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웃의 범죄 - 미야베 미유키 단편집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장세연 옮김 / 북스피어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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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미스터리의 여왕 미야베 미유키의 첫 단편집 <우리 이웃의 범죄>입니다. 초기작이라는 것은 능수능란한 현재의 작품에 비해 좀 미흡할 때가 많으므로 별로 기대하지 않고 읽기 시작했지요. 그러나 예상을 깨고 이것 참. 재미있는 책이었습니다.

추리소설이라고 해도 좋고 그냥 소설이라고 해도 좋을 책이었지요. 단편집이라서 술술 잘도 읽혔습니다. 한 밤중에 읽어 무척 졸린 상태였지만, 억지로 잠을 쫓으며 눈을 비벼가며 읽을 수 있을 만큼 흡인력도 있었구요.

아니 이런 책을 스물 일곱살에 내다니. 멋집니다.

<우리 이웃의 범죄>에서 첫번째로 소개되는 단편은 '우리 이웃의 범죄'입니다. 설계에 이상이 있어서 층간 소음도 아닌 벽간 소음에 시달리던 한 가족. 제발 옆집 여자에게 개좀 조용히 시켜달라고 해도 막무가내 입니다. 병원에 다니는 외삼촌과 '나'는 개를 훔쳐서 산책도 잘 시켜줄 좋은 주인을 찾아주기로 합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천정의 빈통로에서 수상한 차명계좌와 인감을 발견하고, 그것과 개를 훔칩니다. 그리고, 탈세의혹으로 신고하겠다고 협박합니다. 옆집 여자와 부적절한 관계남은 요구를 들어주겠다고 하는데요. 사실 외삼촌과 '나'는 개를 돌려줄 생각이 없습니다. 옆집 여자는 개를 돌려받고 싶은걸까요? 아니면, 계좌와 인감을 돌려받고 싶은걸까요? 사건의 마지막에는 반전이 있습니다. 유쾌한 이야기였죠. 착하게 살아야지 너무 자신만 아는 태도는 역시 화를 부르네요.

'이 아이는 누구 아이' 에서는 부모님이 여행 간 사이 아버지의 아이라며 돌쟁이 아이를 데리고 온 여자와 '나'는 하루밤을 지내며 이야기를 합니다. 그 아이가 아버지의 아이일리가 없는 것을 알고 있는- 하지만 그 이유가 무엇인지 말 할 수 없는 '나'는 제발 부모님이 오시기 전에 이 여자가 나가주었으면 합니다. 그녀가 잠시 자리를 비운사이 그녀의 가방을 뒤져 주소와 이름을 알아내는데, 그 때 사진 한장을 발견합니다. 그리고 그녀와 그 아이가 누군이지 깨닫게 되지요. 여자는 아침이 되자 갑자기 미안하다며 돌아가버립니다. 그리고, 나는 그녀를 찾아갑니다. 이야기의 말미에는 어쩐지 가슴이 찌잉해졌습니다. 약간 눈물도 핑돌았구요. 범죄는 없습니다.

'선인장 꽃'은 정말 마지막에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6학년 1반 학생들은 학년 초부터 졸업작품 준비를 합니다. 그런데, 주제가 선인장은 초능력을 가졌다. 투시력이 있다.. 등등의 말도 안되는 주제였지요. 선생님들 아이들을 말리려고 하지만, 교감선생님만은 아이들을 믿어줍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게 좋다고 생각하거든요. 교감선생님은 권위주의적이 아닌데다가, 아이들이 모두 작당하고 학교를 빼먹고 대학생을 하나 수배하여 선생님인체하라고 하며 다같이 식물원에 놀러갔을 때도 아이들의 창의적인 행동을 기뻐하는 그런 선생님이었습니다. 선생님들은 아이들을 말릴 수 없었고, 그때의 대학생과 아이들은 졸업작품을 준비했지요. 드디어 졸업작품 발표회날, 6학년 1반 아이들은 선인장의 초능력을 증명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을 뿐이고 아이들이 준비한 것은 다른 것이었습니다. 교감선생님 좋으시겠어요. 그렇게 사랑받으시다니. 아이들에게서 그런 사랑을 받을 수 있었다는 건 교감선생님도 아이들을 사랑하셨기 때문이었겠죠. 감동적이었습니다.

