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저택 사건
조세핀 테이 지음, 권영주 옮김 / 검은숲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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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영국, '엘리자베스 캐닝 유괴 사건'이 있었습니다. 실종된지 4주만에  간신히 탈출했고, 자신은 집시들에게 납치 당해서 감금당했었다고 주장했지만, 지목된 사람들은 그녀를 처음본다며 항변했지요. 알리바이도 있었지만, 결국 납치범으로 몰려 그 중 한명이 사형당합니다. 하지만 그 후 연구와 증언으로 판결이 여러차례 번복되지요. 결국 엘리자베스 캐닝은 추방형을 받습니다. 이 사건을 모티브로 한 소설이 <프랜차이즈 저택 사건>입니다.

 

조세핀 테이는 이 실제의 사건을 20세기로 끌어와(1948년 작) 자신의 스타일로 재해석하여 소설화했습니다. 아름답고 착한 15세 소녀 베티 케인은 방학을 맞아 후견인의 집을 떠나 고모 댁에서 지냅니다. 돌아올 날이 되었는데도 소식이 없자 그녀를 딸로 여기던 후견인 부부는 실종신고를 냈고, 이내 베티는 집으로 돌아옵니다. 경악스러운 이야기를 들고 말이지요.

자신은 런던으로 돌아 오기 위해 버스를 타려 했으나 놓치고 어떤 모녀의 차를 얻어 타지만 그녀들에게 납치, 감금되어 하녀 일을 강요당했고, 하지 않겠다고 하자 자신을 마구 두들겨 팼다는 겁니다. 간신히 도망쳐 집으로 돌아온 베티는 그 집에 대해 상세히 묘사를 했고, 어쩐지 정황이 딱딱 들어맞는 것이 사실 같습니다. 게다가 그녀가 설명한 집이 실제로 있었고, 그 집에는 그녀가 설명한 대로의 모녀(샤프 모녀)가 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모녀는 그녀를 처음 보는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변호사 로버트는 모녀의 변호인이자, 사건조사인으로 발 벗고 나섭니다. 처음엔 시큰둥했지만 아름다운 그녀 (모녀 중 딸)에게 반한 것 같았거든요. 그 거짓말쟁이 소녀의 거짓을 벗기려고 하지만 쉽지는 않습니다. 그러던 중 소녀의 오빠가 신문에 제보하는 바람에 일이 커지고, 사람들은 마녀사냥이라도 하듯이 샤프 모녀를 못살게 굴고 집을 공격합니다. 소수의 사람이지만 그녀들을 응원하는 사람들도 있었는데요. 대놓고 도와주는 건 용감한 사람들 뿐이었겠죠. 마녀사냥이잖아요.

 

유괴, 납치라는 것은 정말 파렴치한 범죄라고 생각합니다. <3096일>에서도 어린 소녀를 납치하여 노예생활을 시키는 것을 보며 얼마나 치를 떨었는지요. 비단 저 뿐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 누군가가 납치 되었었다는 말을 들으면 사건의 진위와 상관없이 납치범으로 지목된 사람을 추악한 놈이라고 하는 것이겠지요. 그러나, 대부분은 그렇지 않던가요? 이 사건처럼 소녀가 자신의 거짓말을 덮으려고 애매한 사람을 끌어들여서 일을 크게 만드는 .. 그런 일은 흔하지 않잖아요. 일이 이쯤 되었으면 소녀, 당황할 만도 한데,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사건의 중심이 되어서 즐거워하고 있었으니까요. 그러니 용서할 수가 없네요.

 

사건에는 대 반전 같은 것은 없습니다. 영국스타일 전통 추리물이라고 하면 좋을 듯 합니다. 아주 깔끔하지요. 모녀의 무죄를 밝혀내기 위한 여정과 마무리까지 나무랄데가 없습니다. 전혀 선정적이지도 않고, 시체한 구 나오지 않고도 아주 깨끗한 추리소설을 보여주었습니다. 다 읽고 나니 길리언 플린의 <나를 찾아줘>도 생각이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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