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메이징 브루클린
제임스 맥브라이드 저자, 민지현 역자 / 미래지향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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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문을 열어야 할지 많은 고민을 하게 만든 책입니다. 196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유쾌하고 미스터리한 이웃 서사시라길래 코믹한 소설이라고 생각했었거든요. 그런데 상상과는 달리 시트콤처럼 전개되지는 않더군요. 어쨌든 이 책에 흥미를 가지게 된 부분은 스포츠코트라고 불리는 일흔도 넘은 교회 집사가 광장 한복판에서 38구경 권총으로 20대 마약상을 쏘았다는 부분이었어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싶은데요, 하나님의 이름으로 주변의 해롭게 하는 마약상을 처단한 것일까 하는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서 책을 읽어나가게 되었습니다.



이 책의 원제는 Deacon King Kong으로 말하자면 킹콩 집사라는 의미죠.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그 킹콩이 아닙니다. 일명 스포츠코트라고 불리는 주인공 남자가 즐겨 마시는 술이 킹콩이에요. 어린 시절부터 어떻게 생존했을까 신기할 정도로 다양한 사고나 질환을 겪어왔는데, 이 고통을 없애기 위해서 마시는 거라기보다는 그에게 있어서 알코올은 물과 다름없는 거라고 느꼈어요.



언제나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술에 취해있던 그는 어느 날 자신이 야구를 가르치기도 했던 소년 딤즈를 총으로 쏘았어요. 그것도 아주 근거리에서요. 목숨을 잃지는 않았지만 오른쪽 귀가 날아가 버렸는데요, 당시 광장에는 열여섯 명이나 되는 목격자가 있었어요. 그런데도 희한하게 사람들은 스포츠코트를 비난하거나 경찰에게 자초지종을 이야기하지 않아요.



평소 그가 무서운 사람이었다거나 갱단이 입을 막으라고 한 것도 아닌데 모두 그를 보호하려고 하죠. 온화한 성격인데다가 주변 사람들과 잘 지냈던 덕분에 사람들은 그를 좋아했어요. 사건이 일어난 후 사람들은 걱정하면서 스포츠코트에게 달아나라고 말하지만 정작 그는 자기가 그런 짓을 저질렀다는 것조차 기억하지 못했어요. 총을 소지하고 있는 건 알고 있지만 총알은 한 발뿐이라고 하는데요, 확인해 보니 '당연히' 총알이 없었죠.



그는 아내 헤티가 죽은 후에도 그녀의 환상을 보면서 중얼중얼 대화하고 있었는데요, 정말 살아있는 것과 같이 대하며 지내고 있었어요. 절친인 핫소시지는 그런 그를 늘 이해하면서 다독이며 킹콩을 나누어 마셨죠. 젊은 시절 면허증 하나를 따서 공유하며 한 사람인 체 할 정도였으니 얼마나 친한 사이였는지 아시겠죠.



스포츠코트가 아내와 대화를 한다는 걸 알면서도 그들은 헤티가 모아둔 교회 기금을 어디에 숨겨두었을까 정도만 궁금해했지 그를 대하는 태도에는 변함이 없었어요. 친절한 그는 모두의 해결사였으니까요. 그는 소년 시절의 딤즈를 무척 아끼며 우수한 투수가 되도록 코칭 했어요. 하지만 결국 마약 딜러가 되어 뒷골목에서 사람들에게 못된 가루를 파는 사람으로 전락하고 말았죠.



그런 점이 싫어서 총구를 겨눴던 것도 아니고 어쨌든 뚜벅뚜벅 걸어가 조준하고 팡!


주변에서 그를 감싸고 있으니 딤즈와 스포츠코트 둘이서 해결점을 찾으면 될 것 같겠지만 마약 딜러 뒤에는 당연히 큰 조직이 존재하는 법이죠. 결국 조직간의 이권 문제까지 폭발하여 일촉즉발의 상황이 되어버려요. 딤즈를 처리하려는 조직에서는 살인청부업자를 보내기까지 한다니까요.


이 책은 직접 읽어보아야 해요. 작은 마을 커즈하우스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조금씩 분산되어 등장하는 초반에는 조금 답답할 수도 있어요. 그렇지만 오바마가 '올해의 책'으로 정했다는 점, 오프라 윈프리 2020 북클럽 선정 도서라는 점, 타임지 선정 올해 최고의 소설 top 10에 들었다는 점 등등등을 떠올리며 중반까지 읽으면 그 뒤로는 놓을 수 없어요.



흩어져있던 것 같은 등장인물들 간의 이야기가 쏟아져 나오고 연결되면서 그렇구나 이런 게 인생이지...하는 생각이 들어요. 짜임새가 상당히 좋아서 티 나지 않게 어쩜 이렇게 엮어놓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이웃들이 만들어온 커즈하우스의 이야기 그리고 비밀이 드러날 때쯤에는 가슴 한편 이 찡함을 느꼈어요.



<어메이징 브루클린>은 미스터리라기보다는 사람 살아가는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멀리서 보면 칙칙하고 어두운 배경인 거 같아 보일 수도 있으며 안에서 밖을 바라보면 저 멀리 풍요로운 세계가 펼쳐져 있는 거 같죠. 복잡하고 우울할 수 있는 배경이지만 그 안에서도 해학을 잃지 않는 좋은 소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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