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토리 시즈카
혼다 테쓰야 지음, 한성례 옮김 / 씨엘북스 / 2013년 3월
평점 :
품절


남자는 죽을때가 다 되어야 철이든다거나, 천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거나 하는 이야기가 있지만, 여자는 나이와 상관없이 어른이 된다고 합니다. 그렇네요. 주변을 돌아보며 곰곰히 생각해보아도 나이 먹을 만큼 먹어도 어른이 되지 않는 여자가 있는가하면,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부터 어른인 여자들도 있네요. 어른스러운 아이보다 더 무서운 것은 속은 어른 이상이면서도 겉으로는 아이 행세를 하며 자신을 감추고 억누르고 있는 여자아이가 아닌가 합니다.

 

<히토리 시즈카>라는 제목을 처음 봤을 때는 성이 히토리, 이름이 시즈카인가 했습니다. 그러나 읽다보니 이토 시즈카더군요. 그렇다면 히토리 시즈카는 뭘까요. 히토리는 혼자서.. 라는 뜻이 있으니까 시즈카 혼자서라는 의미가 되겠네요. 뒤의 역자의 말을 보니까 히토리 시즈카라는 건 홀아비 꽃대라는, 외로운 사람이라는 꽃말을 가진 꽃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히토리 시즈카, 혼자서 조용히.. 라는 뜻도 될테구요. 제가 생각했던 것 처럼 시즈카 혼자서.. 이런 뜻도 된다고 하네요. 어쨌든, 중의적이건 아니건 간에 시즈카는 외로웠나봅니다. 주변에 어른이나 돌봐주던 사람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속 어둠은 이미 아주 어릴때 부터 시작 된 것이었기 때문에 마음속이 뒤틀리고 만 것이지요. 아, 이런 표현은 옳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그녀 나름대로의 자기 자신을 지키기, 내 주변 사람들을 지키기라는 행동이었을 테니까요. 어떤말로도 범죄행위가 정당화 될 수는 없지만, 스스로를 지켜내기 위해서 채 열살도 안된 꼬마가 어른이 되어버린 것은 너무나 슬픈 일이기에 시즈카에게 마음이 기우는건 어쩔 수 없습니다.

 

 

 

 

이 책의 구성은 독특합니다. 6장으로 나뉘어진 각 장에서의 화자는 각 별개의 사람입니다. '나'라고 지칭하며 사건을 쫓아가지만, 1장에서는 순경 기자키, 2장에서는 형사 야마기시, 3장에서는 탐정 아오키, 4장에서는 생활안전과 형사이자 나중에 시즈카의 아버지가 되는 이토, 5장에선, 형사 야베, 그리고 마지막 6장에서는 1장의 사건에서 16년이나 흘러 화자는 후지오카가 됩니다. 각 장에서는 모두 어떠한 사건들이 벌어지는데요. 그 사건마다 시즈카가 이야기 안에 들어있습니다. 그렇다고 오쿠다 히데오의 소문의 여자 같은 그런 건 아니고, 시즈카는 타인의 마음을 조종한다거나, 직접 손을 써서 정말로 살인에 개입합니다.

 

 

 

 

 

시간상으로 보자면 4장이 제일 먼저입니다. 시즈카가 엄마와 그리고 엄마의 동거남과 살던 8살때의 일이니까요. 결국 자신들을 괴롭히던 동거남이 죽고, 1년여의 연애시절을 거쳐 엄마는 당시 상담을 해주었던 이토와 결혼하고, 자신은 이토 시즈카가 됩니다. 그렇다면, 이제부터는 괴로움 없는 - 부유하지는 않지만 괜찮은 생활이었을 텐데요.. 그녀는 어째서 집을 나와서 어둠으로 들어가버렸을까요. 마음놓고 행복하게 살면 되었을텐데요. 소설속에서의 이토는 참 좋은 사람이자 좋은 아버지라고 느껴졌는데 말이죠.

 

 

 

 

아마도 시즈카의 마음속 상처나 어두움은 제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깊었나봅니다. 이토의 딸이 된 후에도 마음의 상처는 그대로였으니까요. 그 상처는 아무도 몰랐던 것이기에, 시즈카 혼자 감당해오던 것이기에 치유받을 수 있는 기회조차 없었던 것입니다. 엄마도 자신을 지키고 시즈카를 지켜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시즈카가 감당했던 것은 엄마가 생각했던 것 보다 더 큰 것이었기에 스스로를 지키고 힘겨워했던 것 같습니다.

 

 

 

혼다 테쓰야의 히메카와 레이코 시리즈에서 히메카와 레이코가 자신의 과거와 그 아픔을 악을 응징하는 형사가 되는 것으로 맞서 싸우고 있다고 한다면, 시즈카는 레이코와는 다른 방식, 자신만의 방식으로 폭력에 맞서고 있는 것입니다.

초능력에 가까운 팜므파탈. 그것이 그녀의 무기라면 무기겠지요.

 

 

 

일련의 사건들을 보며 그녀는 아름답고, 잔인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어쩌면 저럴수가. 저렇게 냉정하고 사악할 수가. 하지만, 그녀가 진정 원했던 것은 따뜻함이었습니다. 이토의 집을 떠나온 것은 자신의 손이 더렵혀져있다는 자괴감 때문이 아니라, 어쩌면 따뜻한 이토 아저씨에게 엄마를 맡기고 온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녀는 이복 동생이긴 하지만, 자신의 하나밖에 없는 동생을 아끼고 사랑했으니까요.

 

 

 

 

 

   
 

나는 폭력을 부정하지도 긍정하지도 않아요. 단지 이용할 뿐이죠.

내 나름의 방식대로 폭력을 다루는 거예요.

 

 

 

 

 

  

 

*** 사진은 드라마 <히토리 시즈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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