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맞고 너희는 틀렸다 - 똑똑한 사람들은 왜 민주주의에 해로운가
마이클 린치 지음, 황성원 옮김 / 메디치미디어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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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맞고 너희는 틀렸다

 

  책은 꽤 어려웠다. 집요한 오해와 의도적인 경멸이 일상화된 풍경 속에서 무너진 공공담론을 회복할 방안을 모색한 책이다. 미국 코네티컷대 철학과 교수인 저자는 오만한 정치를 폭넓게 다룬다. 좌파, 우파 양쪽의 스펙트럼을 넓게 조망하며 우리는 틀릴 수 없다 는 오만이 정치를 어떤 위기에 빠뜨렸는지 탐사한다. 추천사의 말마따나 정치적 입장이나 믿음에 관계없이 우리 모두가 서로에게 귀 기울이기를 얼마나 오만하게 거부해왔는지를 성찰하게한다.

 

  우리 주변엔 매일 가짜뉴스가 양산되고 있고 음모론은 확신으로 이어져 공공연하게 설득력을 갖기도 한다. 의도적인 오해는 인간의 불안정성과 변화에 대한 두려움과 결합하여 정체적인 이데올로기에 취약해지는 결과를 초래하며 자신의 정치적 신념을 매우 방어적으로 형성한다. 정치적 논쟁거리가 될 것이 아닌 사실의 문제마저 정치적으로 이용되고 있는 현실이다. 인간은 불합리적이고 감정적인 태도를 갖고 있기에 오만함의 소용돌이에 빠질 수 있는 것이다. 사실의 문제가 확신의 문제로 전환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책은 오만함에 대해 경계한다. 그것은 경멸과 우월감으로 무장하여 파벌주의에 빠지게 한다. 민주주의의 핵심 원칙인 이성과 합리성을 강조하는 저자 마이클 린치 교수는 책에서 가짜 뉴스에 대해 언급하며 이것이 집단 양극화의 확산을 가속화하고 우리는 알지만 그들은 모른다는 인식을 강화한다고 비판했다. 우리에게는 지적 겸손함이 필요하다. 자신의 세계관이 다른 사람의 경험과 새로운 증거를 통해 향상될 여지가 있다고 보는 겸손말이다. 단순하여 끌리기 마련인 오만함은 실제 권력이 없어도 있다는 기분을 들게 하고 실제 지식이 없어도 뭔가를 알고 있다는 착각을 안겨주기에 빠져들기 쉽다. 이 방어적이고 불안한 이데올로기를 파헤쳐 너 자신을 알라는 소크라테스의 외침을 되새겨보자. 암울한 현실에서도 공적담론을 위한 대화 형성은 계속 되어야 하며 이러한 열린 태도는 민주정치의 핵심이기에.

 

  이 지적 겸손함은 확신의 반대 개념도 아니고 믿음에 대한 소심함도 아니다. 권력을 가진 자는 도전에 가장 저항적이며 자신의 자존심과 진실을 혼동하는 경우도 많으므로 이것이 종종 누가 오만하고 겸손한지 논란거리가 될 수 있다. 지적 겸손함은 확신이나 비판적 정치적 참여와 대립하는 게 아니다. 저자는 말한다. 지적 겸손함의 정반대는 오만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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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 살게 하는 치유 글쓰기의 힘
김인숙 지음 / 지식과감성#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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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 살게 하는 치유 글쓰기의 힘

 

