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웃의 범죄 - 미야베 미유키 단편집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장세연 옮김 / 북스피어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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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미스터리의 여왕 미야베 미유키의 첫 단편집 <우리 이웃의 범죄>입니다. 초기작이라는 것은 능수능란한 현재의 작품에 비해 좀 미흡할 때가 많으므로 별로 기대하지 않고 읽기 시작했지요. 그러나 예상을 깨고 이것 참. 재미있는 책이었습니다.

추리소설이라고 해도 좋고 그냥 소설이라고 해도 좋을 책이었지요. 단편집이라서 술술 잘도 읽혔습니다. 한 밤중에 읽어 무척 졸린 상태였지만, 억지로 잠을 쫓으며 눈을 비벼가며 읽을 수 있을 만큼 흡인력도 있었구요.

아니 이런 책을 스물 일곱살에 내다니. 멋집니다.

<우리 이웃의 범죄>에서 첫번째로 소개되는 단편은 '우리 이웃의 범죄'입니다. 설계에 이상이 있어서 층간 소음도 아닌 벽간 소음에 시달리던 한 가족. 제발 옆집 여자에게 개좀 조용히 시켜달라고 해도 막무가내 입니다. 병원에 다니는 외삼촌과 '나'는 개를 훔쳐서 산책도 잘 시켜줄 좋은 주인을 찾아주기로 합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천정의 빈통로에서 수상한 차명계좌와 인감을 발견하고, 그것과 개를 훔칩니다. 그리고, 탈세의혹으로 신고하겠다고 협박합니다. 옆집 여자와 부적절한 관계남은 요구를 들어주겠다고 하는데요. 사실 외삼촌과 '나'는 개를 돌려줄 생각이 없습니다. 옆집 여자는 개를 돌려받고 싶은걸까요? 아니면, 계좌와 인감을 돌려받고 싶은걸까요? 사건의 마지막에는 반전이 있습니다. 유쾌한 이야기였죠. 착하게 살아야지 너무 자신만 아는 태도는 역시 화를 부르네요.

'이 아이는 누구 아이' 에서는 부모님이 여행 간 사이 아버지의 아이라며 돌쟁이 아이를 데리고 온 여자와 '나'는 하루밤을 지내며 이야기를 합니다. 그 아이가 아버지의 아이일리가 없는 것을 알고 있는- 하지만 그 이유가 무엇인지 말 할 수 없는 '나'는 제발 부모님이 오시기 전에 이 여자가 나가주었으면 합니다. 그녀가 잠시 자리를 비운사이 그녀의 가방을 뒤져 주소와 이름을 알아내는데, 그 때 사진 한장을 발견합니다. 그리고 그녀와 그 아이가 누군이지 깨닫게 되지요. 여자는 아침이 되자 갑자기 미안하다며 돌아가버립니다. 그리고, 나는 그녀를 찾아갑니다. 이야기의 말미에는 어쩐지 가슴이 찌잉해졌습니다. 약간 눈물도 핑돌았구요. 범죄는 없습니다.

'선인장 꽃'은 정말 마지막에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6학년 1반 학생들은 학년 초부터 졸업작품 준비를 합니다. 그런데, 주제가 선인장은 초능력을 가졌다. 투시력이 있다.. 등등의 말도 안되는 주제였지요. 선생님들 아이들을 말리려고 하지만, 교감선생님만은 아이들을 믿어줍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게 좋다고 생각하거든요. 교감선생님은 권위주의적이 아닌데다가, 아이들이 모두 작당하고 학교를 빼먹고 대학생을 하나 수배하여 선생님인체하라고 하며 다같이 식물원에 놀러갔을 때도 아이들의 창의적인 행동을 기뻐하는 그런 선생님이었습니다. 선생님들은 아이들을 말릴 수 없었고, 그때의 대학생과 아이들은 졸업작품을 준비했지요. 드디어 졸업작품 발표회날, 6학년 1반 아이들은 선인장의 초능력을 증명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을 뿐이고 아이들이 준비한 것은 다른 것이었습니다. 교감선생님 좋으시겠어요. 그렇게 사랑받으시다니. 아이들에게서 그런 사랑을 받을 수 있었다는 건 교감선생님도 아이들을 사랑하셨기 때문이었겠죠. 감동적이었습니다.

'축 살인'그리고 '기분은 자살지망' 둘 다 재미있는 작품이었습니다. 모두 다 이야기 해버리면 리뷰도 지루해지겠죠. 그러니 두 작품은 읽으실 분들을 위해 남겨두겠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절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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