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 더 돔 1 밀리언셀러 클럽 111
스티븐 킹 지음, 장성주 옮김 / 황금가지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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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킹의 소설은 있을 수 없는 일을 마치 있는 것처럼 우리에게 보여줌에도 불구하고, 그 비현실이 너무나 현실적이어서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되게 하는 마력이 있습니다. 이번에 읽은 소설 <언더 더 돔>역시 그랬구요.

 

조용한 마을 체스터빌에 어느날 날벼락 같은 일이 벌어집니다. 투명한 돔이 갑자기 어디선가 생겨나 마을을 덮어버린 것이지요. 공기의 투과율조차 극히 낮은, 소리는 들리되 왕래 할 수는 없습니다. 심지어 전자기기의 파괴마저 일으켜 돔 발생 당일 경찰서장의 페이스메이커를 폭파시켜 버립니다. 이런 돔에 둘러 싸였다는 것 만으로도 큰일입니다. 어째서냐하면, 제일 간단하게는 온실효과를 생각하시면 될 겁니다. 대기의 교류가 없기 때문에 이 마을 내의 공기는 돔안에 갇혀버렸고 혼탁해질 뿐만 아니라, 마을의 기온은 점점 상승합니다. 무선 인터넷과, 휴대폰은 되지만, 전기의 공급도 되지 않고,발전기를 사용하려면 프로판 가스를 이용해 발전을 해야하는데, 그것 마저도 한정된 자원. 식량도 마을 내의 식량이 떨어지면 대 위기가 올 것입니다. 이런 기본적인 혼란이 있는 가운데에 더 큰 문제가 생깁니다.

 

마을 주민은 2000여명, 어떻게든 단결하고 의견을 모아 살아갈 방법을 연구해도 모자랄 판에, 마을의 실세 빅 짐은 이 기회에 권력장악을 합니다. 겉으로 보기엔 사람좋은 중고차 중개인이자 마을 부의장이지만, 사실은 대규모의 마약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마약상입니다. 돔이 생겨난 원인을 밝혀내겠다고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녔다가는 자신의 마약공장이 들통날 것이고, 그랬다가는 문제가 어마어마하게 커질 것이기 때문에 그는 경찰력을 중심으로 자신이 권력을 단단히 틀어쥡니다.

 

이런 큰 문제들이 있는데, 마을 내에는 또 여러 사건들이 발생하지요. 살인, 강간, 방화, 폭행, 폭동 등등.. 이 문제를 해결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주인공 바비는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답답하기만 합니다. 원래는 퇴역 군인이지만, 비상시로 인해 대통령령으로 초고속 승진, 느닷없이 대령이 되어, 계엄사령관으로서 이 마을의 비상사태를 지휘, 해결하라는 사명을 받았지만, 그야말로 어쩌라고. 마을 사람들 입장에서는 뜨내기에 지나지 않습니다. 설상가상으로 빅짐과 그의 아들 주니어의 살인 죄 마저 뒤집어 쓰고 감옥에 갇힌 신세가 되지요.

 

과연 이 돔은 누가 만들어 냈을까요? 미 정부의 실험의 결과물일까요. 적국의 테러일까요. 그렇지 않으면 외계인의 짓일까요. 신의 벌일까요. 대 재앙은 그들을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찾아옵니다. 아이들이 발작적으로 예언을 하지만, 그들이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으니까요. 돔 밖의 사람들도 그들을 위해 해 줄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습니다. 미사일로도 뚫리지 않는 돔 뒤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각자의 신에게 기도를 하는 일 밖에는 없지요.

 

 

스티븐 킹이 대충 쓴 작품은 없겠지만, 특히 이 책은 갖가지 요소가 정확하게 들어있는 것 같습니다. SF. 호러, 미스테리...모든 것이 총 망라 되어있다고나 할까요.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간혹 잔인한 묘사, 심한 욕설들로 인해 이건 성인 지향적인가보다 싶기도 하지만, 그런 묘사들이 소설의 맛을 확실히 살려주는 것 같습니다. 정중한 미치광이는 더욱 무서운 법이니까요.