'축 살인'그리고 '기분은 자살지망' 둘 다 재미있는 작품이었습니다. 모두 다 이야기 해버리면 리뷰도 지루해지겠죠. 그러니 두 작품은 읽으실 분들을 위해 남겨두겠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절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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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경찰의 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선희 옮김 / 바움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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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여년 전에도 교통사고는 있었을까요? 지금과는 다른 형태이지만 아마도 있었겠지요. 마차에 치인다거나, 길에서 말에 밟힌다거나.. 하지만, 지금처럼 인구 10만명당 교통사고 발생건수가 438명(2012년 전국평균)이나 되는 세상에서는 누구나 평생 한 번쯤은 교통사고를 당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도 과하지 않을거에요. 저의 경우에도 가볍게, 좀 덜 가볍게 두번의 사고를 겪었거든요. 두번다 횡단보도에서 사고를 당한 것이었으므로, 횡단보도에서도 조심해야해요.

 

처음 교통사고를 당했던 건 횡단보도를 거의 다 건너와 갈때쯤 우회전 하려던 택시에 부딛힌 사건이었는데요. 택시기사가 경찰에게 전 넘어지지도 않았다고 거짓진술을 해서 어이없어했던 기억도 나네요. 크게 다친 건 아니었지만 후유증이 오래가더군요.

 

히가시노 게이고의 <교통 경찰의 밤>에서도 여러 종류의 교통사고를 다룹니다.

'천사의 귀'에서는 앞이 보이지 않는 소녀가 눈은 보이지 않지만, 귀는 정확하다는 것을 근거로 교통사고의 진실을 밝혀내기도 하고, '분리대'라는 소설에서는 중앙 분리대를 들이박고 트럭이 전복되어 운전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나옵니다. 중앙 분리대 때문에 길 건너편의 편의점에 가는데 유턴할 수 없으므로 도로에 불법주차하고 걸어서 길을 건너던 사람. 그 불법 주차된 차때문에 트럭이 피하다가 사고를 낸 것이라는, 누구를 위한 도로법규인가를 재조명한 작품이었습니다.

 

리처드 매드슨의 단편 중 '결투'라는 작품이 있는데요. 거대한 트레일러가 운전자를 계속 따라오며 겁을 줍니다. 가슴졸이는 추격이 계속 되지요. <교통경찰의 밤>에서도 추격전이 벌어집니다. '위험한 초보운전'에서는 초보운전자를 반 장난으로 추격하던 남자가 결국은 추격당하던 여자에게 큰 공포를 심어주게 되고 사고가 나게 합니다. 그럴의도는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결과가 그런걸. 이 남자는 마땅한 댓가를 치루게 되지요. 아니. 과한 댓가라고 해야할지도요.

 

우리 집 앞에는 버젓이 불법주차하는 차들이 많습니다. 아니 불법주차 단속이 뜨지 않는 한밤중에라도 제발 대문앞에 차를 바짝 대지 말아주세요. 드나들때 위험하다구요. 솔직히 말하면 일부러 열쇠를 꺼내어 들고 차 옆을 지나갈까.. 손톱을 세우고 지나갈까.. 동전을 꺼내고 지나갈까.. 고민한다구요. 차 옆구리는 사각지대일테니까. 대문을 막고 세운 차 때문에 생각없이 지나가다가 금속제 우편함에 머리를 다치면 어쩌실껀가요... 라는건 한탄. 아직까지 다친적은 없습니다만,  '불법주차'라는 단편에서는 이렇게 생각없이 세워둔 차 때문에 어린 아이가 하나 죽습니다. 그러니 제발 자기 생각만 하지 마시고, 차 댈데가 없을거라고 생각하신다면 대중교통을 이용하세요.

 

도로에서 신나게 주행하면서 창밖으로 무언가를 던지시는 분들. 제일 많은건 담배가 아닐까 생각되는데요. 혼날래요? '던지지 마세요' 에서는 앞서가던 차량의 여자가 마시던 캔커피를 창밖으로 던지는 바람에 뒷쪽 차량 조수석의 여자가 실명하는 사고가 납니다. 결혼을 앞두고 있던 행복한 아가씨였다구요. 그렇다고 결혼이 깨지지는 않았습니다. 그녀의 남자친구는 다정한 사람이었거든요. 하지만 던진쪽은 행복해지지 않는군요.

