무나 화가 납니다. 그러니 계속 꿈을 꿉니다. 육상 선수로서 전국 랭킹을 차지하길 원합니다.



그들을 위한 우호적인 손길은 거의 없다시피 했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친구들을 찾으려 했던 용기 있는 자이와 친구들 덕분이라고 해도 좋을지. 그래도 결국은 진상은 밝혀집니다. 하지만 못내 씁쓸한 것은 위법행위를 했던 모든 이들이 모두 적합한 벌을 받았을까 하는 의심이 떠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보라선 열차와 사라진 아이들>은 우울하고 어둡습니다.


미래를 살고 있는 부유, 특권층과 우리나라의 1950년대를 사는 것 같은 슬럼가를 보니 여러모로 슬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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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게 - 내성적이고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심리 수업
정교영 지음 / 샘터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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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심한 것이 아니라 세심한 것이다.

답답한 것이 아니라 신중한 것이다.

느린 것이 아니라 꼼꼼한 것이다.

모르는 것이 아니라 아는 체하지 않는 것이다.

p.59 (제니퍼 칸 와일러, '현명한 리더는 작은 소리로 말한다')

제 말이 그 말입니다. 저는 소심한 게 아니라 세심한 거라고요.

저는 내향적입니다.

그렇지만 그것으로 인해 불편을 겪은 적이 없습니다. 아, 있었군요. 주변의 외향인들이 종종 자꾸만 밖으로 나오라고 종용하며 제 삶의 방식이 잘못되었다고 하는 바람에 스트레스를 받은 일은 있었습니다. 역동적인 것보다 정적인 것에서 마음의 안정을 찾고 행복을 느끼는 것이 왜 잘못되었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입니다.

그렇기에 많은 사람들과 교류를 하고 살아갑니다. 저는 지금껏 비대면 무접촉으로 그렇게 살아왔습니다. MBTI를 보면 빼박 내향인입니다. 그렇지만 제가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닙니다. 누구보다 인싸가 되고 싶었던 - 내성적이어서 어떡하느냐는 주변의 압박 때문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 어린이, 청소년, 청년이었기에 무대는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어쩌면 길들여진 내향인인지도 모릅니다.

어쨌거나 사람이 많은 곳에서 시끌벅적하게 있는 것보다는 조용한 것을 즐기는 편인데, 지금처럼 비가 주룩주룩 내려서 소음이라고는 빗물이 떨어지는 소리와 윗집에서 아이가 쿵쿵 뛰어다니는 정도가 좋습니다. 원래는 날이 맑은 걸 좋아합니다. 파란 하늘과 둥실 떠가는 구름을 보면서 혼자서 걷는 걸 좋아합니다. 그렇지만 날씨가 좋은 날에는 집 근처 건축현장 두 군데에서 내내 쿵쾅거리는 바람에 집까지 흔들흔들. 그래서 저는 밖으로 나가고 싶습니다.

저는 내향을 선택하고 자신을 길들인 사람인 것입니다.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게>는 내성적이고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심리 수업이라는 이름의 힐링서, 자기 계발서, 그리고 에세이인 것 같습니다. 내향적이어서 안으로 파고들고 조용한 상황을 누리는 이에게 세상은 자꾸만 나오라고 종용하고 그렇게 소심해서 어떡하느냐, 내성적이어서 험한 세상 어떻게 살아가려느냐 등의 말을 하며 괴롭힙니다. 자꾸만 그런 소리를 듣던 내향인은 자신의 성향이, 방식이 잘 못 되었다고 여기며 스스로를 채찍질합니다. 마치 루저처럼 여기면서요.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세상에는 내향인도 외향인도 모두 필요한 존재입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그런 생각이 더욱 진해집니다.

책의 초반에서 저자가 이야기하는 내향인들의 특징이 저와는 동떨어져있기에 혹시 나는 내향인이 아닌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78페이지에 있는 특징들을 따라가보니 영락없는 내향인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된 일일까요. 사실 실제로 내향인이라도 모두 같은 성향을 갖는 건 아니라고 합니다. 그럼에도 내향인들은 이렇다 저렇다 하면서 편견 어린 시선으로 보기 일쑤입니다. 저와 딸 모두 내향인이고 MBTI 결과도 동일하지만 저는 사회적 내향인이고 딸은 불안한 내향인입니다.