 

이 마을의 배경도, 등장인물 수도 무척 많습니다. 그런데, 무척 친절하게도 1권에 마을 지도와 주요등장인물들이 적혀있는 별지가 있더군요. 하지만, 그다지 필요하지는 않았습니다. 등장인물이 100여명이나 되지만, 캐릭터 하나하나가 살아있어서 헷갈리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친근감, 두려움등이 느껴져 제 스스로가 그 마을에 함께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모든 사실을 아는 마을 주민이 되어, 어쩌면 좋지, 그리로 가면 안돼. 라며 발을 동동 구르게 되는 - 실제로 발을 구르지는 않습니다만 - 그런 마음이 됩니다. 무척 신기한 소설이었습니다. 결말에 이르러서는 또 다른 생각을 하게 해주더군요. 원래 생명을 가지고 장난치거나 못되게 구는걸 싫어하기도 하지만, 책을 덮고서는 더욱 그러한 생각이 강해졌습니다.

 

살아있는 생명은 그것이 무엇이든간에 소중한 법입니다.

이것이 이 소설을 읽고 난 감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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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인간
이석원 지음 / 달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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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고 해야하나... 가벼운 듯 하면서도 가볍지 않고, 즐거운 듯 하면서도 즐겁지 않고, 미스테리 한 듯 하면서도 그렇지 않고, 다 아는 것 같으면서도 모르는 것 투성이인 그런 책입니다. <실내인간>은 말이지요.

 

어째서 실내인간인가하면,  자신의 프레임이라고 해야 할지, 영역이라고 해야할지.. 아무튼 그런 테두리 안에 자신을 가두고서 그 안에서만 살고 누리는 용휘, 아니 방세옥이라는 사람의 이야기가 흘러가는 소설이기 때문입니다.

 

아니, 분명, 방세옥이라는 필명의 용휘가 이 이야기 흐름의 중심에 있는 건 맞는데, 사실 진행은 이층집에 세들어 사는 용우가 합니다. 용우의 이동에 따라 생각에 따라 흘러가는 스토리가 어쩐지 묘한 기분이 들게합니다. 중년의 용휘의 우중충한 모습이, 술먹고 허세떠는 모습이 삶에 찌들고 지쳐보이지 않게 하는 것은 실연의 아픔을 극복하려 몸부림치는 용우가 이 글의 중심에 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사람은 누구나 사랑을 합니다. 살아서 단 한번의 사랑을 하고 정말로 하늘이 우리를 갈라 놓을 때까지라면 얼마나 행복하겠습니까만은 며칠간의 사랑을 하고 죽음으로써 함께 한 로미오와 줄리엣이 아니라면, 살아가면서 사랑도 하고, 이별도 하고 그리고 또 다른 사랑을 만납니다. 그 사랑의 크기가 모두 같을 수는 없지만, 각각의 방식으로 극복하며 그리고 사랑하는 감정을 느끼며 그렇게 지내는 것이지요. 사랑이라는 것은 이상하게도 하면 할 수록 더 아프게 되는데, 그런 아픔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다시 사랑을 하고 싶고, 받고 싶게 되는 것이지요.

사랑에는 많은 종류가 있습니다만, 오늘의 이야기에서는 남녀간의 사랑을 이야기 하는 것으로 하지요.

 

저는 끊임없이 남자도 가슴으로, 마음으로 사랑하는 것인가. 여자보다는 훨씬 육욕적인것은 아닌가하는 의문을 갖고 있습니다. 남자에게 물어보면 당연하지, 마음으로 사랑하지. 라고 말을 하지만, 믿을수가 있어야지. 정말 한 여자를 지고지순하게 사랑하고, 지키고 싶고, 나 자신보다 그녀를 너무나 사랑해서 내 모든 것을 다 바치고 싶다는 감정은 영화나 소설에서만 나오는 것이기에 많은 여자들이 드라마, 영화에 나오는 남자들을 동경하는 건 아닌가하는 생각을 합니다. 아니, 이렇게 말하니 역시 제가 건어물녀인 것이 드러나는군요. 