 

마지막 '거울 속으로'에서는 너무나도 솔직히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는 가해측의 미심쩍은 이야기가 나옵니다. 너무 솔직해도 이상한 것이로군요. 누구나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야기하기 마련이니까요.

 

이 책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1992년 작입니다. 아주 초기 단편집이지요. '교통사고'라는 주제로 각 사건들은 정말 있음직한 내용으로 묘사됩니다. 아마도 자동차 부품회사 엔지니어로 일했던 히가시노 게이고의 이력덕분에 생생하게 묘사 할 수 있었던 거겠죠. 실감나서 좋긴 한데, 한편으로 생각하자면 20여년이 지난 지금도 소설이 쓰여질 때와 다를바 없이 이런 일들이 여전히 일어나고 있다는 게 참 한심하게 생각됩니다.

 

앞서 인구 10만명당 교통사고 발생건수가 438명(2012년 전국평균)이라고 했지만, 제주의 경우는 심각해요. 673명이거든요. 인구 10만명당 교통사고 사망자수가 전국 10명인것에 반해 제주는 12명입니다. 인구는 429,656명인데 자동차는 221,472 대니까 차량 수 자체도 너무 많네요. 환경 제주 맞나요...? 아무튼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주차문제도 심각하고, 쓰레기 투기도 심각하고, 운전 매너도 곤란하다 싶고.. 20년전의 일본 교통사고에 대한 소설을 읽으면서 현재의 제주 교통을 탄식하고 있게하니.. 이것 참.. 남의 일이 아닙니다.

 

 


은혼에서 긴토키가 운전면허를 따러 갔을때 교관이 말하지요. '어쩌면...운전'을 하라고.

어쩌면.. ... 할지도 몰라.. 라는 생각으로 (너무 긴장하지는 말구요) 안전 운전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보행자도 좌우를 잘 살피고 어쩌면.. 이라는 생각을 하며 길을 건너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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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저택 사건
조세핀 테이 지음, 권영주 옮김 / 검은숲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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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영국, '엘리자베스 캐닝 유괴 사건'이 있었습니다. 실종된지 4주만에  간신히 탈출했고, 자신은 집시들에게 납치 당해서 감금당했었다고 주장했지만, 지목된 사람들은 그녀를 처음본다며 항변했지요. 알리바이도 있었지만, 결국 납치범으로 몰려 그 중 한명이 사형당합니다. 하지만 그 후 연구와 증언으로 판결이 여러차례 번복되지요. 결국 엘리자베스 캐닝은 추방형을 받습니다. 이 사건을 모티브로 한 소설이 <프랜차이즈 저택 사건>입니다.

 

조세핀 테이는 이 실제의 사건을 20세기로 끌어와(1948년 작) 자신의 스타일로 재해석하여 소설화했습니다. 아름답고 착한 15세 소녀 베티 케인은 방학을 맞아 후견인의 집을 떠나 고모 댁에서 지냅니다. 돌아올 날이 되었는데도 소식이 없자 그녀를 딸로 여기던 후견인 부부는 실종신고를 냈고, 이내 베티는 집으로 돌아옵니다. 경악스러운 이야기를 들고 말이지요.

자신은 런던으로 돌아 오기 위해 버스를 타려 했으나 놓치고 어떤 모녀의 차를 얻어 타지만 그녀들에게 납치, 감금되어 하녀 일을 강요당했고, 하지 않겠다고 하자 자신을 마구 두들겨 팼다는 겁니다. 간신히 도망쳐 집으로 돌아온 베티는 그 집에 대해 상세히 묘사를 했고, 어쩐지 정황이 딱딱 들어맞는 것이 사실 같습니다. 게다가 그녀가 설명한 집이 실제로 있었고, 그 집에는 그녀가 설명한 대로의 모녀(샤프 모녀)가 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모녀는 그녀를 처음 보는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변호사 로버트는 모녀의 변호인이자, 사건조사인으로 발 벗고 나섭니다. 처음엔 시큰둥했지만 아름다운 그녀 (모녀 중 딸)에게 반한 것 같았거든요. 그 거짓말쟁이 소녀의 거짓을 벗기려고 하지만 쉽지는 않습니다. 그러던 중 소녀의 오빠가 신문에 제보하는 바람에 일이 커지고, 사람들은 마녀사냥이라도 하듯이 샤프 모녀를 못살게 굴고 집을 공격합니다. 소수의 사람이지만 그녀들을 응원하는 사람들도 있었는데요. 대놓고 도와주는 건 용감한 사람들 뿐이었겠죠. 마녀사냥이잖아요.