사회적 내향인은

소수의 사람들과 어울리거나 혼자 지내는 것을 선호하는 사람들이다. 사회성이 떨어지거나 수줍음이나 사회적인 불안감 때문이 아니라, 그저 시끄러운 공간이나 상황을 싫어하고 집에서 조용하게 보내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p.83)

불안한 내향인은

낯을 심하게 가리고 다른 사람들과 있을 때 느끼는 어색함과 자의식, 즉 사람들의 시선에 지나치게 집착하기 때문에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피하는 유형을 말한다. 또 사람들과 떨어져 혼자 있을 때도 그 불안이 줄어들지 않아 지난 일을 곱씹어보고 부정적인 생각들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경향이 많고 자연히 우울해지기도 쉽다.(p.85)

그렇기에 사회적 내향인인 저는 불안한 내향인인 딸을 보면서 아무리 내성적이라고 해도 그렇지 자의식 과잉 아닌가 하며 그 생각을 고쳐주려고 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 외에도 사색적 내향인과 억제된 내향인 등이 존재합니다. 사람의 성향이 딱 몇 가지로 분류될 수 없는 것처럼 내향인들도 다양한 스타일로 존재하기 때문에 누구는 옳고 누구는 그르다고 할 수 없습니다. 그것은 외향인도 마찬가지 일 겁니다. 외향인이라고 해서 모두 핵인싸인건 아닌 것처럼 각자 자신의 스타일대로 살아가는 것입니다.

우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숨기고 외면했던 내향성을

이제는 따뜻한 눈으로 바라봐 주면 좋겠다.

나의 진짜 모습이기 때문이다.

p.197

나는 왜 남들처럼 활달하게 지내지 못하는 걸까, 왜 집순이로 사는 걸 즐거워하는 걸까 하는 고민을 하는 대신에, 이렇게 혼자 있어도 평화롭고 즐거울 수 있다는 걸 충분히 스스로 느낀다면 마음의 평화를 찾고 자존감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사는 방식이 틀린 것은 아니구나, 나는 여전히 행복한 사람이구나 하는 걸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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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곁에서 내 삶을 받쳐 주는 것들 - 고전에서 찾은 나만의 행복 정원
장재형 지음 / 미디어숲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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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문학 속에서 찾는 행복의 의미, 삶의 의미 같은 것들을 이야기하는 책이라고 해서 쉽게 읽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내 착각이라는 것을 깨달았죠.

그러고 보면 참 안일하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쉽게 읽히는 게 아닌 고전에다가 자신의 기준으로 의미를 찾아나간다는 데 이 책이 그렇게 빨리 읽힐 리가 없지 않은가요. 그러니 천천히 눈으로 읽어나가다가 가끔은 노트에 적어가면서 탐독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가독력만은 대단해서 어느새 끝까지 읽어버리고 마는 그런 책입니다.

저는 책이 가득 꽂혀있는 제 책상 앞에 앉아서 독서를 했지만 이 책을 어디서 읽으면 좋겠냐고 물으신다면 아마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이 좋겠다고 대답하겠습니다. 여섯 장의 챕터로 이루어져 있고 각 챕터마다 각기 다른 책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기에 이동 중에 읽기에 딱 좋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읽다가 밑줄을 치고 싶거나 플래그를 붙이고 싶어질지도 모르니 주의해야겠습니다.

그만큼 이 책에서는 건져낼 것들이 많은데, 마치 삶이라는 거대한 바다 혹은 우주에서 유영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커다란 행성과 항성들이 있는 그곳에서 작은 소행성들을 붙잡고 그들 사이를 채우고 있는 에테르를 들이마시고 있는 것과 같은 느낌이랄까요.

먼저 나 자신이 내 운명을 사랑해야 한다. 니체가 스스로 자신의 험난한 운명을 사랑했듯이, 우리도 아무리 삶이 힘들지라도 '아모르파티(운명애)' 자신의 운명을 사랑할 때, 운명도 우리 자신을 사랑하게 될 것이다.

p.28 데미안

이 책에서 저자는 고전 명작에 철학의 의미를 부여하며 삶에 대해 다시 한번 돌아 봅니다. 에세이 형식이 아니라 인문학서와 같아서 이 책을 읽어나가다 보면 고전에 대한 지식뿐만 아니라 철학에 관해서도 주의를 기울이게 됩니다. 고전과 명사들의 명문구를 통해서 사색하는 과정에서 저자는 또다시 새로운 명문구, 문장을 자아내었습니다.

