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비저블 레인 히메카와 레이코 형사 시리즈 4
혼다 테쓰야 지음, 한성례 옮김 / 씨엘북스 / 2012년 12월
평점 :
절판


비 내리는 오늘 혼다 테쓰야의 <인비저블 레인>을 읽었습니다.  책 제목은 인비저블 레인이지만, 저에게는 비저블 레인이었던 것이, 지붕으로 물이 침투되어 부엌 쪽 천장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지 뭡니까. 커다란 통을 가져다 놓고 떨어지는 물을 받으며 2층으로 올라가 혹시나 길냥이들이 지붕을 손상시킨 건가 싶어 살펴보았지만 어디서 문제가 생겼는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알 수 없는 틈새로 빗물이 새어들어와 온 천장을 적시고 그 물이 형광등을 위한 전선 구멍으로 흘러나와 한 방울씩 똑똑 떨어져 제 마음을 우울하게 만들었던 것처럼, 어떤 한 사람이 흘려 넣은 악의로 인해 이 사람도 저 사람도 슬픔에 빠지게 되나 봅니다. 혹은 한 사람의 마음속에 스며든 슬픔이라는 건 시간이 지나도 치유받기 어려운 일이라 빗물받이 통속에 톡톡 떨어지는 물처럼 눈에 보이지도 않고 그 사람의 마음속에서만 위에서 아래로 내리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조직폭력배의 말단인 코바야시가 난도질당해 살해당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만 해도 조직폭력배 간의, 혹은 그냥 건달들의 단순 싸움이나 치정에 얽힌 문제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범인이 야나이 켄토라는 제보가 들어오자 본부에서는 당황합니다. 그럴 수밖에요. 야나이 켄토는 9년 전 강간살해당한 소녀의 동생이었으며, 그의 아버지는 피의자로 취조 받던 중 경찰의 총을 뺏어서 자살해버렸거든요. 그러니 경찰에서는 피의자 자살이라는 형태로 사건을 종결합니다. 하지만, 켄토는 아버지와 누나가 터부적인 관계였음을 알고 있었고, 아버지를 떠나 새 출발을 하던 누나의 애인이 코바야시라는 것도 알고 있었습니다. 분명 범인은 코바야시 일 거라 믿고 있었죠. 경찰 입장에서는 9년 전사건이 다시 불거지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이제 와서 켄토가 보복살인을 저질렀다고 한다면, 자신들이 오인 체포를 했으며 그로 인해 억울한 사람이 죽고 말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는 꼴이 되니까요. 그래서 위에서 압력을 넣습니다. '야나이 켄토'를 조사하지 말라고.

 

하지만, 히메카와 레이코 형사는 납득할 수 없습니다. 보신을 위해서 사건을 은폐 하다니오. 그래서 단독 수사를 하게 됩니다. 단독 수사 과정에서 한 남자를 만났고, 그 남자에게 흔들리는 자신도 발견합니다. 하지만, 그는 조직폭력배 중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 형사와 범죄자라는 입장에 서지만, 흔들리는 마음은 어쩔 수 없습니다. 슬픈 일이지요.

 

원래 사람 이름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저로서는 참 힘들었습니다. 북유럽 추리물보다는 덜하지만, 등장인물이 많았습니다. 미야베 미유키의 에도시리즈만큼 많겠냐고 하신다면 할 말 없지만 장면을 상상하면서 인물들을 가상의 공간에 배치하면서 읽는지라, 이렇게 등장인물들이 많이 나오고 여기저기 싸돌아다니면 저는 혼란에 빠져버립니다. 그렇지만, 해냈습니다. 다 읽었어요.

 

읽으면서 짜증이 나기도 했습니다. 노나미 아사의 얼어붙은 송곳니를 읽을 때도 그랬지만, 경찰 내 성차별 같은 것도 짜증이 났지요. 하지만, 얼어붙은 송곳니에 비하면 레이코는 지원해주고 믿어주는 상사가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성차별보다 더 화나는 건, 제 몸 사리기, 사실의 은폐였어요. 경찰이라면 우리를 지켜줄 든든한 사람들이라는 이미지가 있어야 하는데, 아주 답답할 따름이었습니다. 일본 경찰의 이야기니까.. 음.. 우리 경찰은 안 그렇다고 믿어도 되겠죠?.... 그렇죠?

 

좀 불편한 소설이긴 했습니다. 막장 코드가 하나가 아니었거든요. 이런 젠장. 심심찮게 추리물에 이런 막장 코드들이 나오는데, 아니 그런 일들이 원래 흔한 일이라서 소설에 많이 나오는 건가요? 아니면 자극적인 설정을 위해 내세운 코드인데 작가들끼리 겹치는 건가요. 어쩐지... 우리가 모르는 곳에서 흔하게 벌어지는 일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씁쓸합니다.

이렇게 심각하게 글을 썼다고 이 책 재미없나 보다 하시면 곤란해요.

재미있습니다.

심각한 건 우리 집 지붕이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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