  한 달째 간헐적 단식을 진행하고 있는데 매일 식단을 기록하는 건 꽤나 귀찮은 일이다. 특히 주말이 지나고 나면 나의 게으름은 매우 치솟아서 그 간단한 메모조차 내팽개쳐버리고 마는 경우가 허다하다. 오늘은 수요일. 기록장을 들춰보니 지난 주말에 뭘 먹었는지는 건너뛰고 월요일에 두 줄 기록, 어제는 또 건너뛰었다. ...자괴감이 나온다. 작심삼일을 3일씩 유지하자는 초심은 어디가고 이렇게 기록하는 것조차 귀찮아하다니. 이 책을 읽으면서 일단 종이에 써라라고 조언하는 저자의 목소리가 언뜻 들리는 듯하다. 지금 이 순간은 평생에 단 한 번 주어지는 것인데 내 기억력만 믿고 흘려보낸 수많은 시간의 조각들이 너무 아깝지 않은가. 특히 이 책은 저자의 치유글쓰기를 그 목적으로 하고 있으므로 단순한 기록보다는 상황과 순간의 감정을 훗날의 편집 없이 그대로 느끼고 싶다면 글을 쓰면서 정리하고 생각하자고 조언한다. 맞다. 사실 돌이켜보면 내가 나를 아프게 했던 지난날의 기억은 머릿속에서 편집의 공정을 거쳐 나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저장되곤 했다. 보호 장치이자 생존의 결과일까? 어찌되었든 이러한 결과는 타인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지고 주변을 보는 눈도 어두워지기 십상이다. 그래서 저자는 자신을 좀먹는 일을 막기 위해 글을 쓴다고 했다.

 

  글쓰기가 갖는 치유의 힘이 여러 페이지에 걸쳐 저자의 에피소드와 함께 상세히 적혀있다. 단지 한 문장만으로도 충분하단다. 그 상처 치유가 말이다. “지금 나는 아프다.” 이렇게 말하기만 하면, 스스로를 인정하는 작은 위로 한마디가 깊은 한숨과 함께 빠져나와 나를 가볍게 만든다. 책은 필사하고 싶게 만드는 어느 책의 문장들이 중간 중간 삽입되어 있다. 김관성 작가의 <살아 봐야 알게 되는 것>이십대에 알 수 없는 삼십대의 지혜가 있고, 삼십대에 아무리 몸부림쳐도 붙잡아지지 않는 사십대의 연륜이란 것이 있어. 살아온 세월은 정말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니 너보다 연배가 위인 사람에게는 먼저 진실하게 인사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좋아.’ 라든지 김용택 시인의 <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사랑의 물리학에서 ‘(전략)심장이 하늘에서 땅까지 아찔한 진자운동을 계속하였다. 첫사랑이었다.’ 가 그것이다. 물론 후자는 드라마 도깨비로 더 잘 알려졌지만.

 

  느림보 같은 속도지만 꾸준히 조금씩 일기를 쓰다 보니 글쓰기를 통해 결국 달라지고 좋은 쪽으로 변화하는 것은 이었다. 작은 끼적거림으로 시작된 쓰기는 결국 나를 변화시키고 완성시킨다. 저자가 책에서 누누이 이야기하는 습관에 대해 되새겨보았다. 이것이 어떻게 삶의 힘이 되어 힘듦을 견딜 수 있게 하는지. 저자는 글을 읽다보니 필사를 하게 됐고, 일기를 쓰게 되었다고 했다. 우울하고 즐거운 감정을 두서없이 나열해보기도 하고 주제를 정해 써보기도 하고. 그렇게 글자와 친해지다 보니 자신이 겪었던 경험들에서 글쓰기 소재를 찾을 수 있었고 특히 가난해서 겪어야 했던 어려움은 아주 좋은 소재가 되었다고 말했다.

 

  글쓰기라는 행위를 통해 나를 사랑하고 치유할 수 있었던 경험을 이야기한 저자의 모습에서 내 모습이 오버랩 되기도 했다. 나도 치유 글쓰기로 앞으로의 내 인생을 재디자인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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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치료 그 30년 후의 이야기 - 심리치료는 과연 내담자들의 인생을 변화시키는가?
로버트 U. 아케렛 지음, 이길태 옮김 / 탐나는책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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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리학도서라고 예상은 했지만 정말 소설처럼 술술 읽혔다. 그도 그럴 것이 책의 구성이 마치 소설 같은 실화의 주인공들로 이루어져 있었고 그들과 저자의 내담과정이 여느 심리학 도서답지 않게 흥미롭고도 서사적으로 풀어져있었다. 제목부터 심리치료와 그 30년에 대한 추적을 염두에 두었으니 얼마나 많은 연구를 거듭했을까? 여기에 들였을 시간과 정성이 가히 대단하다고 느껴진다. 35년 이상 심리치료의 현장에 있던 로버트 아케렛 박사가 기억에 남는 내담자 5명의 사례를 들어 그들의 결말을 추적했다! 이 내담자들은 심리치료 후 어떤 모습을 살아가고 있을지 궁금했고 의문이 들기도 했기 때문. 단지 치료자가 자신의 환자들의 예후를 알기 위해 관찰했다는 것도 대단하지만 30년이라는 세월이 지나서 내담자들을 찾아간다는 건 또 다른 용기가 필요했을 것 같다. 사실 심리치료에서 내담자의 삶에 불쑥 개입하는 것은 원칙이 아니지만 세월이 어느 정도 흘렀기에 저자는 그런 원칙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고 결론 내렸던 것 같다. 자신이 기대하는 모습이 있었을지도 모르고 자신의 심리 치료가 내담자들의 인생에 어떻게 관여했는지를 들여다보는 것은 꽤 부담스러운 일일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 여정의 끝자락은 심리치료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지며 많은 이들의 생각을 환기시킨다.