마르틴 부버는 「나와 너」에서 "온갖 참된 삶은 만남이다."라는 중요한 말을 했다. 나를 온전히 존재하게 만드는 너는 그만큼 특별한 존재다. 사랑의 진정한 의미도 내가 너에게로 다가가고, 네가 나에게로 다가오는 관계에서 비롯된다. 쌍방적이며 순환적인 사랑이다.

p.75 어린 왕자

나에게는 왜 그런 물레가 없을까 샘이 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했습니다. 나에게 주어진 물레가 작은 것이 아니라 애초에 나 스스로가 그러한 준비를 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고 앞으로의 독서력이나 삶의 태도를 수정해야 하겠다는 결심도 하였습니다.

우리는 왜 책을 읽어야 할까? 내게 맞는 책은 어떻게 골라야 할까? 어릴 때부터 책과 함께 성장한 사람이라면 모를까, 대부분은 이런 질문에 확실한 답변을 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어떤 의무감이나 호기심으로 책을 한 번 읽은 것만으로는 결코 독서가 주는 진정한 기쁨과 깊은 만족을 맛볼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

p.42 말

어쩌면 그런 것들이 나의 욕심일지 모르지만 지금 현재에 주어진 것에 대해서 만족하며 행복을 찾을 것인가 아니면 내일 죽을 것처럼 지금을 달리며 살아갈 것인가 - 자신이 불사신인 줄만 알았던 올해 초와는 달리, 의외로 어느 날 갑자기 갈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은 지금은. 살아간다는 것 자체, 내 주변에 당연하게 있던 것들을 보는 눈이 달라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무엇을 위해 사는 것인가에 대한 것들을 잘 알지 못합니다.

행복이란 마음속에서 바랄 때에만 행복해질 수 있다. 불행이나 불만, 불평 속에서 지내는 것은 어렵지 않다. 타인이 나를 즐겁게 해주기를 기다리기만 해서는 안 된다. 행복은 누군가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찾아야 하는 것이다.

p.122 그리스인 조르바

저자는 많은 독서와 사색을 통해 자신의 길을 닦았습니다. 그의 그런 생각들이 또다시 철학이 되어서 이 책에 내려앉았습니다. <내 곁에서 내 삶을 받쳐 주는 것들>은 저자 장재형의 고전에 대한 권유일 뿐만 아니라 우리 자신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돌아 볼 수 있는 기회를 줍니다. 삶의 태도와 행복을 찾아가는 것은 결국 자신이 깨달아야 합니다.

절망에 빠져 본 사람만이 '그 무엇인가'에 절망하고 있다는 사실을 안다. 우리가 절망할 때, 그 절망의 대상은 무엇인가. 키르케고르는 '그 무엇인가에 절망할 때, 그는 사실 자기 자신에게 절망한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절망한 '자신'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것이다.

p.125 파우스트

<내 곁에서 내 삶을 받쳐 주는 것들>을 읽으며 희망, 꿈, 사랑, 우정, 죽음 등에 대한 자기 자신의 철학과 이해를 점검해 볼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은 인문학 에세이로 책에 수록된 고전 중에서 읽지 않았던 것들에 대한 탐독 욕구를 불러일으키게 합니다.

당장 집에 있는 '네루다의 우편배달부'와 '데미안'부터 리스트 업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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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즈버그의 차별 정의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지음, 이나경 옮김, 코리 브렛슈나이더 해설 / 블랙피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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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스 베이더 긴즈버그에 대해 아는 분들도 꽤 많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부끄럽게도 이분의 이름을 알지 못했습니다. 긴즈버그는 여성으로서는 두 번째로 미국 연방 대법원 대법관을 지낸 분으로 차별에 반대하는 주장을 하였습니다.



긴즈버그 자신도 우수한 인재임에도 불구하고 여성이라는 이유로 자신의 자리를 찾지 못하는 시간을 보냈기에 법조인으로서 젠더, 인종 등과 상관없이 모든 이들이 평등해야 한다는 것을 끊임없이 주장했습니다. 모두 평등하게 법의 보호를 받을 권리가 있고 '혜택'이라는 이름으로 겪는 차별도 옳지 않다는 것을 이야기합니다.



