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경찰의 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선희 옮김 / 바움 / 2010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100 여년 전에도 교통사고는 있었을까요? 지금과는 다른 형태이지만 아마도 있었겠지요. 마차에 치인다거나, 길에서 말에 밟힌다거나.. 하지만, 지금처럼 인구 10만명당 교통사고 발생건수가 438명(2012년 전국평균)이나 되는 세상에서는 누구나 평생 한 번쯤은 교통사고를 당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도 과하지 않을거에요. 저의 경우에도 가볍게, 좀 덜 가볍게 두번의 사고를 겪었거든요. 두번다 횡단보도에서 사고를 당한 것이었으므로, 횡단보도에서도 조심해야해요.

 

처음 교통사고를 당했던 건 횡단보도를 거의 다 건너와 갈때쯤 우회전 하려던 택시에 부딛힌 사건이었는데요. 택시기사가 경찰에게 전 넘어지지도 않았다고 거짓진술을 해서 어이없어했던 기억도 나네요. 크게 다친 건 아니었지만 후유증이 오래가더군요.

 

히가시노 게이고의 <교통 경찰의 밤>에서도 여러 종류의 교통사고를 다룹니다.

'천사의 귀'에서는 앞이 보이지 않는 소녀가 눈은 보이지 않지만, 귀는 정확하다는 것을 근거로 교통사고의 진실을 밝혀내기도 하고, '분리대'라는 소설에서는 중앙 분리대를 들이박고 트럭이 전복되어 운전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나옵니다. 중앙 분리대 때문에 길 건너편의 편의점에 가는데 유턴할 수 없으므로 도로에 불법주차하고 걸어서 길을 건너던 사람. 그 불법 주차된 차때문에 트럭이 피하다가 사고를 낸 것이라는, 누구를 위한 도로법규인가를 재조명한 작품이었습니다.

 

리처드 매드슨의 단편 중 '결투'라는 작품이 있는데요. 거대한 트레일러가 운전자를 계속 따라오며 겁을 줍니다. 가슴졸이는 추격이 계속 되지요. <교통경찰의 밤>에서도 추격전이 벌어집니다. '위험한 초보운전'에서는 초보운전자를 반 장난으로 추격하던 남자가 결국은 추격당하던 여자에게 큰 공포를 심어주게 되고 사고가 나게 합니다. 그럴의도는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결과가 그런걸. 이 남자는 마땅한 댓가를 치루게 되지요. 아니. 과한 댓가라고 해야할지도요.

 

우리 집 앞에는 버젓이 불법주차하는 차들이 많습니다. 아니 불법주차 단속이 뜨지 않는 한밤중에라도 제발 대문앞에 차를 바짝 대지 말아주세요. 드나들때 위험하다구요. 솔직히 말하면 일부러 열쇠를 꺼내어 들고 차 옆을 지나갈까.. 손톱을 세우고 지나갈까.. 동전을 꺼내고 지나갈까.. 고민한다구요. 차 옆구리는 사각지대일테니까. 대문을 막고 세운 차 때문에 생각없이 지나가다가 금속제 우편함에 머리를 다치면 어쩌실껀가요... 라는건 한탄. 아직까지 다친적은 없습니다만,  '불법주차'라는 단편에서는 이렇게 생각없이 세워둔 차 때문에 어린 아이가 하나 죽습니다. 그러니 제발 자기 생각만 하지 마시고, 차 댈데가 없을거라고 생각하신다면 대중교통을 이용하세요.

 

도로에서 신나게 주행하면서 창밖으로 무언가를 던지시는 분들. 제일 많은건 담배가 아닐까 생각되는데요. 혼날래요? '던지지 마세요' 에서는 앞서가던 차량의 여자가 마시던 캔커피를 창밖으로 던지는 바람에 뒷쪽 차량 조수석의 여자가 실명하는 사고가 납니다. 결혼을 앞두고 있던 행복한 아가씨였다구요. 그렇다고 결혼이 깨지지는 않았습니다. 그녀의 남자친구는 다정한 사람이었거든요. 하지만 던진쪽은 행복해지지 않는군요.

 

마지막 '거울 속으로'에서는 너무나도 솔직히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는 가해측의 미심쩍은 이야기가 나옵니다. 너무 솔직해도 이상한 것이로군요. 누구나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야기하기 마련이니까요.

 

이 책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1992년 작입니다. 아주 초기 단편집이지요. '교통사고'라는 주제로 각 사건들은 정말 있음직한 내용으로 묘사됩니다. 아마도 자동차 부품회사 엔지니어로 일했던 히가시노 게이고의 이력덕분에 생생하게 묘사 할 수 있었던 거겠죠. 실감나서 좋긴 한데, 한편으로 생각하자면 20여년이 지난 지금도 소설이 쓰여질 때와 다를바 없이 이런 일들이 여전히 일어나고 있다는 게 참 한심하게 생각됩니다.

 

앞서 인구 10만명당 교통사고 발생건수가 438명(2012년 전국평균)이라고 했지만, 제주의 경우는 심각해요. 673명이거든요. 인구 10만명당 교통사고 사망자수가 전국 10명인것에 반해 제주는 12명입니다. 인구는 429,656명인데 자동차는 221,472 대니까 차량 수 자체도 너무 많네요. 환경 제주 맞나요...? 아무튼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주차문제도 심각하고, 쓰레기 투기도 심각하고, 운전 매너도 곤란하다 싶고.. 20년전의 일본 교통사고에 대한 소설을 읽으면서 현재의 제주 교통을 탄식하고 있게하니.. 이것 참.. 남의 일이 아닙니다.

 

 


은혼에서 긴토키가 운전면허를 따러 갔을때 교관이 말하지요. '어쩌면...운전'을 하라고.

어쩌면.. ... 할지도 몰라.. 라는 생각으로 (너무 긴장하지는 말구요) 안전 운전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보행자도 좌우를 잘 살피고 어쩌면.. 이라는 생각을 하며 길을 건너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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