 

  이 책에 소개된 내담자들은 매우 특이해서 독자인 나도 인상 깊었다. 유대인이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부인하며 자신을 스페인 백작부인이라고 여기는 나오미라는 여성부터 북극곰을 사랑한 찰스, 가학피학성애 공상에 시달리는 세스, 자신이 아버지를 죽였다고 믿고 있는 메리, 작품을 위해 스스로 극적인 삶을 선택한 작가 사샤가 그들이다. 내용이 다소 충격적이라 상담자의 고충 또한 느껴지기도 했다. 일단, 보기에 비정상적이다. 상담자 아케렛은 자신의 심리치료가 내담자의 인생을 변화시키고 그것이 자신의 치료 결과라고 단언할 수 있을지 궁금했다. 그 답을 찾기 위한 순례의 길에 함께 떠나보자.

 

  자기혐오에 빠진 어머니 손에서 학대받으며 자란 나오미라는 여성이 등장한다. 그녀는 너무 섹시해서 학교 분위기를 흐린다는 이유로 상담을 받아야마 했다. 실제로 성적인 매력이 넘쳤고 그것은 타고난 것이기도 했으며 살아남기 위한 것이기도 했다. 어느 날 나오미는 자신이 스페인 백작부인이라는 환상에 빠졌다. 그리고 스페인으로 진짜 떠나갔다. 그 뒤 그녀를 볼 수 없었던 저자는 나오미를 다시 만나게 된다. 저자는 유대인이 아닌 자신을 이사벨라라는 젊은 스페인 여자로 믿는 나오미의 망상을 기억했다. 자신에게 플라멩코 춤을 추며 자신이 살아오면서 겪었던 심리상태를 표현했던 것을. 35년 뒤 다시 만난 둘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때를 회상했다. 53세의 나오미는 건강미로 눈이 부시고 감정이 풍부했으며 이젠 나오미 골드버그로 태어나 사업을 하고 훌륭한 집을 소유하고 있었다. 마치 카르멘과 같은 모습으로 홀연히 떠난 그녀는 어떤 경우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강력한 생명력으로 삶을 헤쳐 온 것 같았다. 치료를 받은 뒤 인생에서 성공했다는 것은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을까? 만일 저자는 그때, 나오미를 바로잡았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기존의 매뉴얼대로 이끌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란 생각을 했다.

 

