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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어야 산다 - 세상을 향한 따뜻한 시선
김병효 지음 / 사람과나무사이 / 2020년 6월
평점 :
절판
온기가 느껴지는 책이었다. 세상을 바라보는 저자와 같은 따뜻한 시선을 오랜만에 느껴보아 책을 꼭 붙잡고 있었다. 매일 쏟아져 나오는 비난과 힐난의 사건사고와 기사들에 지치고 지칠 대로 나가떨어지는 요즘이었는데 책의 소개처럼 ‘어미 닭이 둥근 알을 품듯 세상을 보듬는 가슴 따뜻한 에세이’ 라 할만 했다. 저자의 두 번째 에세이라는데 저자 김병효님은 시를 사랑하는 금융인으로 통한단다. 두해 전부터 한 일간지에 실었던 ‘경제와 사상’ 칼럼을 모아 이렇게 26편의 가슴 따뜻한 에세이를 내놨다. 전 에세이가 가족과 친구 등 가까운 이들을 향한 온기였다면 이번 두 번째 에세이 ‘품어야 산다’ 는 이주민, 보호아동, 다문화가정, 장애인, 빈곤한 노인 등 사회적 이웃으로 그 시선을 확장했다. 세간의 주목을 받지 못하는 논제지만 사회문제의 굵직한 현안들에 대해 부드럽게 또는 날카롭게 화두를 던져 주변을 돌아보게 하는 저자의 필력이 마음에 들었다. 책 제목 또한 황규관 시인의 ‘품어야 산다’를 통해 이렇게 마음을 전달하고 있었다. ‘어머니가 배고픈 아기에게 젖을 물리듯 강물의 물살이 지친 물새의 발목을 제 속살로 가만히 주물러주듯 다시 한 번 품어보자’ 고. 출퇴근길에 만나는 안양천에서 유유자적 발을 적시는 왜가리와 가마우지가 생각났다.
사그라질 줄 모르는 코로나19 때문에 사람 사이의 온기도 멀어진 듯하여 더욱 안타까운 데 이 책을 읽으니 정서적인 환기가 되어 마음이 풍요로워짐을 느꼈다. 서로를 경계하기보다는 소통하고 거리를 좁히는 우리네 모습이 더욱 절실히 필요한 요즘이다. 물론 물리적 접촉이 아닌 정서적 접촉이지만 저자는 언택트사회(비대면사회)를 추구하는 요즘에도 은행창구를 찾는 노년층을 위한 전담창구나 도우미를 배치해야 한다고 말하는 분이다. 배려의 시각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책은 소개된 에피소드와 함께 시를 인용하여 전문을 첨부해놓았다. 에피소드 뒤에는 ‘생각에서 한 걸음 더’ 라는 페이지를 만들어 여운을 남겼다. <치매로 덜 고통받는 나라가 되려면>에서는 치매 장모님을 모시던 직장 선배의 이야기를 풀어놓으며 이시영 시인의 <어머니 생각>을 들려주었는데 눈물이 났다. ‘어머니 앓아누워 도로 아기 되셨을 때 우리 부부 출근할 때나 외출할 때 문간방 안쪽 문고리에 어머니 손목 묶어두고 나갔네...(중략)...하루종일 이 세상을 혼자 견딘 손목이 빨갛게 부어 있었네’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어머니를 돌보려 감독직을 사임하고 간 야구 감독과 치매 남편을 간병하고자 사임한 연방대법관의 사례를 들며 우리나라의 ‘치매국가책임제’ 정책과 저자의 생각도 풀어놓았다. 책 제목과 같이 품는다는 건 매우 숭고한 일임에 틀림없다.
정부의 부동산정책으로 점점 집을 사기가 어려워졌다. 평범한 서민의 내 집 마련의 꿈은 이루어질 수 있을까? 실수요자의 간절한 꿈은 반드시 이루어지고 한 몫 챙기려는 투기는 발붙이지 못하게 하는 건강한 사회. 그런 사회가 오길 기대한다는 저자는 집의 주인이 돈이 아닌 사람이길 바라고 있다. 소개된 안도현 시인의 <집> 이나 이재무 시인의 <첫인사>를 읽어보니 집에 대한 사람들의 관점과 편견이 느껴져 마음이 아팠다.
이 책의 제목처럼 사회가 약자를 따뜻하게 품어주는 정책이 많이 나와야함을 느꼈고 개인 또한 너른 마음으로 곁에 존재하는 이들을 외면하지 않고 돌봐야함을 느꼈다. 우린 혼자 살 수 없는 존재이므로.