언제나 그 주장이 받아들여진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변함없이 세상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강조했습니다. 약자의 편에 선다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약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라는 것이며 우리 모두는 마땅히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을 말씀했습니다.



긴즈버그의 이념과 스토리는 많은 이들의 마음을 울렸기에 펠리시티 존스 주연의 <세상을 바꾼 변호인>이라는 제목의 영화로 제작이 된 바도 있었으나 흥행에는 실패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제목에서 '변호사'라고 해야 할 것을 '변호인'으로 한 것도 오류이며, On the Basis of Sex라는 제목을 이렇게 의역한 것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었는데요, 무엇보다도 CGV 아트하우스의 포스터에서 이 영화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훼손할 정도의 말도 안 되는 폰트를 달아서 결과적으로 인스타에서 사과를 하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아마도 페미니즘에 관한 공격을 피하려던 것이었던 것 같은데요, 최근의 이슈들을 보더라도 아직까지도 여전히 긴즈버그가 주장하는 세상은 오지 않았습니다.



긴즈버그는 작년, 2020년 9월 췌장암으로 사망하였는데요, 그 1주기를 맞아 긴즈버그의 판결문과 의견서 등이 그대로 옮겨진 <긴즈버그의 차별 정의>를 읽는 것도 뜻깊을 것 같습니다.



이 책은 브라운 대학교 코리 브렛슈나이더 교수의 해설이 붙어있는 덕분에 사건의 배경이나 긴즈버그가 하고자 하는 말을 이해하기 쉬웠습니다. 이 책은 판결문이므로 흥미진진하게, 우리의 관심을 끌도록 서술되어 있지 않습니다. 담백하게 사실과 주장만을 담은 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만 하는 이유는 여전히 '차별'안에 서 있기 때문입니다.


<긴즈버그의 차별 정의>에 들어있는 판결문, 의견서들은 40여 년 전에 쓰인 것도 있고 불과 몇 년 전에 쓰인 것도 있습니다. 그 긴 세월을 지나면서 우리는 조금씩 변화되어 왔지만 아직도 모두가 평등하게 대우를 받는 세상에 있지는 않습니다.



서로가 피해자라고 우기는 대신, 사이좋게 사는 것을 원하는. 평화로운 세상에서 살고 싶은 저는 뉴스의 댓글난을 보면 무척 괴롭습니다. 논점을 비껴나가서 젠더나 인종, 국적 등을 들먹이며 비난하는 이들을 보면 과연 그들은 모든 차별에서 비껴나가 있는 이들일까 궁금해집니다.



이 책을 읽어나가다 보면 여성의 사회진출, 임금에 대한 조정, 사관학교에 들어갈 수 있는 것등이 그냥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됩니다. 누군가가 소리를 높여서 이야기를 했기 때문에 서서히 변화를 일으켰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되지만 한편으로는 아직도 평등한 세상은 멀리 존재한다는 걸 깨닫습니다.



여성의 입장이므로 페미니즘적인 부분에 대해 심각하게 읽었지만 이 책은 단지 여성의 평등만을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다만 많은 부분이 성 평등에 할애되어 있을 뿐입니다. 그리고 인종이나 장애로 인해 차별을 받는 이들에 대해서도 생각합니다.



이 책은 얇지만 읽는 데에는 시간이 걸리는 책입니다.


혹시 서문을 빼놓고 읽는 습관이 있는 분이라면 이 책에서만큼은 서문을 반드시 읽고 들어가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전체적인 흐름을 이해하고 긴즈버그란 어떤 사람인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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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신세계 - 국내 최고 경제 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의 확장 전략
김영익 외 지음 / 리치캠프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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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처음 손에 쥐었을 때엔 정말로 <투자의 신세계>만을 이야기하는 도서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과연 경제 신문을 구독하고 있으나 여전히 경알못인 나도 이해할 수 있는 것인가 조금 두려웠지요. 그렇지만 용기를 내어서 읽어보기로 했습니다. 마침 책을 정독할 체력도 비축해 놓았겠다, 플래그를 한 손에 쥐고 읽다 보면 무언가를 알 수 있겠지 하는 각오랄까 다짐 같은 것도 챙기고서요.