  아카렛 박사는 늘 심리치료를 과학보다는 예술로, 교조적 이론가라기 보단 서정적 치료사로 여겼다. 그래서 주관적, 직관적, 미학적으로 그 평가를 맹신하고 싶다고 말했다. 어쨌든 나오미는 치료를 받은 뒤 평생 동안 자기 증오의 감정에서 벗어났으니. 치료는 어떻게든 내담자들이 대체로훨씬 더 좋은 감정을 느끼게 할 책임이 있다는 것에 의거해 판단할 수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나오미와는 달리 사샤는 극단적인 외로움으로 자살을 생각하고 있었다. 한 인간의 순수한 서사시와 같은 이들의 인생을 보며 인간의 생존능력에 경외감을 느꼈다는 저자. 결과적으로 치료의 효과와 상관없이 말이다. 이들을 바라보는 상담자의 시선을 배울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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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어야 산다 - 세상을 향한 따뜻한 시선
김병효 지음 / 사람과나무사이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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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기가 느껴지는 책이었다. 세상을 바라보는 저자와 같은 따뜻한 시선을 오랜만에 느껴보아 책을 꼭 붙잡고 있었다. 매일 쏟아져 나오는 비난과 힐난의 사건사고와 기사들에 지치고 지칠 대로 나가떨어지는 요즘이었는데 책의 소개처럼 어미 닭이 둥근 알을 품듯 세상을 보듬는 가슴 따뜻한 에세이라 할만 했다. 저자의 두 번째 에세이라는데 저자 김병효님은 시를 사랑하는 금융인으로 통한단다. 두해 전부터 한 일간지에 실었던 경제와 사상칼럼을 모아 이렇게 26편의 가슴 따뜻한 에세이를 내놨다. 전 에세이가 가족과 친구 등 가까운 이들을 향한 온기였다면 이번 두 번째 에세이 품어야 산다는 이주민, 보호아동, 다문화가정, 장애인, 빈곤한 노인 등 사회적 이웃으로 그 시선을 확장했다. 세간의 주목을 받지 못하는 논제지만 사회문제의 굵직한 현안들에 대해 부드럽게 또는 날카롭게 화두를 던져 주변을 돌아보게 하는 저자의 필력이 마음에 들었다. 책 제목 또한 황규관 시인의 품어야 산다를 통해 이렇게 마음을 전달하고 있었다. ‘어머니가 배고픈 아기에게 젖을 물리듯 강물의 물살이 지친 물새의 발목을 제 속살로 가만히 주물러주듯 다시 한 번 품어보자. 출퇴근길에 만나는 안양천에서 유유자적 발을 적시는 왜가리와 가마우지가 생각났다.

 

  사그라질 줄 모르는 코로나19 때문에 사람 사이의 온기도 멀어진 듯하여 더욱 안타까운 데 이 책을 읽으니 정서적인 환기가 되어 마음이 풍요로워짐을 느꼈다. 서로를 경계하기보다는 소통하고 거리를 좁히는 우리네 모습이 더욱 절실히 필요한 요즘이다. 물론 물리적 접촉이 아닌 정서적 접촉이지만 저자는 언택트사회(비대면사회)를 추구하는 요즘에도 은행창구를 찾는 노년층을 위한 전담창구나 도우미를 배치해야 한다고 말하는 분이다. 배려의 시각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책은 소개된 에피소드와 함께 시를 인용하여 전문을 첨부해놓았다. 에피소드 뒤에는 생각에서 한 걸음 더라는 페이지를 만들어 여운을 남겼다. <치매로 덜 고통받는 나라가 되려면>에서는 치매 장모님을 모시던 직장 선배의 이야기를 풀어놓으며 이시영 시인의 <어머니 생각>을 들려주었는데 눈물이 났다. ‘어머니 앓아누워 도로 아기 되셨을 때 우리 부부 출근할 때나 외출할 때 문간방 안쪽 문고리에 어머니 손목 묶어두고 나갔네...(중략)...하루종일 이 세상을 혼자 견딘 손목이 빨갛게 부어 있었네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어머니를 돌보려 감독직을 사임하고 간 야구 감독과 치매 남편을 간병하고자 사임한 연방대법관의 사례를 들며 우리나라의 치매국가책임제정책과 저자의 생각도 풀어놓았다. 책 제목과 같이 품는다는 건 매우 숭고한 일임에 틀림없다.

 

  정부의 부동산정책으로 점점 집을 사기가 어려워졌다. 평범한 서민의 내 집 마련의 꿈은 이루어질 수 있을까? 실수요자의 간절한 꿈은 반드시 이루어지고 한 몫 챙기려는 투기는 발붙이지 못하게 하는 건강한 사회. 그런 사회가 오길 기대한다는 저자는 집의 주인이 돈이 아닌 사람이길 바라고 있다. 소개된 안도현 시인의 <> 이나 이재무 시인의 <첫인사>를 읽어보니 집에 대한 사람들의 관점과 편견이 느껴져 마음이 아팠다.