 

유괴, 납치라는 것은 정말 파렴치한 범죄라고 생각합니다. <3096일>에서도 어린 소녀를 납치하여 노예생활을 시키는 것을 보며 얼마나 치를 떨었는지요. 비단 저 뿐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 누군가가 납치 되었었다는 말을 들으면 사건의 진위와 상관없이 납치범으로 지목된 사람을 추악한 놈이라고 하는 것이겠지요. 그러나, 대부분은 그렇지 않던가요? 이 사건처럼 소녀가 자신의 거짓말을 덮으려고 애매한 사람을 끌어들여서 일을 크게 만드는 .. 그런 일은 흔하지 않잖아요. 일이 이쯤 되었으면 소녀, 당황할 만도 한데,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사건의 중심이 되어서 즐거워하고 있었으니까요. 그러니 용서할 수가 없네요.

 

사건에는 대 반전 같은 것은 없습니다. 영국스타일 전통 추리물이라고 하면 좋을 듯 합니다. 아주 깔끔하지요. 모녀의 무죄를 밝혀내기 위한 여정과 마무리까지 나무랄데가 없습니다. 전혀 선정적이지도 않고, 시체한 구 나오지 않고도 아주 깨끗한 추리소설을 보여주었습니다. 다 읽고 나니 길리언 플린의 <나를 찾아줘>도 생각이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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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토리 시즈카
혼다 테쓰야 지음, 한성례 옮김 / 씨엘북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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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죽을때가 다 되어야 철이든다거나, 천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거나 하는 이야기가 있지만, 여자는 나이와 상관없이 어른이 된다고 합니다. 그렇네요. 주변을 돌아보며 곰곰히 생각해보아도 나이 먹을 만큼 먹어도 어른이 되지 않는 여자가 있는가하면,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부터 어른인 여자들도 있네요. 어른스러운 아이보다 더 무서운 것은 속은 어른 이상이면서도 겉으로는 아이 행세를 하며 자신을 감추고 억누르고 있는 여자아이가 아닌가 합니다.

 

<히토리 시즈카>라는 제목을 처음 봤을 때는 성이 히토리, 이름이 시즈카인가 했습니다. 그러나 읽다보니 이토 시즈카더군요. 그렇다면 히토리 시즈카는 뭘까요. 히토리는 혼자서.. 라는 뜻이 있으니까 시즈카 혼자서라는 의미가 되겠네요. 뒤의 역자의 말을 보니까 히토리 시즈카라는 건 홀아비 꽃대라는, 외로운 사람이라는 꽃말을 가진 꽃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히토리 시즈카, 혼자서 조용히.. 라는 뜻도 될테구요. 제가 생각했던 것 처럼 시즈카 혼자서.. 이런 뜻도 된다고 하네요. 어쨌든, 중의적이건 아니건 간에 시즈카는 외로웠나봅니다. 주변에 어른이나 돌봐주던 사람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속 어둠은 이미 아주 어릴때 부터 시작 된 것이었기 때문에 마음속이 뒤틀리고 만 것이지요. 아, 이런 표현은 옳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그녀 나름대로의 자기 자신을 지키기, 내 주변 사람들을 지키기라는 행동이었을 테니까요. 어떤말로도 범죄행위가 정당화 될 수는 없지만, 스스로를 지켜내기 위해서 채 열살도 안된 꼬마가 어른이 되어버린 것은 너무나 슬픈 일이기에 시즈카에게 마음이 기우는건 어쩔 수 없습니다.