 

실내인간에 등장하는 등장인물은 거의다 남자입니다. 주요 등장인물중 여자는 한 사람 뿐이지요. 그러나 이 책을 지배하는 것은 여자였습니다. 아니 여자로 인한 남자의 사랑이었지요. 그런데, 정말.. 이런 사랑을 가진 남자가 존재하는 걸까요? 작가 역시 남자이므로 그렇다고 믿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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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디 러브
조이스 캐롤 오츠 지음, 공경희 옮김 / 포레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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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받고 있는 사랑이 정상적인 사랑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아이들은 오히려 버려질까봐 두려워 그의 곁을 떠날 수가 없습니다. 그러므로 나쁜 보호자 아래에서도 아이들은 끊없이 사랑을 갈구하며 사는 것이지요. 그 보호자가 자신의 친부모가 아닐때에도 말입니다.

 

가끔 잔혹한 보호자 밑에서 아이가 학대당하고, 괴롭힘 당하는 것에 대한 뉴스를 보면서 잘 모르는 사람들은 어째서 쟤들은 도망가지 않지? 혹시 자기도 그냥 만족하는 건 아닌가하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런건 아닙니다. 그들도 그 환경이 정말 싫고, 무섭습니다. 하지만 더 무서운 것은 버려지는 것이고, 어디로 가야 할 지 모르는 상태가 되는 것이 더 싫습니다. 육체적, 정신적 고통이 있더라도 그래서 그 자리에 있는 것이지요.

<대디러브>의 꼬마 로비도 그렇습니다. 이제 겨우 다섯살 날 꼬마 로비는 엄마와 쇼핑센터에 갔다가 납치를 당합니다. 범인은 엄마를 망치로 가격하고 아이를 빼앗아 달아납니다. 무의식이었지만 아이를 지키려던 엄마는 차를 막아서고 그 차에 15미터를 끌려가다 내동댕이 쳐지는 바람에 만신창이가 됩니다. 아이는 <대디러브>라고 하는 남자에 의해 마치 어린아이용 관과 같은 나무 상자에 갖혀 벤으로 그의 집까지 운반 됩니다. 그리고 그에게 사육되며, 양육됩니다.

 

 

 

아이는 복종해야만했습니다. 눈빛으로하는 반항조차 용서되지 않았습니다. 이름도 기드온으로 바뀌었으며, 엄마에게서 버려져 입양되었다고 세뇌되었습니다. 대디러브의 실제 이름은 체트 캐시였고, 그는 살인자였으며, 사기꾼이었으며, 유괴범이었으며 아동성폭행자였습니다.

하지만, 그는 성폭행범 리스트에 올라있지는 않았습니다. 기드온이라 불리게 된 로비 이전의 아이 세명은 열 몇살이 되어 소년의 티가 나기 시작하자 살해되어 묻혔거든요. 게다가 그는 설교자입니다. 교회를 돌아다니며 설교를 하는 일을 합니다. 선한 사람이었지요. 누구도 밤마다 그가 아들이라고 하는 기드온의 몸을 아프게 할 것이라는 상상을 할 수 없었습니다.

 

기드온은 자라서 학교도 다녔습니다. 하지만, 도망칠 수는 없었습니다. 심지어 대디러브가 그를 터미널에서 하루종일 기다리게 했을 때에도 도망가지 않았습니다. 후일 사람들은 그 일을 두고 뭐라고 할 지 뻔합니다. 혹시 익숙해져서 즐긴건 아니냐며 의심하겠지요. 하지만 그런게 아닙니다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는 이상한 족쇄같은 것이 있어서 쉽사리 도망칠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지옥일지언정 자신이 돌아가야 할 곳은 단 한곳 뿐이고, 자신을 보호해 줄 수 있는 사람도 그 사람 하나 뿐이니까요. 오히려 버린다는 말이 더 무서울겁니다. 그래서 기드온은 아빠가 새로운 아들을 찾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자 불안해합니다. 새로운 아이가 나타나면 자신은 버려지고 말테니까요.  그리고, 어느 날 아빠는 기드온에게 보물을 캐내러 가자고 말했습니다. 기드온은 순종적으로 따라나섰습니다. 하지만, 알고 있습니다. 새로운 아이가 나타났다는 사실을요. 이제 자신은 자신보다 앞서 있었던 형제와 같은 결말을 맞이 하리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끝까지 순종해야만할까요...?