 

  이 책의 제목처럼 사회가 약자를 따뜻하게 품어주는 정책이 많이 나와야함을 느꼈고 개인 또한 너른 마음으로 곁에 존재하는 이들을 외면하지 않고 돌봐야함을 느꼈다. 우린 혼자 살 수 없는 존재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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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야 울지 마라 - 베테랑 논설위원이 알려주는 언론홍보법과 보도자료 작성 꿀팁
김도운 지음 / 리더북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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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야 울지 마라

 

  이 책을 읽고 저널리즘을 가진 전문기자와 정부기관의 홍보담당자의 차이를 확연히 알 수 있었다. 난 굳이 따지자면 후자의 입장이라 이 책을 읽고 많은 반성을 하게 되었다. 보도 자료의 내용을 전달하는 자는 수혜자이면서 내용을 전달받는 자의 관점과 꽤 달랐고 기자 또한 개선되지 않고 매년 숫자나 행사순서만 수정해 보내오는 기사가 눈에 차지 않으면서 일일이 고치지 못하고 그대로 작성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악순환이다.

 

  재작년쯤인가 학교에서 꽤 큰 규모로 금연행사를 개최한 적이 있었다. 구청과 연계하여 실시한 행사라 외부 기자도 와서 인터뷰를 하고 기사를 작성해주었다. 며칠 뒤 교육청 뉴스사이트에서 일간신문을 보니 뉴시스, 헤럴드 등의 언론사에서 그 행사 내용을 기사로 다뤄준 것을 발견했다. 학교장과 학생들이 함께 활짝 웃으며 금연예방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는 사진과 함께. 나는 학교 신문을 작성하는 교직원이다. 그 기사를 보니 내가 찍은 사진과 기사의 질에서 많은 차이가 났다. 개인정보보호랍시고 아이들을 멀찍이 누구인지 분간하지 못하도록 찍거나 뒤통수만 찍는 나와 달리 표정이 살아있는 사진을 보고 흐뭇하기까지 했다. 이 책에선 <사진은 화룡점정>이라는 제목으로 보도사진이 갖는 특징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주었다. 최대한 근접한 콘셉트로 사진을 찍으려고 노력한다는 것이다. 기관에서는 기관장을 크게 조명하거나 현수막 문구를 의식하는 사진, 모인 사람 머릿수를 의식하는 사진을 찍는다면 보도사진은 가능하면 인물을 주인공으로 삼아(그것도 일반인) 표정을 통해 분위기나 사실을 전달하려 한다. 독자가 사진을 보고 약간의 궁금증을 갖게 하고는 캡션으로 상황을 깔끔하게 정리해 주는 것. 그것이 전문가와 비전문가의 차이점이란다.

 

  책은 정책홍보와 언론홍보에 대해 이야기하며 공직자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홍보의 개념과 로드맵을 가르쳐주었다. 매년 예전 자료의 파일, 이를테면 전교임원선거, 공개수업 자료 등을 찾아내 날짜와 장소만 살짝 바꿔 영혼 없는 신문기사를 썼던 내 모습에 웃음이 났다. 공직사회는 꽤 경직된 편이라 기관이 배포한 자료가 어느 정도 비중으로 다뤄졌는지 보다 몇 개의 매체에 보도되었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보도되는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보도된 내용을 읽어야 할 대상이 읽었는지, 읽고 이해했는지, 공감했는지가 진정한 관심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홍보도 양보단 질이다.

 

  사실 전문기자는 보도 자료에 영혼을 담지 않는단다. 보도 자료는 기사가 아니라는 생각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획기사 없이 보도 자료만 작성하는 경우엔 온갖 지청구를 먹는다고 한다. 기관에서 생각하는 보도 자료와 언론사에서 생각하는 이것의 가치가 이렇게 현격한 차이가 있다니. 베테랑 현직 논설위원 김도운님이 쓴 이 책은 전문기자도 깜짝 놀랄 손에 잡히는 홍보 노하우를 매뉴얼에 맞게 소개한다. 여러 사례로 배우는 매스컴 공략법도 재미있었다. 기관이나 회사에서 홍보를 담당하는 담당자라면 보도 자료의 꿀팁을 꼭 배우고 가자. 신문과 방송, 인터넷뉴스 기자의 생리를 아는 건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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