그러나 이 책은 저 같은 사람도 읽을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물론 읽고 나서 투자에 관한 방향을 잡고 직접 도전하는가는 독자의 몫으로, 저처럼 읽어보고 좋은 공부를 했다며 흐뭇한 미소와 함께 책을 내려놓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앞으로 나아가는 길을 모색하는 데 도움이 될 바이블로 삼을 분도 계실 거라 생각합니다.



<투자의 신세계>는 대한민국 최고의 경제 전문가인 4명이 공저한 도서로 코로나 이전과는 갑자기 달라진 경제 동향, 주식 시장에 적응하고 앞을 내다보면서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가이드를 해줍니다.



첫 번째 장은 바로 '주식 시장의 역사' 였는데요,


투자계의 [온고지신]이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과거의 흐름을 배우고 미래를 예측을 하기 위한 초석을 까는 것이죠.


이를 바탕으로 현재의 동향을 살펴 미래를 보며 투자해야 하는 것인데요, 코앞의 것만을 보고 던지는 바늘은 마치 고망낚시(제주어 - 바닷가 돌 틈에서 하는 낚시)처럼 작은 물고기 밖에 낚을 수 없는 것입니다. 멀리 보고 멀리 캐스트 해야 월척을 낚을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러려면 잡고자 하는 어종에 따른 채비를 단단히 해야 할 것입니다. 투자의 채비는 과거의 경제, 주식 흐름과 원칙을 익히는 것으로 시작하는 것이 옳은 것 같습니다.



이 책은 주식시장의 역사를 이야기한 후 글로벌 경제와 부의 대전환을 살핍니다. 미중 패권 전쟁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이 시점에서 우리는 어떻게 경제를 읽어야 하며 투자의 방향은 어디로 향해야 할까를 곰곰이 생각해 보게 합니다. 유럽이 쥐고 있던 경제권이 2차 세계 대전 이후 미국으로 이동하였으나 점점 그 권력은 중국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지금 현재 상태가 지속된다면 2030년 즈음에는 중국 GDP가 미국을 넘어설 전망이라니 어쩌면 우리는 또 다른 위기, 공황을 맞이할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IMF 때에도 분명 부를 거머쥔 이가 있었던 것처럼 제대로 파악을 하고 도전을 한다면 오히려 성공 가도에 올라서는 이들도 있을 겁니다.


저자는 친환경 산업과 헬스케어 산업의 성장세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렇게 과거와 현재의 경제를 공부하고 나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꾸준히 지속하고 유지하며 따라 할 수 있는 투자법에 대해서 공부하고 도전해 볼 수 있을 겁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꼈지만 정답은 없는 것 같습니다. 일희일비하지 않는 태도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저자는 이 챕터에서 실례를 바탕으로 한 픽션을 소개하면서 우리가 어떤 태도로 투자를 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합니다. 투자 원칙은 어떻게 세워야 하는가, 요령은 무엇인가에 대해서 생각해 봅니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미래에 어떤 곳에 투자를 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합니다.


경제에 관해서 공부를 해보기 위해 이 책을 집어 든 저에게는 마지막 장이 가장 덜 흥미로운 챕터였지만 실제로 투자를 하고 공부를 하는 분에게는 제일 중요한 장이 아니었나 합니다. 코로나 이후의 세상에서는 어떤 분야의 산업이 흥하는가 그리고 그것을 잘 내다보고 투자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해 이야기를 합니다.


그야말로 <투자의 신세계>가 아닌가 합니다.



이 책을 읽는다고 당장 주식을 하고 투자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오히려 공부를 많이 하고 신중하게 들어가야 한다는 걸 느꼈습니다. 그리고 과거와 미래를 보고 확신이 생기면 존버하는 뚝심도 키워야 한다는 걸 다시금 느꼈습니다.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서민정 선생이 주식투자를 하는 에피소드가 떠올랐습니다. 이준하(정준하)를 계속해서 괴롭히던 걸 생각해 보면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노릇입니다. 누구나 그와 비슷한 경험을 겪어보지 않았나요. 다만 서민정은 하루였고 우리는 한 달, 일 년이었던 것만 다를 뿐이죠.



이 책은 투자를 위한 첫발은 어떻게 떼어야 하는가 하는 가이드, 그리고 투자의 신세계를 맛보려는 사람에게 방향을 제시하는 좋은 책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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