 

   

폭력과 세뇌, 억압이라는 것은 무섭습니다. 어른의 경우에도 장시간 노출된 폭력이나 환경에 놓이면 저항할 의지를 잃고 마는데, 아이의 경우 더욱 그러하겠지요.

 

이 책은 유괴라는 폭력에 희생당한 아이의 돌이킬 수 없는 인격 변화와 생존의 강박에 얽힌 이야기를 담은 작품입니다. 물론. 호러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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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냥팔이 소녀는 누가 죽였을까 - 세상에서 가장 기묘한 22가지 재판 이야기
도진기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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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이야기를 쉽게 하는건 누구나 하는 일. 어려운 이야기를 어렵게 하는건 또 전문가라면 할 수 있는 일. 그렇지만 어렵고 졸린 이야기를 재미있게 하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야말로 능력자!

언제나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도진기의 <성냥팔이 소녀는 누가 죽였을까>를 읽으면서 다시 한 번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도진기라는 이름, 어디선가 들어 본듯 하기도 하고 아닌거 같기도 하고..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 책 날개를 열어 보았더니. 2010년 <선택>이라는 작품으로 '미스터리 신인상'을 수상하면서 데뷔. 아니 그런데 지방법원 부장판사님이네요? 이런, 만화나 소설에서 본 적있는 설정이 아닙니까. 판사님인데.. 미스테리 작가.. 어쩐지 멋지지 않아요? 일단 호감도가 급상승. 하지만 공부를 열심히 한 판사님이고, 늘 범죄같은걸 다루는 분이니까 어려운 말들을 마구 써놓았을지도 몰라. 긴장하며 책을 읽었는데. 시작부터 뿜게하는군요.

 

 

하데스한테 밀려 지옥계를 500년이나 다스려왔던 염라가 판사로 임명받아 욱하는 욱검사와 함께 연옥에서 사람들의 행선지를 정해주는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행선지란 다름아닌 천국, 혹은 지옥. 그런데, 첫 피고인으로 성형수술을 여러번 시도한 끝에 미남으로 거듭난 소크라테스를 만납니다. 그리고 그의 논리력에 반해서 변호사로 임명하지요. 그리고선, 여러 재판을 치루게 됩니다.

성냥팔이 소녀를 지나쳐간 행인의 법과 도덕에 관해서, 봉이 김선달의 형사사건, 물장수들의 민사 사건을 통해 민사와 형사의 구별도 하게 됩니다.

죄형법정주의, 고의와 과실, 미필적 고의와 인식있는 과실, 인과관계... 등등.. 헷갈리거나 생소할 수도 있는 법률용어들도 초등학교 고학년정도라면 누구든지 이해 할 수 있는 이야기로 풀어나갑니다.

이게 뭐야. 푸하핫. 하고 웃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알게 되는 법률용어들. 법정에 가지 않더라도 시사프로그램이나 추리소설을 읽을때 반드시 필요한 개념이니 잘 챙겨두면 아주 좋습니다.