 

 

 

 

이 책의 구성은 독특합니다. 6장으로 나뉘어진 각 장에서의 화자는 각 별개의 사람입니다. '나'라고 지칭하며 사건을 쫓아가지만, 1장에서는 순경 기자키, 2장에서는 형사 야마기시, 3장에서는 탐정 아오키, 4장에서는 생활안전과 형사이자 나중에 시즈카의 아버지가 되는 이토, 5장에선, 형사 야베, 그리고 마지막 6장에서는 1장의 사건에서 16년이나 흘러 화자는 후지오카가 됩니다. 각 장에서는 모두 어떠한 사건들이 벌어지는데요. 그 사건마다 시즈카가 이야기 안에 들어있습니다. 그렇다고 오쿠다 히데오의 소문의 여자 같은 그런 건 아니고, 시즈카는 타인의 마음을 조종한다거나, 직접 손을 써서 정말로 살인에 개입합니다.

 

 

 

 

 

시간상으로 보자면 4장이 제일 먼저입니다. 시즈카가 엄마와 그리고 엄마의 동거남과 살던 8살때의 일이니까요. 결국 자신들을 괴롭히던 동거남이 죽고, 1년여의 연애시절을 거쳐 엄마는 당시 상담을 해주었던 이토와 결혼하고, 자신은 이토 시즈카가 됩니다. 그렇다면, 이제부터는 괴로움 없는 - 부유하지는 않지만 괜찮은 생활이었을 텐데요.. 그녀는 어째서 집을 나와서 어둠으로 들어가버렸을까요. 마음놓고 행복하게 살면 되었을텐데요. 소설속에서의 이토는 참 좋은 사람이자 좋은 아버지라고 느껴졌는데 말이죠.

 

 

 

 

아마도 시즈카의 마음속 상처나 어두움은 제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깊었나봅니다. 이토의 딸이 된 후에도 마음의 상처는 그대로였으니까요. 그 상처는 아무도 몰랐던 것이기에, 시즈카 혼자 감당해오던 것이기에 치유받을 수 있는 기회조차 없었던 것입니다. 엄마도 자신을 지키고 시즈카를 지켜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시즈카가 감당했던 것은 엄마가 생각했던 것 보다 더 큰 것이었기에 스스로를 지키고 힘겨워했던 것 같습니다.

 

 

 

혼다 테쓰야의 히메카와 레이코 시리즈에서 히메카와 레이코가 자신의 과거와 그 아픔을 악을 응징하는 형사가 되는 것으로 맞서 싸우고 있다고 한다면, 시즈카는 레이코와는 다른 방식, 자신만의 방식으로 폭력에 맞서고 있는 것입니다.

초능력에 가까운 팜므파탈. 그것이 그녀의 무기라면 무기겠지요.

 

 

 

일련의 사건들을 보며 그녀는 아름답고, 잔인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어쩌면 저럴수가. 저렇게 냉정하고 사악할 수가. 하지만, 그녀가 진정 원했던 것은 따뜻함이었습니다. 이토의 집을 떠나온 것은 자신의 손이 더렵혀져있다는 자괴감 때문이 아니라, 어쩌면 따뜻한 이토 아저씨에게 엄마를 맡기고 온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녀는 이복 동생이긴 하지만, 자신의 하나밖에 없는 동생을 아끼고 사랑했으니까요.

 

 

 

 

 

   
 

나는 폭력을 부정하지도 긍정하지도 않아요. 단지 이용할 뿐이죠.

내 나름의 방식대로 폭력을 다루는 거예요.

 

 

 

 

 

  

 

*** 사진은 드라마 <히토리 시즈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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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비저블 레인 히메카와 레이코 형사 시리즈 4
혼다 테쓰야 지음, 한성례 옮김 / 씨엘북스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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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내리는 오늘 혼다 테쓰야의 <인비저블 레인>을 읽었습니다.  책 제목은 인비저블 레인이지만, 저에게는 비저블 레인이었던 것이, 지붕으로 물이 침투되어 부엌 쪽 천장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지 뭡니까. 커다란 통을 가져다 놓고 떨어지는 물을 받으며 2층으로 올라가 혹시나 길냥이들이 지붕을 손상시킨 건가 싶어 살펴보았지만 어디서 문제가 생겼는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알 수 없는 틈새로 빗물이 새어들어와 온 천장을 적시고 그 물이 형광등을 위한 전선 구멍으로 흘러나와 한 방울씩 똑똑 떨어져 제 마음을 우울하게 만들었던 것처럼, 어떤 한 사람이 흘려 넣은 악의로 인해 이 사람도 저 사람도 슬픔에 빠지게 되나 봅니다. 혹은 한 사람의 마음속에 스며든 슬픔이라는 건 시간이 지나도 치유받기 어려운 일이라 빗물받이 통속에 톡톡 떨어지는 물처럼 눈에 보이지도 않고 그 사람의 마음속에서만 위에서 아래로 내리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조직폭력배의 말단인 코바야시가 난도질당해 살해당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만 해도 조직폭력배 간의, 혹은 그냥 건달들의 단순 싸움이나 치정에 얽힌 문제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범인이 야나이 켄토라는 제보가 들어오자 본부에서는 당황합니다. 그럴 수밖에요. 야나이 켄토는 9년 전 강간살해당한 소녀의 동생이었으며, 그의 아버지는 피의자로 취조 받던 중 경찰의 총을 뺏어서 자살해버렸거든요. 그러니 경찰에서는 피의자 자살이라는 형태로 사건을 종결합니다. 하지만, 켄토는 아버지와 누나가 터부적인 관계였음을 알고 있었고, 아버지를 떠나 새 출발을 하던 누나의 애인이 코바야시라는 것도 알고 있었습니다. 분명 범인은 코바야시 일 거라 믿고 있었죠. 경찰 입장에서는 9년 전사건이 다시 불거지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이제 와서 켄토가 보복살인을 저질렀다고 한다면, 자신들이 오인 체포를 했으며 그로 인해 억울한 사람이 죽고 말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는 꼴이 되니까요. 그래서 위에서 압력을 넣습니다. '야나이 켄토'를 조사하지 말라고.

 

하지만, 히메카와 레이코 형사는 납득할 수 없습니다. 보신을 위해서 사건을 은폐 하다니오. 그래서 단독 수사를 하게 됩니다. 단독 수사 과정에서 한 남자를 만났고, 그 남자에게 흔들리는 자신도 발견합니다. 하지만, 그는 조직폭력배 중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 형사와 범죄자라는 입장에 서지만, 흔들리는 마음은 어쩔 수 없습니다. 슬픈 일이지요.

 

원래 사람 이름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저로서는 참 힘들었습니다. 북유럽 추리물보다는 덜하지만, 등장인물이 많았습니다. 미야베 미유키의 에도시리즈만큼 많겠냐고 하신다면 할 말 없지만 장면을 상상하면서 인물들을 가상의 공간에 배치하면서 읽는지라, 이렇게 등장인물들이 많이 나오고 여기저기 싸돌아다니면 저는 혼란에 빠져버립니다. 그렇지만, 해냈습니다. 다 읽었어요.

 

읽으면서 짜증이 나기도 했습니다. 노나미 아사의 얼어붙은 송곳니를 읽을 때도 그랬지만, 경찰 내 성차별 같은 것도 짜증이 났지요. 하지만, 얼어붙은 송곳니에 비하면 레이코는 지원해주고 믿어주는 상사가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성차별보다 더 화나는 건, 제 몸 사리기, 사실의 은폐였어요. 경찰이라면 우리를 지켜줄 든든한 사람들이라는 이미지가 있어야 하는데, 아주 답답할 따름이었습니다. 일본 경찰의 이야기니까.. 음.. 우리 경찰은 안 그렇다고 믿어도 되겠죠?.... 그렇죠?

 

좀 불편한 소설이긴 했습니다. 막장 코드가 하나가 아니었거든요. 이런 젠장. 심심찮게 추리물에 이런 막장 코드들이 나오는데, 아니 그런 일들이 원래 흔한 일이라서 소설에 많이 나오는 건가요? 아니면 자극적인 설정을 위해 내세운 코드인데 작가들끼리 겹치는 건가요. 어쩐지... 우리가 모르는 곳에서 흔하게 벌어지는 일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씁쓸합니다.

이렇게 심각하게 글을 썼다고 이 책 재미없나 보다 하시면 곤란해요.

재미있습니다.

심각한 건 우리 집 지붕이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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