이 책, <성냥팔이 소녀는 누가 죽였을까>라는 책은 정말 매력적입니다. 읽기 시작하자마자 리틀포니에게도 추천해주었습니다. 너무 웃기니까 읽어보라고. 용어를 못 외우면 어떻습니까. 읽다보면 이해가는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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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를 엮다 오늘의 일본문학 11
미우라 시온 지음, 권남희 옮김 / 은행나무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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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때, 심심하면 사전을 열어보곤 했습니다. 국어사전은 집에서 사주지도 않았는데, 영어사전은 엘리트 영한 사전 뿐만이 아니라.. 어디거였더라.. 영영 사전도 있었고, 불한사전(이건 몇 번 열어보지 않았습니다.)도 있었습니다. 아무튼 사전이라는 것이 신기한 물건이라, 하얗던 옆면이 새카매질 무렵이면 어쩐지 공부를 열심히 한 것 같은 기분이라 뿌듯해지기도 했습니다. 단지 손을 안 씻고 사전을 뒤져서였을지도 모르는데 말이지요.  요사이 전자사전, 혹은 스마트폰 세대는 느끼지 못했던 손맛이 있었습니다. 웹서핑을 할때도 종종하게 되는 짓이긴한데요. 단어에 단어 꼬리 물기. 한 단어를 찾으면, 그 단어를 설명해 놓은 또 다른 단어를 찾곤 하는 것은 저만의 일이 아닌가 봅니다. <배를 엮다>라는 책에서도 그런 대목들이 나오거든요.

 

사전과 친하게 지내는 것은 뿌듯한 일인데, 사전을 만들어 내는 것은 보통일이 아닌가 봅니다. 여러사람의 노고와, 헌신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의 일생의 투자가 필요한 걸 보면요. 출판사 입장에서도 사전류를 만들어 내는 것은 명예 이상의 것은 아니겠다는 생각도 들었지요.

 

지난달 제주책축제때 헌책과 새책 교환하는 마당에 어떤 분이 동아 대백과 사전 , 그러니까 여러권으로 된 것을 가지고 오셨던 모양입니다. 우리 어릴적이라면 웬만한 집에 한질씩 있던 그런 백과사전인데... 이 백과사전이 도통 교환되어 나가지 않더란말입니다. 무료로 책을 얻어가는 시간에도 그냥 자리만 지키더군요. 뒷방 늙은이 신세였습니다. 이해는 되지요. 그렇게 사전을 뒤적이기엔 너무나 편리하고 스피디한 세상에 살고 있잖아요. 하지만 어쩐지 쓸쓸해지더군요.

 

<배를 엮다>라는 책에서는 '대도해'라는 사전 편찬을 위한 사람들의 노력과 인생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어찌보면 고지식해보이기도 하고, 어찌보면 대단해보이는 사람들. 그들이 만들고 있는 사전의 이름은 어째서 '대도해(大渡海)'일까요?

 

"사전은 말의 바다를 건너는 배야."

아라키는 혼을 토로하는 심정으로 말했다.

"사람은 사전이라는 배를 타고 어두운 바다 위에 떠오르는 작은 빛을 모으지. 더 어울리는 말로 누군가에게 정확히 생각을 전달하기 위해. 만약 사전이 없었더라면 우리는 드넓고 망막한 바다를 앞에 두고 우두커니 서 있을 수 밖에 없을 거야."

"바다를 건너는 데 어울리는 배를 엮다. 그런 생각을 담아 아라키 씨와 내가 이름을 지었죠."

 

- p.36

 

이 구절로 인해 저는 이 책에 사로잡혀버렸습니다.

아.. 그래서 제목이 배를 엮다로구나.

 

내가 생각하는 바를 남에게 완전히 내 생각과 같도록 전달 할 수 있는 수단이란 언어일겁니다. 그 수많은 언어들과 그 언어의 기록. 반드시 필요한 일이고요.

종이사전의 얇으면서도 보들보들한 매력은 떨쳐버릴 수 없는 강한 유혹이겠지요. 디지털에선 느낄수 없는 그런 매력이 있습니다. 이 소설속의 인물들 역시 그 매력에 빠져 거대한 방주를 - 인고의 세월속에서 지어나갑니다. 하지만, 즐거워서 하는 일이기에 조용히 기뻐하며 나아갑니다. 저와 함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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